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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  202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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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인터뷰]
샛길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 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

 

 

 

 

2022. 7.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1인 출판은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영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개인이 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 창업으로서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1인 출판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추세다. 1인 출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그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터. 〈출판N〉에서는 [1인 출판사 인터뷰]를 통해 1인 출판사가 전하는 가감 없는 그들의 출판 도전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늘 반복되는 일상, 매일 같은 길만 걷는 하루에서 벗어나 샛길로 빠져 길을 걸으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새롭고 특별한 일들을 발견한다. 샛길이 주는 생소한 경험은 단조로운 우리 삶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 작은 변화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만남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렇듯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며, 바빠도 한번쯤 돌아서 갈 수 있도록 다른 길을 제공해주는 출판사가 있다. 박성열 대표가 운영하는 사이드웨이 출판사는 2018년에 첫 책 『아이돌을 인문하다』부터 시작해 최근 출간한 『각별한 당신』을 통해 독자들에게 샛길의 특별함을 전하고 있다. 주변의 일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뭐든 경험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이드웨이의 박성열 대표를 만났다.

 

[1인 출판사 인터뷰] 첫 순서로 박성열 대표님을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출판N〉 웹진 독자에게 소개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사이드웨이의 박성열입니다. 〈출판N〉의 기획과 커버스토리를 보고 그 시의성과 충실한 내용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는데, 저도 이렇게 인터뷰에 초대를 받아서 영광입니다. 2018년 첫 책을 출간한 이후에 지금까지 열세 권의 책을 출간했고, 요즘도 7월 마감을 위해서 치열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사이드웨이는 2018년 첫 책 『아이돌을 인문하다』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인문교양 도서들을 펴내고 있는데요. 사이드웨이의 책들과 출판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이드웨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사람들을 돌아보는 책을 출간하고자 합니다. 저희 출판사의 이름처럼 저는 샛길, 곁길 같은 모티브를 좋아합니다. 샛길로 빠져들면 무언가 멋지고 아름다운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영화 〈사이드웨이〉를 참 좋아해서 큰 고민 없이 출판사명을 지었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에서는, 2021년 5월 출간된 『K를 생각한다』가 가장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2021년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매일경제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자, 교보문고와 YES24에서 뽑은 ‘2021년을 빛낸 책들’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으며 그해 한국출판문화상의 저술·교양 부문 본심 10권 중 한 권으로 진출했어요. 정말 굉장한 책입니다. 저자와 함께 원고를 편집할 때 힘들면서도 즐겁고 설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또,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와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K를 생각한다』가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되었던 바 있습니다. 『아이돌을 인문하다』와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해외에 판권이 수출됐으며, 『연중무휴의 사랑』은 책을 좋아하는 분들, 무엇보다도 동료 출판인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멋진 책입니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와 『모든 순간의 향기』와 같은 에세이도 작가님들께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즐겁게 작업했던 책입니다. 『장제우의 세금수업』과 『아파트가 어때서』 등 우리 사회에 선명한 의제를 던지는 책도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K를 생각한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

『K를 생각한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

 

 

 

1인 출판사를 차리기로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결정적인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자금대출 심사를 통과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심사에서 탈락했다면, 저는 그즈음에 합격 통지를 받았던 큰 출판사의 경력 편집자로 여태껏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자금대출은 출판 쪽의 지원자도 별로 없었고, 혁신과 고용 창출 면에서도 합격 가능성이 낮았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3대 1인가, 4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5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금을 지금까지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떨어졌다면, 어쩌면 그 길이 제 인생을 위해서는 더 나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대표님께서는 사이드웨이를 설립하시기 전 잡지사, 서점, 출판사 등 출판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셨습니다. 이전의 경험들이 출판사를 차리는 데에 어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글이나 책과 관련된 어떤 분야에서든 나름의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변함없이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하나의 일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는 편이라, 이런저런 일들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뭐든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그런 호기심이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에 좋은 덕목인 건 틀림없죠. 사실 이 일이 “나 당신이 낼 책이 궁금해.”라고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오랫동안 하나의 직종에서 길게 자신의 경력을 쌓은 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하나의 우물을 깊게 파면 또 나름의 통찰력을 갖게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1인 출판사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대표님께서 느끼시는 1인 출판사의 장점과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말씀해주신 고충 사항에 대한 대표님만의 해결방법이 궁금합니다.

 

워낙 일이 많고, 정신이 없고, 여러 업무에 치이고, 나 홀로 무거운 책임감에 시달려야 하고, 내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문을 아쉽게 흘려보내야 하고, 하나의 조직이라는 울타리가 줄 수 있는 안정감과 거리가 멀고, 조직 내의 직접적이고 속도감 있는 소통의 힘도 누릴 수 없고…. 이런 등등의 고충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너무 뻔한 고충 사항들이잖아요. 1인 조직이 가지는 한계들, 예상 가능한 고충들을 저도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주위의 많은 1인 출판사 선배들과 동료들도 전반적으로 비슷해 보입니다.

 

저는 사실 1인 출판사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외부에서 물어보면 그냥 ‘작은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모든 출판사는 여러 ‘1인’들이 모여서 굴러가는 조직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저는 아직까지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없고, 그런 제 상황은 위에서 말한 고충들, 한계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있죠. 그래도 나의 색깔과 개성, 스타일을 가장 선명하게 한 권의 책에 투영할 수 있다는 건 이런 운영 체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장점과 단점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제 경우에는 스스로 체감하는 단점이 퍽 크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고충을 해결하는 저만의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지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할 뿐이에요. 고충 사항들은 우리 책이 많이 팔리면 해결됩니다. 이것은 100인이든 1인이든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요. 더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시간과 일정 등을 최대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동뮤지션의 2015년 한글날 싱글인 〈가나다같이〉와 안예은의 2021년 한글날 싱글 〈열 달 아흐레〉를 자주 듣습니다. 우리 책과 한글을 아끼는 사람들은 두 노래에 무한한 애정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책 『아이돌을 인문하다』를 비롯해 『K를 생각한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이어 최근 신간 『각별한 당신』까지 사이드웨이의 책들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꾸준히 책을 출간하고 계속해서 화제를 만드는 사이드웨이 같은 1인 출판사 창립을 꿈꾸는 분들에게 팁이 될 만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희 출판사가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나요? 그렇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런 화제와 주목 같은 것은 거의 체감한 적이 없어서 다소 쑥스럽고 민망하네요. 그러나 괜한 겸손이 아니라, 시장은 냉정한 것 같습니다.

 

출판사 창립의 팁에 관해서는 출판인들의 공저인 『쓰고 잇고 읽는』(홍성사)에서도 적었듯이 꼭 돈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의 직업적 능력치를 세분화해서 파악하듯이, 어느 회사의 사장으로서 지녀야 할 능력치의 9할은 대부분 돈에 있습니다. 저는 기획 업무부터 편집, 마케팅 그리고 영업 업무도 하지만, 출판사 대표로서 저의 능력은 그곳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닙니다. 발휘되더라도 보통 부분적으로만 발휘됩니다. 제 능력은 언제나 제가 갖고 있고, 또 쓸 수 있는 자본의 힘으로 발휘됩니다. 돈을 쓸 수 없는 사장은 다른 일들을 아무리 잘하거나 명망이 높다고 하더라도, 단언컨대 무능력한 사장입니다. 이게 제가 요즘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이라 조금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대부분 책과 출판의 측면에서 단단한 업력을 쌓아 오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 업력과 내공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제가 만약 여러 부족함을 무릅쓰고 조언을 드리자면,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모으시길 바랍니다. 돈을 넉넉하게 모으시고, 여유 있는 상태에서 회사 창업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돈을 모은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한 사람의 많은 능력치를 요구하는 일이잖아요. 제가 그것을 소홀히 여겼다가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돌을 인문하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각별한 당신』

『아이돌을 인문하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각별한 당신』

 

 

 

수많은 출판사들 사이에서 사이드웨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기적으로 책을 내는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1년에 최소 여섯 권은 출간해야 안정적인 회사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재작년과 작년에 각각 네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두 달에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아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 하반기부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또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 권 한 권에 온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더 많은 책을 정기적으로 출간할 수 있다면, 저만의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인 출판사로서 사이드웨이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책을 출간하시나요? 사이드웨이만의 경영철학이나 가치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해서 자신감 있게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책에 관해서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오로지 작가의 실력과 매력을 가장 독특하고 날카롭게 다듬어낸 책입니다. 책은 저자의 예술이고,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작가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고 아직 세상에 없는 어떤 이야기를 위해서 에너지를 쓸 용의가 있다면, 무슨 분야, 소재, 형식이든 상관없이 그 책을 내고 싶습니다.

 

흔히들 ‘그 분야는 경쟁 도서가 너무 많아’, ‘그건 그 사람이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그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 등의 우려가 많잖아요. 물론 그런 우려가 전적으로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관망적인 분석은 책의 본질과 정말로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걱정들은 ‘오직 그 작가만의’ 독보적인 개성과 스타일 앞에서 다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코끼리와 장미에 관해서 쓴다고 해도, 백 사람이 쓴 코끼리와 장미에 관한 책은 각각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엄밀한 의미에서 이 업계에 ‘경쟁 제품’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작가의 개별적인 힘을 완전히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아직 없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문체로 새롭게 펼쳐내는 저자를 만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분을 열심히 찾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답변은 아직까진 하나의 선언적인 차원에 그치겠지만,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드웨이의 앞으로의 계획 및 포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종잇값이 너무 올라서 매달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출판 시장도 구간 매출이 점점 더 탄탄하게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흘러가서, 여러모로 출판사 운영이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계속 안간힘을 쓰면서 조금 더 버텨보는 게 저의 유일한 포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티면 또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출판사의 쪼들리는 현황과는 별개로, 좋은 저자들의 책이 많이 계약되어 있고, 편집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한 권 한 권 멋지게 펴내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박성열

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

도서출판 사이드웨이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잡지사와 서점, 출판사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회사를 창업했다.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빚어내는 일에 오매불망 힘을 쏟는 중이다. 〈왕좌의 게임〉과 〈모던패밀리〉, 앤드루 솔로몬과 안톤 체호프 그리고 악뮤와 안예은의 충성스러운 팬이다.
sideway.book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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