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0 2022. 03.
[인터뷰] 낭만과 트렌드가 살아 숨 쉬는 곳,
2022. 3.
트렌드와 낭만을 모두 갖춘 매체가 세상에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잡지일 것이다. 매체의 진화에 따라 많은 것이 디지털화 되고 영상화 되었지만, 잡지는 여전히 가장 예민한 감수성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며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중에 ‘종이잡지클럽’이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구독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모든 잡지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례 없는 곳이다. 또한 대교와의 협업으로 제주도에서 ‘세가방(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 프로젝트’에 함께하며 잡지의 진흥에 힘 쏟고 있다. 잡지의 성지, 종이잡지클럽의 김민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판N〉에 김민성 대표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 독자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합정과 제주에서 잡지 전문공간 종이잡지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성입니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종이잡지클럽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회원제로 운영하는 잡지 전문공간인데요. 다양한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종이 잡지만으로 공간을 구성한 계기가 있을까요?
다양한 플랫폼이 넘쳐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유의미한 혹은 유희를 위한 양질의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종이 잡지는 황금기를 지난 이후 반복적으로 위기, 종말론이 거론되는 매체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양질의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 호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동업자들과 잡지만 다뤄보자, 과거의 잡지가 아닌 지금의 잡지에 대해 다뤄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망해도 잡지 매체의 반복적인 위기론을 탓하며 큰 자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종이잡지클럽은 일일, 계절(3개월), 반기(6개월) 회원권이 있으면 이용이 가능한 회원제 공간입니다. 또한 온라인으로도 운영되고 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 회원은 해당 기간 동안 종이잡지클럽을 무제한으로 방문해서 매장에 비치된 모든 잡지를 다 읽어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지만 오프라인 회원 분들을 대상으로 ‘해외잡지로 Trend 읽기’, ‘한 잡지 깊이 읽기’ 같은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회원은 매달 종이잡지클럽이 선정한 이달의 잡지를 좀 더 깊이 읽는 멤버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울에 살지 않아도 매달 종이잡지클럽이 선정한 잡지를 한 권씩 받고, 리뷰와 발제문, 사전 질문이 포함된 뉴스레터를 통해 좀 더 깊은 열람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편집장님과 함께 온라인으로 매거진의 소감이나, 자신의 삶에 기인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종이잡지클럽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잡지를 다루는데요. 많은 종의 잡지를 독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큐레이션 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큐레이션 기준이 없다는 것이 종이잡지클럽의 큐레이션입니다. 개인적으로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너무 과도하게 혹은 무척 과소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리즘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디지털에서 이미 제공되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하는 큐레이션이 빅데이터에 기인한 맞춤형 서비스만큼 개인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큐레이션은 단순히 좋은 리스트를 고르는 것뿐 아니라 그에 대한 총체적인 연출과 접근 방식에 대한 노력을 수반한 고도화된 작업이라 봅니다.
종이잡지클럽은 별도의 큐레이션을 하지 않지만 입고를 요청한 국내외 매거진을 큰 이슈가 없는 경우에 모두 입고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매장에 있는 매니저가 입고되는 잡지를 모두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원하는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올드 미디어라고도 할 수 있는 종이 잡지가 계속해서 살아남고 확산해나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잡지라는 매체의 태동부터 현재까지를 돌이켜보면 올드 미디어이지만, 반대로 현 시대에 잡지를 만들고 읽는 사람은 가장 젊고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잡지는 여전히 젊음과 새로움을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이게도 황금기가 지난 매체이다 보니 편집과 디자인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등장하며 새롭고 흥미로운 잡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젊은 독자들은 영상과 디지털 매체를 더 익숙하게 느끼기 때문에 잡지라는 매체를 무척 새롭고 낯선 매체로 인식합니다. 이런 새로움과 낯선 시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계속해서 살아남고 확산한다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수많은 기성 잡지, 상업지를 비롯해 황금기와 시대를 대표하던 잡지들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까요. 반대로 잡지의 황금기를 겪은 매거진 키즈의 손에서 새로운 잡지들이 탄생하고 개척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종이잡지클럽과 대교, 제주 공공기관 간의 협업도 눈에 띄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협업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 with 세가방’은 제주에 거주하고 계신 분에게는 서울에 가지 않아도 다양한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여행객에게는 여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들러 생각을 정리하거나 구상할 수 있는 공항 라운지 같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길 바라며 만들게 되었습니다. 서울이 아닌 제주에서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감의 과잉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 내는 것보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대학생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지식 콘텐츠 공간을 운영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그동안 종이잡지클럽은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이라는 뜻의 ‘세가방’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세가방’은 전국의 동네책방이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 동네 문화를 조성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토어가 되도록 돕는 대교의 사회 공헌 사업입니다. 책방별 역량 강화, 홍보 콘텐츠 지원, 팝업스토어와 콘퍼런스 개최 등 동네책방 간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독서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며, 다양한 도서 및 독서 지원과 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이 책을 더 즐길 수 있도록 책에 대한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가방’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오랜 신뢰를 쌓은 파트너사 대교에서 협업을 제안해 왔고, 대교와 제주 지역 기관들과 함께 제주 구도심 공간 내 문화 콘텐츠 제공을 위해 ‘종이잡지클럽 제주 with 세가방’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종이잡지클럽 제주 with 세가방’에서는 세가방 시즌3 파트너로 선발된 전국 30개 동네책방들의 큐레이션 서재를 만날 수 있으며, 매월 다양한 기획을 통해 리추얼 클럽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이잡지클럽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계획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매번 느끼는 감정인데요. 마음을 주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불평보다 사라졌을 때 느끼는 황망한 마음이 더 큽니다. 종이잡지클럽에 마음을 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사라지지 않으려 애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