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35  202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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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내딛은 공공대출보상제도, 논쟁에서 협의까지

 

 

 

신재우(뉴시스 문화부 기자)

 

2022. 8.


 

지난 4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발의 - 의안번호 15055호). 공공도서관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대출하는 책에 대해 이용료를 산정해 저작권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출판계와 도서관계가 오랜 기간 상반된 입장을 고수해오던 이른바 “공공대출보상제도”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관련 발의에 대한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저작자와 출판업계에서는 도서관 대출에 따른 매출 영향, 즉 독자에게 무료로 대출함에 따라 도서 판매의 기회를 잃는다는 이유로 이를 “당연한 요구”라며 반겼지만, 한국도서관협회를 비롯한 도서관계는 도서관의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법안 발의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도서관협회, 공공도서관협의회,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 등은 4월 25일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에 대한 공공도서관협의회 성명서를 발표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공공대출보상제도라 불리는 국민의 자유로운 도서관 이용을 저해하는 제도를 적극 반대”한다며 이로 인해 도서관의 자료구입비에 실질적으로 제한이 더 커질 것이고 대출 중단 또는 축소 사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5년 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공공대출보상제도가 뭐길래?

 

‘공공대출보상제도’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이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관심에서 먼 사안이다. 독자는 물론 도서관 이용자조차 이에 대해 생소하다.

 

공공대출보상제도는 공공도서관 등이 소장하는 도서 등을 공중에게 대출할 때 그 도서 등의 저작자와 출판자 등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출판계에서 주장하는 제도 도입의 근거는 책을 도서관에서 무료로 대출함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제도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저작권자와 출판사 사이의 지급 비율이나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출 빈도에 따른 지원 비용 분배부터 도서관을 통한 지급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출판계는 찬성,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

 

법안 발의에 대해 출판계 관계자들은 크게 반겼다. 출판계에서는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기능을 인정하지만 도서 대출 수가 많아지면 책 판매량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도서관이 해적 행위를 한다”고 보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의견이다.

 

공공대출보상제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출판인회의는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도 공감했다. 이와 동시에 이들은 제도 도입이 저작권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출판인회의는 공공대출 보상금이 금액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창작자들과 저작자들이 저작권법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다”며 “저작권을 인정받고 보상받는 차원”에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공대출보상제도에 찬성하는 출판계 관계자도 “출판계에서는 도서 구입비나 도서관 예산을 가지고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보상금을 국가가 관련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법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저작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이들이 생각하는 제도의 요지다.

 

이들은 도서관의 대출에 따른 보상금 지급에는 국가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기존의 도서 예산을 사용해 “아랫돌을 깨서 윗돌을 대는 식”이 아닌 별도 예산으로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으로 신진 작가, 동화책 작가, 작은 출판사 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소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는 시장에서 한두 달 사이 사라지는 신인 작가들의 책이 도서관에는 비치돼서 꾸준히 대출될 수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정기적인 작가 지원에도 순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출판계와 출판 관련 단체는 큰 틀에서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세부적으로 의견이 나뉘는 지점도 존재한다. 현재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출판인회의는 물론 대한출판문화협회까지 분배 비율부터 예산 등 내부적으로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도서관계, 지원 찬성하지만… “도서관 통한 지원 필요한가”

 

도서관계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 관련 논의를 이끄는 것은 한국도서관협회다. 남영준 한국도서관협회장은 “문제는 도서관에 예산을 주는 게 아니”라며 “예산을 지급할 거라면 도서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가나 출판사에 직접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도서관 측은 “지원 반대가 아니라 도서관과 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도서관 대출 데이터나 지표를 활용해 지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도서관을 거쳐 지원해야 한다”는 제도의 방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남 회장은 이를 위해 작가 지원을 위한 개별 법안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입장문을 통해 “도서관 대출이 저작자와 출판사에 재산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는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밝힌 도서관계는 도서관 대출로 인한 손실 주장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도 이어갔다. 남 회장은 “우선 도서관 대출 시스템이 출판계에 도움이 된다는 2019년 한국저작권위원회 자료가 이미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1년간 평균 60권의 도서를 대출했고, 20권을 구입하고 있으며 대출한 도서와 동일한 도서 10권, 동일한 작가의 다른 도서 6권을 구입했다. 이에 도서관 측에서 “도서관의 대출이 도서의 판매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판매를 촉진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시켜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잘 팔리지 않는 책까지 사서 구비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출판계에 중요한 인프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도서관계는 공공대출보상제도에서 대출 횟수에 비례해 지원금을 준다면 작가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출판계에서는 제도를 이미 도입한 유럽 국가들처럼 지원금에 상한선을 둔다면 신진 작가와 중소 출판사에도 지원금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도서관계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외 작가의 도서에 대한 보상금 문제도 도서관 측의 또 다른 고민이다. 도서관 측은 “공공대출보상제도가 도입되면 해외 작가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고 밝혔다.

 

대화로 풀어야 할 제도의 완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

 

핵심은 결국 대화다. 쟁점마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는 도서관계와 출판계의 갈등은 서로 대면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풀어나갈 수 있다. 공공복지 영역인 도서관과 산업 영역인 출판계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입장 차이를 서로가 직접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도서관 측이 제기한 해외 작가 보상금 문제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외국인 저자는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처럼 논의와 타협을 거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존재한다.

 

대화의 장은 지난 4월부터 열리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도서관협회는 지난 4월 회의를 열고 처음으로 서로의 견해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한국도서관협회는 각 출판 단체를 방문해 각자의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대화의 기회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회의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향후 모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고 한국도서관협회 또한 “이번에 논의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8월에는 기존의 3개 단체가 아닌 6개의 단체로 확대한 회의도 갖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해 한국문인협회와 도서관 단체 한 곳이 추가로 참여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의 기조에 관해서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공공대출보상제도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제도 도입은 정치권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약속 받은 사안이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직 공공대출보상제도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를 일회성 이슈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법안 발의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후 제도적 논의나 정치권에서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앞서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공공대출보상제도는 아직까지 미완의 제도다. 제도의 구체적인 형태도 완성되지 않았고 내부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제도를 완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4월에 첫발을 내디딘 공공대출보상제도는 논의부터 제도 확립까지 앞으로 오랜 기간의 숙고가 필요하다. 도서관계와 출판계 모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아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분석에 심기일전하고 있다. 8월부터 다시 이어질 논의는 다가올 우리 도서 산업의 큰 변화를 위한 시작이 될 전망이다.

신재우

신재우 뉴시스 문화부 기자

책을 쓰고 싶었지만, 책에 대해 쓰고 있는 사람. 〈뉴시스〉에서 출판과 문학을 담당하고 있다. 코너 ‘신재우의 작가만세’를 연재 중이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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