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48  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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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인수된 미국 사이먼앤슈스터 출판사,
과제와 전망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2023. 10.


 

세계 최대 사모펀드 KKR, 美 대형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 인수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23년 8월 7일,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의 대형 미디어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 이하 파라마운트)이 자회사인 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를 사모펀드 KKR(Kohlberg Kravis Roberts)에 매각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KKR이 파라마운트로부터 사이먼앤슈스터를 인수한 금액은 16억 2,000만 달러(약 2조 1,182억 원)이다. 각 언론에 따르면, KKR은 해당 금액으로 사이먼앤슈스터를 파라마운트로부터 인수하는 최종 계약에 서명했다고 발표하였으며, 파라마운트는 그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사이먼앤슈스터 매각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큰 출판사 중 하나를 인수함으로써 KKR은 사업에 대한 재정적 이익을 크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KKR과 사이먼앤슈스터 로고

KKR과 사이먼앤슈스터 로고

 

 

1924년 미국에서 설립된 사이먼앤슈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1,6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사이먼앤슈스터는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와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Publishers), 아셰트(Hachette Book Group USA) 그리고 맥밀란(Macmillan)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Big 5 출판사 중 하나로 통한다.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1936), 조셉 헬러(Joseph Heller)의 『캐치-22(Catch-22)』(1961), 어니스트 헤밍웨이(Earnest Hemingway)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2), 스콧 피츠제럴드(Scott Fitzgerald)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1925)』 등도 사이먼앤슈스터에서 발간되었다. 고전 반열의 작가뿐만 아니라 좀 더 대중적 서사로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추리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 로맨스 소설가 콜린 후버(Colleen Hoover) 등을 비롯하여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사이먼앤슈스터에서 출간된 『인간관계론』, 『캐치-22』,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사이먼앤슈스터에서 출간된 『인간관계론』, 『캐치-22』,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의 『격노(Rage)』(2020),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딸 메리 트럼프(Mary Trump)의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2020),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관해 폭로한 존 볼턴(John Bolton)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2020) 등의 서적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베스트셀러 역시 사이먼앤슈스터에서 발간되었다. 이 책들은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꾸준히 번역돼 출간되고 있다. 실제로 사이먼앤슈스터는 출판시장이 냉각된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 2년 동안 판매 호조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사이먼앤슈스터가 세계 출판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오고 있는 출판사이기에 이번 결정은 더욱 큰 이슈가 됐다.

 

파라마운트는 2020년 초부터 사이먼앤슈스터의 매각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0월에 출판시장 점유율 1위이자 미국 최대 출판그룹인 펭귄랜덤하우스와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나, 출판시장 독점을 우려한 미 당국의 제동으로 지난해인 2022년에 무산된 바 있다. 파라마운트는 매각 발표일에 2분기 실적으로 매출 76억 1,600만 달러(약 9조 9,6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2분기 매출은 시장의 평균 예상치인 74억 3,000만 달러를 웃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사업인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를 비롯해 CBS(Columbia Broadcasting System), 쇼타임 네트워크(Showtime Networks), 니켈로디언(Nickelodeon), MTV(Music Television), BET(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 파라마운트+, 플루토TV(Pluto TV) 등 다양한 TV 채널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기업이다.

 

KKR과 사이먼앤슈스터의 만남… 세계 출판시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중요한 것은 이번 파라마운트의 사이먼앤슈스터 매각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출판시장 구도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이슈이다.

 

파라마운트의 CEO 밥 배키시(Bob Bakish)는 “파라마운트 주주들에게 탁월한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이먼앤슈스터가 KKR과 함께 다음의 성장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거래에 합의하게 돼 기쁘다”고 밝히면서 “이번 매각 수익은 파라마운트에 재무적인 유연성과 주주들을 위한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거래 성사 후 사이먼앤슈스터는 독자적인 기업으로 전환되며, 기존 경영진이 계속 회사를 이끌게 된다고 KKR은 밝혔다.

 

KKR 미디어 부문 리처드 사르노프(Richard Sarnoff) 회장은 “우리는 다양한 매체와 시장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데 투자함으로써 사이먼앤슈스터가 99년간 이어온 편집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문학 인재들의 더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사르노프 회장은 출판업계의 많은 이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이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의 그의 관여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펭귄랜덤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에서 여러 직책을 역임했었고, 미국출판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사이먼앤슈스터의 최고경영자 존 카프(Jon Karp)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결과에 흥분했다고 말할 때 경영진 전체를 대표하여 말하는 것 같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우리를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출판사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 존 카프는 이번 계약 체결이 끝난 후에도 최고경영자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는 사이먼앤슈스터의 직원들과 작가들 전체에게 보낸 편지에서 리처드 사르노프 회장을 20년 동안 알아 오고 있으며, “내가 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출판비즈니스의 뉘앙스를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사르노프 회장은 직원 해고가 계획에 없고, 대신 KKR이 사이먼앤슈스터에 투자와 확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으로의 세일즈 확대를 성장 가능 영역으로 꼽았다. KKR이 소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사이먼앤슈스터 직원들에게 지분을 부여할 계획이라는 사실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출판시장에서 독점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스턴 법대(Boston University School of Law)의 반독점법 전문가인 키스 힐튼(Keith N. Hylton) 교수는 “사이먼앤슈스터가 KKR에 매각돼도 펭귄랜덤하우스의 인수 당시와 같은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이먼앤슈스터를) 사모펀드에 매각한다고 해서 경쟁업체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펭귄과 랜덤하우스가 만나 펭귄랜덤하우스로 거듭났을 때 미국 출판계는 물론 전 세계 출판계가 신선한 충격에 빠졌었다. 그 이후 미국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펭귄랜덤하우스는 몸집을 잘 유지하는 가운데, 그룹 소속의 계열 출판사들도 나름대로의 목소리와 색채를 각자의 개성으로 삼고 다양한 독자군과 소통해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매각에 참여한 핵심 관계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런 의견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 해고가 없고, 출판사의 독자적인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며, 출판사에 더 많은 투자와 확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으로 자사 출판 콘텐츠와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포부도 빼놓지 않았다. 출판사 직원들에게는 더 나은 혜택을 베풀 것이라는 기대어린 발언도 있었다. 분명 각각의 약속들은 실제로 잘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KKR의 보다 적극적이고도 전략적인 투자 지원으로 사이먼앤슈스터는 더욱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영역 밖(해외)에 있는 작가나 타이틀 확보에 매진하여 세계적인 작가나 타이틀로 부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전략과 구상의 일환으로, 미국 자체 시장으로부터는 이슈메이커가 될 저자 발굴과 타이틀 기획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해외 유력 작가를 확보하여 그의 책을 통해 미국 내 시장 독자들에게는 차별화된 신선한 목소리로 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자사의 인지도와 대외적 영향력을 앞세워 해당 타이틀의 판권이나 하드카피 수출 확대에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전략적 신호탄으로 2023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준비 및 프로모션 기간으로 활용하면서 2024년 런던도서전 전후로 대형 타이틀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사이먼앤슈스터에서 관심가질 만한 작가나 타이틀 판매를 위한 접근 전략 구사도 한국 출판계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수년째 문학을 포함한 한국 책들의 영어판권이 미국의 Top 5에 드는 출판사에 판매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바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좁고 작은 점포나 시장을 흡수하여 몸집을 키워가는 방식이 아니라, 규모 있고 역량 있는 업체와 전격적으로 더 큰 새로운 비전을 세워 함께 키워가는 신선한 사건이 한국 출판시장에서도 종종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한국 출판계는 세계적 빅 타이틀을 기획하고 발간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신속하고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잘 내는 한국 출판계에 발전적인 비전을 담은 자본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한류 문화콘텐츠의 확대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상덕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1995년부터 출판에이전트로 일해오고 있으며, 그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2008, 창비),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 창비),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2000, 사계절), 손원평의 『아몬드』(2017, 다즐링(개정판)) 등을 포함한 수많은 한국 문학을 해외로 수출해 오고 있으며, 쓴 책으로 『소설 파는 남자』(201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josephlee7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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