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 2020. 12.
만족도 높은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0. 12.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
경기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지역서점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제는 〈경기도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2016.11.8. 제정, 이하 ‘경기도 지역서점 조례’)에 시행 근거를 둔다. 경기도에 있는 지역서점의 경쟁력 강화와 복합문화 공간화로 책 읽는 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조례의 목적이다. 조례 제4조 제3항은 도지사의 책무로 “도지사는 경기도 교육감 및 시장‧군수들과 협력하여, 완전한 도서정가제 정착 및 지역서점 우선 구매 정책을 시행하고 필요한 예산 지원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까지 규정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는 정가의 15% 이내 직‧간접 할인을 허용하는 도서정가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경기도 지역서점 조례는 할인 없는 도서정가제와 지역서점 중시를 명확히 하며 한걸음 앞서가고 있다.
‘지역서점 조례 시행을 통해 서점들이 실제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인증받은 소매 서점만 도서관 납품 자격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도서관에 대한 도서 납품 자격은 누구나 가능한 상황이어서, 매장이 있는 서점이 아닌 곳에 납품 자격 제한의 문턱을 만들 수 있는 유력한 정책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역서점 조례에서 ‘지역서점 우선 구매 정책’을 언급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도서관이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에 포함되면서 모든 서점의 납품 조건이 10% 할인 및 5% 마일리지 적용(선택적)으로 동일해지고, 최저가 입찰제 대신 지역서점 구매가 확산된 지금의 환경도 그와 같은 서점의 기대를 키운 배경이다. 실제 매장을 갖춘 오프라인 서점을 인증함으로써 매장이 없는 도서 납품 업체(서점계에서는 ‘페이퍼 컴퍼니’라 부른다)를 걸러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법정 할인 한도가 축소되면서(18개월이 경과한 구간 도서는 무제한 할인, 신간 도서는 마일리지 포함 19%까지 할인이 가능하던 것이 신‧구간 모두 직‧간접 할인율 15%로 제한됨) 개성 있는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점문화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지역서점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조례가 제정되기 시작했다. 지역서점 인증제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2015년 7월 처음 도입한 이래 2016년에 창원시, 2018년도에 경기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서점 조례가 제정된 곳은 2020년 12월 초 현재 광역지자체 14개, 기초지자체 36개이지만, 실제로 인증제를 시행하는 곳 중 광역지자체는 경기도가 유일하다. 또한 여러 지역서점 인증제 중에서도 가장 잘 운영되고 있고 공신력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경기도 지역서점 현황과 인증제를 포함한 정책 만족도 조사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경기도 지역서점 실태조사 및 활성화 방안〉은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연구용역으로 (재)한국출판연구소가 수행한 보고서로, 지난 11월 초에 경기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에 전문이 실렸다(해당페이지 바로가기).
올해 상반기 74.6%의 지역서점에서 전년 대비 31.3%의 매출액 감소
〈경기도 지역서점 실태조사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는 시행 3년 차를 맞이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와 지역서점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7월 경기도 내 지역서점 전수 조사를 시행했다. 경기도 서점 수는 2017년 310개에서 2019년 334개로 증가하여 광역지자체 가운데 서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2020년 7월 기준으로 체인서점과 기업형 중고서점 등을 제외한 지역서점 수는 340개 정도인데, 폐업한 곳 등을 제외한 유효 조사대상 322개 서점 가운데 258개 서점이 응답하여 80.1%의 조사 응답률을 나타냈다.
조사 결과에서 먼저 일반 현황과 영업 현황을 살펴본다. 응답한 서점의 유형은 여러 분야의 도서를 취급하는 ‘종합서점’이 90.6%, 특정 분야 도서만 취급하는 ‘특성화서점’이 9.4%였다. 서점 규모는 평균 212.2㎡(64.3평)이었고, 이 가운데 도서 매장의 비율은 84.9%였다. 지역서점에서 취급하는 도서 종수는 평균 12,580종, 평균 보유 부수는 30,865부였고, 82.5㎡(25평) 이하 서점에서는 평균 4,635종의 책을 9,067부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매장 소유 형태는 자가 소유가 22.5%, 임대가 77.1%(이 가운데 월세가 62.8%)였고, 평균 세 명의 종사자(직원 2.4명, 아르바이트 0.4명)를 두고 있었다.
아직까지 지역서점의 인터넷 활용이나 문화 프로그램 개최는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복수 응답으로 알아본 인터넷 활용률은 ‘SNS’(30.9%), ‘카페/블로그 운영’(24.5%), ‘전자상거래(종이책 판매)’(14.9%), ‘홈페이지 운영’(11.7%) 순이었고 인터넷 활용을 전혀 하지 않는 곳도 41.0%나 되어 디지털 환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해 기준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한 곳은 25.6%이며, 평균 5.5회 개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개최한 곳만을 기준으로 보면 연평균 21.7회로 한 달에 2회 정도 프로그램을 개최했지만, 전체적으로 3/4의 지역서점은 문화 프로그램 개최에 소극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응답 지역서점의 2019년 연매출액 평균은 4억 원 정도였고, 이 가운데 출판물 매출 비중이 8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오프라인 서점 매출액 감소가 큰 것으로 알려진 올해는 어땠을까.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감소’가 74.6%로 전체 응답 서점의 2/3에 달했다. 이들 서점의 매출 감소율은 평균 31.3%였다. 매출이 작년과 ‘비슷’(16.2%)하거나 ‘증가’(9.2%)했다는 서점은 적었다. 소수이지만 매출이 증가한 서점은 10년 이내에 설립된 서점, 특성화서점, 소규모(1인 운영)서점 등이었다. 경기도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효과로 5~6월에는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경영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경기도 지역서점을 찾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2019년 기준으로 평일 110명, 휴일 130명 정도로 서점 규모에 따른 차이가 컸다. 고객층의 구매 비중은 여성(65%)이 남성(35%)보다 훨씬 많았고, 연령별로는 청소년(35.2%) 〉 40~50대(26.5%) 〉 20~30대(18.9%), 어린이(13.6%) 〉 60대 이상(5.7%) 순이었다. 지역서점은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및 마일리지 제공을 어느 수준에서 할까. 82.7%의 서점에서 약 10% 수준의 할인 또는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기관 판매’의 비중이 34%로 상당히 높게 나타난 점이다. 이 수치는 일반독자 구매 비중이 66%라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도서관 납품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지역서점이 나라장터(96.8%)와 학교장터(82.1%)에 가입하고 있었고, 2019년 납품 실적을 보면 공공도서관에 평균 6.7건(4,400만 원), 학교도서관에 평균 5.8건(2,600만 원), 기타 1.2건(746만 원)으로 집계되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기관 판매 실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외부 납품 시 간접할인(5% 마일리지) 제공 여부도 서점마다 달라서 ‘마일리지 제공’(29.7%), ‘상품권 제공’(11.4%) 등도 있지만, 간접할인이 없다는 곳도 33.1%로 나타나 지역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응답 서점의 73.7%가 “인증제 필요”, 지원정책 만족도도 1위
경기도 지역서점 조례는 지역서점을 ‘경기도에 주소와 매장을 두고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소기업자가 경영하는 서점’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른 인증 요건으로 방문용(오프라인) 매장 운영, 사업자등록증의 사업 종류가 소매서적업이면서 도서 판매를 주종으로 할 것, 1년 이상 경기도에서 영업하고 있는 곳,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서점(학원 또는 납품 위주 서점이나 종교서적, 어린이 전집 할인매장 등은 제외)이라는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곳에 한해 현장 실사와 위원회 심사를 거쳐 2년 한도의 인증서를 발급한다. 반기별로 진행되는 지역서점 인증 심의 결과 현재까지 총 332개 서점이 인증을 받았다. 지난 11월 20일 공고한 2020년 하반기 지역서점 인증에서는 인증 갱신 서점이 56개였고, 신규로 인증받은 곳이 32개였다. 인증 서점이 많은 지역은 고양시(32개), 수원시(31개), 성남시와 용인시(각각 20개), 파주시(17개) 순이다.
현행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는 조례에서 규정한 지역서점 인증 기준의 부합 여부로 판단하는 ‘형식 인증’ 성격이 강하다. 즉 ‘품질 인증’이나 ‘우수 서점’의 의미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증서를 도서관 납품 자격 요건 등으로 활용하는 장점은 있지만, 서점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례의 규정과 달리 경기도에서 정책 수단으로써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점도 역시 충분치 않다. 인증 서점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인증제도 자체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 결과,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응답자가 93%, 미인증 서점이 7%였다. 인증제는 주로 공공도서관 납품(74.7%)과 학교도서관 납품(47.1%)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경기도의 서점 지원 사업’(31.2%), ‘서점 홍보’(30.0%)에 활용되었다(복수 응답). 다수의 기초지자체에서 지역서점 인증 여부를 공공도서관 납품에 활용하는 반면, 교육청 소관인 학교도서관은 활용도가 낮은 현실을 보여준다. 지역서점들은 인증제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73.7%) 〉 ‘보통’(21.3%) 〉 ‘불필요’(5.0%) 순의 의견을 나타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기도 이외의 민간(한국서점조합연합회), 기초지자체에서 지역서점 인증을 받는 곳도 있는데(민간 인증 비율 33.7%, 시군 인증 비율 7.2%), 이에 비해 경기도 인증 비율이 95.6%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활용도 역시 경기도 인증제가 10점 만점에 7.2점으로(민간 5.7점, 시군 6.7점) 가장 높았다.
또한 그간 경기도가 시행한 일곱 가지 지역서점 지원 사업 중 지역서점 인증제가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책 지원 사업 중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사업은 경기도에서 혁신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경기도 지역서점은 정책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할 서점 활성화 지원 정책으로 ‘지역서점 인증제의 지속적인 시행과 개선’을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았다. 2순위까지 포함한 종합순위로 보면 ‘도서관 등에 정가 납품’(47.1%), ‘지역서점 인증제의 지속적인 시행과 개선’(40.1%), ‘동네서점 이용 촉진 홍보 마케팅’(27.6%), ‘경기도 동네서점 상품권의 활성화’(26.1%), ‘서점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18.7%), ‘지역서점의 문화 행사 개최 지원 확대’(18.3%) 순이었다. 서점들이 지자체의 정책에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는 응답 내용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방형 의견에서도 지역서점 경영자들은 ‘인증제의 실효성 확보’를 가장 큰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아직까지 각종 도서관, 특히 학교도서관에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서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증제를 만들었으면 확실하게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보고서는 위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의 발전을 위해 가칭 ‘경기도 문화활동 우수 서점’, ‘경기도 독서동아리 활동 우수 서점’ 등을 새로운 인증제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지역서점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문화활동 및 독서동아리 지원, 특성화 서점 지원, 지역 작가의 발굴을 위한 창작 공간화 지원 사업인 가칭 ‘경기창작소’ 운영, 지역서점과 도서관 연계 사업 추진, 지역서점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서점 및 지역의 책 생태계 지원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지역서점 지원 정책에서 가장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경기도의 인증제도를 비롯한 모든 지원 사업들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예산 증액에 기반한 사업의 양적 확대와 내실화가 긴요하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서점계의 자구 노력이다. 도서관의 희망도서 지역서점 바로대출 제도(2015~ 용인시 등), 공공기관의 지역서점 우선 구매 정책(2016~ 경기도 등),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지역서점의 생활문화시설 인정(2018),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2019), 도서정가제 개정에 따른 도서관 납품 시 간접 할인율 5% 폐지(2021 시행 예정), 시민의 지역서점 구매 지원(순천, 성남, 대전 등)과 같은 일련의 제도적 지원은 어디까지나 서점 활성화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서점은 시민이 책과 만나고 이웃과 어울리는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SNS, 앱 등)을 활용하고, 다양한 지역 맞춤형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협업과 경쟁 속에서 수익 모델을 다져 나가야 한다. 서점 홍보와 활동, 판매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협업 플랫폼 시도는 서점계의 가장 큰 과제이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매력적인 서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어야만, 완전한 도서정가제의 실현과 지속 가능한 서점상의 정립이 가능해질 터이다. 결국 서점인들 하기 나름에 따라 서점 지원 정책도 수동태(受動態)가 아닌 능동태(能動態)로, 지역서점은 온라인을 뛰어넘는 도서 구입 채널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현재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한국출판학회 부회장, 경기도 지역서점위원회 위원장이다. 서점의 날(11월 11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서점주간(서울시), 경기도 동네서점 상품권(경기도)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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