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1  202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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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중국]
온라인서점의 무차별 할인이 가져온 폐해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2020. 06.


 

2010년 1월 8일, 중국의 언론·출판 담당 부서였던 국가신문출판총서의 지도 아래 중국출판공작자협회, 중국도서잡지발행업협회, 중국신화서점협회가 함께 제정한 「도서공평교역규칙」이 2년의 논의 끝에 발표되었다. 당시 참여자 중 한 명이었던 중국신화서점협회 부이사장 겸 비서장 장야산(張雅珊)은 말하길, “온라인서점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도서는 정가 상품인데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줄곧 저가 할인 판매됨으로써 장차 오프라인서점의 경영에 큰 충격을 주고 도서 유통의 전체적인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가 관련 부서가 정책을 내놓고 신간은 일정 기간 내에 저가 할인 판매를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여 업계의 건전하고 질서 있는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도서공평교역규칙」에서도 “신간 1년 내 할인 판매 금지”와 “인터넷서점 회원 할인 판매가가 정가의 85% 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했지만 업계의 건의 사항으로 그치고 입법화하는 것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바로 이것이 중국 ‘도서정가제’ 출범을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시도였고 이 시도의 좌절로 인해 중국 출판계는 지난 10년간 거대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출판 전문 리서치업체 베이징카이쥐안(北京開卷)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도서소매시장의 정가 기준 총매출 규모는 1,022억 7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4.4% 성장했다. 하지만 신간 종수는 19만 4천 종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으며 감소 폭도 전년 대비 0.49% 확대되었다. 총매출이 아직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간 종수가 6.7%나 감소했다는 것은 중국 출판계가 이미 전반적으로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려주는 적신호다. 그러면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역시 오프라인서점의 약세와 출판사의 수익성 약화이며 더 근본적인 원인은 온라인서점의 절대 강세와 할인 정책에 있다고 본다.

 

〈표1〉을 보면 지난 6년간 중국 온라인서점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약 3.7배나 성장했다.

 

 

〈표1〉 2013~2019년 중국 온라인서점 정가 기준 매출 추이 (출처: 中國報告網, www.chinabaogao.com)


<표1> 2013~2019년 중국 온라인서점 정가 기준 매출 추이

 

2019년만 봐도 중국 온라인서점의 정가 기준 매출은 715억 1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4.9%나 상승했다. 하지만 반면에 오프라인서점은 307억 6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이런 차이는 사실 가격 할인율의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2019년 온라인서점의 평균 판매 할인율은 무려 41%에 달했다. 전년도의 35%에 비해 6%나 급상승했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서점의 평균 판매 할인율은 11%에 그쳤다. 가격만 놓고 본다면 굳이 오프라인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사람이 바보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당당(當當), 징둥(京東), 톈마오(天猫), 이 3대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서점계는 왜 이렇게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일까? 업체 간 악성 경쟁 때문일까? 현재는 온라인서점 사업을 접은 아마존 차이나까지 건재했던 2010년 전까지는 확실히 그런 측면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후로 당당이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변신하고, 본래 온라인 가전쇼핑몰과 종합쇼핑몰로 유명했던 징둥과 톈마오가 도서유통업에 뛰어들면서 도서 할인 판매의 성격은 확 달라졌다. 즉, 도서가 그들 온라인 종합쇼핑몰이 고객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한 미끼 상품이 돼버린 것이다. 실제로 당당, 징둥, 톈마오 등은 모두 도서 할인을 다수의 고객을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한 저렴한 광고 수단으로 인식하여, 도서정가제의 부재를 틈타 지난 10년간 신간, 구간을 막론하고 할인율 50% 전후의 대형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해왔다.

 

이런 현상의 수혜자는 보다 많은 방문자를 원하는 온라인서점과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고객일 것이다. 그러나 할인 여력이 없어 고객에게 외면받는 오프라인서점과, 할인 행사 때마다 온라인서점으로부터 더 낮은 공급가를 강요받는 출판사는 일방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수많은 오프라인서점의 폐업과 출판사의 이익 감소라는 결과를 낳아 중국 출판계 전체의 위기감을 고조시켜왔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시작되어 현재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문제점을 한층 악화시켜 중국 출판계의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중소서점 연합체인 ‘수멍(書萌)’은 지난 1월 말 〈천여 개 오프라인서점 앙케이트 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당시 조사 대상 오프라인서점 중 90.7%가 휴업을 했고 99.7%가 정상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또 베이징카이쥐안도 지난 2월 전국 오프라인서점 매출 지수가 전월 대비 81.65%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오프라인서점업계가 전멸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동시에 온라인서점들의 할인 정책이 훨씬 더 강화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객들의 온라인 쇼핑 편중과 더불어 오프라인 유통이 불가능해진 출판사들의 현금 회전 수요에 편승해 당당, 징둥, 톈마오 등은 2020년 벽두부터 과거에는 ‘이벤트’였던 할인 행사의 성격을 ‘일상’ 혹은 ‘뉴노멀’로 전환하였다.

 

〈그림1〉은 온라인서점 당당의 금년 5월 24일자 메인 화면이다. “도서 30만 권에 대해 100위안을 결제할 때마다 50위안을 할인해준다”는 광고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확실히 일반적인 할인 이벤트가 아니다. 할인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1> 온라인서점 당당의 금년 5월 24일 메인 화면


〈그림1〉 온라인서점 당당의 금년 5월 24일 메인 화면

 

이어서 〈그림2〉는 할인 대상인 그 ‘30만 권’ 중 임의의 1권이 어떻게 할인 판매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림2> 온라인서점 당당의 금년 4월 신간 할인 현황


〈그림2〉 온라인서점 당당의 금년 4월 신간 할인 현황

 

『인생은 작은 기쁨(人生就是小歡喜)』이라는 이 자기계발 에세이는 출간된 지 1달이 조금 넘은 신간으로서 분야별 베스트셀러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가는 46.8위안이지만 당당의 판매가는 14% 할인된 41.9위안이며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의 55.5%에 해당되는 25.99위안이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도서 결제 총액이 100위안 이상이면 무조건 50위안을 할인받으므로 역시 이벤트 대상인 다른 책 1권을 추가해 100위안을 채우기만 하면 『인생은 작은 기쁨』을 반값에 살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할인 혜택도 깨알 같이 숨어 있다. 우선 『인생은 작은 기쁨』의 전자책을 사면 동일 저자의 다른 전자책을 12.9위안으로 추가 구입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생은 작은 기쁨』의 종이책을 사면서 9.9위안만 더 내면 정가 98위안짜리 고급 전통회화 달력 책을 살 수 있고, 또 26.8위안만 더 내면 정가 78위안짜리 서양미술 도서를 살 수 있다. 실로 통 큰 할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는 당연히 좋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온라인서점은 할인 폭 제고를 위해 보편적으로 공급률 40%를 출판사에 요구하고 있으며, 출판사는 그동안에는 온라인 유통에서 줄어든 수익을 오프라인 유통에서 메워 왔지만 오프라인서점의 감소와 경영 악화로 인해 이제 그것조차 여의치 않게 되었다. 출판사가 온라인서점과의 거래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정가의 6~10%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업 종사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런데 이것은 인건비, 임대료, 인세 등 출판사의 고정비용을 아직 제외하지 않은 수치이다. 결국 출판사는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한 가장 부정적인 결과는 역시 콘텐츠의 질적 저하이다.

 

아래의 〈표2〉는 2019년 중국 소설류 베스트셀러 Top 10이다. 이 표를 통해 우리는 현재 중국 출판계가 처한 콘텐츠 부족 현상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표2〉 2019년 소설류 베스트셀러 Top 10 (출처: 中國出版傳媒商報)

순위

서명

출간연도

초판출간연도

1

인생

2010

1993

2

삼체

2008

동일

3

삼체Ⅱ-암흑의 숲

2008

동일

4

삼체Ⅲ-사신영생

2010

동일

5

평범한 세계(전2권)

2017

1986

6

홍암

2005

1961

7

연을 쫓는 아이

2006

2003

8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2014

동일

9

백야행(2017년 판)

2017

2008

10

포위된 성

2012

1947

 

Top 10 중 2019년에 나온 신간은 단 1권도 없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실질적으로 2010년 작 SF인 『삼체Ⅲ-사신영생』이다. 나머지는 10~70여 년 전에 출간된 구간의 재판이다. 한마디로 스테디셀러가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업의 각 주체들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독자-서점-출판사-저자의 이 연쇄 고리는 어느 한 단계에서만 이상이 생겨도 다른 단계들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도서 가격체계를 흐트러뜨린 온라인서점의 무차별 할인은 오프라인서점의 몰락과 출판사의 수익 악화를 불러왔고 출판사의 수익 악화는 좋은 저자와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어렵게 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독자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었다. 이런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되고 또 악화된다면 중국의 지식산업 전반과 국민의 교양 수준이 크게 저하되고 말 것이다.

 

2019년 3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 양회(兩會) 기간에 정치협상회의 위원 겸 중국신문출판연구원 원장인 웨이위산(魏玉山)은 도서 공정 거래에 관한 입법 의견을 제시하여 9년 만에 다시 도서정가제 입법화를 위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 그는 온라인서점의 할인 정책으로 인해 오프라인서점이 온라인서점의 ‘샘플 전시장’이 돼버린 현실을 지적하고 “도서 거래 가격을 법으로 정함으로써 악성 할인 경쟁을 억제하여 시장을 건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도서정가제 제정의 걸림돌이 돼온 ‘반독점법’에 따로 도서 가격제에 대한 면제 조항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올해 1월 8일, 중국도서잡지발행업협회를 중심으로 출판 관계자들이 연이어 회의를 개최해 도서정가제 입법화에 관한 업계 차원의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중국 출판계의 공멸을 막기 위한 이런 절박한 움직임들이 결국 도서정가제 출범으로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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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김택규(숭실대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 숭실대학교 중문과 겸임교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국 저작권 수출 분야 자문위원. 출판 번역과 기획에 종사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중국어 출판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번역가 되는 법(유유)〉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중톈 중국사(글항아리)〉, 〈죽은 불 다시 살아나(삼인)〉, 〈암호해독자(글항아리)〉 등 5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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