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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6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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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포에서 시작된 출판계 희망의 불씨
- 김현호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장

 

 

 

 

2020. 11.


 

 


타별사진관

 

©타별사진관

 

 

마포구는 출판업에 있어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속되는 출판계 불황과 임대료 상승 등 복합적인 사정으로 여러 출판사와 출판 관련 창작자들이 마포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마포구에서는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를 개관하여 사무실과 각종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등을 제공하며 출판 창업자와 창작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 그 중심에서 이를 지휘하며 출판계의 새로운 기초를 다져 나가고 있는 김현호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포구는 창업 초기 출판사와 스타트업, 1인 창작자 등 출판 분야 종사자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이하 플랫폼P)를 개관했습니다. 먼저 플랫폼P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플랫폼P는 첫 발걸음을 내딛는 소규모 출판사와 출판 생태계의 다양한 작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포구에서 설립한 창작 공간입니다. 홍대입구역 민자역사에 위치하고 있으며, 730여 평가량의 규모입니다. 시설의 절반 정도는 입주 창작자를 위한 공간으로, 나머지 절반은 강의와 세미나실, 코워킹 스페이스, 멀티미디어 스튜디오, 편집실, 라운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간의 구성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플랫폼P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쓰고, 만들고, 읽는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다양성입니다. 즉 위층에는 50여 명(팀)의 창작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아래층에서는 출판에 관련된 세미나와 교육, 시민 대상의 문화 행사가 열리며, 나아가 뉴미디어와 결합한 새로운 출판을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플랫폼P는 시설과 공간 여건을 바탕으로 작은 출판사와 출판 관련 창업자가 직접 시민들과 함께 섞일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포구는 출판 산업의 역사가 깊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 마포구청은 출판·인쇄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지금도 대부분의 작은 출판사가 마포구, 특히 홍대 인근에 사무실을 두는 것을 선호합니다. 마포구는 출판 제작과 물류의 중심지인 파주와 대형 서점이 밀집해 있는 종로를 연결하는 축 위에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출판은 편집자 외에도 작가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사진가 등 다양한 영역의 작업자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홍대 인근은 전통적으로 이러한 작업자들이 왕성히 활동하여, 출판사와 디자인 스튜디오, 사진가와 작가의 작업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승하는 임대료와 출판 불황 등으로 인해 작은 출판사와 작업자들이 하나둘 홍대와 마포를 떠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과 보호가 없다면 홍대 인근의 문화예술과 산업 생태계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마포구에서 출판과 디자인 등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출판은 다양한 영역의 작업자가 이끄는 산업이기도 하니까요.

 


타별사진관

 

©타별사진관

 

 

마포구는 옛 마포구 청사 제3별관 부지에 ‘출판·인쇄 스마트앵커’를 짓는 등 출판·인쇄 산업의 부흥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포구는 단발성 창업지원이 아닌, 출판 관련 창업자들의 성장주기에 맞춘 일종의 ‘스케일 업’ 형식의 지원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랫폼P는 출판문화와 관련된 창작과 창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작업공간과 스튜디오, 멀티미디어 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큐베이팅과 네트워킹을 활발하게 진행하여 작은 출판사와 출판문화 관련 창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인근 경의선책거리 등 지역문화자원은 주민과 밀착한 독서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며, 가까운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또한 ‘마포 출판·인쇄 스마트앵커’는 홍익대 인근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와 연계한 도심 제조업 육성을 위한 공간입니다. 즉 디자인과 출판, 인쇄업 등이 밀집한 도심에 기획과 생산, 유통 단계를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스케일-업(Scale-Up) 시설을 건립하여, 지역의 출판사를 비롯한 소공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스마트앵커는 플랫폼P와도 연계하여 마포구에 특화된 출판·인쇄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위와 같이 마포구에서 구상하고 시행하는 방안이 실현된다면 출판계에 어떠한 기대효과가 있을까요? 관련해서 플랫폼P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창업 출판사와 관련 생태계의 작업자에게 교육과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 창업 경험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현재 출판 산업은 대단히 까다로운 비즈니스입니다. 예를 들어 도매상이나 대형 서점 등을 기반으로 한 유통 구조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반면, 크라우드 펀딩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큰 부담을 줍니다. 또한 편집뿐 아니라 디자인, 인쇄제작, 전자책, 영상 편집 등 알아야 할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인해 출판 창업자는 금방 방전되어 버리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 창업 공간은 본질적으로 교육 기관의 성격을 지녀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 역할을 플랫폼P가 수행하려 합니다. 물론 민간이나 공공 영역에서 이미 다양한 출판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사업과 최대한 중복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할 생각입니다. 플랫폼P는 주로 기존 출판사의 재직자나 출판계 진입을 원하는 이들보다는 초기 출판 창업자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특히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선배 창업자와 입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하고, 출판 인접 분야 작업자들을 입주자로 모셔 교류함으로써 출판 창업의 난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플랫폼P의 창업 초기 출판사 및 스타트업, 1인 창작자 선발 기준과 지원 방식, 그리고 지원 범위 등이 궁금합니다.

 

공공의 재원을 배분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재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유명한 작업자라고 해서 선정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사무공간과 교육 프로그램 등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을 모시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P의 첫 선발은 길지 않은 모집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이목을 끌었습니다. 250여 명(팀)이 지원하여 경쟁률은 5:1을 넘겼고,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출판 창업자, 편집기획자, 디자이너, 크라우드 펀딩 전문가, 서점인, 출판 관련 기관과 협회 종사자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셔 두 차례의 심사를 거쳤습니다. 심사 기준은 현재의 역량뿐 아니라 발전 의지, 시장에서의 생존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했습니다.
그 결과로 대학생에서부터 오랜 경력의 편집자,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1인 출판사, 작가, 저작권 에이전트,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출판 관련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우수한 입주 창작자들과 외부의 작업자들이 교류하며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세미나와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랫폼P가 입주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지원 사업은 섬세하게 설계된 교육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각계 전문가와 독자를 만나고, 또한 자신의 콘텐츠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요. 플랫폼P가 입주사를 대상으로 한 크고 작은 지원 프로그램들을 설계하는 과정에도 언제나 그런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플랫폼P의 계획과 방향, 출판계에 미칠 영향이 궁금합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 출판사와 창작자가 창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플랫폼P의 스태프들은 모두 경험이 풍부한 에디터들과 출판 창업 경험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 출판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P가 가장 중요하게 하는 것은 디테일입니다. 똑같은 강의나 세미나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입주사들, 플랫폼P와 인연을 맺는 다양한 작업자들에 대해 저희는 일종의 동료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창업에 성공하고, 계속해서 즐겁게 출판과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우려 합니다.
무엇보다 입주사가 아니더라도, 출판 창업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창작·창업자에게 일종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수십만 부를 찍는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가 수십 곳 있는 생태계와, 수천 부를 찍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출판사들이 수천 곳 있는 생태계 중 어느 곳이 건강한가를 묻는다면, 저는 단연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작고 단단한 출판사들을 세심하게 지원해서 성장하도록 돕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출판계 전체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판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와 출판계 내·외부적으로 필요한 노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도서정가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작은 출판사의 입장에서, 도서정가제가 2014년 이전으로 후퇴한다면 새로운 책을 기획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미 제작비용을 회수한 과거의 베스트셀러가 반값 이하로 시장에 계속 폭격하듯 쏟아진다면, 작은 출판사의 신간이 그것들과 경쟁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신간 출간이 왕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은 사실 건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모쪼록 크고 작은 출판사와 서점, 웹툰과 웹소설 등 다양한 업계의 이해관계가 잘 반영된 좋은 정책이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판계의 노력에 대해서는, ‘출판계’라고 하면 지나치게 방대한 느낌이 들어서 저희가 집중하고 있는 ‘작은 출판’에서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출판계의 작은 주체들은 대체로 약자인 경우가 많아서, 역설적으로 자신의 의무에 대해서 오히려 둔감한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나 외주출판노동자들과 협업할 때 알고 지켜야 할 노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매체를 다루는 입장에서 젠더 문제와 소수자에 대한 감각을 보다 더 예민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P는 작은 출판사, 창작자들과 함께 이러한 점을 보완해 나가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김현호(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장)

계원예술대학 H-CENTER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편집팀장, DGIST EPUB3 전자교재 개발 실무 총괄, 보스토크 프레스 대표 등으로 일하며 다양한 출판물을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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