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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  202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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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 수출 조건과 실상 ②]
한국어 저작물 수출의 위기와 기회
(2017년~2020년)

 

 

 

신서희(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 과장)

 

2021. 4.


 

 

2017년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기세를 탄 한국어 저작물의 수출은 2017년 사드 사태와 그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은 간신히 재정비를 마친 한국어 저작물 수출 사업에 다시 한 번 경고등을 울렸다. 하지만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BTS의 전 세계적 인기,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로 퍼져나간 한국 드라마의 약진은 한국어 저작물 수출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2017년 중국발 위기와 새로운 시장의 개척

 

중국의 한한령과 자국 콘텐츠 경쟁력 향상

 

2010년대 들어 약 163개의 중국 출판사가 한국 책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 중 상위 10위 출판사들은 1,700종 이상의 한국 책을 수입했을 정도로1) 중국 출판 시장은 한국어 저작물에 무척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2016년 주한미군 THAAD 배치 논란으로 중국 정부는 비공식적 한한령을 취했고, 2017년 한국어 저작물의 대중국 수출은 급감하기 시작한다. 또한 기존에 이미 계약된 한국어 저작물도 중국 정부에서 책번호(ISBN)를 받을 수 없게 되어 계약 기간 내에 책을 출간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한국어 저작물의 대중국 수출은 암흑기로 접어든다.

 

 

1)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해외 출판 시장 조사 연구 2018」, 2019, 32면.

 

그러나 중국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저작물 수출의 성장 둔화는 일정 부분 예견된 바 있었다. 비록 사드 보복과 한한령이 중국 수출 실적의 급격한 감소 원인이 되긴 했지만, 이미 2010년도 중반부터 중국 출판사들은 해외 콘텐츠를 구매하기보다는 자국 콘텐츠를 개발,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각국의 주요 도서전에서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다니며 해외 도서의 샘플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던 중국의 출판 관계자들이 언젠가부터 중국 책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에 대해, 혹자는 “도서전에 살 사람은 없고 온통 팔 사람만 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수출을 견인한 한국 아동 도서 전집 시장의 질적, 양적 성장이 없었다는 점도 중국 수출 실적의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국내에서 인기 있는 양질의 전집은 이미 웬만큼 중국에서 계약이 완료되었으며, 국내 아동 출판 시장의 불황으로 중국에 새롭게 진출할 만한 새로운 국내 콘텐츠가 빠르게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만과 동남아 시장으로의 전환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한 와중에 떠오른 대안은 동남아와 대만이다. 대만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006건의 도서 저작권 수출이 이루어져 중국에 이어 아시아 지역 도서 저작권 수출 건수 2위(24.0%)를 달성했으며 인도네시아 515건(12.3%), 태국 464건(11.1%), 베트남 388건(9.3%)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2)

 

 

2)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출판산업 실태 조사」, 2019, 502면.

 

대만의 경우 아동서와 언어 교육 관련 책은 물론 문학 및 각종 논픽션에 대한 관심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대만의 출판시장 규모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고 이에 따라 선인세나 인세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 대만은 조세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이므로 20%의 원천 징수세가 부과된다는 점, 대만 출판시장도 불황을 겪고 있으며 서점 수나 독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대만 수출의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출판시장이 크지는 않으나 경제 규모가 발전하면서 교육열이 상승함으로 인해 아동서나 교육 도서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아동 전집이나 학습 만화 등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K-pop이나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한류 관련 책의 수요도 증가했다.

 

영미 유럽권에서 한국 문학의 약진

 

영미 유럽권으로의 수출은 여전히 문학 작품에 치중되어 있다. 물론 김난도 교수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한국의 디팍 초프라(Deepock Chopra)3)”라는 평을 받으며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지에 수출되기는 했으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다만 문학의 경우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되었다.

 

 

3) 인도 태생의 하버드 대학 의학 박사로 세계적인 힐링 멘토로 불리며 전 세계 35개국에서 2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영미 유럽권의 출판사가 “세계 문학 전집”을 출간하는 곳에서 일반 대중서를 출간하는 곳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즉 한국 문학이 영미 유럽 독자들에게 ‘제3세계 문학’이 아닌 ‘일반 대중서’로 인식될 수 있는 발판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순수 문학이 아닌 다양한 장르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다양한 범위의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청소년 문학에서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에 판매되고 있으며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미국을 비롯한 19개 국가에,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은 미국, 영국, 스웨덴을 비롯한 20개 국가에 판권이 계약되면서 이른바 “K-스릴러” 열풍을 주도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그러나 문화의 힘은 강력하다

 

코로나19 위기 – 전 세계 출판시장에 미친 팬데믹의 악영향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전 세계 출판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갑작스러운 재택근무로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봉쇄령,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서점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특히 수출 업무의 전초전이 이루어지는 주요 도서전이 모두 취소되거나 온라인 도서전으로 전환되면서, 오로지 온라인상으로만 책을 소개해야 하는 반쪽짜리 상황이 되어버렸다.

 

중국의 경우, 2019년 초반부터 다시 한국어 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는 분위기를 보여,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출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조금씩 살아나던 중국 수요에 다시금 냉각기가 찾아왔고, 기대만큼의 수요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 2020년 타이페이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이었던 한국은 대만에 더 많은 한국 도서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도서전이 취소되면서 예정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대만은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한 국가 중 하나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어 저작물에 대한 문의와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영미 유럽 시장의 경우에도 꾸준한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2010년대 중후반에 계약된 기대작들의 출간일이 2020년 전후로 포진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출판시장이 타격을 받아 기대만큼의 판매량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안타깝게도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작가의 후속작 계약에도 타격을 입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K-pop과 K-드라마의 힘 –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

 

그러나 팬데믹 상황이 가져온 반사 이익도 있다. 전 세계가 봉쇄된 와중에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한류의 확산이 빠르게 이어졌는데, 이는 드라마와 관련된 한국어 저작물의 수출에 일조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기존에는 정부 지원을 받는 문학 작품이나 한국 고전 등의 수출에 한정되어 왔으나 2020년 들어서는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나 대본집, 포토에세이 등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 일본에서도 〈사랑의 불시착〉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드라마 원작 문의로 이어졌고, 몇몇 일본 출판사에서는 드라마의 원작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소설을 제작하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면서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 영화계에서 한국어 저작물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사용하는 데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닌, 한국 소설들에 대한 직접적인 영상화 판권 문의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앞으로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그 귀추를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BTS의 전 세계적 인기는 BTS 관련 책들에 대한 문의 폭증으로 이어졌다. 동남아는 물론 일본과 러시아에서도 BTS 멤버들이 읽었거나 추천한 책에 대한 문의가 대폭 증가했으며,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기와 기회의 반복, 앞으로의 전망은?

 

이처럼 한국어 저작물의 수출은 위기와 기회를 반복하며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특히 기존 시장이 위축되어도 새로운 수요는 계속 살아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어 저작물이 가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K-pop, K-드라마에 이어 K-book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연 K-book은 신기루일까, 아니면 다가온 현실일까? 다음 회에서는 K-book의 현실과 가능성에 대해 진단하고, 한국어 저작물의 수출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5월 호에 계속)

 

* 본 연재는 출판 저작물을 수출하는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의 경험담을 통하여 도서저작권 수출의 최신 트렌드와 사례를 공유하고, K-Book의 지속적인 성공 전략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신서희(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 과장)

2009년부터 출판 저작권 중개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에서 근무했으며,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를 거쳐 2018년부터 다시 ㈜임프리마 코리아로 복귀했다. 도서 저작권 업무를 비롯해 미술, 사진, 영상, 공연과 관련된 저작권 실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현재는 한국 도서 해외 수출과 영미 유럽권 도서 국내 수입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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