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25  202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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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단행본이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법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특장판

 

 

 

강소영(KPIPA 수출코디네이터)

 

2021. 9.


 

도쿄 준쿠도 서점의 코믹스 코너


도쿄 준쿠도 서점의 코믹스 코너

 

서점과 편의점의 만화 코너가 북적인다. 『귀멸의 칼날』의 열풍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얼마 전 최종권이 발매된 『진격의 거인』부터 화제작 『주술회전』까지 만화 단행본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게다가 경이적인 매출을 올린 히트작일수록 부록이나 고급스런 장정을 갖춘 특별판(Special Edition)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출판사들의 일반 판매 전략으로 자리 잡은 "특별판"의 세계를 소개한다.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진격의 거인』 편의점 특장판

 

6월 9일 트위터에는 #진격의거인(#進撃の巨人), #진격의거인최종권(#進撃の巨人最終巻), #이시야마선생(#諫山先生), #진격의거인34권(#進撃の巨人34巻), #진격의거인특장판(#進撃の巨人特装版) 등 『진격의 거인』 관련 해시태그를 단 트윗들이 쉴 틈 없이 올라왔다. 새벽부터 편의점을 돌아다닌 끝에 편의점 한정 특장판 구입에 성공했다는 환호성부터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허탕을 쳤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소동의 발단은 바로 『진격의 거인』 특장판. 『진격의 거인』은 이사야마 하지메(諫山創)가 2009년부터 『별책소년매거진(고단샤)』에 연재한 소년 만화로 단행본 세계 누계 발행 부수만 1억 부(전자판 포함)를 돌파한 초대형 히트작이다. 이 작품은 『별책소년매거진』 5월 호에서 완결되어 그 최종권이 6월 9일에 발매되었는데 이 날 특장판도 함께 발매되어 만화 팬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진격의 거인』 서점 한정판 특장판 진열 코너. 1인당 1권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진격의 거인』 서점 한정판 특장판 진열 코너. 1인당 1권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왼쪽이 특장판, 오른쪽이 통상판


왼쪽이 특장판, 오른쪽이 통상판.
 


쪽 특장판과 얇은 소책자를 함께 묶어 판매하고 있다.


왼쪽 특장판과 얇은 소책자를
함께 묶어 판매하고 있다.

 

『진격의 거인』은 2012년부터 일반 단행본(통상판, 정가 572엔) 외에도 한정판과 특장판을 별도로 발매해 왔다. 그런데 이번 최종권의 특장판이 유독 화제가 된 까닭은 부록 상품인 소책자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각기 서점 한정판과 편의점 한정판으로 발매했기 때문이다. 고단샤는 연재 이전 그림 콘티 2회분을 담은 소책자가 붙은 "Beginning" 버전을 서점 한정판으로, 138화와 최종화를 수록한 소책자가 붙은 "Ending" 버전을 편의점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들 가격은 모두 1,100엔(세금 포함). 특히 편의점 한정판은 수량이 한정됐기 때문에 발매일 새벽부터 편의점마다 구매하려는 만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진격의 거인』 담당 편집자는 공식 트위터에서 편의점 한정판을 출시한 목적이 더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의 반응도 뜨겁다. 로손의 홍보 담당자는 만화를 구입하는 고객과 편의점의 주요 고객층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가 편의점의 집객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진격의 거인』 편의점 한정판은 발매 당일 모든 상품이 품절되었고, 이후 같은 달 16일 한정 수량으로 재출간됐지만 역시 바로 품절되어 그 인기를 입증하였다.

 

특별판 마케팅, 다른 작품에도 확산

 

특별판 발매는 다른 히트작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슈에이샤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귀멸의 칼날』의 20권부터 최종권인 23권까지에 대해 통상판(정가 440엔)과 별도로 특별판을 발매했다. 재미있는 것은 최종권으로 갈수록 특별판의 정가도 점점 올라간다는 점이다. 20권은 16개의 엽서를 부록으로 붙인 특장판(정가 990엔), 21권은 캐릭터 스티커가 포함된 특장판(1,200엔), 22권은 알루미늄 배지와 소책자가 포함된 동봉판(2,000엔), 최종권인 23권은 주요 캐릭터의 피규어가 포함된 동봉판(5,200엔)으로 발매됐다. 그중 한정 수량으로 생산된 22권과 23권의 동봉판은 현재까지도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주술회전』 굿즈 동봉판 발매 홍보 이미지(출처: 슈에이샤 『주간소년점프』 공식 사이트)


『주술회전』 굿즈 동봉판 발매 홍보 이미지(출처: 슈에이샤 『주간소년점프』 공식 사이트)

 

슈에이샤는 올겨울과 내년 봄에 각각 발매 예정인 『주술회전』 18권과 19권에 대해서도 굿즈 동봉판 제작을 결정하여 5월 31일부터 예약 접수를 시작했다. 『주술회전』은 누계 발행 부수가 5,000만 부를 돌파한 인기작으로 제2의 『귀멸의 칼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18권 특장판은 아크릴 소재의 달력이 붙어 3,850엔, 19권 특장판은 작중 등장하는 물품 모형과 관련 사진이 포함돼 4,620엔이다. 슈에이샤는 『주술회전』 애니메이션 방영 전부터 원작 일러스트 상품의 인기가 매우 높았고, 부록이나 특별 상품을 요구하는 만화 팬들이 많았기 때문에 굿즈 동봉판 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판사에서 특별판을 출시하는 이유

 

이제 스페셜 에디션은 더 이상 스페셜하지 않다. 그만큼 특별판 마케팅이 현지에서 통상적인 출판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예전만 해도 만화 잡지에서 연재하는 작품 중 인기가 높은 만화가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그중 판매가 많은 단행본이 다시 특별판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종이와 전자를 가리지 않고 인기 작품들은 바로 특별판으로 출간된다. 일종의 프리미엄 상품인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사들이 이렇게 특별판 출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믹스 통상판의 평균 가격은 약 530엔대다. 최근 대형 출판사를 중심으로 소년 대상 코믹스의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코믹스의 가격이 낮다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특별판은 가격이 통상판의 몇 배임에도 한정적인 공급으로 독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해 단기간에 매출을 급신장시킨다. 또한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재고나 반품 부담도 적다.

 

특별판 발매는 작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스포츠 만화의 경우, 강팀과의 경기가 끝나면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판매 부수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출판사는 극의 흐름을 고려해 판매세가 꺾일 타이밍에 한정판이나 특장판을 기획해 매출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별판은 출판사가 만화 팬들과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출판사는 팬덤 유지 차원에서 만화 팬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해야 한다. 팬덤 집단에서는 팬들이 관련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후 이를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특별판 출시는 충성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이자 SNS상에서 화제성을 높이는 영리한 판매 전략이다.

 

알면 알수록 심오한 특별판의 세계

 

이러한 특별판의 세계가 얼마나 심오하고 넓은지 아는가? 특별판의 세계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당황스러울 것이 바로 용어다. 한정판, 특장판, 동봉판 등 특별판에도 무슨 종류가 그렇게 많은 건지 이름만 들어도 웬만한 사람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들 용어는 모두 스페셜 에디션을 가리키지만 부록의 종류나 재발행 여부 등 세부 조건에 따라 달리 쓰일 때가 많다.

 

먼저 한정판은 말 그대로 수량 한정 상품을, 특장판은 통상판보다 표지의 재질이나 디자인 등이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제작된 상품을, 동봉판은 굿즈를 동봉한 상품을 의미한다. 하지만 특장판은 한정판이나 동봉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재발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배지나 피규어 등 굿즈가 부록으로 포함된 특별판은 굿즈의 재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특별판의 재발행도 어렵다. 하지만 소책자나 엽서 등과 같은 부록은 출판사에서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수요만 있다면 언제든지 재발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출판사는 보통 재발행이 가능한 경우는 특장판으로, 재발행이 어려운 경우는 한정판이나 동봉판으로 출시한다. 또한 고가 한정판은 미리 예약 접수를 받은 후 주문 수량만큼 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 설명도 항상 들어맞지는 않는다. 특장판이라도 재발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진격의 거인』의 사례처럼 한정판이 특정 유통 채널의 전용 상품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특별판을 손에 넣으려면 발매 예정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제품이 수량 한정 상품인지 예약 필수 상품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때에 따라선 새벽잠을 줄여 발품을 팔거나 오랜 시간 줄을 서는 것도 마땅히 감내해야 한다. 난관을 극복하고 얻은 성과물일수록 소장의 기쁨도 커지기 때문이다.

 

종이 만화 시장, 종이 잡지에서 단행본으로 무게 추 옮겨져

 

현재 일본의 만화 시장은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만화 시장(종이+전자) 판매 금액은 6,126억 엔으로, 1978년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역시 종이 만화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 전자 만화의 판매액은 25% 증가를 기록했다. 현재 만화가 출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만화 시장의 전체 판매 금액 추이(단위: 억 엔)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전년비(%)

종이

잡지

1,313

1,166

1,016

917

824

722

627

86.8

단행본

2,256

2,102

1,947

1,666

1,588

1,665

2,079

124.9

소계

3,569

3,268

2,963

2,583

2,412

2,387

2,706

113.4

전자 만화
(잡지 포함)

887

1,169

1,491

1,747

2,002

2,593

3,420

131.9

합계

4,456

4,437

4,454

4,330

4,414

4,980

6,126

123.0

 

과거 만화 시장의 전성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이 시기는 만화 잡지가 단행본에 비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슈에이샤의 『주간소년점프』의 발행 부수가 사상 최초로 653만 부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고(아직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그 뒤를 400만 부를 찍은 고단샤의 『주간소년매거진』이 바짝 쫓는 등 그야말로 일본 만화 잡지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1995년 정점을 찍은 만화 시장은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불법 다운로드, 저출산 등으로 인해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위축되었다. 그러던 와중 최근 전자 만화의 급성장과 스고모리족1)의 독서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6천억 엔을 돌파하고 25년 만에 전성기를 다시 맞이한 것이다.

 

 

1)
스고모리(すごもり)는 일본어로 ‘둥지에 틀어박히다’, ‘칩거하다’의 의미임. 저성장이 장기화한 2000년대 후반 일본에 등장하기 시작한 인구 집단을 일컫는 표현으로 집에 틀어박힌 채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생활과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의미함.

 

만화 시장 판매금액 추이

 

도쿄 산세이도 서점의 만화 잡지 코너


도쿄 산세이도 서점의 만화 잡지 코너

 

지난해 종이 만화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 전성기 때와 다른 새로운 판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만화 시장을 견인했던 만화 잡지의 판매액은 현재 전성기 시절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만화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20년에도 만화 잡지는 전년 대비 약 13% 감소했다. 반면 만화 단행본의 판매액은 1995년 이후에도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5년 드디어 만화 잡지를 추월한다. 만화 시장의 중심추가 잡지에서 단행본으로 옮겨진 이유는 마음에 드는 작품만 골라 단행본으로 보는 트렌드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중후반에는 단행본 시장이 해적판 사이트와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일본 정부의 강력한 조치로 다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만화 단행본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24.9% 증가했고 올 상반기 역시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속한 전자화 흐름과 종이 잡지의 쇠퇴 속에서도 잘 자란 동생 하나가 종이 만화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판, 첨단 기술의 날개를 달다

 

올해 상반기 만화 팬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 4월 일본 최대 전자책 중개업체인 미디어도가 종이책 중개업체 토한과 협력해 디지털 부록이 달린 종이 출판물 상품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미디어도가 개발 중인 디지털 부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Non-Fungible Token)로 발매돼 하나하나 개별적인 가치를 지닌다. 경험재인 디지털 콘텐츠를 소장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미디어도는 한 발 더 나아가 NFT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고 사용자끼리 매매도 할 수 있는 ‘미디어도 NFT 마켓 플레이스(가칭)’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첨단 기술의 날개를 단 특별판은 출판 마케팅에도 신기원을 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부록에는 NFT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출판사는 디지털 부록을 구입한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실물 부록에 비해 배송 및 반품, 재고 관리 등이 단순하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유통 채널을 한정하지 않고 동시에 다양한 기획을 실행할 수 있다. 현재 미디어도는 연내 공개를 목표로 KADOKAWA, 고단샤, 슈에이샤, 쇼가쿠칸 네 곳과 디지털 부록 상품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판, 종이책의 힘과 가치를 증명하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다면 전자 만화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 질감을 느껴보고 싶은 욕구는 오직 종이책으로만 충족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하며 종이책의 종말을 선언한 지 20년. 종이책은 여전히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야 겨우 고전적 임무에서 해방되어 본연의 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전자책이 훌륭한 매개체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종이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특별판은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시대에 종이 만화의 생존 전략과 달라진 역할을 보여준다.

 

출처

 

일본 출판과학연구소: https://shuppankagaku.com/wp/wp-content/uploads/2021/03/20210225.pdf
고단샤 마가포케: https://pocket.shonenmagazine.com/article/entry/wm_20200429
미디어도: https://mediado.jp/service/3842/

 

 

 

강소영(KPIPA 수출코디네이터)

일본 수출코디네이터. 현지에서는 일본그림책교류회(日韓絵本交流会)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문화 이벤트 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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