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39  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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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저작인접권 도입에 대하여]
저자와의 상생을 위한 저작인접권

 

 

 

정지우(변호사, 문화평론가, 작가)

 

2022. 12.


 

출판사의 저작인접권에 관하여

 

최근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IP(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정한 콘텐츠가 기존의 방식으로만 유통되는 걸 넘어, 온갖 매체들을 통해 새롭게 재창작되고 확산되면서 그 소비의 양태가 매우 다양해졌다. 가령, 과거에 소설이 오로지 인쇄물로만 유통되었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 확산 가능성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단행본 종이책으로는 물론이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웹소설로 발행되거나, 웹툰으로 재창작되기도 한다. 웹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소비 형태는 더욱 다양해진다. OTT, IPTV, 영화관, 기존 케이블 채널 등에 무수한 형태로 뻗어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저작자, 즉 작가 입장에서도 자기 작품이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졌다. 종이책으로 3,000부 정도 팔린 소설이 영화로 100만 관객을 만나거나, OTT로 전 세계 1억 시청자를 만나는 것도 가능해졌다. 나의 이야기가 어떤 매체로 확산되거나 다시 탄생하느냐에 따라 한 작가의 활동이나 인생까지도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점점 축소되어가는 종이책 출판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고민할 법하다. 과거 출판 시장이 활황이었던 시기에는 공을 들여 한 권의 종이책을 만들어 내고 나면,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책 한 권에 아무리 공을 들여 투자하더라도,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조차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인쇄 매체가 강고했던 시절이 저물고, 수많은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출판 시장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출판사에도 저작인접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작인접권이란, 기존 저작권법상으로는 실연자, 음반 제작자, 방송 사업자에게만 인정되던 독특한 권리였다. 통상적으로 저작권이 작품을 창작한 저작자에게 인정되는 권리라면, 위 세 경우에는 저작자가 아님에도 저작권에 ‘인접한’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출판사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음반 제작자의 경우를 보면, 저작인접권으로서 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전송권 등을 인정받고 있다. 그 밖에도 방송 사업자가 음반을 방송하는 경우 등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보상금청구권’을 저작인접권으로 지니고 있다. 출판사의 경우에도, 저작인접권이 인정된다면 출판사에서 만든 도서에 관하여 위와 같은 권리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저작권법에는 ‘출판권’에 대한 규정이 있고, 지금까지 출판사는 저작자로부터 일종의 저작물 이용 허락을 얻어 배타적 권리로서 출판권을 얻어왔다. 이에 따르면, 굳이 저작인접권이 없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 복제권, 배포권, 전송권 등은 지닐 수 있다. 다만, 출판사에도 음반 제작자와 같은 저작인접권이 인정된다면, 출판사는 대여권이나 각종 보상금청구권 등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가 발행한 책에 관해 대여료를 받거나, 책을 타 매체 등에서 활용할 경우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일은 지극히 합당한 일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출판사의 역할이나 지위가 음반 제작자에 비하여 덜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출판사 또한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교정·교열하면서 음반 제작자가 음반을 제작할 때 못지않게,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저작자와의 권리 관계 문제

 

개인적으로 출판사에 기존의 음반 제작자가 보유한 수준의 저작인접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출판사의 저작인접권과 저작자의 권리 관계 문제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현행 저작권법 제65조는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를 보더라도 저작인접권은 저작권과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에, 음반 제작자가 음반을 복제 또는 배포할 수 있는 ‘저작인접권’이 있다 하여도, 별도로 저작권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출판사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는 출판사가 저작인접권이 있다 하더라도 저작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저작인접권에 따른 권리 행사(복제, 배포, 전송 등)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저작자가 동의하지 않을 때이다. 가령, 출판권 설정 계약이 5년 만기로 종료되어, 더 이상 저작자가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를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출판사는 복제권, 배포권, 전송권 등의 저작인접권이 있어도 저작자의 허락이 없는 한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어차피 저작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면 저작인접권 부여에 실익이 거의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저작인접권의 실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출판사가 저작자의 허락을 일종의 계약 조건에 부가할 가능성이 있다. 즉, 계약 당시부터 출판권을 5년으로 설정하더라도, 그 이후 저작인접권의 행사에 관하여는 저작자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식의 계약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관계 등에 무지할 수 있는 많은 저작자(작가)들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판사에 의해 자기의 작품이 계약 종료 이후에도 계속 발행되는 사실에 당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출판사의 저작인접권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계약상 저작자의 동의 간주 조항이 필요한데, 이 경우 출판사와 저작자의 권리에 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어차피 저작자의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출판권과 저작인접권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즉, 출판사에게 저작인접권이 있어야 할 실익이 별로 없을 수 있는 것이다.

 

2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 문제

 

두 번째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또는 2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에 관한 것이다. 현재 음반 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은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출판사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IP는 2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일 것이다. 가령,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설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될 때, 출판사에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2차적저작물에 관한 권리를 출판사의 저작인접권에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저작자와 출판사의 권리가 정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소설가 입장에서는 소설의 모든 것은 자신이 창작하였고, 출판사는 단지 디자인 등을 더해 책을 만들어 판매해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될 때는 출판사의 권리를 인정하되, 영화나 드라마화될 때는 출판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으로는 출판사에서 일종의 ‘에이전시’ 역할을 해서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와 접촉하고 적극적으로 소설의 영상화를 도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출판사의 도서 제작 역할이 아니라, 일종의 기획사로서의 역할을 인정하여 저작자와 별도의 계약을 맺는 건 가능할 것이다. 가령, 출판사의 영상화 기획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여 저작자가 소설의 드라마화로 얻는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출판사에 제공하기로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인접권에 직접적으로 2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포함된다면, 이는 다른 문제가 된다. 소설을 창작한 건 어디까지나 소설가이고, 출판사는 소설을 ‘책’으로 만드는 데 기여는 했을지언정, 소설의 핵심 콘텐츠인 이야기 자체를 창작하는 데는 전혀 기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인접권의 범위를 정하거나 확장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저작인접권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할 경우 수많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저작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방안 동시 마련 필요

 

이처럼 출판사의 저작인접권이 유의미하게 확장될 때는, 주로 저작자와의 권리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출판권 소멸 이후에도, 저작인접권으로 계속 책을 발행하거나 2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포함시켜 도서가 2차적저작물로 제작될 때 출판사도 수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그러나 과거에 백희나 작가의『구름빵』사례에서 저작자가 열악한 위치에서 저작권을 출판사에 모두 양도함으로써 수익을 전혀 분배받지 못해 큰 논란이 된 것처럼, 저작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출판사의 저작인접권을 규정하되, 별도의 조항으로 “저작자의 저작권과 출판사의 저작인접권이 충돌할 때는, 저작자의 권리를 우선한다.” 같은 규정을 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개인인 저작자의 경우에는, 특히 규모가 큰 출판사와의 계약에서 제대로 된 조건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고, 저작권과 관련된 지식이 부족해 크게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작물에 따라서는, 출판사의 기획과 편집, 개입이 상대적으로 큰 도서가 있는 반면, 사실상 원고의 기획부터 최종 마무리까지를 저작자가 거의 다 완결 짓는 도서도 있을 수 있다. 출판사의 개입이 큰 경우에는 출판사가 통상적인 음반 제작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작사가와 작곡가, 가수와 연주자 등 실연자, 녹음 기술자 등이 음반 제작자와 협업하여 하나의 음반을 만드는 것처럼, 도서 제작 자체에 출판사와 저자의 협업이 매우 중요한 경우다.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작가 스스로 창작하고 구성과 문장까지 완성한 공모전 수상 소설 같은 경우에는, 출판사의 역할이 책 디자인과 마케팅, 영업 정도로 축소된다. 이 경우는 작사, 작곡, 악기 연주, 노래까지 모두 혼자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음반 제작과 비슷한 경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출판사의 기여도에 따라 그 권리의 정도나 종류를 달리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출판사의 권리를 보장하여 출판사가 새로운 시대에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기존에도 열악했던 저자의 지위 또한 보장하는 길이 있을 거라 믿는다. 결국 저자와 출판사는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함께 가야할 동료이자 우군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진출할 때, 저자와 출판사가 상생하며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 저작권법 또한 그러한 측면까지 깊이 있게 고려할 때, 애초의 입법 목적이었던 문화와 문화 산업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우

정지우 변호사, 문화평론가, 작가

본명은 정찬우로,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이다. 쓴 책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 십여 권이 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지식재산권 분야 법무법인 다래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jiwoo9217@gmail.com
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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