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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9  202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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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사에게 듣는 노르웨이의 책문화
- 주한 노르웨이 대사 프로데 솔베르그(Frode Solberg)

 

 

 

 

2022. 2.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노르웨이는 대자연이 선사하는 멋진 풍경과, 높은 수준의 복지 체계가 있는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노르웨이는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독서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중 40%는 매년 10권 이상 책을 읽는다는 노르웨이. 노르웨이의 책문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과 노르웨이의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는 프로데 솔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를 만났다.

 

주한 노르웨이 대사 프로데 솔베르그(Frode Solberg)


사진: 신빛

 

〈출판N〉에 프로데 솔베르그 대사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독자들에게 소개와 인사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출판N〉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주한 노르웨이 대사 프로데 솔베르그입니다. 저는 한국에 오기 전 외교관으로서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30여 년 동안 노르웨이를 비롯해 다른 여러 국가들을 오가며 생활하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 6월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는 ‘복지의 나라’, ‘연어의 나라’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사님이 생각하시는 노르웨이의 특징이나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한국의 많은 분들께 노르웨이는 해양국가라는 점, 유명한 노르웨이 수산물, 그리고 연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피오르 해안과 무수한 섬들로 구성된 노르웨이의 해안선은 북극권 끝까지 쭉 뻗어 있으며 그 길이는 100,000km가 넘어 노르웨이는 유럽의 끝자락에 위치하며 바다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연경관이 아주 아름다운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는 기막힌 절경과 피오르 해안으로 유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바다와의 친밀함과 해안마을에서의 생활은 노르웨이 문학과 예술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또 복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노르웨이는 체계적인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체계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며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굳건한 믿음 하에 지난 수년에 걸쳐 구축된 체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노르웨이의 가장 큰 강점은 상호신뢰와 평등, 의사결정자들에 대한 근접성 등의 가치와 이상이 우리 사회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노르웨이의 역사는 다양성과 다문화로 점철되어왔는데, 이 또한 우리의 문화와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문학에서도 관련 요소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대사로서 특히 한국과 노르웨이의 문화 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예술과 문화는 대한민국과 노르웨이 간 생각과 및 견해 교류에 있어 중추적인 부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 및 경제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 분야 역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개인적으로도 아주 노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문화 교류 분야는 특히 최근 수년간 크게 성장하였으며 새로운 분야들로 그 협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양국의 예술가들은 오늘날 미술, 공예, 음악, 키네틱 아트, 연극 등 광범위한 예술 분야에서 협동하고 있죠.

 

예술가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번역과 해외 독자들과의 만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사로서 한국에서 만남의 장과 문화적 대화 등을 주최하고 예술가들과 활동가(actors)들을 연결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물론 지난 2년은 꽤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만, 조만간 여행이 가능해지고 좀 더 상황이 정상화된다면 다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린 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저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몇 가지 예시를 들어드리자면, 먼저 저희 대사관은 2021년 10월 뭉크 미술관의 신규 개장을 기념하며 개최된 온라인 기자회견에 한국 기자들을 초대했으며, 한국 언론에 새로운 뭉크 미술관뿐만 아니라 뭉크의 예술과 생애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저는 대사로서 한국 분들에게 노르웨이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곤 하는데요. 가령, 아리랑TV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르웨이 음식, 뭉크의 예술, 그리고 K-pop 관련 협력 등 한국 시청자 분들께 노르웨이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 국민의 독서 문화는 어떠한지 소개해 주세요.

 

노르웨이 국민들은 대개 책을 많이 읽습니다. 어느 날이든 간에 4명 중 1명은 책을 읽고 있으며, 국민 중 40%는 매년 책을 10권 이상 읽습니다. 소설과 단편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성별 간 차이도 물론 있습니다. 남성 독자들이 여성 독자보다 논픽션(non-fiction)을 더 자주 찾는 편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노르웨이도 다른 나라가 겪는 문제들을 똑같이 겪고 있습니다. 오디오북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가 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그렇지만 여전히 문학에 대한 총 소비는 꾸준한 편입니다.

 

문학에 대한 굳건한 대중적 지지는 노르웨이가 현재 수준까지의 문학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어준 요소 중 하나입니다. 노르웨이어를 구사하는 인구가 5,300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견실하고 활성화된 문학 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노르웨이 문학의 다양성, 문학성 및 국내·외로의 확산은 노르웨이 고유의 문학 시스템에 기인하는데, 예컨대 도서정가제, 노르웨이 정부의 신규 도서 구매 할당제도, 종이책 VAT 면제, 그리고 권리권자 간의 단체 협약 등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요즘 어떤 책이 주목을 받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노르웨이의 문학은 모든 장르에 걸쳐 나타나는 광범위한 다양성과 뚜렷한 목소리로 특징지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10-20년을 노르웨이 문학계의 황금기라고 하곤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해외 출판시장이 노르웨이 문학에 눈을 떴고, 더욱 더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그중 한국어로 번역 및 출간된 작가들을 몇 분 꼽자면, 유명 범죄소설 작가 요 네스뵈(Jo Nesbø)를 비롯해 올해 한국에 출간될 예정인 『나의 투쟁(원제: My Struggle) 1-6권』의 작가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Karl Ove Knausgård)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한국 시장에 출간한 다른 작가들로는 린 울만(Linn Ullmann)과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 마야 룬데(Maja Lunde)가 있습니다. 이 작가들의 책들은 모두 노르웨이에서 화제가 되며 대중적으로 읽힙니다.

 

 

 

노르웨이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또한 책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데요, 책 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르웨이는 혼합형 시장경제라는 특별한 문학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이 시스템은 노르웨이 고유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노르웨이의 민족 문학은 노르웨이가 1814년 덴마크-노르웨이 동군연합에서 독립한 후 국가를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정부 또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통되는 책들이 나중에 전국적으로 같은 값에 구매될 수 있도록 보장했죠. 이러한 도서정가제는 문학 작품의 유통 및 언어 정책에 있어 근간이 되어주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노르웨이서점협회(Norwegian Booksellers Association)와 노르웨이출판사협회(Norwegian Publishers Association) 간의 협약을 통해 공식 시행되었습니다. 이 협약은 출판 산업의 중추적인 틀을 세우고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특히 전국적인 서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문학 분야 촉진 시스템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포괄적인 편입니다. 지원 제도를 예를 들면, 도서관의 도서 구매 공제와 서점의 구독 시스템이 있습니다. 또 작가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도 있습니다. 작가들이 자기만의 문학 스타일을 찾기 전까지 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이로써 노르웨이에서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비롯해 수많은 작가와 장르, 테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가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나 대표적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르웨이에는 4-5개의 대형 체인과 150여 개의 독립서점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도서들은 VAT 면제 상품인데요.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소규모 서점을 위한 지원금 제도도 있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가 책과 문화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금들은 작가 초대나 마케팅, 문화 행사 등에서 사용되죠.

 

 

 

노르웨이를 잘 알 수 있는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무엇이 있나요?

 

노르웨이는 모든 장르에 있어 풍부하고 다양한 현대 문학을 자랑합니다. 해외로 수출되는 책들은 철학부터 시작해 심리학, 뜨개질, 수공예까지 모든 주제를 아우릅니다. 노르웨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분들께는 픽션 및 논픽션 작품을 모두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가장 많이 저서가 번역되고 또 잘 알려진 작가 중에는 요 네스뵈(Jo Nesbø)가 있습니다. 노르딕 누아르(Nordic Noir)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매번 추천하는 작가입니다. 또한 로이 야콥센(Roy Jacobsen)의 『보이지 않는 것들(The Unseen)』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데,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배경은 20세기 초로, 노르웨이 북쪽 해안 너머에 있는 바레이(Barrøy) 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사람과 자연, 문화를 묘사하는 방식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 독자들을 관찰해보니, 교양과 인문학, 예컨대 철학과 역사에 관한 책이 인기가 있더군요. 그래서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의 저서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책은 『소피의 세계(원제: Sophie's World: A Novel About the History of Philosophy)』라는 소설입니다. 서양 철학의 역사와 얽혀 있는 노르웨이 문화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노르웨이인 소녀 소피의 상상 속 이야기에 대해 궁금한 모든 분들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독창성 있는 소설입니다.

 

참, 요슈타인 가아더의 저서 중 『꼭두각시 조종사(Dukkeføreren)』와 『밤의 유서(Akkurat passe)』가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올해 사상 최초로 헨릭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의 전 작품이 한국어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헨릭 입센의 희곡 중 대부분이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며, 책 속 이야기에는 그가 살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번 출간을 계기로 헨릭 입센이 한국의 연극 애호가들과 일반 대중에게 더욱 더 잘 알려질 수 있길 바랍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 및 엔터테인먼트 채널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24시간 언제든 핸드폰과 컴퓨터를 통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매일 소소한 즐거움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러니까 글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장면과 아이디어를 상상하는 그 과정은 여전히 아주 특별한 경험입니다. 그러니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독서를 계속해서 즐기세요!

 

 

 

번역: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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