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3  202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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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일본]
일본 출판인들을 사로잡은 한국형 YA소설

 

 

 

김승복(쿠온출판사 대표)

 

2020. 08.


 

일본어판 『아몬드』가 7월 6일 12쇄를 찍으면서 판매량 10만 부를 넘어섰다. 『아몬드』가 어떻게 일본어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한국의 미디어에서도 소개되었듯이 ‘2020 서점대상’에서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하면서부터다. 2004년에 제정된 ‘서점대상’은 인터넷 서점을 포함한 서점 점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상이다. 서점대상의 캐치프레이즈인 “가장 팔고 싶은 책!”이 말해주듯 서점원들의 역할은 뭐니뭐니해도 책을 잘 파는 일일 것이다. 서점원들은 연말부터 자신들의 책방에 서점대상 후보작 코너를 만들어 몇 차례에 걸쳐 팔고 싶은 책을 전시하고, 실행위원회는 후보작들을 좁혀가는 과정을 SNS로 실시간 공유하여 4월 초 선정작을 발표한다. 후보작에 노미네이트되는 과정에서 책이 팔리게끔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물론 대상이 발표되고 나면 거의 모든 서점들이 일시에 서점대상 코너를 만들어 해당 도서를 적극적으로 판매한다. ‘서점대상’은 서점대상, 발굴부문상, 번역소설부문상, 논픽션부문상 등 4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수상한 한국소설 『아몬드』는 번역소설부문으로 전년도 번역부문소설이 획득한 표의 2배 이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높이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번역소설부문은 영미권 소설들이 차지했었는데 아시아문학, 한국문학이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번역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한국문학은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중앙역』(김혜진), 『노랑무늬 영원』(한강), 『흰』(한강), 『바깥은 여름』(김애란), 『몬순』(편혜영)을 비롯하여 강경수의 그림책 『우리 엄마』가 있다.

 

그렇다면 『아몬드』가 일본 서점원들 사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쁘고 슬픈, 분하고 신나는 감정 자체가 없는 주인공 윤재가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고 새로 만난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가슴 절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윤재가 겪는 숱한 역경과 곤경. 그러나 정작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윤재 대신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 감정들을 오롯이 느끼면서 윤재를 응원하게 된다.

 

고치현에 있는 츠타야서점 나카마마점에서 15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는 나카야마 유우키(山中由貴) 씨는 일본의 서점원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서점원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재미있다고 하는 책들은 서점가를 술렁이게 하는데, 그중 한 작품이 『아몬드』였다. 그는 “아프고, 슬프고, 당혹해하며 때로는 즐겁고, 안심하기도 하고, 풋풋한 사랑을 하고, 억울하고, 눈물 흘리고…….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느껴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온 몸을 에워싸는 이 감정들을, 이 책을 읽은 당신과 꼭 공유하고 싶다”고 자신의 서점에서 발행하는 손글씨 신문에 투고하여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또 오가키서점의 이노우에 테츠야(井上哲也) 씨는 “아시아, 아니 세계문학의 명작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사회생활을 해가야 하는 어린 아들에게 감정을 외우게 하는 등 보통 아이로 보이게 하려는 어머니의 노력이 눈물 나게 감동적이다”고 밝혔다.

 


서점원들의 『아몬드』에 대한 코멘트


서점원들의 『아몬드』에 대한 코멘트

 

일본어판 『아몬드』를 낸 출판 명가 쇼가쿠칸(小学館) 그룹의 쇼덴샤(祥伝社)는 번역출판 경험이 많지 않은 출판사로, 『아몬드』 출간까지는 담당 편집자의 노력이 아주 컸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자국 저자의 출판물보다 번역출판물의 제작비용이 높기 때문에 편집자의 의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아몬드』의 경우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원서의 절반 이상이 번역이 되어 있던 터라 내용을 숙지한 편집자가 기획회의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번역원 지정 도서에 대한 번역자들의 번역 응모며 신인 번역상 수상작 등을 가지고 전 세계 언어권에 출판 타진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몬드』를 편집한 두 편집자에게 이 작품에 끌린 이유를 물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윤재가 서서히 타인에 대해 공감을 해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둘러보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거짓으로 남의 기분을 공감한다고 하지 않았나. 좋은 작품이란 읽으면서 나를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나카가와 미즈호(中川みずほ)

 

“일본의 YA는 교육적, 교훈적인 것으로 어른들이 들려주고 싶은 의도된 표현과 내용을 싣는다. 이에 비해 아몬드는 어른의 눈과 아이의 눈을 따로 구별하지 않은 점이 신선했다. 아몬드는 폭력적인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어디까지나 작품을 작품답게 하는 리얼리티로 그려져 있다. 폭력적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읽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개념이 이 책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깊이 빠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나카무라 아카에(中村朱江)

 


일본어판 『아몬드』 담당 편집자인 나카가와 미즈호 씨와 나카무라 아카에 씨


일본어판 『아몬드』 담당 편집자인 나카가와 미즈호 씨와 나카무라 아카에 씨

 

『아몬드』의 실적은 판매부수뿐만 아니라 일본 출판계에 한국의 YA(Young Adult)붐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작년에 히트를 치자 갑자기 한국 에세이 번역출판붐이 일어난 것처럼 이제 청소년문학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한국 베스트셀러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어가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쇼덴샤를 비롯하여 중견 출판사들이 한국의 Y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히트작을 낸 작가의 다음 작품 출판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한 작가의 세계관을 두루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금이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경우는 1910년대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로,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홍주, 송화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그 시대,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병든 가족을 정성껏 돌보고, 온몸으로 일하고, 자식을 돌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저 열심히 꾸려나간다. 테마는 시대소설 같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묘사와 스토리 전개 등은 청소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미국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민진 리의 『파칭코』가 일본어로 번역출판되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파칭코』는 일제강점기 시대 부산 영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건너와 일가를 이룬 80년에 걸친 재일한국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그린 소설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같은 시대, 이주민의 애환을 그린 비슷한 테마의 작품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배경이 일본이 아닌 하와이이지만 일본어권 독자들에게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어판 『아몬드』의 편집자인 나카가와 미즈호 씨는 차기작으로 한국전쟁 혹은 한국의 역사적 사건에 관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출판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편집자인 나카무라 아카에 씨는 한국의 시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을 살펴본다고 하였다. 일본의 많은 편집자들이 부쩍 한국 서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문학이 일시적인 붐으로 지나가지 않을 조짐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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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김승복(쿠온출판사 대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현대시 전공. 1991년 도일(渡日). 니혼대학(日本大学) 문예과 졸업. 2007년 출판사 ‘쿠온’을 도쿄(東京)에서 설립. 사무소 이전에 따라 2015년 7월 7일 칸다 진보초에 한국어 원서 책, 한국 관련 책 전문 북카페 ‘CHEKCCORI(책거리)’를 오픈했다. 현재 쿠온 출판사를 통해 한국 문화와 문학 관련 도서들을 출판하며, 책거리 북카페에서는 연 120회 이상의 한국 문화 이벤트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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