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3  2022. 06.

게시물 상세

 

미국 출판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북톡(BookTok)의 영향력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2022. 06.


 

지난 2년간 전 세계는 코로나로 인한 강제 격리를 겪었다. 긴 격리 기간 동안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도어대쉬(DoorDash) 같은 음식 배달업은 큰 인기를 끌었고, 고객들이 방문할 수 없는 오프라인 쇼핑몰이나 대면 산업은 격리의 영향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출판계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모든 저자 초청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일부 출판사들은 출간일을 미뤘고,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에 의존하던 많은 독립 출판사들은 매출 감소를 견뎌내야 했다.

 

이렇게 시작된 코로나 첫해인 2020년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지난 2012년에 출간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백 리스트(backlist)인 ‘매들린 밀러(Madeline Miller)의 『아킬레우스의 노래(The Song Of Achilles)』의 매출이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 8월 틱톡(TikTok) 사용자 문걸리즈(@moongirlreads_)가 틱톡에 공유한 ‘당신을 울게 하는 책’이라는 북톡(BookTok) 영상을 공개한 후 일어났다. 호머(Homer)의 『일리아드(The Iliad)』를 낭만적으로 재해석한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이러한 북톡의 인기로 순위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1분기에는 책의 매출이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나 늘었다. 거의 한 주에 만 권씩 판매되었고, 반스앤노블에서만 십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인기 북톡커 문걸리즈의 북톡 영상(출처: 문걸리즈의 틱톡(@moongirlreads_))


인기 북톡커 문걸리즈의 북톡 영상(출처: 문걸리즈의 틱톡(@moongirlreads_))

 

지난 2021년 4월 #BookTok(#북톡)으로 공유되고 있는 틱톡 영상은 총 73억 회 이상 조회되었다. 코로나 격리로 인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이 출판산업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틱톡(TikTok)의 북톡커들과 #북톡(#booktok) 페이지


틱톡(TikTok)의 북톡커들과 #북톡(#booktok) 페이지

 

한야 야나기하라(Hanya Yanagihara)의 『리틀 라이프(A Little Life)』와 같은 백 리스트 타이틀도 북톡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었다. 『리틀 라이프』는 2015년 출간되었고, 바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작품이다. 6년 후 이 작품은 소셜미디어의 화제작이 되었다. 이 도서를 읽은 틱톡 유저들이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 영상이 틱톡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 도서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리틀 라이프』 표지와 북톡커의 틱톡 영상 사진


『리틀 라이프』 표지와 북톡커의 틱톡 영상 사진

 

북톡이 인기를 끌기 이전에도 소셜미디어는 신간을 소개하는 주요 장소가 되어왔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 굿리즈(Goodreads)가 있고, 유튜브에서 책을 소개하는 북튜브(BookTube)가 있다. 인스타그램의 인기로 북스타그램(Bookstagram)이 인기를 끌었고, 트위터에서는 #릿트윗(LitTwit)이 인기를 끌었다.

 

틱톡이 다른 소셜미디어와 다른 점은 틱톡의 주 사용자가 10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영어덜트와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아 청소년 로맨스 시장의 주 독자층을 이룬다. 감정이 풍부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들은, 북톡커들이 만든 직선적이고 감정적인 영상에 깊은 감동과 동질감을 느낀다. 북톡커들이 책을 읽고 난 후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소감을 숨김없이 표현하거나, 흥분해 책을 집어던지는 등의 솔직한 영상을 보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나 감정을 서로 공유한다. 그리고 이것이 이들 도서의 판매를 이끌었다.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22년 보고서에 의하면, 틱톡이 소셜 네트워크 앱 중에서 스냅챗(Snapchat) 다음으로 미국의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이라고 한다. 2019년 4%에 미쳤던 틱톡의 점유율은 2020년 29%를 차지해 25%였던 인스타그램을 앞질렀다. 그리고 2021년에는 30%의 점유율로 35%인 스냅챗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이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에서 틱톡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10대의 소셜 네트워크 앱 이용 점유율


미국 10대의 소셜 네트워크 앱 이용 점유율
(출처: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50172/social-network-usage-of-us-teens-and-young-adults/)

 

그럼 10대들은 왜 틱톡으로 옮겨가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틱톡이 닐슨(Nielsen)을 통해 실시한 연구(https://www.tiktok.com/business/en-US/blog/nielsen-study-tiktok-discovery-content-authentic)에 따르면 전 세계의 사용자들은 틱톡의 콘텐츠가 진정성 있고, 필터링되지 않은 유행을 선도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틱톡의 광고 콘텐츠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인다. 전 세계 사용자의 64%가 틱톡에서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85%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다. 그리고 79%가 틱톡의 콘텐츠가 독특하다고 여기며, 68%가 틱톡의 광고가 다른 플랫폼과 다른 독특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84%가 틱톡에서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접한다고 답했다. 틱톡에 대한 사용자의 공감도가 아주 높은 것이다.

 

틱톡은 각종 필터와 스티커, 음악, 비디오 편집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10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의 메인 페이지인 ‘추천(For You)’은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를 파악하고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들 콘텐츠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사용자들이 몇 시간씩 앱을 보며 중독되게 만드는 것이다.

 

틱톡이 10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인기 있는 노래 또는 비디오에 대한 댄스 챌린지와 같은 트렌드를 확산하는 데에 있다. 틱톡 알고리즘은 현재 인기를 끄는 트렌드의 영상을 위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 트렌드 영상은 더 많은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고 이를 통해 쉽게 입소문이 난다.

 

또한, 틱톡의 오디오는 틱톡이 10대들에게서 인기를 끌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그 동영상의 오디오를 다른 유저가 립싱크해 사용할 수 있다. 유명한 노래의 리믹스가 수천 개의 비디오에 오디오 클립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70~80년대의 팝 음악이 10대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틱톡 트렌드로 지난 2년 동안 많은 올드 팝송이 순위를 역주행해 새로운 히트작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음악에서 일어난 올드 팝의 순위 역주행 현상이 도서 순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다.

 

BAM 서점의 북톡 인기 도서 리스트


BAM 서점의 북톡 인기 도서 리스트

 

반스앤노블 서점의 북톡 인기 도서 리스트


반스앤노블 서점의 북톡 인기 도서 리스트

 

반스앤노블과 BAM(Books-A-Million) 등의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의 북톡 인기를 오프라인으로 재현해 북톡 도서 리스트를 따로 모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 도서들은 대부분 백 리스트로 북톡의 영향으로 다시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들이다.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북톡의 미래는 어떨까? 한동안 북톡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출판사들이 북톡커들에게 신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몇몇 인기 북톡커들은 몇백 달러에서 몇천 달러까지의 광고비로 북톡을 제작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북톡커들은 북튜브와 북스타그램도 병행하고 있어 각 채널별 유저와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오더블과 킨들 코믹솔로지에서 디지털 오디오북과 코믹북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팀을 이끌었고, 지금은 한국의 도서와 웹툰, 웹소설을 미국 시장에 번역 출판하고 있다.
contact@poppypub.com

 

해외동향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