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45  2023. 07.

게시물 상세

 

[인터뷰] 해외 출판인에게 듣는다,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저작권 담당자 베스 우드

한국 책 수출, 새로운 세대가 한국 문화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

 

 

 

〈출판N〉 편집부

 

2023. 07.


 

지난 6월 열린 2023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책 행사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 출판계 유명 인사들이 다수 방문했다. 해외 출판계 인사들은 한국의 책과 출판 시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의 출판 콘텐츠가 세계 무대로 영역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는 최근, 한국 책만의 강점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준비는 무엇인지 해외의 저작권 담당자에게서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처음 참여했다는 펭귄랜덤하우스의 저작권 담당자 베스 우드(Beth Wood)는 영국 도서의 판권을 세계 각국에 판매하고 있다. 평소 한국의 책과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베스 우드로부터 한국 출판계의 경쟁력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자.

 

?

 

 

〈출판N〉에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출판사의 저작권 담당자이신 베스 우드 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 독자에게 소개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저작권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베스 우드라고 합니다.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에서 출간한 도서의 해외 번역 시장 진출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빈티지(Vintage)’와 ‘트랜스월드(Transworld)’, ‘마이클 조셉(Michael Joseph)’ 부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저는 학부 시절 한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했는데, 그 이후 현재까지 8년 넘게 한국 시장과 관련해 일을 할 수 있어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저작권 세미나에 연사로 참여하셨습니다. 영국의 출판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를 하셨다고요. 세미나를 듣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영국의 출판 시장 현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국의 출판 시장에 대한 발표를 한 것은 정말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영국의 출판 시장은 현황이 꽤 좋습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소설 분야의 경우 지난 수년의 베스트셀러 소설들을 보면 몇 가지 테마가 부상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는 기성 작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화려한 데뷔를 한 신규 작가들을 비롯해 다양한 작가들의 성적도 정말 좋았습니다.

 

반대로 논픽션 도서의 경우 2022년에 부진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음식(Food & Drink)이나 자서전(autobiography), 전기(biography)와 같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분야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신간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였을 때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며, 구간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는 견실하였으나 지난 몇 년 동안 서서히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 분야의 성적은 좋습니다. ‘영국 왕실’과 관련된 책들도 실적이 좋은 편이며, 해리 왕자의 회고록 『스페어(Spare)』의 경우 출간 첫 날 40만 권 이상이 판매되었습니다.

 

타 장르의 경우, 예술, 역사, 군사 분야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동 분야의 경우 톰 플레처(Tom Fletcher) 작가와 블루이(Bluey, 호주의 유치원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등을 중심으로 유아 도서와 그림책 부문이 2021년도 수준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린이 소설의 경우에는 기존 인기 작가의 시리즈가 하향세를 보인 반면, 루이 스토웰(Louie Stowell) 작가의 『로키(Loki)』 시리즈와 같이 상대적으로 ‘신간’인 시리즈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부문도 꾸준히 성장하였는데, 북톡(BookTok)과 넷플릭스 시리즈를 통해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힘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화책(Comic Strip Fiction)과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분야도 앨리스 오스먼(Alice Osman) 작가의 『하트스토퍼(Heartstopper)』 시리즈를 중심으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미권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펭귄랜덤하우스를 비롯한 메이저 출판 그룹의 자회사와 임프린트에서 출간된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에 최근 한국에서는 독립 출판, 1인 출판사 등 작은 규모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차이 역시 서양과 한국의 출판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한국 출판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좋고도 어려운 질문이네요. 말씀하신 대로 영국 출판 시장은 주로 대형 출판사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영국의 독자들은 책을 고를 때 종종 인플루언서나 베스트셀러 목록 등을 참고하는데요. 영국의 대형 출판사는 마케팅·PR·디자인 등 각 분야에 큰 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에이전시가 출판사를 선택할 때 어떤 출판사가 소속 작가에게 가장 좋은 실적을 가져다줄지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영국의 소규모 독립출판사들도 흥미롭고 전략적인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번역 소설의 열혈 독자이기도 한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몇몇 소설들은 소규모 독립출판사가 출간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한국 출판 시장과 관련해 일했음에도 아직 겉핥기 수준으로만 알고 있는 기분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면서 제가 알지 못했던 한국 출판 시장의 새로운 부분들에 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죠. 한국 독자들에게는 당연한 소리겠지만, 한국의 웹소설 시장이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한국 출판사들과 대화를 하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와 웹툰이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출판 시장의 다른 부분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한국 시장은 아주 민첩하고 출판사 간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 표지 디자인은 한국 출판사들이 잘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부스를 돌며 정말 많은 표지 디자인에 매료되기도 했으니까요.

 

 

 

펭귄랜덤하우스의 책을 한국에 수출하는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한국 서점에 가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외서가 번역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정작 일반 독자들은 저작권이 어떻게 거래되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의 저작권 거래는 주로 어떤 방식과 절차로 진행되나요?

 

저작권 담당자마다 그들만의 번역서 제안 및 판매 방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인 관행도 물론 있습니다. 가령, 판매를 시작하기 전에 책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판매하려는 이 책을 재밌게, 또는 독특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엄청난 판매 기록이나 후기가 있는지, 혹은 저자나 책이 수상한 이력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봐야 하고, 또 판매자로서 이 책이 해외 독자들에게도 매력이 있을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다음 이 책에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출판 산업에서 저작권 담당자들은 흔히 저작권 거래를 위해 국제도서전에 참여하는데요. 국제도서전 참여는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그 동안 교류가 없었던 에디터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연락할 수단을 찾았다면 책을 피칭하기 시작합니다. 판매하려는 책에 대해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와 그 책이 잘 팔릴 만한 요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죠. 이는 저작권 담당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요, 에디터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여기까지 잘 진행이 됐다면 오퍼를 받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고 로열티와 라이선스 기간에 대해 사전 동의까지 마쳤다면 저작권 소유주·작가·에이전트의 승인 단계로 넘어가 계약 관련 프로세스가 진행됩니다. 사실상 양 당사자가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합의한 모든 조건을 반영하는 계약서가 작성되는 단계죠. 한국 시장에서는 운이 좋게도 훌륭한 에이전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러한 과정의 많은 부분을 에이전트가 담당하고 저는 작가·에이전트에게 오퍼를 하기 전에 그 분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펭귄랜덤하우스에서 한국 독자를 타깃팅하는 책은 어떤 책들인가요? 또한 저작권 수출을 하시며 느끼신 한국 출판사 또는 독자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가 출간한 책들 중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을 모두 나열하기는 어려우나,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은 있었습니다. 논픽션 분야의 경우, 에드 콘웨이(Ed Conway) 작가의 『물질 세계(Material World)』, 벤 윌슨(Ben Wilson) 작가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와 같이 스마트하고 성찰적인 책들을 비롯해 알리 압달(Ali Abdaal) 작가의 『기분 좋은 생산성(Feel-Good Productivity)』과 같은 실용적인 자기계발서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또 다른 성공작으로는 언어를 막론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이 있습니다. 이 책은 영국 안팎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독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룸과 동시에 굉장한 일러스트까지 갖춘 좋은 사례로 남았습니다.

 

소설 분야의 경우, 한국은 자국 출판 시장이 아주 견고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번역 소설이 힘을 쓰기 어렵죠. 전 세계 시장을 모두 상대하는 저작권 담당자로서 한국의 소설들이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인기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인 레이몬드 브릭스(Raymond Briggs)의 작품들과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나의 경찰관(My Policeman)』 같은 영국 소설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질 세계(Material World)』,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기분 좋은 생산성(Feel-Good Productivity)』,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물질 세계(Material World)』,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기분 좋은 생산성(Feel-Good Productivity)』,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레이몬드 브릭스(Raymond Briggs)의 『눈사람 아저씨(The Snowman)』, 『나의 경찰관(My Policeman)』 오리지널 표지와 영화 제작 기념 리커버 표지

레이몬드 브릭스(Raymond Briggs)의 『눈사람 아저씨(The Snowman)』, 『나의 경찰관(My Policeman)』 오리지널 표지와 영화 제작 기념 리커버 표지

 

 

반대로 영미권 독자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영미권 독자들에게는 한국의 어떤 책들이 인기가 있을까요? 아쉽게도 영미권에서는 한국 책이 1년에 10권도 채 출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영미권에 한국 책이 더 많이 소개되려면 한국 출판 관계자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더 신경을 써야 할까요?

 

또 다른 좋은 질문이네요! 영국 시장에서 선방 중인 최근 논픽션 작품들을 살펴보면 영국 독자들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실용적인 해결안을 제시하는 책들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판 산업의 많은 전문가 분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람들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을 예전에 비해 더 많이 읽고 있습니다. 가령, 올리버 버크맨(Oliver Burkeman) 작가의 『4,000주(4000 Weeks)』나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 작가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눈에 띄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그 기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가이드나 인생 철학과 같은 내용을 다루는 책들에 대한 수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앞서 영국 소설계에 있어 2022년도는 리차드 오스만(Richard Osman)이나 콜린 후버(Coleen Hoover) 등 유명 작가들에게 아주 좋은 해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로맨스 장르도 북톡이나 TV 방영을 위한 각색 등을 통해 특히 좋은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콜린 후버 작가를 비롯해 알리 헤이즐우드(Ali Hazelwood), 줄리아 퀸(Julia Quinn), 아나 황(Ana Huang) 그리고 에밀리 헨리(Emily Henry) 작가들이 그 덕을 보았죠. 또, 2022년도는 SF와 판타지 장르에 있어서도 스티븐 킹(Stephen King)이나 사라 J. 마스(Sarah J. Mass), R. F. 쿠앙(R. F. Kuang) 등의 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띄는 등 강력한 신간들이 출간된 해였습니다.

 

질문에서 집어주신 것처럼 아직까지 한국 책들 중 영미권 독자들을 위해 번역된 책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는 즉 번역된 한국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아주 좁으며, 또 독자들이 어떤 분야에 특히 관심이 있는지 분석하기에 표본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번역서가 적은 이유로는 영미권 국가들이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그룹 BTS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최근 들어 한국 문화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죠. 또, 언어적 장벽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부 유럽 시장과 달리 영국에서는 에디터가 스스로 성공적인 책들을 발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국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들의 수도 적기 때문에 이들이 한 번에 맡을 수 있는 분량에 한계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BTS와 다른 대중문화의 수출은 새로운 세대가 한국 문화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영미권 국가 내에서의 변화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됩니다.

 

 

 

저작권 담당자로서, 한국에 방문하여 한국 출판 시장을 살펴보신 베스 우드 님의 전문가로서의 통찰과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저작권 전문가로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논픽션 분야의 경우 독자들은 전문 지식이나 해당 분야에 전문가인 저자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떠한 책의 저자가 ‘왜’ 그 사람인지,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그 저자만의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소설 분야의 경우에는 세부 장르마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렵지만,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들이 일반적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편입니다. 예컨대 배경이 되는 지역이 크게 다르더라도 영국의 독자들은 가족이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쉽게 감정을 이입하죠. 한편, 소설과 논픽션 장르 모두 판매하려는 책이 엄청난 판매 기록이나 수상 이력, 또는 긍정적인 후기를 가지고 있다면 도움이 됩니다. 영화화나 TV 방영 예정이라는 소식이 덧붙여진다면 때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겠죠. 많은 에디터들이 책의 출간에 앞서 왜 그 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찾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영국 시장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인해 도서 시장이 점차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듯합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기존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에 더해 신규 미디어 콘텐츠나 기타 플랫폼들이 무수히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여러 방면에서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흥미로운 주제와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 마케팅, PR 등으로 더욱 무장해야 할 때입니다.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Bloomsbury Publishing)에 계약된 한국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2022)가 지난 4월 런던도서전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2022년 가장 인기 있었던 대형 베스트셀러였는데요, 내년에 영국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면 현지 반응이 어떨지 개인적으로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인 전제와 기발한 제목 그리고 자국 시장에서의 성공이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영국에서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현재 번역된 한국 소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 번역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영국 국내 서점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기 때문에 서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 책의 성공에 도움을 줄 것이라 봅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의 한국어판을 운 좋게 한 권 선물 받았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조금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어떤 책을 주로 읽으시나요? 평소에 한국 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한국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또한 기획자로서, 전문적인 하나의 독자로서 베스 우드 님이 기획한 여타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기존 한국 작품이 세계 주류 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나 시스템 등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편하게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원하시는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모든 장르의 책을 좋아합니다. 제가 특별하게 읽지 않는 장르도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번역 소설과 한국 번역 소설을 특히 재밌게 읽는다는 점(학부 시절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만)은 그리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수많은 에디터들을 만났는데요. 제가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에디터들에게 보고할 훌륭한 책들을 피칭해주셨고, 모두 정말 놀라운 책들이었습니다. 그중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유영광, 클레이하우스, 2023) 한 권을 받았는데, 시간이 될 때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작권 담당자로서 저는 일을 위해 계속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재미를 위해 책을 읽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좋습니다. 최근 출간된 한국 소설 중 어떤 책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우수함이 있기 떄문에 답을 하기 어려운데요, 현재로서는 제 책장에 꽂혀 읽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한강 작가의 신작을 조만간 읽고 싶습니다.

 

기존 한국 작품의 해외 진출에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한국 소설을 새로운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훌륭한 에이전트들이 있고, 이들이 꾸준히 새로운 기회와 길을 모색하고 있기에 결코 열정이나 경험 부족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이런 에이전트들과 그들의 책에 대해 환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수년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또 관련해 일한 사람으로서 영국 에디터가 한국 도서에 갖는 관심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 시장과 한국 시장은 저마다 독특한 특성과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한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다른 시장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세상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서로 다른 시장에 책을 진출시키려는 에이전트들에게는 독특한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판N〉 웹진의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드린 모든 답변은 영국 출판 산업 종사자로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일 뿐임을 알려드리며,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가진 분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이벤트였으며, 업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또, 제가 한국 대중문화와 책의 팬이라는 점은 놀랍지 않으실 텐데요, 코엑스 몰을 구경하며(온라인에서 찾기 힘든 한국의 아이돌 그룹 원위(Onewe)의 음반을 비롯해 앨범 몇 개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 BTS 데뷔 10주년 기념 활동 기간 동안 서울에 있을 수 있어 너무 좋았고, 서울 곳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흥미로운 일들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올해 초 부산과 제주도를 여행할 멋진 기회도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서울 탐방을 비롯해 도서전에 참여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베스 우드(Beth Wood)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저작권 담당자(Rights Manager)로, 자사 출간 도서 및 저자들을 번역 시장에 진출시키고 국내 신문 및 잡지에 발췌문을 게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 SOAS 런던대학교(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였다.

 

〈출판N〉 편집부
번역: 이은혜

 

해외동향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