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8 2023. 10.
[KPIPA 출판산업 동향 ①]
표정훈(출판평론가·작가)
2023. 10.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국내 출판산업 생산, 판매, 소비 지수 등의 추이 변화를 주기별로 파악할 수 있도록 「KPIPA 출판산업 동향」을 반기 단위로 발행하고 있다. 통계 자료의 적시성과 출판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출판N〉 웹진에서 「KPIPA 발행통계」를 미리 공개하고자 한다. 발행통계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각각 제공받은 도서 목록 중 국내 발행 도서를 대상으로 반기 통계용 도서 분류 기준(만화, 잡지 제외)에 따라 통계를 산출하여 재분류하였다. 산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 분석 원고도 함께 게재한다.
(1) 출판 동향
가) 통계 분석
① KPIPA 발행 종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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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의 입고 도서 목록과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도서 목록을 취합하여 정리한 2023년 상반기 신간 도서 발행 종수는 총 41,091종으로 전년 동기(2022년 상반기) 41,107종보다 16종이 감소했으나,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전기인 2022년 하반기 발행 종수 39,495종에 비해서는 4.0%, 종수로는 1,596종 증가하였다.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행 종수가 줄었다가 2022년부터 회복세에 들어섰고, 이러한 추세가 2023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PIPA 발행 통계 분야별 추이(’21 상반기-’23 상반기)
② KPIPA 출판 분야별 발행 종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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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별 신간 도서 발행 종수를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로 보면 유아동 분야 15.4% 증가, 교육 20.0% 감소, 문학 8.7% 증가, 인문 2.4% 감소, 예술/대중문화 12.0% 증가, 실용 16.3% 증가, 사회과학 5.6% 증가, 과학기술은 9.6% 증가했다. 전체 발행 종수에 대한 구성비로 비교하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차이(%p)는 이보다 소폭으로 나타나지만, 교육 분야는 전체의 28.6%에서 22.9%로 5.7%p나 감소하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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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종수에서 교육 분야는 2021년 상반기 10,443종, 2022년 상반기 11,757종, 그리고 2023년 상반기 9,404종으로 종수 변동 폭이 큰 편이다(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 교육 분야의 세부 분류를 살펴보면 외국어(4.5% 감소)뿐 아니라 초등학습(28.6% 감소), 중고학습(20.5% 감소), 취업/수험서/자격증(19.5% 감소)에서 크게 발행 종수가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대면 상황에서 대면 상황으로 바뀐 코로나 팬데믹 변화와 관련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취업/수험서/자격증 분야는 2021년 상반기 6,264종에서 2022년 상반기 7,872종으로 25.7% 증가했다가, 2023년 상반기에는 6,337종에 머물러 다시 2021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일자리를 옮기거나 변동이 생긴 사람들이 많았으리라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한편 실용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375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용 분야의 하위 분류를 보면 건강/스포츠/레저 분야에서 43.6%(477종→685종), 요리/취미 분야에서 24.1%(415종→515종) 증가했는데 이 역시 본격적인 대면 활동 증가 등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변화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상반기 신간 도서 분야별 비중 (단위: %)
③ KPIPA 출판사 발행 실적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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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전년 동기 6,203개에서 2023년 상반기에 6,377개로 2.8% 증가(174개)하였다. 2020년 상반기 5,713개에서 2021년 상반기 5,903개로 3.3% 증가한 뒤, 다시 2022년 상반기에는 6,203개(↑5.1%), 2023년 상반기에 6,377개(↑2.8%)로 점차 증가해온 것이다. 이러한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의 수는 몇 년 사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등으로 위축되었던 출판 생산 활동이 회복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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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실적 구간별로 살펴보면 5종 이하의 신간을 발행한 출판사의 분포 구성비는 2021년 상반기 전체의 78.4%에서 76.9%(2022년 상반기)로, 다시 78.3%(2023년 상반기)로 지난 3년 동안 소폭의 등락세를 보였다. 출판사 수로 보면 5종 이하 신간을 발행한 출판사는 2022년 상반기 4,770개에서 2023년 상반기 4,991개로 4.6% 증가(221개) 하였고, 6~10종 발행 출판사는 2022년 상반기 690개에서 2023년 상반기 651개로 5.7% 감소(39개)했으며, 전체 출판사 수의 11.1%에서 10.2%로 구성비가 감소했다. 11~30종 발행 출판사는 전체 구성비 8.3%에서 8.1%로 소폭 줄었고 출판사의 수는 거의 비슷했다(516개→514개). 31종 이상의 신간을 발행한 출판사는 전체의 3.7%에서 3.5%로 감소했고 출판사 수는 6개 감소(227개→221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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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1종만을 발행한 출판사는 2019년 상반기에 2,303개사(전체의 40.3%)로 집계된 이래, 매해 상반기 각각 2,385개사(41.7%), 2,487개사(42.1%), 2,604개사(42.0%) 그리고 2023년 상반기에는 2,766개사(43.4%)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매해 4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소폭의 상승 추세만을 나타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전체 출판사 내 구성비와 실제 출판사 수가 감소한 6~10종 발행 실적의 출판사(2023년 상반기 651개)들이다. 이들은 대략 연간 10~20종 안팎의 신간을 발행하며 출판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출판사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구간에서도 특히 6종을 발행한 출판사 수가 전년 동기 239개에서 올해 189개로 20.9%나 감소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 해 10종 안팎의 종수를 발행하는 출판사들이 원가 비용 상승을 비롯한 어려워진 출판 생산 여건에 따라, 활동이 위축되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 주요 출판 트렌드
① 유튜버의 저작에 대한 주목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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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유튜버 저자의 책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어린이 분야 최상위권에 오른 『흔한남매 13』(미래엔아이세움, 2023)은 유튜브 257만 구독자를 넘어선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남매의 영상 스토리를 만화로 풀어낸 시리즈다. 이밖에도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지와인, 2023), 이은경의 『이은경쌤의 초등어휘일력 365』(포레스트북스, 2022), 분당강쌤의 『스카이 버스』(다산에듀, 2023), 김주환의 『내면소통』(인플루엔셜, 2023)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가 다양한 만큼 어린이, 학습, 실용, 교양, 경제경영, 에세이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장르와 분야에 걸쳐 있다. 영화, 드라마, 유튜브, 전자책, 종이책, 웹툰, 웹소설, 웹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매체 간 경계는 이미 사라지고 있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미디어 믹스(media mix)’가 일반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저자 개념도 희박해지고 있다. ‘책의 저자’라고 하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확대되고 새롭게 전개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② ‘4050’에 대한 출판계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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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4050 책의 해’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세대이자 인생의 가장 활동적인 시기를 맞이한 중장년층이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꿈과 취향을 찾고, 삶의 기준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올해를 ‘4050 책의 해’로 정하고, 책과 함께하는 여행, 작가 체험, 함께 읽기 등 다양한 독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4050 세대에게 책 읽기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마흔이나 오십을 제목, 키워드로 하는 책들, 예컨대 『김미경의 마흔 수업』(김미경, 어웨이크북스, 2023),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메이블, 2022), 『마흔에 읽는 니체』(장재형, 유노북스, 2022), 『오십에 읽는 논어』(최종엽, 유노북스, 2021) 같은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또 주목받기도 한다. 제목 키워드에 마흔, 오십이 들어있지는 않더라도 그 세대를 염두에 둔 책들의 출판이 에세이, 실용, 인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차 더 많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③ 일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주목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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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이후 원작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 대원씨아이, 2018)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이후 역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되면서 소설 『스즈메의 문단속』(대원씨아이, 2023)도 각광받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다른 애니메이션의 소설판 『너의 이름은』(대원씨아이, 2017), 『날씨의 아이』(대원씨아이, 2020)도 다시 관심을 끌었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만화 단행본도 인기를 끌었다. 이치조 미사키(一条岬)의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모모, 2021)와 무라세 다케시(村瀬健)의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모모, 2022) 등도 인기를 모았다. 과거사 문제나 독도, 원전 오염수 문제 등 정치, 역사, 사회적으로 일본과 부딪히는 첨예한 지점들이 여전히 있지만 그럼에도 대중문화나 출판 등에서는 일본 콘텐츠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의 관심과 주목이 크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끝난 뒤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점도 일본 콘텐츠 소비 붐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행서 시장에서도 『리얼 오사카』(황성민·정현미, 한빛라이프, 2022), 『디스 이즈 오사카』(호밀씨, 테라출판사, 2023), 『지금 바로 도쿄』(이주호·이진천, 혜지원, 2023) 같은 일본 도시 안내서 등 일본 여행 관련 도서가 주목받기도 했다.
④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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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도서의 출간과 주목받는 도서도 늘어났다. ‘챗GPT’라는 말이 제목이나 부제목에 들어가 있는 책들이 매달 20여 종이 나올 정도로 열풍에 가까웠다. 챗GPT가 사회에 미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책들과 함께 그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안내하는 책들도 많이 나왔다.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반병헌, 생능북스, 2023)이나 『진짜 챗GPT 활용법』(김준성·유원준·안상준, 위키북스, 2023) 같은 책들이다. 챗GPT를 활용하여 만든 책들도 화제가 되었다. 예컨대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스노우폭스북스, 2023)은 ‘챗GPT 지음, AI 파파고 역, 서진 기획’으로 되어 있다. 챗GPT는 이 책의 인쇄와 출간 작업을 제외한 집필·번역·교정·교열 등 고유의 편집 작업을 30시간 만에 끝냈다고 한다. 번역은 AI 파파고의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판 과정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지, 그 긍정적 및 부정적 가능성에 대한 출판계의 관심과 궁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2) 출판산업 이슈와 과제
가) 전자책 해킹 문제 발생, 출판계 크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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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 알라딘이 해킹을 당하여 5,000여 종의 전자책이 유출되어 출판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피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출판사나 저작권자는 정작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탈취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온갖 소문만 난무하고 있다”며 알라딘의 해명을 촉구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5,000여 종의 전자책이 3,200여 명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에 유출돼 피해가 발생했다. 문학동네와 민음사, 창비 등 국내 유명 출판사의 베스트셀러가 다수 포함돼 있으며 피해 출판사는 500곳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책 해킹 탈취 사건은 그 파장과 피해를 예측하기조차 힘들고 출판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 유포가 쉬운 전자책의 특성상 재발에 대한 출판계의 우려는 매우 크다.
나) 출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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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출판사용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에 출판 노동 실태 개선을 위한 산별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 66%에 이르고 외주 제작이 30%에 육박하는 출판 노동 실태 개선을 위해 사용자단체인 출협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출협이 출판사 대표를 가입 자격으로 둔 데다 국내 주요 출판사를 포함해 4,000여 곳을 회원사·준회원사로 둔 최대 단체이고, 예술인고용보험 제도 논의 때도 출판 분야 사측으로 참여한 만큼 사용자단체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노동부에 출판업계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노조에는 고래가그랬어, 보리, 사계절출판, 작은책, 좋은책신사고, 창비, 한겨레출판 등 출판사 사업장 지부와 외주 제작 노동자 및 근로 계약 노동자가 가입한 지역 지부인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속해 있다.
다) 전자책 불법 유통과 저작권 침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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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 불법 유통 웹사이트 ‘제트 라이브러리(z-library)’가 지난 4월 말 복구되어 국내 전자책을 비롯한 많은 콘텐츠가 다시 업로드된 것으로 알려져 출판계의 우려를 낳았다. 2022년 11월 미국 법무부가 도메인을 압수하고 운영자를 체포했으나 다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전자책 약 7,500종이 무단 업로드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txt, pdf 형식으로 유통되던 불법 책과 달리 제트 라이브러리는 전자책 파일에 적용된 보안을 해제하고 업로드하기 때문에, 기존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전자책의 보안을 풀면 얼마든지 사이트에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제트 라이브러리는 가입한 회원에게 개별 링크(url)를 배포해 운영하는 만큼 신고하기도 어려워 출판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 [KPIPA 출판산업 동향]에서는 매년 상하반기 발행 통계 및 출판산업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5월, 10월 〈출판N〉 공개)
표정훈 출판평론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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