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 2021. 09.
[북클럽을 만나다 ④]
2021. 9.
‘독서 모임에 참여해볼까?’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가 따라주지 않거나 본인과 잘 맞는 독서 모임을 찾기 어려워 포기한 이들 역시 많을 것이다. 이제 그런 걱정은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예스24에서 누구나 독서 모임을 꾸리고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독서 모임을 찾아갈 수 있는 북클러버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어느 독서 모임보다 다가가기 쉬운 독서 모임을 운영하며 독서 문화 확산에 앞장서 있는 북클러버 담당자 김정희 팀장과 김상훈 사원을 만나봤다.
예스24의 북클러버는 2년 전 첫 모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많은 독자와 모임, 토론 등을 진행하며 소통해 오고 있는데요. 먼저 북클러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북클러버는 예스24가 만드는 독서 모임입니다. “책, 함께 읽으면 더 재밌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고요. 참여자들이 직접 꾸리고 운영하는 ‘독립 북클러버’와 작가가 책을 큐레이션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작가의 북클러버’로 나눠집니다.
독립 북클러버는 2인 이상이 모이기만 하면 매달 무료로 신청할 수 있고, 선정되면 예스24의 전자책 구독 서비스 ‘북클럽’ 이용권을 포함해 다양한 혜택을 드리고 있어요. 3개월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세 번의 모임을 자발적으로 가진 후에 활동 후기와 도서 리뷰를 남기면 되는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 특징이에요. 기존에 독서 모임을 운영하던 분들, 독서 모임을 시작해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던 분들 등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북클러버는 인지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작가들을 선정하고, 선정된 작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독서 모임입니다. 북튜버 김겨울 작가부터 이다혜, 정혜윤 작가 등 많은 분을 모셨고, 현재는 김지은, 김신지, 윤이나, 황효진 작가의 모임이 진행 중이에요. 작가에게 관심 있는 분들, 작가가 큐레이션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밀도 높은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현재는 "줌"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김겨울 작가의 북클러버
이다혜 작가의 북클러버
북클러버가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대형서점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북클럽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대형서점에서는 하지 않는 시도를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 북클럽을 운영하게 된 배경을 말씀해주세요.
거창하게 말씀드리자면 ‘인터넷 서점이 출판 생태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의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독자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텐데, ‘어떻게 독자를 만들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들까’라는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조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대화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면 ‘아, 나도 책을 읽고 멋있어 보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북클러버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형서점에서 진행한다는 점과 함께 독자가 직접 독서 모임을 꾸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점 외에 북클러버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북클러버만의 차별성이 드러나는 지점은 역시 독립 북클러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독서 모임은 운영 주체나 모임장이 기획한 후 참여자에게 일종의 상품으로 제공하여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인데요. 물론 이러한 방식에도 장점과 매력이 있지만, 독립 북클러버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판을 깔아주고 지원해 준다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더 민주적인 형식이라고도 생각되고요. 유료 북클럽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독서 문화, 독서 모임 문화 자체를 활성화하고 저변을 넓히는 데 목표가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북클럽으로서 관리나 운영에 있어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시나요? 특별히 신경을 쓰시는 이유도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북클러버의 존재를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홍보에 가장 큰 공을 쏟으려 합니다. 신청하신 분들 중에서도 ‘이런 좋은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다’, ‘예스24 회원인데도 몰랐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열심히 홍보하여 많은 분들이 북클러버를 알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다음으로는 저희가 판을 깔아드리고 판 위에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보니, 웹 서비스나 모바일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현재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적지 않은 불편함이 있는데 차차 기술적으로 개선해서 쉽고 편한 서비스를 구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북클럽에 많은 작가와 독자 분들이 거쳐 가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이나 독자가 있나요?
작가의 북클러버로 김겨울 작가의 북클러버, 김지은 작가의 북클러버가 기억에 남습니다. 김겨울 작가님은 조를 구성하여 조별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모임을 주도하셨는데요. ‘독서 모임이 이렇게 역동적일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그림책 비평가 김지은 작가님은 탁월한 진행 능력을 가지고 계셨는데요. 모임원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이끌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썼던 롤링 페이퍼
지난해 북클러버 여름 맞이 이벤트와 1주년 이벤트가 화제가 됐었습니다. 어느덧 북클러버 탄생 2주년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새롭게 기획 중인 이벤트나 새로운 방식의 모임이 있으신가요?
네, 이벤트를 포함하여 세 가지 정도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먼저 독립 북클러버 한 기수의 활동 기간이 3개월인데요. 지금까지 한 기수가 아니라 두 기수부터 많게는 여덟 기수까지 참여해 주신 회원님들도 상당수 계십니다. 꾸준히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 역시 장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을 위한 혜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여러 명이 동일한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이 아니라 동일한 기간 동안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가장 느슨한 형태의 독서 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작가가 운영하는 작가의 북클러버, 그리고 회원들이 모임을 만드는 독립 북클러버 이외에, 꼭 책을 낸 작가는 아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다독가나 서평가 등 독서 리더가 모임장이 되는 독서 모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모두 연내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기획 시 기획 과정과 함께 어느 부분을 가장 신경 쓰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모임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은 업무 강도가 높은 편입니다. 물리적인 업무량 이외에도 혹시나 불편해하는 분이 있지는 않을지, 기대했던 독서 모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실지 등, 참여하는 회원들의 마음을 계속 살피고 헤아려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감정적 피로감이 다른 업무에 비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또, 무엇보다 담당자 한 사람이 운영할 수 있는 모임 개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하여 독서 모임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직접 진행하고 싶은 사람,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적 역할이 무엇일까를 이벤트 기획 시에도 가장 고민하고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북클럽은 독자 발굴과 확대, 더 나아가 출판 산업 진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클럽 활동이 출판계와 독자 사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북클러버의 목표는 독서 문화, 독서 모임 문화 자체를 단단하고 활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목표 아래에서 북클러버가 활성화된다면 출판 산업 전체가 함께 활성화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 읽는 독자, 책 읽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독자가 많아진다면 책을 만드는 사람들,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 역시 함께 기운을 얻고 산업 전체가 부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북클러버가 그리는 향후 모습과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거나, 아니면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싶거나 등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모임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하게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독서 모임 플랫폼을 꿈꾸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 모임 플랫폼이라는 방향성에 맞추어 책 읽는 독자, 책을 만드는 제작사, 그리고 책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독립 서점들을 연결하는 역할들을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끝으로 〈출판N〉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제겐 두 딸이 있는데요. 첫째는 고등학교 2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저는 40대 중반이고요. 제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고 딸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을 했습니다. 마침 겨울 방학 중이어서 딸들이 모두 그 책을 읽었어요. 책을 읽은 다음에 “어떤 단편이 제일 재미있었어?” 하고 무심코 물어봤는데 신기하게도 ‘어떤 작품이 제일 좋았다’, ‘이 단편에서는 이런 게 궁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쏟아내는 거예요. 저도 엄마가 아니라 같은 책을 읽은 독자로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딸들과 나누었고요. ‘책이 있으니까 딸들과 이렇게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기가 더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소통에 대한 갈증도 높아지고 있는 요즘인 거 같아요.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꽤 근사한 소통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 매개가 되니까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담보하고 대화를 할 수 있고요. 그리고 말하기라는 아웃풋을 염두하고 책을 읽으니까 좀 더 꼼꼼히 책을 읽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직업이나 나이 등과 상관없이 같은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으니 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꼭 북클러버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독서 모임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김정희(전 예스24 뉴미디어팀 팀장) 햇수로 17년 동안 예스24를 책 사는 곳 이외에 볼거리가 있는 곳,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북클러버 서비스를 2019년 오픈부터 2021년 8월까지 총괄했다. 독서 교육을 더 깊이 공부하고자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 중이다. 출판사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김상훈(예스24 뉴미디어팀 사원) 예스24에서 팟캐스트 ‘책읽아웃’과 독서 모임 서비스 ‘북클러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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