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4  201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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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EU 저작권법의 내용과 그 함의

 

 

 

조영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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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 3월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공식명칭은 ‘The Directive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이다. 엄밀히는 회원국들이 입법에 반영해야 하는 지침(Directive)이지만, 이를 어기는 회원국에게는 제제가 따르므로 사실상 ‘EU 저작권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개정법은 2018년 6월 20일에 완성 초안이 제출되었고 협의와 수정을 거쳐 2019년 3월 26일 유럽의회에서 가결되었다. 개정법이 EU 이사회(Conucil of European Union)의 승인을 얻으면 공식적으로 발효되는데, 그 경우 EU 회원국은 2년 이내에 국내법 개정을 통해 그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1. 주요 개정내용

 

개정법의 내용을 그 중요도에 따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플랫폼 사업자의 저작권 침해물에 대한 조치의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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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제17조(초안 제13조)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저작권자로부터 침해 게시물의 지목이 있으면 신속히 이를 제거하고 장차 게시가 반복되지 않도록 효과적이고 비례적인 조치를 즉각(expeditiously) 취할 의무를 진다. 나아가 영상저작물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대량으로 자동 복제하거나 이용하는 사이트의 운영자는 해당 저작권자의 요청에 따라 그 이용에 상응하는 실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플랫폼 사업자는 게시되는 콘텐츠 가운데 저작권 침해물에 대해 업로드 필터링을 해야 하며, 이 의무를 합리적인 정도로 이행하지 않으면 침해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설립 후 3년 미만이거나 연 매출 1000만 유로 미만인 사업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밖에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온라인 오픈마켓,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처럼 정보의 공유를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플랫폼들도 예외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인용, 비평, 연구, 패러디, 페스티쉬 등 비영리 목적의 이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에 대해 업로드 필터링을 해야 하며, 그 때문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콘텐츠가 사전검열의 대상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 앞서 본 대로 플랫폼 사업자의 업로드 필터링은 기본적으로 저작권자에 의해 침해물로 지목된 것에 대해 이루어지며, 패러디, 페스티쉬 등 사적 이용은 침해면제 사유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었던 밈(meme) 작업의 상당수 역시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는 가용한 기술적 능력의 범위에서 침해물의 게시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best effort)’을 해야 하기 때문에(제17조 제4항),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업로드 필터링이 수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2) 플랫폼 사업자의 뉴스 공급업자에 대한 이용료 지급의무

 

개정법 제15조(초안 제11조)에 따르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뉴스 콘텐츠의 이용 시 뉴스 공급업자(publisher)에게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두고 마치 플랫폼 사업자가 방문자들을 뉴스 사이트에 링크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하게 된 것처럼 받아들여 ‘링크세(link-tax)의 도입’이라고 부르는 예가 많지만, 개정법은 하이퍼링크를 적용 대상에서 명백히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제15조 제1항) ‘링크세’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아울러, 뉴스에 쓰인 개별 단어나 매우 짧은 문장을 이용하는 것은 허용되는데, 대체로 헤드라인 정도는 이 범주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를 넘는 정도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뉴스 공급업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권리의 대상이 되는 뉴스는 공개일로부터 2년 이내의 것들에 한한다(제15조 제4항). 콘텐츠의 이용 대가를 지급 받은 공급업자는 그중 저작자의 공헌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저작자에게 분배해 주어야 한다(제15조 제4a항). 한편, 2014년 스페인 당국이 뉴스에 대한 링크 시마다 뉴스 공급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하자 구글은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한 바 있다. 그 결과 뉴스 공급자 사이트에 대한 트래픽 감소로 뉴스 공급자들이 오히려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텍스트ㆍ데이터 마이닝(TDM)을 위한 저작물 이용의 한계(제3항)

 

인공지능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ㆍ학습하고 그를 기초로 판단ㆍ예측을 수행한다. ‘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TDM)은 빅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특징들을 추출하고 정보를 캐내는 일련의 작업을 말한다. 이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 절차이지만, 대상이 되는 자료들 가운데 저작물도 포함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일본, 유럽의 각국과 미국은 이미 저마다 입법과 판례 등을 통해 TDM의 적법성과 허용범위를 규율해 오고 있는데, 개정 저작권법은 유럽에서 허용되는 TDM의 한계를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즉, ‘연구기관’이 행하거나 ‘과학연구의 목적으로’ 행하는 ‘비영리 목적’의 TDM만을 저작권 침해의 예외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4) 교육목적 디지털 저작물의 이용(제4항)

 

개정법 제4항은 교육기관 내, 그 감독을 받는 곳 또는 그 교육기관에 소속된 학생이나 구성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 인터넷 환경에서는 비상업적ㆍ교육적 목적으로 저작물을 디지털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그 저작물이 교육 관련 시장에서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고, 교육기관이 해당 저작물의 이용을 위해 적절한 라이선스를 받는 것이 가능하였다면 예외로 한다는 점 및 이용 보상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2. 찬반론 및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제15, 17조를 중심으로 하는 이번 개정의 핵심이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익을 저작권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재배분하는 데 있는 만큼, 대체로 저작권자 그룹은 개정을 환영한다. 반면, 구글과 유튜브, 트위치, 레딧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나 게임ㆍ영상물 등 기존 저작물 또는 그 2차적 저작물의 업로드로 이익을 얻는 업체들 그리고 밈ㆍ리믹스 등 기존 저작물의 변형물을 창출하는 이용자 그룹은 강력히 반대해 왔다. 그 주된 논거를 요약하면, 인터넷 플랫폼 업체가 업로드 필터링을 통해 저작권 침해물을 모두, 정확히 걸러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1) 침해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필터링 수준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라이선스가 가능한 대규모 콘텐츠 저작권자들의 안전한 콘텐츠만을 서비스의 대상으로 할 우려가 있으며, 2) 그 결과 메이저 플랫폼 업체의 이익모델이 감소함은 물론, 플랫폼에 저작물의 게시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 주체들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고, 3) 인터넷 콘텐츠의 빈약을 초래함은 물론, 패러디, 리믹스, 밈 등 사적 창작이 제한되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아울러,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상당수가 유럽에 몰려 있어 개정법으로 인해 야기되는 위축 효과의 실질적 규모가 크고, 향후 유럽 이외의 나라들이 이번 입법모델을 추종하여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생각건대, 개정 저작권법은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데다가 각국의 입법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2년이라는 기간이 남아 있다. 또한 규정에 다양한 해석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많으며, 입법 시 각국의 고유한 사정이 고려될 가능성 또한 높아서 당장 그 여파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법역에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포털에 의한 뉴스 제공만 보더라도 구글과 달리 네이버 등 우리나라의 포털은 대부분 사전 계약을 통해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 배열의 편집권이나 노출 순위 등에 대한 갈등에 비하면 저작권 침해나 콘텐츠 이용 대가 지급을 둘러싼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아울러, 개정 저작권법 제15, 17조의 내용 설명이나 파급효과 예측에는 반대그룹의 이해(利害)가 크게 반영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구글 등 플랫폼 업체가 개정법에 따라 엄격한 라이센스 정책을 취하고, 라이센서인 콘텐츠 업체들이 유럽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을 관철한다든지, 구글 등이 유럽에서 적용되는 필터링의 기준을 다른 법역에도 적용한다면 반사적으로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미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TDM의 허용과 저작권과의 충돌 문제에 관해서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규정조차 없는 상태이므로, 개정법을 유럽 각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의 향후 입법에 고려하거나 TDM 과정에서 저작권과 마찰이 생기는 사건의 판단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목적 디지털 저작물의 이용(제4항)은 규정에 사용된 용어의 의미나 적용 대상 등에 아직 불명확한 점이 많고 개정 과정에서 다툼도 많았던 만큼, 각국의 입법을 거쳐야 그 모호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저작물이 교육 관련 시장에서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고 교육기관이 해당 저작물의 이용을 위해 적절한 라이선스를 받는 것이 가능한 사정을 예외로 삼고 있는 점은 우리 저작권법 제25조에는 없는 내용이어서 향후 관심 있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콘텐츠 로고들

 

요컨대, 이번 EU 저작권법의 개정이 주는 가장 큰 시사는 저작권 집행의 주된 타겟이 직접침해자로부터 간접침해자로 옮겨가는 일관된 흐름과 그 구체적 모습이다. 사실, 저작권자가 개별 직접침해자 대신 그런 ‘수단이나 기반’을 제공하는 간접침해자를 겨냥한 역사는 오래되었다. 이 점에서, 개정법이 그런 간접침해자의 외연을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 패러다임에 따르면 이른바 ‘ISP’로 분류되는 상당수의 플랫폼 사업자는 오히려 일정한 요건을 준수하면 저작권 침해 책임으로부터 면제되는 ‘보호의 객체’로 취급되어 온 면이 있다(우리 저작권법 제6장 참조). 그러나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저작권 침해의 양상, 그에 기반한 수익모델, 수익의 귀속 주체와 규모가 달라지고 있으며, 이를 통제할 기술적 수단들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공룡처럼 거대해진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빠르게 책임 추궁의 새로운 대상으로 삼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영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지적재산권법을 연구, 강의하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특허법원 등의 판사로 근무하였으며 저서로는 〈지적재산권법/박영사〉, 〈특허법 2.0/박영사〉가 있다. 네덜란드 출판사 Wolters Kluwer의 International Encyclopdia of Law 중 대한민국 지적재산권법 부분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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