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23  202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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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안티 아마존 운동

 

 

 

강미란(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1. 7.


 

대표적 퓨어 플레이어(Pure Player) 중 하나인 다국적 기업 아마존은 뭐든지 팔고 어디서든지 판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굉장히 편하다. 아마존에는 없는 물건이 없을뿐더러 클릭 한 번이면 본인이 어디에 살든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마존의 유료회원 서비스인 “프라임(Prime)”을 이용하면 따로 배송비를 내지 않고도 소위 총알배송이 가능하다.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몇 날 며칠 배송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래서 프랑스의 아마존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무엇인가가 필요할 때는 아마존을 찾도록 한다는 아마존의 전략이 맞아 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뭐든지’ 파는 물건 중에는 물론 책도 포함된다. 아마존에는 없는 책이 없을뿐더러 움직이지 않고도 오늘 주문하면 내일이면 받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수고도 덜 수 있다. 특히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서점이 없는 이용자들에게는 정말 편리한 시스템이다. 서점에 직접 갈 수 있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책이 서점에 없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주문을 넣고 다시 찾으러 가야 하는데, 아마존에서는 검색과 클릭 한 번이면 이 모든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마존의 아이러니

 

공영 라디오 ‘프랑스엥테르(France inter)’에 따르면1) 아마존의 책 판매량은 프랑스 총 도서 판매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존은 프랑스의 대부분 출판사에게 있어서 우수 고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금 아이러니인 점이 있다. 아마존은 프랑스 출판사들에게는 우수 고객이고, 프랑스 도서 판매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도서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아마존 측의 철저한 비밀 유지로 인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수치는 없으나 전문가들은 도서 판매를 통한 프랑스 아마존의 수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어쩌면 손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 아마존은 소위 ‘안티-아마존법’이라 불리는 2014년 7월 8일 도서정가제 및 배송비와 관련한 법 시행에 저항이라도 하듯 프라임 고객이 아니더라도 모든 책 상품 배송 비용을 상징적인 가격인 1센트(약 13원)로 하고 있다. 따라서 배송에 드는 비용을 아마존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24시간 내 배송 등 빠른 서비스를 위해 대형 물류센터를 두고 있어, 건설 및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등까지 계산하면 책 판매로 거둬들이는 8-9%의 이익이 아마존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물론 아마존이 진짜 돈을 벌어들이는 분야가 ‘아마존 웹 서비스’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도서 판매에 대해서는 덤핑행위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전략적인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대표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무엇이든 아마존에서 살 수 있고, 아마존은 이용이 편하다’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 판매 덤핑을 감수하는 것이다.

 

 

1)
https://www.franceinter.fr/emissions/social-lab/social-lab-03-mars-2019

 

아마존의 문제

 

없는 책이 없고, 배송비는 거의 무료니 많은 사람이 아마존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있다. 대형 서점 및 대형 마트 등과 경쟁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아마존이라는 다국적 대형 기업까지 진출해 일반 중소 서점이나 동네 서점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는 비단 서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아마존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많이 팔아주는 우수 고객 중 하나다. 하지만 아마존의 총알배송에 따라가려면 출판사 측에서도 큰돈을 들이며 빠른 배송을 해 줘야 하고, 그게 아니면 아마존 물류센터 이용비를 내야 하는데,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마존의 책 판매 덤핑에 출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빠른 배송을 위해 아마존 측에서는 유통 및 배송 업체 측에도 큰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책 덤핑 때문에 출판사는 물론 유통업체, 리셀러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

 

 

2)
https://actualitte.com/article/4709/tribunes/bye-bye-amazon-il-en-va-de-la-responsabilite-de-chaque-editeur

 

아마존의 문제는 또 있다. 프랑스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세율이 낮은 곳에 사업장을 두는 것으로 신고를 한다는 사실이다. 정작 프랑스에서는 높은 매출액을 내면서 세금은 적게 내고 있다. 반면 사업장을 프랑스에 두고 있는 대부분의 출판사와 서점은 일반 법인세가 적용되어 세금 부담이 크다. 아마존과의 경쟁도 어려운데 세금까지… 이렇게 프랑스 출판사와 서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존은 절세 문제 외에도 과도한 물류창고 이용비 부과로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팔려는 출판사 등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는 곧 환경오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상품을 보관하고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상품을 보관하는 데 드는 사용료가 꽤 부담이라는 점이다. NGO 기관인 ‘레자미드라떼르(Les amis de la Terre)’와 프랑스의 경제 전문 프로그램 〈카피탈(Capital)〉의 공동 취재 결과에 따르면3) 창고 1㎥의 한 달 사용료는 약 26유로, 6개월이 지나면 500유로, 1년이 지나면 1,000유로로 늘어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윤을 내려는 회사는 팔지 못한 물품을 반송하는데 또 돈을 쓰는 대신 새 상품이지만 파기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3)
https://www.telerama.fr/television/scandale-des-invendus-amazon-aurait-detruit-trois-millions-de-produits-en-france-en-2018,n6086750.php

 

뿐만 아니라 프랑스 아마존은 물류센터 직원들의 노동 환경에도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보건안전위원회(CHSCT)가 프랑스의 한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4) 빠른 서비스, 목표량 채우기 등을 위해 직원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사 응답자 중 44%가 이미 업무 스트레스 및 과로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나 아마존의 업무 환경과 직원 복지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https://actualitte.com/article/19417/distribution/enquete-les-inquietantes-conditions-de-travail-chez-amazon-france

 

안티-아마존 운동

 

아마존으로부터 다른 경쟁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프랑스 정부에서는 도서정가제 및 배송비와 관련한 법인 소위 ‘안티-아마존법’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1981년 8월 10일 81-766법에 따라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정한 가격이 책 뒤표지에 찍혀 있어서 이를 지키는 것이 원칙이나 서점에서 원한다면 5% 할인제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 서점이 발달하고 아마존 등장으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했다. 1981년 법과 같은 선상에서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고 아마존의 도서 덤핑을 막기 위해 2011년 11월 11일부터 전자책 정가제가 실시되었다. 이후 일반 동네 서점도 지키고 프랑스 대형 서점(프낙 등) 및 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2014년부터 또 다른 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안티-아마존법은 소비자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서점에서 책을 샀을 때 이득을 보도록 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즉 1981년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5% 도서할인제와 무료 배송비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면 5% 할인율을 적용받지 못할뿐더러 배송비까지 내야 한다. 대신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한다고 해도 직접 서점에 가서 찾아올 경우 5%의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프낙(FNAC)과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이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법에 큰 타격을 입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앞서도 말했지만 무료배송이 불가능하니 배송료를 1센트로 하여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점에 가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아마존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형 서점인 프낙은 아마존과의 경쟁하기 위해 배송비를 1센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 기업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중소 서점에서는 배송비 부담으로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2020년 이후 새로운 법안이 국회 심의 중에 있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할 경우 무조건 2유로에서 2유로 30센트를 배송비로 내도록 하는 법안이다. 문화부와 경제부 장관이 전자통신, 우편, 언론 배포 규제기관과 협력하여 배송 비용의 최소 금액을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새 책은 물론 중고책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시민 차원에서도 안티-아마존 운동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Jeannot se livre, bulledop, le souffle des mots 등의 많은 북튜버(booktuber)들이 아마존이 아닌 일반 서점에서 책을 사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일반 시민 단체에서도 다양한 안티-아마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아마존의 물류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재무부 건물 앞에서 열렸고, 올해만 해도 낭트 등의 도시에서 시민들의 안티-아마존 시위가 열렸다. 아마존은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 외에도 지방 소도시나 작은 마을의 마트에도 ‘아마존 로커(Amazon lockers)’를 설치하여 무료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12월에는 로트에가론(Lot-et-Garonne) 지역의 소도시 마트들을 중심으로 아마존 로커를 봉쇄하는 등 시민 단체들의 시위5)가 열렸다.

 

 

5)
https://france3-regions.francetvinfo.fr/nouvelle-aquitaine/lot-et-garonne/agen/fronde-anti-amazon-lot-garonne-reclamer-suppression-casiers-retraitdepots-grandes-surfaces-1902156.html

 

안티-아마존 운동은 아마존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출판사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책을 통한 인간관계의 형성 및 유지, 책 관련 업계의 전문성 확보, 윤리적인 기업 운영 등을 목표로 하는 50여 개의 출판사에서 아마존을 통해 책을 팔지 않기로 하며 보이콧 운동을 하고 있다.6) 이들이 보이콧 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유통사가 직접 보이콧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도서 전문 잡지 〈악튀알리테(Actuallité)〉에 낸 성명7)을 통해 존 성시블(Zone sensible) 출판사 측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마존의 덤핑, 절세, 열악한 근무 환경, 배송 관련 압박 등을 생각하면 더 많은 출판사에서 보이콧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많은 출판사의 주요 고객이 아마존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매출의 30-50%가 아마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존 측의 부당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물론 외국에까지 자사의 책을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쉽게 보이콧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출판사가 직접 아마존과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유통사를 거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통사에서 아마존을 리셀러로 선택하면 출판사 측에서는 큰 힘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사에게도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만일 아마존을 보이콧하는 경우 판매거부 등의 법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6)
https://actualitte.com/article/4694/distribution/un-front-commun-contre-amazon-l-edition-se-revolte
7)
https://actualitte.com/article/4709/tribunes/bye-bye-amazon-il-en-va-de-la-responsabilite-de-chaque-editeur

 

이렇게 출판사 및 유통사 측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떠오른 안티-아마존 운동 계획이 또 있다. 바로 ISBN 바코드를 책 표지에 찍지 않는 운동이다. 벨기에 출판사인 비 파라렐(Vie parallèles)에서 시작한 방법으로, 바코드를 책 겉면에 찍지 않아 아마존의 AI가 찾아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에서 걸고넘어질 수도 있는 ‘판매거부’ 등의 법적 책임을 피해 가며 보이콧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소비자들이 아마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인터넷 책 구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안8)도 마련하고 있다. ‘lalibrairie.com’은 중소 서점이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인터넷 서점이다. 원하는 책을 검색하고 소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서점이나 잡지상에서 책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이 조합 창고에 보관 중인 책은 약 30만 권이며 도서벽지가 아닌 이상 24시간 내에 픽업 장소에서 책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alibrarie.com 픽업 장소는 현재 약 2,500여 개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과는 달리 직원들 모두가 정규직이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lalibrairie.com뿐만 아니라 파트너 픽업 장소 모두 프랑스 내에 거주지를 두고 있어 아마존과는 달리 정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8)
https://www.linfodurable.fr/entreprises/trois-bons-plans-pour-acheter-ses-livres-sans-passer-par-amazon-10721)

 

비슷한 시스템의 인터넷 서점으로 leslibraires.com도 있다. 새 책은 물론 중고책 및 전자책까지 판매하는 사이트이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일반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전문가의 조언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곳으로, 소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서점 및 독립 서점 등을 소개해주고 있다. 서점 수준, 사회적 기능, 납세 및 직원 복지 등을 고려하여 이 사이트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서점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책의 양은 약 5백만 권 정도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는 현재 정부 차원, 시민 차원의 다양한 안티-아마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앞서 설명했듯 아마존은 이미 도서 판매에 대해서 덤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모든 출판사에서 아마존에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해도 아마존 쪽의 순이익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출판사와 유통사, 프랑스 독자들 모두가 아마존을 보이콧한다면 일반 서점들의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프랑스에서의 안티-아마존 운동은 비단 도서출판 관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강미란(KPIPA 수출 코디네이터)

프랑수아 마장디 고등학교 교사, 라레유니옹 대학 강사 및 언어교육학 연구원, 번역가. 다수의 한국 만화를 프랑스어로 옮겼고, 프랑스어 소설과 그래픽노블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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