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37  202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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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PA 출판산업 동향]
2022년 상반기 KPIPA 발행 통계 및 심층 분석
- 한국 소설의 약진

 

 

 

표정훈(출판평론가·작가)

 

2022. 10.


 

(1) 출판 동향

 

가) 통계 분석

 

 

① KPIPA 발행 종수 개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국립중앙도서관 등의 관련 자료를 취합하여 정리한 발행통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신간도서 발행 종수는 총 41,107종으로 전년 동기(2021년 상반기) 39,150종 대비 5.0% 증가했다. 전기 2021년 하반기에 비해서는 6.6% 증가했다. 2019년 상반기~2021년 상반기 2년 사이 8.0%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2020년 이후 팬데믹 상황 속에 발행 종수가 비교적 많이 줄어 2년 연속 비슷한 발행 종수를 보이다가 2022년에 들어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상반기 발행 통계

(단위: 종, %)

상위 분류

기본 분류

발행 종수

전년 동기 대비

전기 대비

2020년 상반기

2020년 하반기

2021년 상반기

2021년 하반기

2022년 상반기

증감 수

증감률

증감 수

증감률

유아동

유아

1,565

1,894

1,633

1,514

1,505

-128

-7.8

-9

-0.6

아동(어린이)

2,246

1,936

1,425

2,687

2,180

755

53.0

-507

-18.9

소계

3,811

3,830

3,058

4,201

3,685

627

20.5

-516

-12.3

교육

초등학습

1,710

2,218

1,409

1,579

1,401

-8

-0.6

-178

-11.3

중고학습

1,706

2,177

1,656

1,992

1,904

248

15.0

-88

-4.4

외국어

825

761

1,114

653

580

-534

-47.9

-73

-11.2

취업/수험서/자격증

5,775

4,175

6,264

4,371

7,872

1,608

25.7

3,501

80.1

소계

10,016

9,331

10,443

8,595

11,757

1,314

12.6

3,162

36.8

문학

소설

2,978

3,088

2,687

2,896

2,522

-165

-6.1

-374

-12.9

시/에세이/희곡 등

3,659

4,904

3,985

5,160

4,111

126

3.2

-1,049

-20.3

소계

6,637

7,992

6,672

8,056

6,633

-39

-0.6

-1,423

-17.7

인문

철학/심리

1,024

896

920

853

914

-6

-0.7

61

7.2

역사/문화

884

1,166

913

1,166

971

58

6.4

-195

-16.7

종교

2,409

2,558

2,149

2,410

2,413

264

12.3

3

0.1

기타 인문학

984

1,389

1,136

1,337

1,117

-19

-1.7

-220

-16.5

소계

5,301

6,009

5,118

5,766

5,415

-243

-4.0

648

12.7

예술/대중문화

예술/대중문화

2,013

2,019

2,882

2,346

2,515

-367

-12.7

169

7.2

실용

자기계발

666

721

842

733

781

-61

-7.2

48

6.5

가정/생활

353

486

432

379

322

-110

-25.5

-57

-15.0

요리/취미

447

546

454

354

415

-39

-8.6

61

17.2

건강/스포츠/레저

503

472

550

416

477

-73

-13.3

61

14.7

여행

302

259

198

271

311

113

57.1

40

14.8

소계

2,271

2,484

2,476

2,153

2,306

-170

-6.9

153

7.1

사회과학

정치/사회

2,511

2,193

2,310

2,279

2,911

601

26.0

632

27.7

경제/경영

1,883

1,629

2,123

1,751

1,959

-164

-7.7

208

11.9

소계

4,394

3,822

4,433

4,030

4,870

437

9.9

840

20.8

과학기술

IT/컴퓨터

808

666

967

725

721

-246

-25.4

-4

-0.6

자연과학

460

475

604

486

535

-69

-11.4

49

10.1

기술공학

2,503

1,882

2,497

2,216

2,670

173

6.9

454

20.5

소계

3,771

3,023

4,068

3,427

3,926

-142

-3.5

499

14.6

합계

38,214

38,510

39,150

38,574

41,107

1,957

5.0

2,533

6.6

출처: 출판정책연구팀
자료 제공: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국립중앙도서관
주: ①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로 입고된 2022년 상반기 도서 목록과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도서 목록을 취합한 국내 발행 도서를 반기 통계용 분류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통계를 산출함. 만화(아동용 만화는 포함)와 잡지, 교구, 전자책, CD/DVD는 제외함
② 기존 서점 분류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각종 기능사 자격증, 국가고시 준비 도서를 서가 배치 기준(과학기술, 사회과학 등)이 아닌 도서의 특성에 따라 ʻ취업/수험서/자격증ʼ 분야로 편입한 것임

 

KPIPA 발행 통계 분야별 추이(’20 상반기-’22 상반기)

 

KPIPA 발행 통계 분야별 추이(’20 상반기-’22 상반기)

 

 

② KPIPA 출판 분야별 발행 종수 추이

 

전년 동기 대비 분야별 발행 종수는 유・아동 분야 20.5% 증가, 교육 12.6% 증가, 문학 0.6% 감소, 인문 5.8% 증가, 예술/대중문화 12.7% 감소, 실용 6.9% 감소, 사회과학 9.9% 증가, 과학기술은 3.5% 감소했다. 유・아동과 교육 분야 증가가 두드러진다. 구체적으로 유・아동 분야는 전년 동기 3,058종에서 2022년 상반기 3,685종으로, 교육 분야는 10,443종에서 11,757종으로 증가했다. 예술/대중문화는 2,882종에서 2,515종으로 12.7% 감소했는데 이 분야는 2020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에 43.2% 증가한 바 있다. 요컨대 반기별 발행 종수 등락 폭이 컸다.

 

전년 동기 대비 분야별 신간 도서 발행 분포(비중)는 유・아동(1.2%p), 교육(1.9%p), 인문(0.1%p), 사회과학(0.5%p) 부문이 증가했다. 문학(-0.9%p), 과학기술(-0.8%p), 예술/대중문화(-1.2%p), 실용(-0.7%p) 분야 등은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증감 폭이 큰 분야는 각각 1.9%p, 1.2%p 증가한 교육과 유・아동이며 1.2% 감소한 예술/대중문화다. 유・아동, 교육, 예술/대중문화는 발행 종수 측면에서나 신간 발행 분포 비중 면에서나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변동을 보였다.

 

발행 종수에서 2020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에 43.2% 증가했다가 2022년 상반기에는 12.7% 감소한 예술/대중문화의 경우, 대면으로 이뤄지던 예술/대중문화 활동이 팬데믹과 함께 비대면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대면으로 이뤄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면 활동 증가와 발행 종수의 반비례 현상이라고까지 확언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그러하다. 유・아동 분야 발행 종수는 2020년 상반기에서 2021년 상반기에 19.8% 감소했다가 2022년 상반기에는 20.5% 증가했다. 유・아동 가운데 특히 아동(어린이) 분야의 차이가 큰데, 발행 종수 숫자로 2020년~2022년 상반기 각각 2,246종, 1,425종, 2,180종으로 변화했다. 해당 기간 발행 종수 변화를 역시 해당 기간 아동 도서 판매 관련 통계와 비교하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12.6% 증가한 교육 분야 중에서 두드러진 세부 분야는 취업/수험서/자격증 분야였다. 이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고(6,264종에서 7,872종으로) 전기 대비로는 80.1%가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 특히 개인 가계(家計)의 어려움, 청년층 취업난과 장년층 재취업의 어려움 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022년 상반기 신간도서 발행분포

(단위: %, %p)

상위 분류

기본 분류

기본 분류 기준 구성비

상위 분류 기준 구성비

2021년
상반기

2022년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감

2021년
상반기

2022년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감

유아동

유아

4.2

3.7

-0.5

7.8

9.0

1.2

아동(어린이)

3.6

5.3

1.7

교육

초등학습

3.6

3.4

-0.2

26.7

28.6

1.9

중고학습

4.2

4.6

0.4

외국어

2.8

1.4

-1.4

취업/수험서/자격증

16.0

19.2

3.2

문학

소설

6.9

6.1

-0.7

17.0

16.1

-0.9

시/에세이/희곡 등

12.7

13.4

0.7

인문

철학/심리

2.3

2.2

-0.1

13.1

13.2

0.1

역사/문화

2.3

2.4

0.0

종교

5.5

5.9

0.4

기타 인문학

2.9

2.7

-0.2

예술/대중문화

예술/대중문화

7.4

6.1

-1.2

7.4

6.1

-1.2

실용

자기계발

2.2

1.9

-0.3

6.3

5.6

-0.7

가정/생활

1.1

0.8

-0.3

요리/취미

1.2

1.0

-0.2

건강/스포츠/레저

1.4

1.2

-0.2

여행

0.5

0.8

0.3

사회과학

정치/사회

5.9

7.1

1.2

11.3

11.8

0.5

경제/경영

5.4

4.8

-0.7

과학기술

IT/컴퓨터

2.5

1.8

-0.7

10.4

9.6

-0.8

자연과학

1.5

1.3

-0.2

기술공학

6.4

6.5

0.1

합계

100.0

100.0

-

100

100

-

출처: 출판정책연구팀

 

2022년 상반기 신간 도서 분야별 비중

(단위: %)

 

2022년 상반기 신간 도서 분야별 비중

 

 

③ KPIPA 출판사 발행 실적 추이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전년 동기의 5,903개에서 2022년 상반기에 6,203개로 5.1% 증가했다. 출판사 숫자로는 300개가 증가하였다. 2020년 상반기 5,713개에서 2021년 상반기 5,903개로 3.3% 증가했다가 2022년 상반기에는 증가 숫자와 증가 폭이 커진 것. 팬데믹 상황 등으로 위축되었던 출판 생산 활동이 점차 회복되는 추세로 볼 수도 있다.

 

발행 실적 구간별로는 5종 이하 신간 발행 출판사의 분포 구성비는 전체의 78.4%(2021년 상반기)에서 76.9%(2022년 상반기)로 소폭 감소, 출판사 숫자는 142개, 3.1% 증가했다. 6~10종 발행 출판사는 9.8%에서 11.1%로 소폭 증가했고 출판사 숫자로는 113개, 19.6% 증가했다. 11~30종 발행 출판사는 8.5%에서 8.3%로 줄었으나 출판사 숫자는 15개, 3.0% 늘었다. 31종 이상 발행 출판사는 3.3%에서 3.7%로 증가했고 출판사 숫자로는 30개, 15.2% 증가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1종 발행 출판사는 2019~2022년 상반기에 각각 2,303개사(점유율 40.3%), 2,385개사(41.7%), 2,487개사(42.1%) 그리고 2,604개사(42.0%)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전 40% 정도 점유율에서 팬데믹 이후 42%대를 유지해온 것. 눈여겨 볼 대목은 분포 구성비는 소폭 증가했지만 출판사 숫자로는 113개, 19.6% 증가한 6~10종 발행 출판사들이다. 연간 발행 종수로는 대략 10~20종 안팎을 보이면서 출판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출판사들이 많은 구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 발행 실적별 출판사 수

(단위 : 개, %)

발행 종수

2020년 하반기

2021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출판사 수

구성비

출판사 수

구성비

1~5종

1종

2,487

42.1

2,604

42.0

4.7

2종

979

16.6

989

15.9

1.0

3종

527

8.9

571

9.2

8.3

4종

371

6.3

358

5.8

-3.5

5종

264

4.5

248

4.0

-6.1

소계

4,628

78.4

4,770

76.9

3.1

6~10종

6종

191

3.2

239

3.9

25.1

7종

119

2.0

147

2.4

23.5

8종

117

2.0

124

2.0

6.0

9종

74

1.3

96

1.5

29.7

10종

76

1.3

84

1.4

10.5

소계

577

9.8

690

11.1

19.6

11~30종

11~15종

236

4.0

249

4.0

5.5

16~20종

132

2.2

134

2.2

1.5

21~25종

84

1.4

80

1.3

-4.8

26~30종

49

0.8

53

0.9

8.2

소계

501

8.5

516

8.3

3.0

31종

31~40종

56

0.9

69

1.1

23.2

41~50종

36

0.6

47

0.8

30.6

51~100종

73

1.2

74

1.2

1.4

101종 이상

32

0.5

37

0.6

15.6

소계

197

3.3

227

3.7

15.2

합계

5,903

100.0

6,203

100.0

5.1

출처: 출판정책연구팀

 

나) 주요 출판 트렌드

 

 

① 새로운 플랫폼・출판 경로의 한국 소설 약진

 

밀리언셀러로서 꾸준히 인기를 모은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외에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등이 많은 독자들을 이끌었다. 이 베스트셀러 소설들은 새로운 글쓰기・출판 플랫폼과 경로에 바탕을 두어 출간되고 또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전자책 플랫폼과 독립출판물로 먼저 선보였고,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브런치에 연재되며 먼저 인기를 모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오디오북・전자책으로 주목 받다가 이후 종이책으로 인기가 확산되었다. 작가 황보름은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한 이력이 있고, 김호연은 시나리오 작가와 만화 스토리 작가로, 이미예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들의 사례는 작가가 되는 전통적인 경로, 책을 내는 전통적 방식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출판 플랫폼・경로의 다양화와 함께 이러한 저자 관련 변화 추세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② 팬데믹・코로나 관련 도서의 출간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팬데믹’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190종이 넘는 결과가 나온다. 이 가운데 2020년에 47종이 출간됐고 2021년에는 90종이 나왔으며 2022년 상반기에는 37종이 출간되었다. 분야는 인문, 사회, 경제경영, 종교, 예술, 과학, 문학, 교육, 어린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코로나’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800종이 넘는 결과가 나온다. 일부 책은 ‘코로나’와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모두 제목이나 부제목에 들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관련서들이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가 제목이나 부제목에 들어간 책의 경우 2020년에 371종이 나왔고 2021년에는 316종이 출간되었으며 2022년 상반기에는 100종이 출간되었다. 도서명(부제목 포함)에 팬데믹・코로나가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바이러스, 감염병을 비롯한 관련 주제 도서들도 적지 않게 출간되었다. 2020년 상반기부터 2년 6개월 동안 꾸준히 이어진 팬데믹・코로나 관련 도서 출간 추세는 이른바 엔데믹, 즉 코로나 유행 상황이 종식된다면 상당 정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③ 잇따른 해외 문학상・도서상 수상

 

정보라의 소설 『저주토끼』(아작)가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되었다.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역시 부커상 동일 부문 1차 후보가 되며 주목받았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고, 이에 따라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비룡소) 등이 다시 한번 크게 주목받으며 판매량도 늘었다. 손원평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은 2022년 4월 제19회 2022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 『풀』의 경우, 체코 뮤리엘 만화상 최우수 번역 부문에서 수상하고 미국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김소연의 에세이집 『한 글자 사전』(마음산책)은 일본어로 번역된 뛰어난 외국 문학 작품에 주는 제8회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달 샤베트』(책읽는곰)는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의 그림책 부문 명예상(Honor Books)을 수상했는데, 한국 출판사가 원저작권사인 책으로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3년 동안 우리나라가 거둔 해외문학상 수상·입후보 성과는 모두 16건이었다.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문학작품이 해외 문학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건수는 17차례였고, 2022년 상반기에만 위와 같이 8건(작가 수로는 7명)이었다. 이른바 ‘K-문학’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최근 우리 작품 및 작가들의 해외 수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④ 식물 에세이・실용서・교양서 유행

 

바깥 활동과 사회적, 친교 모임을 어렵게 만드는 팬데믹 상황에서, 집안에서 식물을 기르는 가정・실내 원예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반려식물’의 대유행이다. 이는 출판 시장에서도 식물 에세이・실용서・교양서의 인기로 나타났다. 국내 저자의 책만 보더라도 정재은의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앤의서재), 신혜우의 『이웃집 식물상담소』(브라이트), 전유리의 『마음을 그리면 꽃: 식물 컬러링북』(클), 심경선의 『죽고 싶은 내 두 손에 식물이』(날), 신소영 등의 『인생 참, 꽃 같다: 식물세밀화가 5인이 가꾼 예술정원』(티케), 이대건의 『반려식물 난초 재테크』(티나), 오병훈의 『게으른 식물은 없다』(마음의숲), 박상태의 『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미디어샘), 한진아의 『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책밥), 이일하의 『이일하 교수의 식물학 산책』(궁리) 등 다양하다.

 

 

(2) 출판산업 이슈와 과제

 

가) 종이값 등 상승으로 책 생산원가 급등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종이 원료인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Southern Bleached Hardwood Kraft Pulp)의 2022년 6월 평균 가격은 t당 970달러로 1월 대비 44%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지업체들은 2022년 상반기에만 인쇄용지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는데, 이미 2021년에도 종이값이 인상된 바 있다. 도서 물류의 지연 문제도 심각하다. 발주 당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최근에는 다음 날 받기도 힘들며 일주일이 소요될 때도 있다는 것인데, 이는 물류 비용 상승 탓으로 적기(適期)에 계획대로 책을 배송하기가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용지대, 인쇄비, 제본비 등이 모두 인상됐음에도 출판사들이 인상분을 그대로 책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책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원가 급등을 책 가격 인상이 반영하지 못하면 300~500부 재쇄를 발행하는 책들은 출간할수록 손실이 커져서 결국 절판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출판 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출판산업의 전반적 활력이 감소할 수 있다.

 

나) 인쇄・제본소 인력난과 그 여파

 

 

인력난으로 문을 닫는 인쇄・제본소가 늘면서 출판사들이 제때 책을 출간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인력난은 2021년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으나 2022년 상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작 일정이 늦어지면 일시 품절된 책을 제때 다시 만들어 배본하기 어렵고, 제작 일정이 밀릴 것을 염려해 더 많은 부수를 미리 제작함으로써 재고 부담이 커질 수도 있으며, 전반적인 출간 계획 차질로 출판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인력난이 발생하게 된 원인들로는 팬데믹 이후 배달 업무 등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분야로 전직한 경우가 많고, 근무 환경이나 임금 수준상 젊은 층이 인쇄・제본업에 지원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이다. 독자들이 책을 사지 않는 ‘소비의 위기’에 도서 생산 인프라의 위기가 더해졌다.

 

다) 저작권 침해 이슈

 

 

출판물류회사인 W사가 국립국어원 말뭉치 사업에 참여하면서 약 1만 6천 종의 저작권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출판사들이 집단 반발했다. W사는 국립국어원 말뭉치 사업에 참여하면서 2010년 인수한 북토피아의 콘텐츠 15,933종에서 6억 여(622,717,166)개 어절을 빅데이터로 활용했는데, 북토피아에 콘텐츠를 제공한 1,188개 출판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W사가 북토피아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골자이다. W사 측은 관련 업체들과 저작권 관련 정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립국어원도 말뭉치 사업 서비스 중 문어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저작권을 침해당한 출판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말뭉치 사업은 문어 자료를 모아 말뭉치를 구축해 공공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다. 국립국어원이 2019년 발주했고 총사업비는 30억 9천만 원 규모로 알려졌다.

 

 


〉〉〉 [KPIPA 출판산업 동향]에서는 매년 상하반기 발행 통계 및 출판산업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5월, 10월 「출판N」 공개)

 

표정훈

표정훈 출판평론가・작가

서강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특임교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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