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3 2023. 05.
[제1회 열린 포럼]
〈출판N〉 편집부
2023. 05.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4월 19일 창비 서교빌딩 50주년홀(온라인 생중계)에서 “2023 출판 트렌드를 읽다”를 주제로 제1회 열린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가 사회를 맡았으며, 발제자로는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김세나 퍼블리랜서 대표, 박중혁 흐름출판 마케팅팀 과장, 박수호 YES24 도서2본부 부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MZ 세대와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르는 알파 세대의 미디어 소비 경향을 필두로 출판계의 생존법과 새로운 트렌드의 수용, 적응을 주제로 한 발제자들의 발표를 진행한 뒤 발제자가 사전 등록 질문과 현장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2023 제1회 열린 포럼 사회를 맡은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
발제 1. 알파 세대 알고리즘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트렌드코리아 2023』(김난도 외 5인, 미래의창, 2022)의 키워드 중 하나인 ‘알파 세대’에 대한 전체적인 분석을 세 가지 측면에서 발표했다.
가장 먼저 아이패드 출시, 유튜브의 인기, 코로나19의 유행과 온라인 환경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을 겪으며 성장한 알파 세대는 이전의 Z세대와 달리 디지털 우선(Digital First)이 아니라 디지털 유일(Digital Only) 세대라는 점을 짚었다. 이들은 대면 교류에 익숙하지 않고 SNS와 유튜브 영상 등 비대면 매체에 훨씬 친화적이며 AI나 영상 매체에 이전 세대보다 큰 애착이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점원이 고객에게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대면 교류의 비중이 낮은 영업 방식을 선호하는 등 알파 세대의 소비 형태에 따라 소비 트렌드가 변하면 그것이 곧 시장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냈다.
또한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한 명의 아이에게 집안 어른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경험을 한 알파 세대는 태생적으로 ‘셀럽’이 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알파 세대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피드보다 틱톡을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전자와 달리 틱톡은 꾸준히 구독자를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오직 추천 알고리즘에 게시물 플로트를 의존하기 때문에 ‘벼락스타’가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효율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을 꼽았다.
세 번째로 알파 세대가 생활 속에서 경제를 배우는 ‘자본주의 키즈’라는 점을 언급했다. MZ 세대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부터 경제 교육을 받는 알파 세대는 어린 나이에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실제로 이미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가 된 초등학생도 많으며 그들이 성인보다 높은 연봉을 받거나 이윤을 얻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최지혜 연구위원은 알파 세대를 겨냥한 쇼핑몰 운영 교본 등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해외의 사례를 예시로 들며, 지금은 초·중생인 알파 세대가 10년 내로 성인 연령에 진입하는 만큼 앞으로 소비자로서 알파 세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Q. 알파 세대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알파 세대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독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다. 이제는 ‘책’이라는 표현보다는 콘텐츠, 스토리, 내러티브와 같은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기성세대가 봤던 물리적인 책만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 그리고 그 디지털 콘텐츠와 인터랙티브하는 형태의 책도 많아질 수 있다. 요즘 알파 세대들은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맛도 보고 만져도 볼 수 있는 형태의 전시회를 많이 간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읽는 게 아니고 콘텐츠나 이야기라는 큰 개념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서의 책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독서는 단순히 읽는 행위가 아닐 것이다. 만져보는 독서가 될 수도 있고 듣는 독서가 될 수도 있다. 드라마를 예로 들면, ‘Z세대가 드라마 콘텐츠를 평균 3.9개의 채널에서 소비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나의 드라마를 유튜브에서 요약 영상으로 보기도 하고, 밈으로 소비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OTT 서비스에서 다시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똑같은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알파 세대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소비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태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발제 2. 불황 속 출판사들의 ‘갓생(God生)’ 살기
김세나 퍼블리랜서 대표
김세나 퍼블리랜서 대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추는 출판사들의 기획, 마케팅 영역에서의 노력과 그 사례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과거에도 인기 있는 책이나 매체는 작가의 에세이나 해당 매체의 대본집 등의 부가적인 출판이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그 양상이 매우 심화되어, ‘팬덤’을 위한 도서가 최근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김세나 대표는 그 원인 중 하나를 ‘북펀딩’의 접근성 향상으로 보았다. 히트 상품이 아니더라도 작품이나 작가의 팬이 존재하면 얼마든지 북펀딩을 통해 책을 대중에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보다 주로 팬들의 ‘소장용’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므로 좋은 외형에 특색 있는 리워드를 접목하여 소비자가 그 작품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SNS에서 ‘인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덤 유지를 위해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독자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콘서트’의 진화 형태인 ‘북클럽’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저렴한 가격에 책과 굿즈를 제공하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독자와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클럽을 잘 활용하고 있는 출판사의 예시로는 가장 먼저 문학동네의 ‘북클럽 문학동네’를 소개했다. ‘북클럽 문학동네’는 참여자들이 받을 책을 직접 선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북클럽 참여 시 책을 기부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어 참여자들에게 사회적 참여에 대한 효용을 주고 있다. 또한 마음산책이 운영하는 북클럽은 신청자의 SNS 등을 심사하여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소수만을 선발하여 독자의 출판사에 대한 충성도를 관리하고 ‘특별함’의 기분을 선사한다. 그 밖에도 좋은 저자와 콘텐츠를 책과 강의 형태로 제작하여 비용을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독자를 한곳에 모으는 천년의상상의 북클럽과 B컷 디자인 표지로 특별한 책을 제작하고, 독자나 책을 만든 편집자들의 기사를 책과 함께 배송하는 등의 시도를 하는 유유출판사의 북클럽 ‘유유당’도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뉴스레터도 팬덤 유지를 위한 좋은 사례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위즈덤하우스의 ‘아하레터’는 출판사의 정보나 책 소개 대신 구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상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유유출판사의 ‘보름유유’는 자사의 특별한 스토리를 공유하여 구독자들과의 친밀함을 쌓고 있다. 한편 최근 뉴스레터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경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미가 없거나 도움이 되지 않으면 과감히 수신을 거부하는 구독자들을 어떻게 계속해서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사람들을 출판사의 독자, 팬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어 앞서 언급한 북클럽과 뉴스레터 외에 독자 커뮤니티 진화의 예시로 위즈덤하우스의 ‘비밀 요원 프로젝트’를 들었다. 오직 키워드 몇 개만으로 출간 전의 책을 미리 읽을 독자를 모아 독립 서점에서 북토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독자 커뮤니티를 사전에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출판계에서도 ‘숏폼’ 열풍이 불며 문고본의 분야가 확장되고 다시금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의 문고본은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제철소, 위고, 코난북스가 합작한 ‘아무튼 시리즈’의 유행 이후 이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문고본 형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덕분에 과거에는 에세이나 짧은 해설서 장르에 국한되었던 문고본이 소설과 실용서 분야로도 확장되었다. 김세나 대표는 문고본이 분량에서의 숏폼이라면, 제작에서의 숏폼을 보여주는 ‘북저널리즘’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저널리즘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의성 확보와 시간, 비용 절감의 이유로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통일하거나 문고본 형태의 시리즈 기획을 진행하여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책을 제작한다고 전했다.
출판사들이 이러한 숏폼 형태를 채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기성 작가와의 계약이 어려우므로 신인 작가를 발굴해야 하지만 긴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다는 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 작가에게 중단편을 의뢰하여 짧은 작품을 담은 문고본 책을 기획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또 숏폼에 익숙한 알파 세대가 도래하고, 이러한 방식이 시간과 비용 부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출판 마케팅은 다른 매체에 비해 숏폼 트렌드에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으므로, 알파 세대의 트렌드를 분석하여 그들이 성장하면 출판 시장의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챗GPT도 출판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아직 AI의 독창성과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출판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사용될 수 있는 만큼 AI는 미래 출판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AI는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즉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정보를 도출하는 능력, 도출한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 AI가 도출한 정보의 정확도를 판단하는 능력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작업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따라 출판계에서도 미리 AI를 공부하고 그와 친해져야 하며,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대체 불가능하도록 변화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토록 급변하는 환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미노와 고스케(箕輪厚介) 작가의 말을 빌려 ‘위기의 안테나를 세워 두는 것만으로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쳤다.
Q. 보통 원고 기획 단계에서 예상 독자층을 생각할 때 장르나 주제를 바탕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고본 형식만이 겨냥하는 예상 독자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고본 자체가 들고 다니기 편하게 작게 만드는 것이라서 40대 이후의 독자들은 노안으로 인해 작은 글씨의 책을 읽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문고본의 주 독자층은 아무래도 가방에 넣어서 다닐 수 있는 20~30대, 특히 여성들이 주 독자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챗GPT가 출판사의 ‘위기냐 기회냐’라는 것에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례로 챗GPT로 동화책을 제작해봤는데, ‘퀄리티가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책을 만들기가 굉장히 쉬워졌다고 느꼈다. 이런 환경은 출판 전문가들의 일자리와도 관련이 있다. 단순 기술적인 작업만 했던 분들의 일자리는 당연히 도태될 것이고, 디지털 리터러시 등의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분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열릴 것이다. 또 챗GPT가 제공하는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과 그대로 결과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디지털과 적극적으로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를 잘 쓸 수 있는 출판 전문가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교육이 필요한데, 아직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AI에 의존하게 된다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거라고 본다. 책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미디어 매체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AI의 성격을 이해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발제 3.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박중혁 흐름출판 마케팅팀 과장
박중혁 흐름출판 마케팅팀 과장은 출판업계의 99%를 차지하는 중소형 출판사와 그 실무자를 위한 마케팅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대형 출판사는 독자들이 저절로 찾아오지만 중소형 출판사는 노력해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다며, 중소형 출판사의 현실에 맞는 ‘저예산 고효율’ 원칙을 기본으로 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했다.
우선 독자를 모으려면 우리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독자가 출판사로 찾아오도록 팬덤을 형성해야 하고, 독자가 반응하고 몰리는 곳을 빠르게 분석하여 그곳에서 도서를 홍보해야 한다. 특히 북클럽이나 유튜브, 구독 서비스 등을 진행할 수 없을 때 책의 잠재적 구매자의 도착지를 출판사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박중혁 과장은 팬덤 형성을 위한 방법으로 단순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계정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게이지먼트는 계정의 팔로워에 비해 좋아요, 댓글, 공유 등 상호 교류 정도가 얼마나 많은지의 수치를 종합한 것인데, 커뮤니케이션 기반인 SNS는 그 특성상 마케팅에 사용하려면 게시 글의 수 이상으로 팔로워의 호응 정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판사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마케팅 효율을 가늠하기 위해 형식적인 지표만 분석하는 것에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이러한 인게이지먼트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게이지먼트 칼큘레이터’를 소개했다. 인게이지먼트 칼큘레이터를 사용하여 측정한 회사 계정의 인게이지먼트가 2% 이상이면 높은 성과이지만 1% 미만이라면 독자가 관심 없어 하는 콘텐츠로 양만 채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팔로워가 많지만 인게이지먼트가 낮은 계정은 비활성 독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계정 운영자의 닉네임을 만들어 팔로워와의 소통 허들을 낮추는 것이다. 독자들이 댓글을 달 때 회사 계정을 담당자나 마케터, 관계자로 지칭하는 것은 너무 딱딱하고 심적 허들을 만들기 때문에 ‘출판사 박대리’(흐름출판), ‘현암요정’(현암사) 등의 닉네임을 만드는 것을 추천했다. 다음으로 팔로워의 댓글에 답글을 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독자가 출판사 계정에 찾아와 댓글을 달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답글을 달면 확인을 위해 계정으로 독자가 다시 유입되고 이 과정에서 인게이지먼트가 올라가며 독자가 출판사에 충성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브랜디드 콘텐츠(일하는 방식 등 회사의 특색을 노출하면서 팔로워와의 호감도를 형성하기 위해 제작되는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이다. 박중혁 과장은 책과 보도 자료에 기반한 정보성 콘텐츠의 업로드는 많은 출판사에서 이미 하고 있지만 브랜디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곳은 많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게이지먼트가 높아지면 독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습득하여 정보의 완독률이 높아지고, 출판사의 팬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브랜드 마케팅이 생겨나며, 무엇보다 알고리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출판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 대신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야 하며, 정보성 콘텐츠에 브랜디드 콘텐츠를 조합하여 독자가 기억하는 출판사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영화나 드라마 예고편에서 시작된 발상인 ‘샘플북 서평단’을 소개했다. 정식 도서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것은 잠재 독자에게 무료로 책을 준다는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샘플북 서평단은 여기에서 서평단으로 활동한 독자가 구매 독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 출간 직후 책에 대한 리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샘플북은 50~1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정식 도서와 같은 표지를 사용하여 출간 직후 검색 시 샘플북의 리뷰가 정식 발매본의 리뷰인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서평단으로 선정된 사람에게 리뷰는 자율로 맡기고 일부에게라도 리워드를 제공하며, 서평단 신청자 모두를 해당 도서에 관심이 있는 독자로 보고 출간 시 알림 메시지를 출간서 링크와 함께 전송하여 책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의 1위가 카카오톡, 2위가 유튜브라는 점을 짚은 박 과장은 많은 출판사가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는 이유로 유튜브 진입을 시도하지만, 체감상 그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튜브 광고를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유튜브 광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신생 채널을 서치하여 채널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장기 계약을 진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신생 채널은 콘텐츠 대비 비용이 적으므로 활용 가치가 높으며, 장기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권당 홍보 단가가 낮아지고 유튜버는 고정 수익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서로 좋은 방향으로 협상할 수 있다. 덧붙여 네이버의 책 노출이 감소한 지금 카카오톡 내부 시스템인 ‘카카오뷰’를 마케팅 방안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카카오뷰는 접근성이 좋으면서 개설과 관리가 쉽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실제로 네이버 조회수와 카카오뷰의 조회수가 200배 이상, 실제 노출 수는 그 이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출판사가 책이라는 콘텐츠를 쉽게 바꿀 수는 없으므로 이 콘텐츠를 어디에 업로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도착지를 우리로 바꾸는 방법으로 구글 검색 캠페인을 제시했다. 오프라인 서점 광고 공간은 가격이 비싸거나 진입이 어렵고 온라인 서점 광고 역시 대부분 고액인데, 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책이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출판사는 서점 바깥 온라인 광고에 중점을 두고 구글 디스플레이 광고(이미지 형식의 광고)를 집행하지만, 광고 범위가 좁고 단가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글 검색 캠페인은 구글에서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원하는 페이지 링크가 상위에 뜨도록 조정하는 광고로, 비용이 굉장히 낮으면서 노출률이 높고 광고 문구의 수정이나 비용의 증감이 쉬운 등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 3사 중 유일하게 실시간 검색 순위를 메인 페이지에 반영하는 알라딘을 대상으로 구글 검색 캠페인을 진행하면, 알라딘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 최상위에 출판사가 광고를 원하는 도서의 상세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보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당 도서의 클릭 수를 유도하여 알라딘 실시간 검색 메인 페이지에 뜨게 하면 그 책은 메인 노출의 이유를 궁금해 하는 잠재적 독자에게 어필되고, 책과 독자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과장은 비슷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타 산업계의 마케팅 선도 기업의 사례를 분석하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한다면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할 수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기보다는 믿을 만한 몇 곳을 꾸준히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Q. 샘플북 제작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 늘 고민이 많은데 홍보나 판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책의 초반 홍보를 진행할 때 다른 홍보도 같이 진행하기 때문에 샘플북만의 효과를 수치적으로 명확히 분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샘플북을 제작하는 이유는 서평 그 자체보다도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들을 참여자들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그 참여자들에게 다시 한 번 문자를 발송해 구입을 유도할 수도 있다. 샘플북의 효과에 대해 명확한 지표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카드 뉴스만 잘 만들어도 책이 잘 팔리고, 네이버에 노출이 되면 그만큼 판매량이 이어졌다. 팬데믹 직후에는 유튜브가 성행하며 유튜브 광고가 판매량으로 이어졌는데 팬데믹이 끝난 뒤로부터는 공황 상태가 된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콘텐츠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그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향성과 퍼포먼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출판사들의 마케팅은 1차원적으로 콘텐츠 마케팅에 머물러 있다. 쉽게 말해서 카드 뉴스를 제작하고 책 내용을 요약해서 글로 올리는 것을 콘텐츠라고 한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은 이 콘텐츠를 어딘가에 노출시키고 그 노출이 비용 대비 얼마나 효과가 있었느냐, 비용 대비 노출이 얼마나 되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앞서 발표에서도 언급한 구글 검색 캠페인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낮아 1회에 몇 만 원 안 되는 금액으로 산출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마케팅도 어떤 콘텐츠를 작성했을 때 노출이 더 잘 되었느냐, 그것들을 계속 분석해 나가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중요한 것 같다. 따라서 비용 대비 광고 효율이 나오지 않는 출판사들은 왜 이 업체가 광고 효율이 안 나올까를 따지기보다는 우리의 콘텐츠 중 독자들이 어디에 반응했고 어디에 반응하지 않았는지 그 퍼포먼스를 제대로 분석해 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출판사의 마케터들은 거의 다 영업 마케터 또는 콘텐츠 마케터에 머물러 있다. 다른 업계에서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보면 대개 퍼포먼스 마케팅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때문에 그런 지점들은 출판계가 계속해서 따라가야 할 지점인 것 같다.
발제 4. 디지털 콘텐츠로 예측해 보는 출판 트렌드 (구독 서비스를 중심으로)
박수호 YES24 도서2본부 부본부장
마지막 발제자인 박수호 YES24 도서2본부 부본부장은 디지털 책 콘텐츠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YES24에서 2018년부터 시작한 구독 서비스 ‘크레마클럽’을 중심으로 미래 전망을 예측하는 발표를 진행했다. 책은 OTT 서비스, 게임, SNS 등 더 강력한 경쟁자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 현상을 종이책으로만 대항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책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대안 중 하나를 디지털 콘텐츠라고 보았다. 또한 2022년 업계 매출량을 웹툰·웹소설(장르 분야·연재) 분야에서 1조 8천억 원, 전자책(연재 형태를 제외한 모든 디지털 형태의 책) 분야에서 3천억 원, 전자책 구독 서비스(일반 분야·구독) 분야에서 570억 원 내외로 추산했다. 한국 전자책 독서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구매자와 최초 구매자가 급증하여 2022년 YES24 기준 전자책의 최초 구매자가 27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실제로 YES24에서 종이책의 최초 구매자는 감소 추세이나 전자책 소비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구독 서비스의 경우 최초 이용자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교하여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종이책 정가의 70%라는 점에서 비용이 절약되고, 배송 과정이 없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절약되며, 물리적인 보관이 필요 없으므로 공간이 절약된다. 여기에 박수호 부본부장은 두 가지 장점을 덧붙였다. 먼저 전자책은 읽는 자세에 대한 제약이 없어 앉아서만 읽어야 하는 종이책보다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답하는 독자가 많으며, 전용 단말기 사용자에게 더 그런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독서 이력을 숨기고 싶어 하는 독자는 전자책으로 사적인 독서를 실현 가능하다고 보았다. 표지에서 책의 목적과 특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타인이 화면을 봐도 무슨 책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구독 서비스는 사용자와 사업자 모두의 관점에서 소비와 매출, 손익이 예측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저렴한 요금제나 다양한 독서 경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전자책 분야의 구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구독 서비스 이용 후 새로운 분야의 독서를 경험한 후 도서를 구매하거나 구매하려 한 경우도 전자책 구독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을 시험 삼아 읽어 본 후 팬이 되어 그 책을 구매하는 등 구독 서비스가 기존 출판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덧붙여 전자책 구독 시장은 다른 출판 시장과 비슷하게 20·30대 여성이 강세이고, 소설과 경제·경영, 인문 분야가 강세이지만 세부 추이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소설 분야에서 순문학보다 장르문학이 더 인기가 많은 것을 예시로 들었다. 또한 자연과학 분야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곰출판, 2021) 같은 빅셀러의 영향으로 서비스 권수에 비해 선택 수가 많지만, 에세이/건강/취미/여행 분야는 좋은 책이 부족하여 서비스 권수에 비해 선택 수가 적은 경향을 보인다고도 말했다.
또한 박 부본부장은 전자책과 구독 서비스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독자가 전통적인 의미의 독자에서 사용자, 또 향유자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디지털 콘텐츠와 구독 서비스가 있다고 보았다. 전통적인 독자는 종이책을 구매해 서재에 꽂고 소장하며 한 권의 책을 살 때도 여러 번 고민하는 한편,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는 원할 때 웹에서 손쉽게 책을 즐기고 편집 구성(글자 크기, 폰트 등)을 수정하며 TTS 등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체험하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타인과 공유한다. 더 나아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향유자는 자신이 원하는 타이틀 라인업과 요금제, 브랜드를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책을 즐기는 이들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으로 구독 서비스가 공급과 소비의 순서를 바꾸고 있다며 ‘디지털 선공개’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전통적인 출간 방식은 종이책을 출간한 뒤 추후 전자책을 출간하고 그것을 구독 서비스에 납품하는 순서였지만, 디지털 선공개는 종이책보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전자책 출간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선공개 방식으로 출간된 책은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가 되어 독자들의 반응과 데이터를 주시하면서 일종의 ‘붐’을 일으킨 다음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이에 따라 처음 책을 기획할 때의 방향도 변화하는데, 소비층을 고려하여 라이트한 내용과 ‘젊은’ 방향의 편집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부본부장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와 디지털 선공개 방식이 출판의 미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여기에서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며, YES24도 앞으로 전자책과 전자책 구독 서비스 분야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Q. 텍스트형 전자책은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아서 종이책을 만들고 전자책을 추가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디오북 같은 경우에는 제작비가 부담되어 작은 출판사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제작을 고민하게 되는 아이템들이 있는데요. 오디오북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디오북은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에 비해 한국 시장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 미국은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럴 때 음악을 듣는 것도 귀찮아서 오디오북을 듣는 식으로 소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례가 별로 없을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오디오북으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고, 제작비도 부담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디오북은 여유가 있는 출판사에서 구색 맞추는 식으로 제작하는 정도이고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서점들도 오디오북 사업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개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 추세가 당분간은 극적으로 변할 것 같지 않다. 워낙에 텍스트 기반의 책을 소비하는 사람이 더 많기도 하고, 오디오북에 젊은 세대가 아직까진 그렇게 호응하고 있지 않다. 물론 성장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는 분야지만 당분간 급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인 생각을 한다.
앞서 언급했듯 구독 서비스 시장은 현재 약 570억 원 규모이고 전자책 시장은 3,000억 원 규모인데, 성장 속도로는 전자책보다는 구독 서비스가 더 높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이용자 중에서는 1년에 책을 한 권 읽을까 말까 한 사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판 시장에 남은 퍼즐 중 하나가 그런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종이책, 전자책 소장과 같은 방법으로는 어려워 보이지만, 구독 서비스를 통해 그런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출판 시장이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YES24도 계속 구독 서비스를 기획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YES24가 가장 바라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앞서 언급한 디지털 콘텐츠와 구독 서비스의 여러 장점이 종이책의 빈틈을 메워주고, 나아가서는 종이책과 대등한 리그를 형성해서 결국 출판 시장을 더 키우는 것이다.
발표를 마친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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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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