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6 2022. 09.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지역 출판문화 발전을 견인하는가
강수걸(부산의 지역 출판사 산지니 대표, 한국지역출판연대 회장)
2022. 9.
들어가며
해마다 개최되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우리나라 독서문화 증진을 위한 행사다. 좀 과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 독서문화는 증진해야 할 필요가 있을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서를 하나의 ‘문화’라고 규정할 수 있는 건, 우리 인류의 삶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흐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본질적으로 책을 생산하고 읽는 행위는 인류가 지성을 쌓아 올리고 나누는 과정이자 후대에 전승하는 방법이다. 인류는 지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독서문화는 단독으로 형성될 수 없다. 많은 문화가 그렇듯 그 문화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하나의 생태계다. 좋은 저자가 있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는 출판사도 필요하다. 출판 의도를 잘 살려 책을 만들어 줄 인쇄 영역도 살펴야 한다. 책과 독자를 이어줄 도서관, 서점 등 매개 공간도 중요한 구성 요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독서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듯하다. 연간 종합 독서율이 매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에 불과하다. 특히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비해 읍면지역은 29.8%로 현저히 낮다. 더불어 공공도서관 이용률이나 독서행사 참여율도 떨어진다. 독서문화 조성에서도 지역별로 격차가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독서율과 도서 구매량이 전체적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독서량이 증가했다는 인식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주관적 인식과 실제 독서생활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매체 이용 다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책 이외의 매체 콘텐츠,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이용이 성인과 학생 모두에게 독서 장애 요인으로 적용되고 있다. 독서문화 확산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
지역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지역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어떤 연구를 해왔을까.
먼저 독서문화진흥법이 있다. 2006년에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제정된 동법 제3조1항은 독서문화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책무로 삼았다. 또 독서문화진흥법 9조는 지자체장이 지역주민의 독서생활화를 위해 지역의 독서진흥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할 것과, 매년 1회 이상 독서 관련 행사를 개최하거나 지원할 것을 규정하였다.
다음으로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이 있다. 독서문화진흥법에 근거하여 5년마다 수립되는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은 2009년 제1차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현재 제3차 기본계획까지 수립되어 있다. 이 중에서 지역 독서를 위한 정책 계획을 살펴보자면 제1차에서는 지역독서환경조성사업으로 휴가철 숲속 문고를 조성하게 하였고, 매년 가을 독서문화 축제를 개최, 독서문화상을 지정하였다. 제2차에서는 책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해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게 하여 2013년 865개에서 2017년 1,042개로 늘렸다. 또한 대한민국 책 읽는 도시 지정 등으로 지역 독서문화 활성화와 지역별 대표 독서프로그램 지원 확대, 독서 박람회 지역별 순회 개최를 목표로 하였다. 제3차에서는 지역 기반 ‘책 읽는 도시 협의회’ 확대와, 독서진흥조례 제정, 책문화센터 조성 지원을 목표로 한다.
한편 제5차 출판문화산업진흥계획(2022~2026)은 지역 서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서를 판매하는 곳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 상담, 문화 활동 확대 등을 지원한다. 또한 2019년 강릉을 시작으로 구축한 책문화센터를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하여 지역 출판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조사·연구로는 국내외 독서문화 진흥정책에 대한 조사 분석과 그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 목적으로 시행된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한 조사 연구’가 2013년에 이루어졌다. 2018년에는 ‘지역출판 균형발전 진흥 방안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지역출판문화산업의 당시 상황에 대한 실제적인 분석과 육성 및 진흥 정책 방안 제시가 목적이었다.
역대 대한민국 독서대전
대한민국 독서대전 역시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정책 중 하나이다.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하여 ‘책 읽는 도시’로 선포하고, 9월 독서의 달에 전국 최대 규모의 독서문화 축제를 개최하여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4년 군포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2023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역대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분석하고 지역 출판사 산지니의 참여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산지니는 2017년 전주 독서대전에 처음 참가하였다. ‘부산스러운 부산’을 주제로 지역 출판사의 색깔을 알렸고, 『삐딱한 책읽기』 저자 안건모 선생의 강연을 진행하였다. 다음은 2019년 청주 독서대전으로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의 공동저자이자 산지니의 디자인 부장이 ‘산지니의 14년 지역출판 생존기’를 주제로 강연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0년 제주 독서대전에서는 대표인 필자가 ‘지속가능한 지역출판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하였다. 2021년에는 산지니가 자리한 부산, 그중 북구에서 독서대전이 개최되었다. 부산의 중견 소설가인 조갑상 선생(2013년 만해문학상 수상)과 박향 선생(2013년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의 북콘서트를 진행하였다. 『해양풍경』을 쓴 구모룡,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쓴 이국환 저자의 작가 포커스 릴레이 강연 이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였다.
(좌) 2021년 부산 북구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조성래 필자와 『쪽배』 라이브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독서대전은 지역 독서문화 조성을 이끌어온 것임이 분명하다. 군포, 전주, 김해, 부산 북구, 제주 등 독서대전이 이루어졌던 도시에서는 이후에도 매년 자치단체 차원에서 독서대전을 개최하여 지역주민의 독서습관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전주책 완판본, 목판본, 필사본 비교전’처럼 지역성을 톡톡히 보여주어 그 지역만의 독서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또한 부산의 산지니, 대구의 학이사 같은 지역 출판사의 이름을 다양한 도시에 알리는 장이 되었다. 따라서 독서대전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기록자, 보존자,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독서대전 방향에 대한 제언
끝으로 지역 독서 문화를 이끌어온 독서대전과 독서정책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 싶다.
첫째, 독서대전을 할 때 참여 출판사 선정에 지역 출판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지역 출판 쿼터제를 적용하여야 한다. 출판사의 규모나 매출로만 따질 게 아니라 개최 지역에 일정 부분을 할애하여 지역 출판물을 선보여야 한다. 지역 출판사들이 중심이 되어 행사를 진행하거나, 지역 출판사들에게 일정 비율의 전시 부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역 출판사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고조될 수 있고, 이는 전국에서 돌아가며 독서대전을 개최하는 취지에도 더 부합할 것이다.
둘째, 독서대전 홍보마케팅을 증대해야 한다. 2021년 문학 실태조사를 보면, 문학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 중 ‘문학행사 존재를 몰라서’가 23.1%로 2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대한 홍보마케팅이 더 필요함을 알려준다. 홍보 수단으로 주최 측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지만 조회 수가 2022년 원주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기준으로 현재 두 자릿수 내외에 그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등 SNS 홍보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방안이 필요한 때다.
셋째, 독서대전 개최 지역 주위의 읍면까지 교통편을 확대 마련해야 한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비해 읍면 지역의 성인 독서율은 현저히 낮다. 2021년 문학 실태조사 중 문학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4위가 ‘접근성’인 것을 보면 낮은 독서율의 원인에 열악한 교통편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서대전을 읍면 지역에서 개최하기는 어렵겠지만 근처 지역과 통하는 셔틀버스 등을 마련하여 행사에 대한 접근성과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9월 말에 있을 2022년 원주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부터 실천해나가면 좋을 것이다. 원주시의 경우 근처의 횡성군, 양평군 등을 오가는 교통편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지역 특화 콘텐츠를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대한민국 독서대전만의 차별성을 위해 지역성을 더 살려야 한다. 지역 특화 콘텐츠 발굴을 위해 더 많은 예산 투자와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특히 제안하고 싶은 두 가지 요소가 지역 출판과 지역 문화예술잡지다. 잡지는 한때 3대 매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하물며 시장이 서울보다 좁은 지역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지역에서 문화잡지는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수집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렇게 지역 문화예술잡지가 수집한 콘텐츠는 향후 단행본 등으로 확대할 수 있는 원천 스토리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 문화잡지는 독서문화 생태계 맨 밑바닥에서 전체를 든든하고 단단하게 받쳐주는 요소일 수 있다. 아쉽게도 이제 지역에서 이런 구실을 할 문화잡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독서대전에서 참여자에게 지역 문화잡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장이 필요하다. 이는 전국의 지역 문화잡지를 단순하게 소개하는 마당을 뛰어넘어야 한다. 독자에게는 잡지 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잡지 창간에 관심 있는 참가자에게는 실질적인 조언을 듣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좋겠다.
그 수는 절대적으로 줄었지만 잡지가 지닌 묘한 매력에 끌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활자를 읽고 해석하는 행위(문해력)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금, 어쩌면 잡지는 좀 더 쉽게 ‘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접하게 해주는 매체일 수 있다.
다섯째, 지역의 도서관이나 행정기관 담당자를 출판 또는 독서 전문가로 배치해야 한다. 출판사, 서점, 도서관, 작가, 독자를 연결시켜 개인의 삶에 책이 자리하게 함으로써 독서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독서대전 같은 행사 기획 개발에도 유리해진다. 현재 독서대전은 각 지역의 서점, 도서관, 출판사들의 연합으로 기획되고 있는데 이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지역의 도서출판 사정을 두루 알고 시책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여섯째,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조사 연구와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조사연구(2013)’ 외에도 ‘고령자 맞춤형 독서 프로그램 개발 연구(2021)’, ‘북큐레이션 운영 현황과 독서활성화 방안 연구(2022, 진행 중)’ 등 여러 조사 연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지역의 독서문화 확산을 장려하는, 실용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그러한 연구와 정책이 대한민국 독서대전과 지역 출판문화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강수걸 부산의 지역 출판사 산지니 대표, 한국지역출판연대 회장 2005년도부터 부산에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 10주년을 기념하여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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