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 2021. 09.
중국 수출 세금 관행의 문제점
이정순(가나출판사 에디터)
2021. 9.
중국 수출 원천세, 왜 너네만 다른데?
대부분의 출판사에서―국내 저자의 책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라면, 특히나 어린이책을 출간하고 있는 곳이라면―중국 출판사와 저작권 수출 계약을 맺어본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때 혹시 선인세가 입금될 때 자동으로 차감되는 원천세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 없었나?
나에게 중국 수출 시 적용되는 원천세율은 좀 이상한 것이었다. 우리가 해외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을 때, 그 계약이 저작권을 수입하는 것이든 수출하는 것이든, 보통 계약금에 해당하는 ‘선인세’에서 양국이 정해 놓은 세율을 적용한 ‘원천세’를 공제한 금액을 송금하든지 입금 받든지 한다. 그리고 저작권을 수출할 때 적용되는 원천세율은 일본 10%, 대만 20%, 태국 5%, 베트남 10%, 인도네시아 15%와 같은 식으로 대개 나라마다 그 숫자가 고정되어 있다. 즉, 특정 국가와 계약할 때 나라별로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 저작권을 수출할 땐 이 숫자가 계약 시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15.XX%부터 16.XX%의 사이에서 이 XX에 해당하는 숫자가 제멋대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에이전시에 물어보면 답은 똑같았다. 중국은 지역마다 지방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저작권 계약을 맺는 출판사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자신들도 매번 계약할 때마다 중국 출판사에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중국 각 지역별로 원천세율이 정리된 표 같은 거라도 있다면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것만 보고 확인해도 되니 명확하고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좀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중국 세법이 그렇다는 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니, 중국에 우리 책을 팔고 싶으면 이상해도 그들의 원천세 계산법을 따를 수밖에.
한편으론, 중국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를 금지하고 그 대신 자국의 플랫폼인 유큐나 웨이보를 이용하게 하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룰로 돌아가는 나라이니, 원천세율에 대한 원칙이 이렇게 다른 것도 지극히 중국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명쾌하진 않지만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며 중국과 계약을 진행해 왔다.
중국에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낸 거였다니!
그동안 따라온 중국 수출 원천세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 인식하게 된 건 작년 말이었다. 다른 회사에서 저작권 수출 업무를 하고 있는 옛 동료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런 말을 들었다.
“팀장님, 요즘 중국에 수출한 거 있어요?”
그 후, 원천세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에서 희미해졌을 때쯤, 드디어 중국에서 신규 오퍼가 들어왔다. 연초에 재계약 건이 있긴 했지만, 그건 기존 계약 조건을 이어가며 기간만 연장하는 거라 원천세율을 새로이 적용하자는 말을 하지는 못했었는데, 이번이 기회다 싶었다. 오퍼를 보내온 에이전시에게 10% 원천세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들었다며 중국 측과 상의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에이전시도 중국 출판사도 그런 경우는 들어본 적 없다는 말이었다.내가 법률을 정확히 파악한 게 아닌 데다, 오랜만에 들어온 계약이고 조건도 괜찮은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그냥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도 편한 쪽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생각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정확하게 알아보고 다음 계약부터는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치 ‘너의 궁금증을 내가 해결해줄게’라고 하듯, 꼭 필요한 강의 소식을 담은 메일이 도착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도서 출판 저작권 수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데 하필 그 주제가 ‘중국과 출판 저작권 계약 시 알아야 할 세무 및 법률’이었던 것이다.
6월 18일 진행된 도서 출판 저작권 수출 온라인 강의
법률 용어, 그것도 세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직청직해가 되지 않아 다시 살펴보아야 했지만, 강의를 통해 내가 이해한 핵심은 이러했다.(강의 들었던 내용 중 저작권 수출 계약에 적용되는 원천세율은 도대체 얼마인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분만 요약해서 내 언어로 정리해본 것이니,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해당 강의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기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S2xVxa3rA
1.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거래를 할 때 관련되는 세금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고, 그동안 중국으로 저작권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중국에서 이 세 가지 세금을 원천세로 공제해 왔다.
① 부가가치세② 지방세③ 기업소득세
2.
하지만 이 중에서 부가가치세는 매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으로, 저작권 수출 계약의 경우 중국 출판사가 매입자인 셈이므로 중국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 해당한다.
3.
지방세는 그간 중국 측에서 이야기했듯, 계약하는 중국 출판사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도시유지보호건설세, 교육비, 지방교육비를 더해 정해지는데 계산이 너무 복잡하여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4.
소득세는 한중조세조약에 따라 10% 징수세액을 적용한다.
5.
앞서 1번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중국 출판사에 저작권을 수출할 때 중국 측 주장에 의거하여 세 가지 세금을 원천세로 공제해 왔는데, 백번 양보하여 그들의 논리대로 계산을 하더라도 원천세율은 중국 출판사의 주소지에 따라 아래와 같이 세 가지 경우를 벗어날 수 없다.
6.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한국 출판사가 부담해야 하는 몫이 아닐뿐더러, 한중조세조약 12조 제2항의 “부과되는 조세는 사용료 총액의 10%를 초과하지 아니 한다”는 내용에 의거, 바람직한 원천세율은 다음과 같이 지역 상관없이 10%라고 한다.
결국, 그동안 우리는 중국 측의 잘못된 주장에 따라 내지 않아도 되는 5.XX%~6.XX%의 세금을 중국에 더 내고 있었던 셈임을 그 강의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중국 출판사가 내야 할 세금이 한국 출판사가 내야 할 세금으로 둔갑하였던 거다.) 어떤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주장의 근거도 얻고 나니, 다음 계약에서는 이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정당한 세금만 내겠다고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함께’할 때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다
배운 내용을 적용해볼 기회는 곧 찾아왔다. 게다가 이번엔 꼭 10% 원천세를 관철시켜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를 정도로 금액이 큰 계약 건이었다. 30권짜리 시리즈에 대한 오퍼였다.
우선 나에게 원천세에 대한 문제를 알려주었던 옛 동료에게 연락해 10% 원천세로 계약한 사례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그사이 그렇게 진행한 계약이 있다고 했다. 반발하는 곳도 있지만 오래 걸려도 설득해서 정당한 원천세만 내고 진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거다. 누군가 한 번 지나간 적 있는 길을 가는 건 훨씬 수월한 것이기에, 그럼 그 회사 사례를 언급하며 원천세율 조정을 요청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오퍼를 전달해준 에이전시 담당자에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온라인 강의 화면 중 기존 원천세율이 왜 잘못된 건지 설명하는 부분들을 캡처해 보내면서 이미 타사에서 그렇게 진행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잘못된 거고, 한국에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부가가치세를 그동안 중국 출판사를 대신해 내온 셈이니 지금부터라도 정당한 세금만 낼 수 있게 권리자인 우리를 대신해 설득해 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 에이전시에서도 그런 사례가 딱 한 번 있다고 했고, 최대한 설득해보겠다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결국 내가 요구한 대로 원천세율을 10%로 조정하는 데 중국 출판사가 동의했다는 연락이 왔다. 연이어 다른 5권짜리 시리즈에 대해서도 중국에서 오퍼가 들어왔는데, 에이전시는 달랐지만 직전에 했던 계약 건을 사례로 들어 원천세율 조정을 다시 요청했다. 이번에도 설득이 통했다. 그리고 결국 이 두 건의 계약을 통해 자칫 중국에 더 냈을 뻔했던 약 500만 원 정도의 원천세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우리 사례를 〈출판N〉에 기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전문 지식을 갖춘 것도 아닌 내가 세법 이야기를 해도 되나, 이런 TMI(Too Much Information) 같은 우리 회사 이야기를 써도 되나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한 이유는 하나다.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바꿔나가기 위해선 다른 출판사들도 연대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행을 깨고 원천세를 10%로 조정하는 계약을 진행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에이전시 실장님에게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이런 강의를 들었고, 그걸 계기로 우리도 원천세율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출판사들은 이런 부분을 잘 모르니 에이전시에서 중간에 이렇게 조정될 수 있도록 먼저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는 없으시겠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리자인 에이전트는 권리자가 요구하는 것만 이야기할 수 있지 먼저 나서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권리자인 출판사들이 먼저 원천세율 조정 요청을 해야 대리인으로서 에이전시에서도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지든 받아들여지지 않든 계속 시도해야 중국도 거부하는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 말이 생각나서 이 원고를 쓰게 됐다.
나에게 처음 중국 원천세 이야기를 해준 나의 옛 동료처럼 이미 문제를 인지하고 정당한 세금만 내면서 수출을 하는 곳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은 얼마 전의 나처럼 관행으로 적용해 온 원천세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계약을 진행하는 단계에서 누군가 “이게 맞는 거니 이렇게 하세요.” 하고 귀띔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는 않으니 우연히 이 글을 보았다면, 다음에 중국 수출을 진행할 땐 불필요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꼭 원천세율 조정을 요구해보기 바란다. 위에 있는 내용을 근거로 하고, 필요하다면 가나출판사를 사례로 언급하면서 말이다. 조금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어쩌면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답변을 듣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그다음 계약에서 또다시 시도해나가는 것을 우리가 함께하다 보면 언젠가는 당연하게 원천세율 10%를 계약서에 적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정순(가나출판사 에디터) 주 업무로 인문과 에세이 분야의 책을 기획/편집하고 있고, 부 업무로 저작권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취미 삼아 북클럽을 여러 개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