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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9  202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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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랑스에서 피어난 책문화의 꽃
-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참사관 뤼도빅 귀요(Mr. Ludovic Guillot)

 

 

 


 

2021. 3.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가장 큰 부스를 내어 참가하는 나라가 있다. 예로부터 문학 선진국으로 이름을 날리고 몰리에르, 귀스타프 플로베르, 알베르 카뮈 등 위대한 작가들을 배출하며 전 세계의 문학계를 선도했던 나라, 바로 프랑스이다. 특히 20세기 초 낭만의 시대에는 전 세계의 문학 예술가들이 프랑스 파리로 몰려들었다. 우리가 잘 아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스콧 피츠제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문학 강국 프랑스는 현재 어떻게 세계 출판시장을 선도하고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프랑스와 한국을 문학과 출판으로 부단히 연결하고 있는 뤼도빅 귀요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문화참사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뤼도빅 귀요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문화참사관


 

〈출판N〉에 문화참사관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 독자들에게 소개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뤼도빅 귀요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며 처음으로 〈출판N〉 독자분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2020년 9월부터 프랑스대사관의 문화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파리 문화부에서 일할 당시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특히 문학 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그 결과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술과 문화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간에 더욱 돈독하고 공고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에서는 프랑스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는 프랑스 대사관을 대표해 두 나라 간의 학술연구 및 과학 교류, 예술, 문화, 프랑스어 관련 활동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창조산업은 문화의 원동력과도 같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는 공통적인 역동성을 띠고 있는데, 특히 창조산업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서산업에서 그 역동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프랑스와 한국 양국의 출판 교류를 위해서는 어떠한 지원을 하고 있나요? 또 한국인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서산업은 문화콘텐츠산업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문화과의 활동은 한국과 프랑스의 출판인들이 긴밀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1. 1. ‘선인세지원프로그램(PAP IF)’과 ‘세종출판지원프로그램(PAP Sejong)’이라는 두 가지 출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 도서들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고자 하는 출판사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간 4회 공개 모집을 진행하며 다음 모집은 3월 초에 이뤄질 예정입니다. 신청서 제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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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 출판사, 서점, 도서관, 대학 등과 연계한 국내 투어를 기획하고,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관 운영을 통해 프랑스 작가들의 가시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관은 문화과의 서적팀에서 전적으로 맡아 프랑스국제출판사무국(BIEF)과 협력하여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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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3. FOCUS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교류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매년 한국 전문가들을 프랑스로 보내 페스티벌과 도서전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프랑스 전문가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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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4. 문화과의 프로그램 축과 시장동향에 따라 테마 책자를 발간하는 등 한국 출판인분들을 위한 자료들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차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연계한 도시 분야, 추리도서축제(Quai du polar)와 연계한 추리물 분야, 문화과의 토론 프로그램과 연계한 페미니즘 분야의 추천 도서 브로셔들을 발간했습니다. 한국 출판업계와 서점, 도서관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KLTI)과 대한출판문화협회(KPA) 등의 기관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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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근대 이전부터 위대한 작품과 작가를 꾸준히 배출해 온 문학 강국인데요. 그만큼 프랑스 국민들이 문학과 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를 후원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인의 DNA에 내재된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후원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창의적인 콘텐츠가 계속해서 탄생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제가 파리 문화부에 근무하던 2019년에 문화부가 60주년을 맞았는데, 당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축하 행사에 참여해 ‘예술과 문화는 모든 프랑스 공공정책의 근간’이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인간의 권리라고 믿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박물관과 도서관, 극장 등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의 주된 역할은 공적자금을 통해 거의 모든 마을에 서점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1981년의 도서정가제법도 도서 부문을 보호하고, 특히 어려운 작품의 창작과 출판에 있어 동시성과 다원주의를 보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의 문학 창작 활동이 가지는 역동성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저는 다양성과 더불어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역동성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창조산업들과 마찬가지로 도서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다수의 입맛에 맞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문화콘텐츠만을 창조하는 데 치중해 콘텐츠의 획일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지적인 토론과 창의적인 개발, 걸작의 창조를 유도하고자 한다면 콘텐츠의 다양성과 다원화를 보장하는 것이 해답입니다.

 

 

 

프랑스는 서점 밀집도가 전 세계에서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형 서점과 지역 서점이 공존할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981년의 도서정가제법이 소규모 서점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해줬습니다. 프랑스에서 사람들은 지역 서점을 방문하는 실제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저는 사람들이 책과 어떤 특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점 주인과 주간 선정 도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함께 교류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애착을 느끼는 바로 그 관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위기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아마존을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책을 주문하는 대신 동네서점을 이용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서점은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서점 밀집도가 높은 만큼 프랑스는 독서인구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독서문화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프랑스에는 16,00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독서를 위한 오르세나 정책(Mission Orsena sur la lecture)〉 연구에서는 젊은 세대가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일이 줄어들고 있는 극심한 디지털화와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전환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도서관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수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다시금 강조합니다. 도서관은 책과 신문, 잡지, 음악, 영화, 비디오게임,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도서관 운영 시간도 사람들의 일과에 맞춰 변경될 예정입니다. 도서관은 해당 구역의 중심지이자 다시 찾게 되는 중요한 곳입니다.

 

또 프랑스 문화기관과 학교 사이에는 탄탄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지역 도서관과 극장, 박물관 등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예술과 문화 교육은 교육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이것 또한 우리 아이들이 독서 습관을 들이고 문화적 ‘안목’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홍보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독서의 밤’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문화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독서회나 작가와의 만남 등을 계획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행사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문학 페스티벌 역시 독서를 장려하는 데 기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부모로부터 전승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히 여기는 책은 물려주게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프랑스 문학계에는 뛰어난 작품과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고, 사람들은 특정 작가나 책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승이라는 측면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박경리나 황석영처럼 뛰어난 작가들이 있고, 예컨대 이 작가들의 책이 가족 내에서 대물림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는 어떠한 주제를 다루고 견해를 전달하는 아주 강력한 수단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책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만큼 굉장히 친밀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요. 코로나19가 프랑스 문화(출판독서 관점에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랑스의 도서산업은 팬데믹 초기에 크게 휘청였습니다. 봉쇄령으로 새로운 도서의 출간이 정지됐고 홍보 행사도 열 수 없었습니다. 서점은 몇 달씩이나 문을 닫았고 파리도서전과 대부분의 페스티벌도 취소됐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도서산업에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 서점의 경우에도 그렇고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독서량이 늘어났습니다. 다시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문화참사관으로서 한국의 출판시장과 출판콘텐츠 그리고 독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출판시장은 탄탄하고 역동적입니다. 제가 한국에 왔을 때 교보문고와 협력해 프랑스도서전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 독자들이 외국 문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프랑스어가 한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번역되는 언어이며, 아시아에서 도서산업이 세 번째로 큰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것만 봐도 업계의 역동성을 알 수 있지만, 모두에게 그랬듯 2020년은 출판업계에도 힘든 해였습니다.
한국에 근무하면서 웹툰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한국 웹툰은 앞으로도 계속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 문학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데, 백희나 작가가 『구름빵』으로 명예로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몇 가지 예시만 봐도 한국 문학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해외시장에서도 통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한류의 강력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 제 마음을 울린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55일간의 봉쇄령 후에 서점들이 다시 문을 열자 사람들이 서점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더군요! 아주 멋진 일 아니겠습니까?

저는 서점을 방문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은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놀라운 기회죠. 한국에서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기술이나 알고리즘, 기계가 발명되더라도 서점 주인과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출판시장은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역동적인 역사를 써 내려가게 될 것입니다.

 

 

 

번역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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