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1  2020. 06.

게시물 상세

 

글로벌마켓 리포트
코로나가 일군 독일 출판계의 새로운 모습

 

 

 

박소진(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0. 06.


 


지도 돋보기 일러스트

 

COVID-19로 인한 자가격리는 온라인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의 폭을 급격히 넓혔다. 미술관, 갤러리, 박물관을 온라인을 통해 미술품을 무료로 감상하면서 해설을 듣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어손이 무대 감독을 맡은, 베를린의 운터 덴 린덴 국립 오페라 하우스(Staatsoper Unter den Linden)에서 공연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를 집에서 감상하고, 출판사와 저자들이 무료로 공개한 출간작들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웹사이트 berlinalive.de는 낭독회 및 시 슬램(poetry slam)을 포함한 폭넓은 문화 분야의 이벤트를 온라인 중계하고, 시청자들은 기부를 통해 작가와 예술가들을 지지할 수 있다. 다음은 ‘코로나 시대’가 일구어 낸 독일 출판계의 새로운 모습이다.

 

 

 

#동네서점에힘보태기supportyourlocalbookstore

 

동네서점들이 힘든 시기를 잘 견딜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해시태그 #supportyourlocalbookstore는 비록 서점 문은 닫혀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읽을거리를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독일 모든 주의 (일부) 서점 목록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 전화, 인터넷을 통해 동네서점에 주문된 도서는 자전거 배달이나 무료 배송을 통해 독자에게 배달된다.

 

이뿐만 아니라, shopdaheim.de(집에서쇼핑)상에서는 독일 전국의 동네서점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동네 상점을 찾을 수 있다. 본 웹사이트의 주요 스폰서들은 독일 대형 체인 서점 탈리아(Thalia), 오시안더(Osiander), 이북(eBuch), 유통 업체인 리브리(Libri),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로, 독일 출판계가 (동네)서점 및 출판계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는 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집에서 일하는 출판사들, 코로나 미니 소설 등 공유

 

유서 깊은 출판사인 피셔 출판사(S. Fischer Verlag)는 ‘집에서 일하는 출판사(Der Verlag im Homeoffice)’라는 별도의 웹페이지를 통해 ‘금주의 추천도서’, ‘기타 추천도서’, 피셔 출판사 직원들의 재택 근무사진들 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 작가 아르노 스트로벨(Arno Strobel)이 쓴, 약 3,500자의 코로나 미니 범죄 소설, 하랄드 벨처(Harald Welzer)의 책 『모든 것은 지금과 다를 수 있다(Alles könnte anders sein)』의 구절을 랩으로 풀어 낸 영상 등을 공유한다. 또한, 온라인 낭독회 리스트, 작가들의 인터뷰 리스트, 작가들이 코로나 사태에 대해 생각하는 글들을 모은 새로운 콘텐츠도 제공한다. 더불어, #함께읽어요(gemeinsamlesen)나 #집에서쇼핑(shopdaheim) 해시태그를 통해 더 많은 도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피셔 출판사는 전한다.

 

한편, 랜덤 하우스 독일은 ‘절망적인 집콕(Desperate Houselives)’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통해 자가격리 시간을 창조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3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매일 저녁 9시에 15분간 페이스북에서 온라인 낭독회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분야 도서의 낭독회 및 생중계를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다. 우테 크라우제(Ute Krause)는 아동서 『힘센 동물들과 날아다니는 로버트 씨(Die Muskeltiere und der Fliegende Herr Robert)』의 낭독회를 5월 초 약 일주일간 저녁 7시 30분에 진행하기도 했다.

 

키위(Kiepenheuer & Witsch)출판사는 트위치(Twitch) 및 독일과 비엔나의 TV채널을 통해 낭독회를 중계하며, 책을 둘러싼 다양한 대화를 담은 비디오를 공유한다. 키위 출판사와 슈피겔(Spiegel)지의 작가들은 여러 작가들을 라이브 방송에 초대하여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낭독을 하며,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파이퍼(Piper)출판사는 #PiperLesestunde(파이퍼독서시간)이라는 해시태그 하에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 낭독회를 진행한다. 낭독은 매일 저녁 5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시작하며, 그들의 최근 인스타그램 포스팅은 약 300~1,300회의 ‘좋아요’를 받으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텐베르그 프레스(Sternberg Press)는 ‘사회적 거리 패키지 #1, 2, 3’을 통해 현 상황과 관련된 도서들의 발췌문을 묶은 읽기 견본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TV를 다시 찾는 책

 

독일 공영방송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문학 및 도서 관련 프로그램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를란트 Saarland지역 채널 SR은 ‘드디어 집에서 시간 보내기(Endlich zuhause, endlich Zeit für...)’ 시리즈를 통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 동작들, 요리법과 더불어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본 시리즈에서 서적상 솔베이그 푈란드(Solveig Pöhland)는 판타지, 범죄 소설, 음악, 청소년, 유머 등 각 분야의 추천작들과 ‘올해의 책들’을 추천하며, SR 리포터 게오르그 기칭어(Georg Gitzinger)는 소위 ‘비뚤어진 소설들(Schräge Romane)’을 소개한다. 한편, 베를린 시 채널 RBB에서는 ‘RBB가 읽어주는 책 Der RBB Macht Lesung’을 통해 울라 렌체Ulla Lenze, 아바스 키더Abbas Khider처럼 베를린에 거주하는 소설가들이 직접 소개하는 그들의 신간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각 방송은 약 15분 동안 진행되며, 작가들이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주요 구절을 낭독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COVID-19에 대응하여 출판계를 보호하기 위한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의 다각적인 노력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는 코로나 사태로 위협받는 출판계의 생태계 지속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동네서점 지원

 

서점들을 지원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마케팅용 그래픽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인쇄한 후)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픽은 포스터, 엽서, SNS 포스팅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동네서점에서 직접 배달됩니다’, ‘온라인 샵이여 안녕, 서점이 직접 독자에게 책을 전합니다’, ‘안녕, 쿠폰아!’, ‘책 7권 만큼의 간격을 유지하세요’, ‘감염이여 안녕, 안녕, 책!’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 마케팅용 그래픽은 ‘지금 책 한 권!(Jetzt ein Buch!)’에서 제작하였으며,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의 홈페이지에서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견습생 지원

 

소형 출판사 및 서점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는 이들과 이들을 고용한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는 견습생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5만 유로의 지원금이 설정되었으며, 업체마다 600유로(약 80만 원)의 일회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사업체가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의 정회원이어야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며, 견습생이 여러 명인 경우에도 1회만 신청할 수 있다.

 

 

 

웨비나 & 세미나를 통한 교육

 

‘더 높은 도서 판매율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전하는 세미나가 5월 12일을 시작으로 여러 회 진행되었다. 이 세미나는 현재 근본적으로 변한 미디어 지형을 염두에 둔 채, 오늘날 자신의 책을 어디에서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서점 및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책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떠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책을 화두로 만들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전한다. 본 세미나는 3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비용은 회원 75유로(약 10만 원), 비회원 100유로(약 14만 원)이다. 이 밖에도, 소셜 미디어 마케팅, 스트레스 & 시간 관리 & 긴장 풀기 기술 등에 관한 웨비나에 참가할 수 있다.

 

 

 

공영 방송에 대한 비판

 

“사회는 책에 대한 공적인 대화를 필요로 한다.”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가 독일 공영 방송에서 도서 및 문학 관련 프로그램이 사라진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에른 방송(BR), 남서독일방송(SWR), 독일 제2텔레비전(ZDF)에서 방영되던 여섯 가지 문학 프로그램이 방영 취소된 데에 이어, 북부독일방송(NDR) 또한 예산 절감의 이유로 ‘책 일지(Bücherjournal)’를 2021년부터 방영 중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책은 기반이 튼튼한 전문적 조사와 다양한 성격의 정보를 기반으로 쓰인다. 책은 복합적인 관련성을 내포하며, 사회구성원들에게 사고할 (혹은 사고해야 할) 거리를 제공한다. (…) 또한, 새로운 주제를 대중적으로 사회 속에 인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책에 대해 공적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가짜 뉴스와 음모설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와 같이 우려를 표명한 독일 출판 서적상 협회는 현 실태에 대해 출판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

 

그중, 랜덤 하우스 출판 그룹의 대표 토마스 라트노프(Thomas Rathnow)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였다. 그는 “북부독일방송(NDR)의 의무는 정보를 제공하고, 시청자를 교육시키며, 그들에게 조언 및 재미를 제공하며, 특히 사회에 문화적 기여를 하는 것이다. 현재 북부독일방송의 프로그램 폭은 문화를 주제로 하는 방송을 충분하지 않다. 문화 프로그램 제작에는 높은 제작비가 요구되지 않는 점, 그리고 30년간 방송된 프로그램인 ‘책 일지(Bücherjournal)’가 경비 절약을 위한 희생양이 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북부독일방송의 경영진은 이 결정에 대해 다시 심사숙고해야 하며, 창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공영 방송사는 문학과 문화의 전파에 대한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이 점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책아이콘

 

[글로벌마켓 리포트]에서는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등 9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PIPA 수출 코디네이터’들이 현지 출판시장 정보를 매월 정기적으로 수집하여 전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리포트는 ‘출판수출지원-글로벌수출동향’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출판수출지원-글로벌수출동향 바로가기

해외동향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