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1 2024. 01-02.
출판진흥원이 싱가포르에 간 까닭은?
김태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케이북콘텐츠팀)
2024.01-02.
세계 시장에서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K-콘텐츠의 부가 판권 판매와 투자가 점차 확대되면서 원천 콘텐츠로써 출판콘텐츠의 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국내 출판 지식재산권(IP)의 TV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의 해외 판매 및 수출을 돕기 위해 2023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첫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지원 B2B 해외 상담회(KPE, Korea Publication Expo)’를 개최했다.
진흥원은 국내 출판콘텐츠 지식재산권의 활발한 거래와 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하는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지난 2022년 연말부터 출판콘텐츠의 부가 판권 수출을 지원하는 사업의 설계를 시작했다. 이 지면을 통해 본 사업의 설계 과정부터 출판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 등과 함께 B2B 해외 상담회를 개최하기까지의 추진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지원 B2B 해외 상담회 홍보용 이미지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확대를 위한 첫 삽
2022년 연말, 먼저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지원 사업 신설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국내 출판사의 디지털콘텐츠 및 저작권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출판사들의 부가 판권 수출 노력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출판사들은 기획 단계부터 IP 활용을 염두에 두고 출판을 진행하고, 국내외 제작사들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 지원 사업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출판사의 대부분은 진흥원의 ‘북 비즈니스 페어’, 부산국제영화제의 ‘Book to Film’, 한국콘텐츠진흥원의 ‘IP 상담회 사업’ 등의 참가를 통해 부가 판권 수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렇듯 IP를 발굴하고 해외 소개 및 비즈매칭을 할 수 있는 장이 가장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IP 수출에 있어 제작사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바이어를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IP를 보유한 출판사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를 위한 영문 소개 자료 번역·제작 지원도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한 단순 텍스트 번역을 통한 홍보 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상·SNS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 등 홍보 방식의 혁신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원 사업의 경우 절차의 번거로움과 복잡함이 사업 참여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이를 간소화해야 했다. 한편 OTT 플랫폼 및 콘텐츠 증가의 영향으로 2017년부터 IP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IP는 계약 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기적 안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출판 편집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IP 관련 해외 시장에 대한 경험이 적고 시장 정보가 부재하여 해외 바이어 쪽에서 연락이 와도 대응이 쉽지 않은 것도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출판 저작권과 IP 사업의 전문화, 세분화가 진행되는 추세에 작가들도 2차 저작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제작사에서도 기획부터 함께 진행하기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한류 콘텐츠의 인기로 해외 제작사의 국내 투자 분위기가 좋아 부가 판권 사업을 확대하기에 좋은 시점이었다. 아래에서는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지원 B2B 해외 상담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어떤 부분을 주안점으로 삼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지원 B2B 해외 상담회 홍보용 이미지
네트워크 형성 및 바이어 모색 -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해외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 IP 수출에 대한 관심과 기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출판사의 경험과 사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와 니즈 파악, 제작사 등 바이어 모색이 절실하다. 당장의 소득은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해외 제작사를 만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목적으로 해외 영화제나 필름마켓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비즈매칭 상담회, 해외 시장 진출 기회 확대를 통한 네트워크와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이 가장 필요하다.
홍보 - 웹툰의 경우 시각적 전달력이 강하여 해외에 소개하기에 비교적 용이한 측면이 있으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소설 분야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과 번역의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내 IP 상담회 영상 피칭’ 같은 영상 제작을 통해 홍보와 영문 원고 및 소개 자료 제작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법률 자문 및 교육 - 유명 OTT 플랫폼 및 제작사와 계약 시 저작권자에 불리한 일방적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일방적인 계약서 조항의 조율이 쉽지 않고, 수정 요청 시 계약이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계약서 조항을 하나하나 조율하고 확인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영문 법률 자문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법률 자문 지원이나 이와 관련한 교육도 필요하다.
기타 – 우수 사례 공유를 통한 IP 수출 방안 제시 및 활성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소액·소규모 지원으로는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에 대규모 집중적 타깃팅 홍보 및 예산 투입을 통한 IP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담회 행사 개최 시 부산국제영화제, 아메리칸 필름 마켓(American Film Market), 프랑크푸르트 북페어(Frankfurt Book Fair) 등 다른 행사와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을 고민해보았을 때 상담회 개최지는 동남아시아, 그중에서도 싱가포르가 최적이라 판단했다. 싱가포르는 출판콘텐츠가 가지를 뻗고자 하는 미디어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많은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OTT 플랫폼 업체의 아시아 지사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흥원은 공모를 통해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의 해외 판매에 적합한 국내 참가사 10곳을 선정했다. 해외 시장 적합성과 콘텐츠 우수성을 기준으로 선정했고, 해외에서 진행하는 상담회인 만큼 1인 왕복 항공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 주요 신문사 5개사와 동남아시아의 200여 신문사에 바이어 모집 및 행사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국내 참여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매칭을 진행했는데, 먼저 해외 바이어 목록을 국내 참가사에 공유하고 수요를 파악한 후 참사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 추가로 바이어를 발굴하여 매칭을 추진했다. 이어 국내 참가사에게 최종 확정된 해외 바이어 목록을 공유하고 매칭 희망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해외 바이어에게는 신청 단계에서 국내 기업의 소개 자료를 공유했고, 매칭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과 상담회 참여 가능 시간을 확인하여 상호 매칭을 1순위로 그리고 바이어 선호 매칭, 국내 기업 선호 매칭 순으로 매칭 및 미팅 테이블을 제작 후 배포했다.
B2B 해외 상담회 싱가포르에서 개최
총 이틀간의 일정 중 첫날은 ‘싱가포르/동남아시아 진출 전략 세미나’로 시작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바이어의 입장에서 보는 국내 출판콘텐츠 및 부가 판권 활용 가능성과 진출 전략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해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주요 연사를 섭외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한 스튜디오의 대표가 먼저 ‘해외 미디어사 입장에서 본 한국 기업과의 협력 시 애로사항’, ‘해외 기업과의 비즈니스 시 유의사항’ 등 다양한 사례를 포함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전(前)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싱가포르 투자제작사 대표가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한국 콘텐츠 영향력과 2차 창작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논픽션 작품의 영상 제작 가능성, 출판물을 영상화할 때와 역으로 국내에 수입할 때의 가격 범위 같은 실용적인 질문과 싱가포르에서 종교적인 부분과 소비자의 충성도에 관한 문화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동남아시아 수출 시장 관련 세미나
세미나 이후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본격적인 상담회는 40분 상담 후 10분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국내 참가사와 전담 통역가들이 상담 테이블에 착석해 있으면, 바이어가 시간에 맞춰 국내 기업의 상담 테이블에 방문하는 방식이었다. 상담회장에는 열띤 기운이 가득했고 상담 일정이 비어 있는 바이어는 전시된 책을 연신 들쳐보는가 하면, 눈치를 봐가며 일정이 비어 있는 한국 출판사와 추가 미팅을 하기 위해 문의하기도 했다.
둘째 날은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이해도를 높이고 주요 콘텐츠를 파악하기 위한 피칭 세션을 운영했다. 직접 발표를 한 참가사도, 영상으로 대체한 참가사도 있었다. 발표 진행 시 바이어에게는 동시 통역을 제공했다.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쉽게 해소되었다. 통역이 가능한 한국인들이 현지에 이렇게 많이 있나 싶을 정도였고, 요사이 개발된 번역 앱들도 그 기능이 실로 대단했다.
국내 참가사 IR(Investor Relations) 피칭
피칭에 이어 미팅이 다시 이어졌다. 국내 참가사 10곳이 바이어 15곳과 행사 기간 이틀 동안 총 97건의 미팅을 소화했다. 참가사 평균 9.7회, 거의 10회에 달하는 미팅을 한 셈으로, 현장에 참가한 국내 기업이 적게는 8회 많게는 12회까지 사실상 가능한 미팅 일정을 꽉 채운 상담을 한 것이다. 상담 중에는 향후 판매량 등 책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과 관련해 팔로업(Follow-Up)을 하며 악수로 마무리하는 모습, 출판콘텐츠의 라이선싱 관련한 추가 논의를 하겠노라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바이어의 한국 재방문 시 또는 12월에 열리는 ATF(Asia TV Forum & Market) 때 만나서 추가 논의를 하자는 것으로 상담을 마무리 짓는 곳도 있었다. 바이어 측에서 계약 조건을 오퍼하기로 한 곳도 눈에 띄었다.
1:1 B2B 비즈매칭 상담회
앞으로의 남은 과제
첫 상담회였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행사가 끝나고 국내 참가사 대상으로 ‘지원 사업 참가 목적 및 달성도’, ‘지원 사업 참가 만족도’, ‘향후 지원 사업 참가 의향 및 개선 의견’의 3부문으로 나누어 사업 만족도를 조사했다.
먼저 ‘지원 사업 참가 목적 및 달성도’ 측면에서 국내 참가사들은 신규 바이어 발굴(66.7%), 기업/콘텐츠 브랜딩 및 마케팅 순서(55.6%), 해외 시장 조사(44.4%)를 위해 이번 상담회에 참가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지원 사업 참가 만족도’ 측면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행사장 위치 및 설비 수준, 전시 품목 운송, 세미나/피칭/상담회 통역 수준에는 만족했으나, 출장 정보 제공 등의 출장 준비와 바이어 매칭의 전반적 적합도와 부가 판권 확장 가능성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향후 지원 사업 참가 의향 및 개선 의견’ 측면에서는 향후에도 대부분 참가하겠다는 의견을 비쳤고, 다양한 개별 피드백이 있었다.
이로써 향후 이 상담회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연계성’의 중요함을 들 수 있겠다. 상담회 기간 중 또는 전후로 문화 콘텐츠 관련 다른 행사나 축제 등이 이어지면 바이어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지고, 참가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사람과 자리 그리고 시간적인 연계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행사 내내 맴돌았다. 일단 진행시키고 보자는 생각보다는, 차곡차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다. 곧 첫 계약 성과도 나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또 다음 회차를 준비하고 있다. 막연해 보였을 수 있었던, 그 첫걸음에 함께 해준 국내 참가사들에게 고생하셨다고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다. 내년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상담회 전경
김태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케이북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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