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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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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한민국독서대전 제주 지상중계
위로의 축제, 온라인모임도 마음을 나누니 따뜻하다

 

 

 

오혜자(2020독서동아리활동지원사업 운영위원,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2020. 09.


 

 

 

독서대전 지상 중계 범위

1. 2020 독서동아리 한마당 ‘보이는 라디오’에 놀러옵서양!
9월 5일(토) 오후 2시 ~ 5시 유튜브 라이브

2. 2020 전국독서동아리 온라인 한마당
8월 31일(월) ~ 9월 6일(일) 1일 2회 온라인 모임 ‘놀멍 봅서’
-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ZOOM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동아리를!

 

 

‘2020 대한민국독서대전 제주’ 시작 일주일 전, 독서동아리 한마당의 ‘보이는 라디오 현장 생중계’를 독서동아리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독서동아리 한마당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사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초유의 비대면 축제에 대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 모두 당황하고 못내 아쉬운 상황이었다.

 

작년 ‘2019대한민국독서대전 청주’는 축제 기간 내내 기상정보에 촉각을 세워야 했다. 매년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와 맞물리는 축제 일정으로 해당 자치단체는 하늘이 도와야 무사히 마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제주에 바통을 넘기면서도 날씨를 걱정하던 작년 폐막 때에는 곧 들이닥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을 상상도 못했으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이제는, 우리가 만나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귀한 일이 되었다.

 

축제는 열렸고, 만나려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났다. 사회적 독서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 속에서 문제해결 능력도 한 단계 진화했다.

 

 

 

지상 중계 하나

 

독서동아리 한마당,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 현장

 

9월 5일 오전 10시 세팅이 분주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지원센터의 특설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
독서동아리지원센터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느 사무실처럼 책장정리와 창고정리를 할 짬이 생겼다고 했다. 자료실 겸 임시회의를 위해 사용하던 공간을 정리하고 하나, 둘 화분을 들여다 놓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쌓여 있던 책의 자리에 들어선 초록 덩굴식물은 물만 주면 무럭무럭 자라 몇 달 새 창틀을 넘나들며 하늘과 닿았다. 작은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힐링 시간을 선물하더니, 급기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어갈 책 읽는 사람의 온라인 지원센터로 변신했다.

 


2020 대한민국 독서대전 - 제주

 

 

 

리허설, 온라인시대 사전연습

 

굳이 스튜디오까지 찾아가 스케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에는 생생한 현장의 에피소드를 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의 단면을 기록하고 싶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누구나 유튜브를 하는 시대이고 어디서나 랜선 업무가 가능하다지만, 대부분 우리 이웃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이는 만나서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이야기를 나눠야 속이 좀 풀리는 이들에게 온라인 먹방으로 해장을 하라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조금씩 거칠게 몰아붙여지는 듯한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 좀 고르고 맞이하자는 것이다. 전국에서 책모임을 하는 분이 하나, 둘 ‘보이는 라디오 라이브방’에 입장하는 순간에 더 가까이 붙어 서서 조금 떨리는 숨소리를 듣고 싶었다. 판을 벌인 사람들과 조심스레 참여하는 사람들. 촬영 직전 긴장감과 상기된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 비대면으로 체온을 나누는 온라인모임의 세상에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진행을 위해 경기지역 독서동아리 이효선 길잡이와 독서동아리지원센터 서영주 간사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몸을 풀었다. 책 읽는 청년이 주도하는 콘셉트인데, 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마음을 진정시켜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메인 사회자는 중간에 등장할 영상과 전체적인 순서와 시간을 확인했다.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카메라 위치를 확인하며 자리를 조정했다. 촘촘하게 작성한 원고를 번갈아 읽으며 목소리 톤과 소리의 크기도 맞췄다.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하기와 질문 순서 정하기 등 세밀한 부분을 점검하는 리허설 과정에 적극적인 참견 시점으로 관여하면서 매체를 주도하고 스스로 주체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독서동아리에서 보낸 사연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파트에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경근 이사가 합류했다. 모두 독서동아리모임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동아리 간 소통에서 환경과 연령의 차이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죽 라이브방송에 참여한 독서인들과도 효선 님, 영주 님, 경근 님이라는 호칭으로 소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보이는 라디오 현장 1



보이는 라디오 현장 2


보이는 라디오 현장

 


보이는 라디오 사연 접수


보이는 라디오 사연 접수

 

 

 

제주에서 혼디 모다정, ‘독서동아리한마당’에 놀러옵서양!

 

“두구두구두구두구, 독서동아리한마당 보이는 라디오를 시작합니다!”
힘찬 목소리로 문을 열자 채팅창에 방문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독서인 특성상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낯을 가리는 것을 잘 아는 만큼 과연 몇 명이 방문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미리 말하자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함께한 사람은 모두 60명이었다.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은 분이 응원하며 공감의 목소리를 올려주었다.

 

시작은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올해 독서대전이 제주에서 열리는 만큼, 제주의 이야기꾼 설문대어린이도서관 강영미 관장님의 랜선 인터뷰를 영상으로 만났다. 1998년부터 어린이도서관을 함께 꾸려 책 읽어주기를 해왔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제주 어르신들이 쓰고 그린 이야기그림책 낭독으로 살아 숨 쉬는 제주를 만날 수 있었다.
“걱정말라, 살암시민 살아진다”
“새벽별이 베롱베롱”
제주의 전설 같은, 어르신과 아이가 일상에 쓰는 제주말도, ‘곱을락(숨바꼭질)’ 같이 살아 있는 놀이노래도 생생하게 전달되어 함께 읽기의 감동이 느껴졌다. 제주어로 ‘함께’는 ‘혼디 모다정’이라는 것도 배웠다.

 


제주설문대어린이도서관 강영미 관장 인터뷰


제주설문대어린이도서관 강영미 관장 인터뷰


제주어르신의 이야기그림책 낭독


제주어르신의 이야기그림책 낭독

 

이어서 독서동아리한마당을 위해 2주간 접수받은 동아리의 다양한 사연인 ‘함께 읽기’의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 〈여문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을 함께 시를 낭송하며 잘 넘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대전 독서동아리 〈공부하는 사서들〉의 ‘도서관 사서는 어떤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독서한다는 이야기에는 많은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오늘도 사표를 씁니다〉는 출판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동아리인데, 내용보다 읽기 편한 판형이나 흰색 무광표지에 대한 불만 같은 특별한 뒷담화를 소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토요미스터리북클럽〉과 〈동북아, 동네 책읽는 아줌마〉도 혼자 읽었다면 잡지 않았을 책을 함께 읽으니 읽게 되었다는 사연을 전했다.

 

전하는 사연을 듣던 중 모임을 못 하고 각자 집에서 온라인 집들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참석자들은 채팅창에 즉석에서 ‘책장들이’를 제안하였다. 집에 초대하는 집들이와 유사한, 내 책장에 초대하여 책을 소개하고 경매도 해보며 서로 북 큐레이션을 나누자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한동안 책에 대해서라면 나누고 내세울 것이 있는 상당한 고수들이 라디오를 통해 대화를 이어갔다.

 

 

 

옛날 옛적 제주에서 ‘삼승할망꽃놀래’

 

사람은 사랑으로 맹글어진다, 믿음으로 맹글어진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라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라
이 할망이 열다섯까지 보살펴주마이

 

삼승할망꽃놀래 공연과 해설을 안민희 선생님이 해주셨는데, 제주어로 부르는 노랫소리가 뭉클하고 몸짓은 진짜 삼승할망의 현신 같았다. 순식간에 마법처럼 빠져들었다.

 

“삼신할망의 보살핌이 뭉클했어요”.
“15세까지 보살펴주신다니 든든하네요”.
“아기 하나를 잘 키우기 위해 온 우주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채팅창에도 제주 신화에 젖어든 감상이 올라왔다. 경근 님이 “우리가 하는 이 모든 노력은 결국 아이들 때문이 아니겠냐,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보탰고, 모두가 공감했다.

 


삼승할망꽃노래 공연


삼승할망꽃노래 공연

 

 

 

지금이 전환점, 마무리

 

질문과 대화는 계속됐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무엇이 변화되었나요,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상황에서 특별한 책 읽기 방법에 대한 제안이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있는 분은 어떻게 책을 읽으시나요,
책모임을 하면서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보이는 라디오를 마치며, 효선 님은 “전국의 독서동아리가 온라인으로도 열심히 책을 읽고 만나고 계시구나 생각했어요. 모두 건강 주의하시고요”라는 공감의 인사를 전했다. 경근 님은 “직접 만나던 것과 색다르게 온라인으로 만나는 ‘나’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새로운 나라기보다 이것이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거죠. 익숙한 책모임과 좀 다른 자세로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경험도 신선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영주 님은 중심 사회자로서 무사히 라이브 한마당을 마치게 된 공을 모두에게 돌렸다.“세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아름답게요. 이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참여하고 힘을 보태주신 분들의 영향이지 않나 싶습니다”.‘2020 독서동아리 한마당, 보이는 라디오에 놀러옵서양!’은 독서동아리지원센터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보이는 라디오를 마치며


보이는 라디오를 마치며

 

 

 

지상 중계 둘

 

2020 전국독서동아리 온라인 한마당 ‘놀멍 봅서’

 

전국 독서동아리온라인 한마당은 독서동아리 리더를 중심으로 온라인모임을 진행하는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됐다. 8월 31일부터 9월 6일, 일주일 동안 하루에 두 차례씩 사전 접수로 온라인 실습을 이어갔다. 멘토 역할을 하는 동아리 ‘길잡이’가 사전 워크숍과 실습을 이어가며 준비했다.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ZOOM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책모임을 열 기회를 갖자는 취지인데, 시도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문턱이 높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맞춤형 소통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독서동아리 공유밴드에는 온라인모임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볼 의지를 불태우는 후기가 잔뜩 올라와 있다.

 

온라인 한마당은 독서동아리 길잡이로 활약하고 있는 변미아, 최경화, 장시우, 김경희, 김현주 선생님과 독서동아리지원센터 윤진희 간사님이 이끌어주었다. 참여한 길잡이는 하나하나 눌러보며 기능을 익히며, 책모임을 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알게 된 방법을 모임에 알려주는 기쁨도 크다고 한다. 이들이 실습 과정에서 축적한 자료는 독서동아리 온라인모임을 위한 매뉴얼집으로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2020 전국 독서동아리 온라인 한마당

 

 

 

만나고자 하면 방법은 있다

 

전 세계인이 겪고 있는 초유의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서동아리 한마당도 현장용과 코로나 대비용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결국 내려놓아야 했다. 아쉬움 속에서 펼친 ‘온라인 한마당’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었고, ‘보이는 라디오’는 60명이 동시에 라이브방송에 들어와 공감 토크를 벌이면서 성황을 이뤘다.
기술은 이미 지역을 넘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다양한 길을 열어놓고 있으나,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맞이할 다음 세상 앞에서 조심스럽다. 가보지 않은, 알지 못하는 길에서 독서동아리는 손을 잡고 나아가는 시도를 했다. 결국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만날 것이다.
마주 잡은 손의 온기를 랜선으로도 느낄 수 있는 방법, 혹은 독서동아리 플랫폼 같은 새로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독서 컨퍼런스가 11월 마지막 주에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와 독서동아리’라는 주제로 우리 독서공동체의 방향에 대해 의논하는 랜선 공론의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오혜자(2020독서동아리활동지원사업 운영위원,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2020 독서동아리활동지원사업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청주에서 초롱이네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독서공동체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청주시가 기록문화창의도시로 지정된 계기로 ‘동네기록관’ 활동도 모색하고 있다. 누구나 읽고 쓰는 마을, 그 마을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도서관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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