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1 2024. 01-02.
[2023 출판산업 콘퍼런스]
〈출판N〉 편집부
2024.01-02.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12월 6일 서울시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다목적홀에서 ‘2023 출판산업 콘퍼런스 - 결산과 전망’을 진행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더 먼 미래를 준비하는 이번 콘퍼런스의 사회는 ㈜사회평론 단행본사업본부 이홍 상무이사가 맡았으며, 발제자들의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김준희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책생태계에 대한 현주소를 살펴보고 이후 전망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2023년 실시한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발표와 올 한 해 출판계 내외에서 주목할 만한 주제를 가지고 보다 심층적인 발표와 논의를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라며 “출판관계자들과 의견을 논의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에는 서라벌 ㈜메트릭스 부장, 백화현 출판사 백화만발 시니어 그림책 기획자, 이호수 전 SK텔레콤 사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발제 1. 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발표
서라벌 ㈜메트릭스 연구기획부 부장
2023년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서라벌 부장은 사업 개요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출판산업 실태조사는 사업체 현황 등을 파악해 필요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자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2,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출판 사업체의 모집단은 14,303개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1억 원 미만이 전체 62.4%를 차지했다. 또한 모집단의 90%가 10억 원 미만에 해당하며, 매출액 50억 원 이상의 큰 사업체는 366개로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출판 분야의 경우 일반 단행본의 비중이 80.8%로 가장 높았으며, 그 외는 학술서/전문서, 수험서와 유아 아동 도서 등의 순으로 파악되었다.
매출액과 종사자 규모 산출은 출판 사업체, 출판유통 사업체, 전자책 사업체의 매출액과 종사자 수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우선 출판 사업체의 2022년 매출액은 4조 5966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1.7%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발행 종수와 부수는 전반적으로 줄었으나 개별 도서의 정가가 인상됨에 따라서 전반적인 시장의 매출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정가 변경 통계를 활용했는데 2022년 전체 정가 변경 신고 7,732건 중에서 80.4%가 정가 인상 신고였다. 이는 전년 대비 1.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원가와 인건비 등이 도서 정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매출액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기타 분야 매출액도 출판유통 사업체는 5조 1866억 원, 전자책 사업체는 5601억 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종사자 수의 경우 2022년 출판 사업체 32,084명, 출판유통 사업체 15,485명, 전자책 사업체 1,552명으로 세 부문 모두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2년 신간도서 발행 종수 합계는 62,285종, 신간 1종당 평균 발행 부수는 1,068종으로 집계되었으며, 유사 관련 통계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반기별 동향분석 발표 자료에서는 8만 종,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집계 자료에 따르면 약 6만 1,000종의 발행 종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집계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전자는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도서 목록과 대형 서점 도서 거래 목록을 재분류한 것을 기준으로 삼고, 후자는 협회에서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는 종수를 기준으로 한다. 1쇄 발행 시 평균 발행 부수는 2022년 기준 1,003부, 1쇄를 발행한 이후 판매 완료에 도달한 기간은 16개월로 확인되었다. 오프라인서점 기준으로 전체 취급 종수 평균은 2022년 9,514종이며, 관련 통계로 확인한 지역서점 연평균 도서 비치 종수 평균은 6,551종이었는데 이는 대형 유통체인이 제외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2022년 출판 사업체의 주력 출판 분야는 일반 단행본이 63.9%로 압도적이었고, 그 외에 학술서/전문서, 아동도서 순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규모가 1억 원 미만인 경우 일반 단행본이 75.5%로 높은 반면 100억 원 이상인 경우는 교과서 및 학습참고서 비율이 23.7%로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유형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았는데 신간보다 구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판사의 매출이 2022년 대비 2023년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34.4%로 감소할 거라고 대답한 32.8%보다 높았다. 주요 판매처별 매출액 현황은 인터넷서점, 대형 서점, 도매/총판 순으로 집계됐다. 출판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한 답변으로는 유통 정보화, 환경 개선이 1순위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저자 발굴/양성, 독서문화 활성화 운동 순으로 파악됐다.
전자책 출판사의 분야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 분야 77.6%, 잡지 16.4%, 장르문학 4.6% 순으로 파악되었으며, 온라인서점에서도 일반 단행본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자책 출판산업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가장 필요한 방안으로는 1순위로 콘텐츠의 품질 향상이 38.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콘텐츠의 양적 확대가 28.6%로 집계되었다.
유통 경로별 매출 현황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2022년 기준 온라인서점 사이트가 59.6%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전자책 전문 사이트가 30.6%로 나타났다. 도매총판의 분야별 출판물 매출은 참고서나 학습지가 56.2%, 일반 단행본 18.1%, 아동 9.0%로, 실제로 참고서나 학습지 같은 경우 도매총판을 통해 많이 유통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매출 특성을 비교해보면, 오프라인서점은 대학 교재와 수험서의 매출 비중이 제일 높았고, 온라인서점은 참고서의 매출 비중이 23.7%로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온라인서점의 신간 도서 비율은 42.7%, 오프라인서점은 48.1%로 온라인서점에서 신간 도서의 판매 비율이 오프라인서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출판유통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로 오프라인서점은 지역서점 이용 활성화나 도서정가제, 도서 공급률 등을 요청했으며, 온라인서점은 도서정가제와 도서 공급률, 지역서점 이용 활성화 등의 순으로 파악되었다. 이 외에도 출판산업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 결과를 분야별로 구체적인 수치로 소개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Q. 2023년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통해 본 출판계의 2023년 현황과 2024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전망이라는 것은 상당한 기대치가 반영되는 측면이 있어서 명확하게 실측치와 같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2022년 말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했을 때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되고 그에 따라서 대형 오프라인서점 중심으로 오프라인 판매 매출이 증가한 것은 통계에서도 집계가 되었습니다.
결과에서 보이는 것처럼 당장 책을 판매해야 하는 오프라인서점 등 유통업체에서는 도서정가제, 지역서점 활성화 등의 답변을 제일 우선적으로 꼽고 있습니다. 다만, 그 책을 공급하는 출판 사업체의 경우 유통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추가적으로 인쇄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유통 정보화 관련 답변을 많이 꼽은 것 같습니다. 유통업체와 출판 사업체가 발전 방안에 대한 니즈가 다른 것은 각각의 입장 차이, 즉 직접 판매하는 입장과 그 상품을 공급하는 입장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발제 2. 인구변화와 출판 시장: 시니어세대와 독서제안(시니어 그림책, 북스타트 등)
백화현 출판사 백화만발 시니어 그림책 기획자
두 번째 발제자로 ‘시니어세대와 독서제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백화현 기획자는 “노년의 인구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노년 독자층을 놓쳐버린다면 과연 출판 시장에 무슨 전망이 있을까?”라고 물으며 포문을 열었다. 교사 출신의 백화현 기획자는 학교에서 시작한 독서운동학교, 그림책 기획이 시니어를 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백화현 기획자는 1912년 미국 로렌스의 섬유공장 파업에서 쓰인 ‘우리에게는 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미도.’라는 구호를 소개하면서 여기에서 장미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육체 못지않게 정신 작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책이기에 독서운동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백화현 기획자는 대한민국의 노년은 소외된 세대라고 지적하며, 9년간 독서운동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등을 탐방하며 해외의 공공도서관과 여러 복지문화센터 등에서 만난 시니어 대상 도서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선진국의 경우 도서관이나 서점에도 시니어세대의 이용률이 높으며, 노인의 80% 이상이 도서관 회원증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시니어세대 50%가 1년에 단 한 권의 교양도서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이는 경제적 이유와 도서관을 이용할 기회가 적은 것 그리고 높은 치매율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의 60세 이상 연간 독서율이 24.6%라고 집계되어 있지만, 이는 고른 독서 분포율이 아닌 읽는 사람들에게 집중된 독서 분포율이기에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시니어가 통계보다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니어세대의 독서 효과에 대해서는 미국의 빈민을 대상으로 ‘클레멘트 코스(Clement Course)’라는 인문학 교육을 시작한 얼 쇼리스(Earl Shorris)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독서는 인지 발달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며, 우울증을 극복해 궁극적으로는 노년의 삶을 다독이고 행복을 선물한다. 백화현 기획자 역시 학교에서 도서관 살리기를 진행하며 학습 진도가 떨어진 아이들에게 독서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만들어준 경험으로 시니어세대에게도 독서를 하면서 각종 노인성 질환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했다. 백화현 기획자는 서울시 공공도서관에서 시작해 전국 22개 도서관에서 시니어세대를 대상으로 북스타트를 통해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백화만발’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하며 시니어세대의 높은 만족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특별히 그림책을 선택한 것은 시니어들이 전시장을 찾아 그림 보는 것을 즐기고 그림책은 긴 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들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그림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연수 후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 읽기를 이어가며 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시니어 독서 지원 활동가를 양성해 이들이 시니어세대의 독서모임을 이끌고, 이들 세대를 위한 이동도서관이 결합되면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도 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독자층의 확장을 유도해 출판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백화현 기획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활동과 관련해 외국의 사례도 들어 설명했는데 코펜하겐 뇌레브로 도서관의 가정방문 사서나 핀란드 헬싱키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 버스가 좋은 롤모델이라고 언급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Q. 현재의 시니어 출판은 시니어세대의 시각적인 어려움 때문에 주로 큰글자책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 외에 시니어 독자층을 겨냥한 또 다른 형태의 출판 전략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시니어세대들이 노안으로 인해 집중력 부분에서 힘든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량은 250쪽 이하로, 글자는 12포인트 이상으로 책을 출간하는 등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이들의 독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문학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도서관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면서 학교 도서관이 책들을 다 수용해줬듯, 출판사와 저자뿐 아니라 운동가들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운동가들이 도서관운동을 하고 독서운동을 하게 되면 책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발제 3. 생성형 AI: 출판산업의 혁신 Enabler
이호수 전 SK텔레콤 사장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호수 전 SK텔레콤 사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챗GPT(ChatGPT) 사용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어 “생성형 AI가 이제 출판산업을 혁신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발제의 결론부터 밝히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글이나 이미지를 굉장히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고, 쌍방향 반복적·대화형 모드로 생성하는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를 토대로 책을 출판할 수 있으며, 유통과 마케팅에 있어서도 카피라이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모든 밸류 체인(Value Chain)을 굉장히 생산적이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게 생성형 AI라는 것이다. 즉 생성형 AI가 출판산업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과거에 있었던 분석형 AI와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생활에 다가온 생성형 AI가 있다. 이호수 전 사장은 이제 챗봇 스타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확산됐다고 언급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이미지·음악 생성 모델로 나눌 수 있다. 이슈가 되는 챗GPT는 45TB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을 시킨 후 대화형으로 물으면 답하는 대표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특히 챗GPT는 반복적이고 쌍방 대화형이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텍스트를 이른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의해 도출해 아웃풋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이는 엄청난 데이터 학습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좋은 결과를 생성하려면 프롬프트(Prompt)를 잘 활용해야 요구사항에 맞는 작문이나 요약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나 AP(Associated Press) 통신 같은 글로벌 언론사의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의 예를 들기도 했다.
저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챗GPT의 기능에 대해서도 짚었다. 챗GPT를 통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창의적으로 생산하거나 정확하게 구조화해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이용할 수 있어 작가나 편집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호수 전 사장은 “AI가 출판산업의 조력자이자 촉매제다.”라고 다시 강조하며, 출판산업의 다섯 가지 밸류 체인을 손꼽았다. 이는 글 생성, 이미지 생성, 편집 지원, 도서 제작과 유통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서 시장 창출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미지 생성 기술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하고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다양한 툴을 사용해 퀄리티를 높일 수 있으며, 오토크리트(Auto Crit) 같은 편집 플랫폼으로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거나 빠른 속도로 원고를 편집해 오류를 걸러내 품질을 향상할 수 있다. 도서 출판생태계와 관련해서는 AI를 능숙하게 활용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도하는 기업을 예로 들며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사용해 출판부터 마케팅과 유통까지 지원하는 사례를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로 이 기업은 30%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생성형 AI에 기반한 도서 소개 문구가 판매량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도 소개했는데 이는 챗GPT와 미드저니를 활용해 AI로 누구나 쉽게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히든브레인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인 ‘열린 인공지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6월까지 154종의 책을 출판했는데 이 중 71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호수 전 사장은 앞으로도 생성형 AI를 써서 만든 책이 기존 서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거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라 생성형 AI 시대에는 창작 능력도 중요하지만 AI 도구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가진 약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챗GPT의 텍스트 생성은 확률에 기반하기 때문에 거짓 혹은 잘못된 결과의 생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작물이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5TB의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켜 만든 생성형 AI, 그중 LLM(Large Language Model, 대형 언어 모델)이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오픈 AI를 활용해 작업하면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저작권은 사람에게만 인정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위반한 챗GPT의 경우 굉장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미드저니를 사용해 만든 책에 발생한 저작권 문제와 한국에서 신문사가 클로바 엑스(CLOVA X)라는 툴과 분쟁하고 있는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AI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이 대가를 받는 시도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AI의 장단점이 혼재된 과도기적 상황에 대해 이호수 전 사장은 “생성형 AI의 글쓰기 편집 성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지능은 따라가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 업무의 창의성이나 생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생성형 AI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수 전 사장은 “AI가 당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라고 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카림 라크하니(Karim Lakhani)의 유명한 말로 발표를 마쳤다.
Q. AI를 출판업계에서 활용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일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큰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례가 없지만, 2024년 말 정도가 되면 큰 성공을 이룬 회사가 등장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때는 원 데이터의 소유자가 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며 저작권 문제가 정말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저작권이 중요함에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아무도 답을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는 빨리 출발한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나중에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개해드린 히든브레인연구소도 챗GPT와 미드저니를 활용해 책을 출간했는데, 나중에 양쪽에서 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픈 AI와 미드저니 같은 회사 입장에서도 저작권 문제를 내세우기보다 시장을 확산시키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한 문제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저작권 문제를 너무 우려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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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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