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16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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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 전 천 권 읽기’,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이지유(중랑숲어린이도서관장)

 

2020. 11.


 

 

중랑구는 유아부터 노인 세대까지 생애주기별로 독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력인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은 중랑구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업 열기가 뜨겁다.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은 5세부터 7세까지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서 습관을 기르자’라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5세는 전두엽과 우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창의력과 정서발달에 가장 중요하며, 적절한 언어와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또한 창의력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종합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은 독서를 통해 언어와 사고,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이 사업은 2018년 중랑구의 대표도서관인 중랑구립정보도서관에서 시작하여, 중랑구 내 총 8,000여 명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2년 동안 진행된 사업은 기대와 달리 7.6%의 저조한 참여율로 600명에 그쳤다.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서관과 담당 사서의 열정은 있었지만, 구민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다시, 기획하자!

 

‘취학 전 천 권 읽기’는 현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운영이 가능한 기관을 선정했고, 중랑구 유일한 어린이도서관인 ‘중랑숲어린이도서관’으로 사업이 이관되었다. 필자는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자 현 사업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어린이도서관 사서와 참여자 의견을 수집하였다.

 

사업에 참여하는 부모님과 어린이도서관 사서의 의견은 동일하게 도출되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을 제기한 부분은 제한적인 참여 방법과 지속적인 동기부여 부재, 그리고 한 명의 사서가 8,000여 명의 아동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필자는 ‘취학 전 천 권 읽기’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여 구청, 도서관, 유관기관, 교육기관과의 천 권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하였다.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 인프라 구축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팀은 도서관 위탁기관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비롯하여 어린이도서관장과 실무 사서 여섯 명, 총 여덟 명으로 구성하고 한 달여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새로운 개편사업을 기획하였다. 개편된 내용으로는 먼저 중랑구민이라면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대하였다. 또한 독서 습관에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줄 수 있도록 씨앗(1~100권), 떡잎(101~300권), 새싹(301~500권), 꽃(501~700권), 열매(701~1,000권) 등 5단계로 달성목표를 세분화하여 매 단계 달성 시, 다음 단계로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닌,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독서기록장도 추가로 제작하였다.
그리고 사업에 필요한 BI, 슬로건, 캐릭터 등도 함께 제작하여 어린이들이 더욱 친숙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새롭게 디자인하였다.

 


사업 BI


사업 BI


캐릭터


캐릭터


문구 KIT


문구 KIT

 

 

중랑구는 현재 ‘책 읽기’에 열풍!

 

2020년 1월부터 ‘취학 전 천 권 읽기’는 여섯 개의 구립도서관은 물론, 열여덟 개의 공립 작은 도서관이 공동으로 운영하기 시작하였으며, 관내 위치한 어린이집, 유치원 등 260여 개 기관과 인프라를 구축하여 운영한 결과, 현재 참여자는 중랑구 미취학 아동 인구 대비 26.8%, 총 2,132여 명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천 권을 달성한 어린이는 현재까지 총 36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도서관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진행하였지만 천 권 읽기 사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은 높았다. 이와 함께 도서관이 아닌, 집에서 책을 읽고 즐기는 가족이 증가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가족 독서’로 연계되었다.

 

 

연도

[씨앗]

[떡잎]

[새싹]

[꽃]

[열매]

[달성]

합계

1~100권

101~300권

301~500권

501~700권

701~1,000권

1,000권

2018

295명

9명

4명

2명

1명

2명

313명

2019

129명

87명

33명

14명

9명

15명

287명

2020

1,937명

84명

57명

26명

9명

19명

2.132명

 

 

본 사업은 독서환경 조성과 함께 독서 운동을 확산하기 위하여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제공하고 있다. 책과 친숙해지고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만지作 꼼지樂’ 책 놀이 프로그램을 매주 수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독서 습관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자인 부모님을 대상으로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 연령에 따른 지도법’, ‘우리 집 독서환경 조성법’, ‘책으로 소통하는 법’, ‘영어 그림책 독서법’ 등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도서관에서 키우는 우리 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릴레이 강연을 매주 토요일에 운영하고 있다.
도서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하여 사서, 어린이 전문 교육가, 미취학 아동 학부모, 동화 활동가, 어린이 전문 서점 등을 대상으로 ‘천 권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주제별로 도서를 매년 100권씩 선정하여 추천 도서 목록을 제공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과 추천 도서 목록 제공으로 사업의 만족도와 참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타 구민의 이용 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 권 읽기 사업을 통해 다양한 기관과 이용자 간의 인프라를 구축하였다는 점과 정례화된 프로그램 운영, 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어린이의 긍정적인 독서 성장과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에 기인한 구전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하였다.

 

지난 8월, 천 권을 달성한 참여자를 격려하고 앞으로도 독서 습관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상식’을 개최하였다. 시상식은 여느 어린이 행사와 달리 질서를 잘 지켜준 참여자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시상식 외에도 천 권 달성자와 함께 달성자가 추천하는 도서를 소개하는 ‘명예의 전당’을 게시하여 아직 참여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독서를 독려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천 권을 달성한 어린이가 추천한 도서가 사서나 선생님, 부모님이 추천한 도서보다 도서관 내 이용과 대출률이 높다.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


천 권 시상식(좌), 천 권 포토존(우)


천 권 시상식(좌), 천 권 포토존(우)

 

“이젠 유튜브는 거의 안 하고 게임 생각도 많이 안 나요, 이젠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요!”
- 2019년 천 권 달성자 차윤건(8세)

 

“책만 읽고 끝내서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이제 기록할 수 있는 기록장과 함께 아이들의 독서 나이테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
- 개편 전,후 사업을 모두 참여한 김지후(7세)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을 통해 어린이 도서 매출도 상승했습니다.”
- 중랑구 어린이 서점

 

“취학 전 천 권 읽기를 끝내고 나니, 취학 후가 걱정이에요. 취학 아동을 위한 ‘포스트 천 권’도 만들어 주세요!”
- 2020년 천 권 참여자 학부모님의 의견

 

 

전국의 미취학 아동이 함께 책 읽기를 희망하며!

 

모든 독서 운동이 그렇듯 본 사업도 처음부터 순조롭진 않았다. 많은 민원이 있었고, 때론 아동 전문가에게 아동 학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순조롭지 못한 출발이었으나, 책 읽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책과 사람의 가교역할을 하는 사서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열정, 참여자와의 소통,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유관기관과의 인프라 구축 등 모든 구성요소가 하나가 되어 중랑구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었다. 중랑구는 중랑구 미취학 아동의 70% 이상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2021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독서로 성장하는 중랑구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취학 전 천 권 읽기’ 독서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파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여자 후기

부모가 주는 가장 큰 선물 ‘취학 전 천 권 읽기’

 

올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놀면서 내가 ‘들려주는 독서’를 많이 했는데 ‘학습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책에 조금은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아이는 유아 시절의 독서 습관으로 책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책 읽어주기’였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도 도서관이 가까운 곳을 택하고, 유치원에서 하원하면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 주었다. 그러던 중 여섯 살 무렵 ‘취학 전 천 권 읽기’에 대한 도서관의 문구를 보게 되었다. “취학 전 천 권 읽기,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는 문구가 내 생각과도 같아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취학 전 천 권 읽기’에 도전했다. 혹시나 도장을 받기 위한 독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아이는 독서여권과 독서기록장에 읽은 책을 채워가는 재미를 느끼며 스스로 책을 찾아 읽었다. 유아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에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은 유익한 사업인 것 같다. 유아용 도서는 대부분 그림책이라서 부모와 아이 모두 부담 없이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때론 스토리만 읽어 주는 엄마와 달리 아이 스스로 그림을 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해 말해 주기도 하고 엄마와는 다른 해석을 보여 주어서 깜짝 놀라게 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무릎에 아이를 앉혀 놓고 같은 방향으로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부모가 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추억인 것 같다.

 

- 2019년 천 권 달성자 장민준 엄마 김선영 〈7월 중랑소식지 게재〉

이지유(중랑숲어린이도서관장)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서관 경영을 공부하고 있는 18년 차 사서이다. 중랑구의 다양한 생애를 대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 중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동화 활동가, 독서토론 리더를 양성하여 '책 읽는 중랑'을 활성화하는데 기반을 조성하였다. 현재는 ‘취학 전 천 권 읽기’ 사업을 진행하며, 중랑숲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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