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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5  202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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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근무제’ 실험과 현주소]
금성출판사의 4.5일제를 소개합니다
금성의 ‘주 4.5일제’는 어떤 성과를 낳고 있을까?

 

 

 

김지희(금성출판사 플랫폼사업본부 마케팅팀 선임(팀장))

 

2023. 07.


 

누군가의 질문, 누군가의 실행

 

금성출판사는 2021년을 ‘제2 창업의 해’라고 이야기한다. 2021년을 맞이하며, 회사는 시대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혁신하는 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경영 철학을 세웠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오랜 전통에서 이룬 많은 양질의 학습 콘텐츠를 보유한 금성의 신(新)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플랫폼사업본부’를 결성하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인재를 합류시켰다. 금성은 이후 1년 동안 많은 변화를 차곡차곡 실행해왔다. 새로운 기업 홈페이지를 선보이는가 하면, 본사 1층에 금성 역사관과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내 카페 겸 업무 공간을 오픈했다. 또한 직제, 조직 개편을 통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협업 문화와 업무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많은 변화를 도입하며 2021년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물었다.

 

“근무 시간을 줄이면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서울 공덕동 소재의 본사 건물 입구. 종종 카페로 오해한 분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서울 공덕동 소재의 본사 건물 입구. 종종 카페로 오해한 분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금성출판사는 국내 대표 교육출판 기업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유아에서 성인까지 모두 독자로 두며, 교과서부터 학습지·전집·사전 등에 이르는 여러 분야에 걸쳐, 종이책부터 AI 태블릿 학습기기를 아우르며 방대한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출판사의 역할이 단순히 학습 콘텐츠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금성은 2021년부터 ‘교육으로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출판사의 역할을 정의하고, 존재 이유를 마주하며 각자의 몫을 실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금성 역사관이 바로 그 전통과 가치를 집약한 공간이다. 역사관은 60여 년의 시간 동안 실행된 금성의 가치들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금성인이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사내 카페와 열린 사무실을 역사관과 함께 배치시켰다. 오랜 역사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 과거를 존중하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오랜 시간 금성의 역사를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 존중과 감사를 표하는 것. 바로 이러한 경영진의 진심이 4.5일제 등 수많은 변화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 공덕동 소재의 본사 건물 입구. 종종 카페로 오해한 분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금성출판사 1층은 역사관, 사내 카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금성의 주 4.5일제는 2022년 3월 성공적으로 시작되어 2023년 6월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예외 없이 시행되고 있다. 주 4.5일제 시행에 따른 급여나 복지 차감도 없다. 또한 업무 성격에 따라 지속적인 상주 또는 일정한 근무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교대제를 시행했고, 금요일 오후에 근무한 직원에게는 대체 휴가를 제공하는 등 운영 사업, 직무의 특성 등을 고려해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누군가의 질문으로 시작되어, 누군가의 실행력으로, 누군가의 결단으로 가능해진 4.5일제로 인해 밝은 대낮에 퇴근하는 기쁨,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기쁨을 우리는 매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금성의 4.5일제는 어떤 의미들을 가질까?

 

풍요롭고 다채로운 평일 4시간의 가치

 

도입한 지 1년. 금성의 4.5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 80%가 넘는 직원들이 답변을 해주었다. 당연하게도 4.5일제 도입에 대해 모든 직원이 만족했다. 4.5일제가 연차, 근속 연수, 성별, 직급 등과 무관하게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4.5일제 도입 후 직장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비율 또한 99%로 나타났다. 필자를 포함한 팀원들 중 몇몇은 금요일마다 ‘퇴근 인증 샷’을 찍어 친구들과의 단체 방에 전송하기도 한다. 인증샷을 받아본 이들은 남녀불문 모두가 부러워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이야말로 4.5일제가 금성인에게 끼친 가장 큰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4.5일 근무제 만족도 조사

 

 

직원들의 금요일 오후 시간 활용법 중 가장 높은 비중은 역시 취미생활과 휴식이 차지했고, 자기계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4.5일제 도입으로 인해 피아노나 주짓수 같은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도 쉬워졌고, 한산한 시간에 미용실을 가거나 병원 진료, 은행, 부동산 업무 등 개인 업무 처리도 한결 용이해졌다. 금요일 오후부터 2박3일 여행을 떠나는 직원들도 많았다. 특히 4.5일제 도입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직원들에게 그 의미가 남달랐다. 몇 가지 인상적인 사연들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병원 진료, 아이들 학교, 학원 상담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 생겨서 ‘일하는 엄마’의 불편함이 줄어들었어요.”
“가사나 육아를 부부가 분담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부간의 시간이 늘어나고, 가정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녀를 한 명 더 낳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워킹 맘으로서 할 수 없었던 어린이집 하원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죄책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가 기다리는 금요일이 되었어요.”

 

이렇듯 휴식부터 자기계발, 육아 등 다양하게 개인 시간을 보낸 후 월요일 출근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통일된 의견은 4.5일제에 대한 금성인의 높은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22년 3월 4.5일제 도입 이후 입사한 신규 직원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필자는 면접에 참여할 때 “저희 회사 금요일마다 1시에 퇴근합니다”라며 함께 일해보고 싶은 지원자 분들에게 적극 어필하곤 했다. 2022년 3월 이후 입사한 직원들 중 4.5일 제도가 입사 결정에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에 91%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물론 4.5일제만이 유일한 입사 동기는 아니었겠지만, 좋은 인재의 채용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0.5일의 휴식, 4.5일을 생산적으로 바꾸다

 

처음 누군가가 4.5일제를 이야기했던 그 순간으로 잠시 돌아가 보겠다. 주 4.5일제 도입으로 직원들이 더 많은 자유 시간을 갖게 됨으로써,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고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주 4.5일제의 중요한 가설이었다. 물론 많은 기업에서는 업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동일한 결과를 이루기 위해 추가 인력 채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대의 가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성 직원들은 4.5일제 도입 후 “업무를 세밀하게 구성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다”, “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능률적으로 일하다 보니 일이 더 재밌어졌다”, “명실상부 최고의 동기부여”,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밀도 있게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등의 답변과 함께 96%가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4.5일제는 단순 복지가 아닌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라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또한 4.5일제가 직원들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업무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정량적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4.5일제 도입을 주저하는 회사들의 가장 큰 걱정과 달리, 금성은 전체 업무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본사 직원 수를 4.5일제 도입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직원들의 “밀도 있게,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정성적인 답변이 실제로 그러했던 것이다. 재무적 성과 또한 긍정적이었다. 4.5일제를 도입한 2022년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된 것이다. 0.5일의 휴식이 가져온 생산성과 창의성의 향상이 가져올, 앞으로의 성과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의 가치를 지키는 것

 

얼마 전 영화에서나 보던 ‘MR(혼합 현실) 헤드셋’ 출시 소식을 접했다. 그야말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많은 것들이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변화는 쉼 없이 찾아오고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동시에 나에게 새롭지 않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낯선 것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결국 중요한 건 낯간지럽지만 결국 ‘사람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리적인 성실함이 아닌 그 사람 자체의 가능성, 능력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회사가 근무 시간에 대한 통제를 덜 하면, 그 사람은 오히려 통제 아래에서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시작된 주 4.5일제의 성과 또한 결국 ‘사람의 가치’로부터 시작된 것일 것이다. 금성출판사는 바로 그 ‘사람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각지의 공부방, 학원 등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3천여 명의 선생님들부터 본사에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부서, 교과서를 편집하고 전국 학교 선생님들의 교수학습을 지원하는 부서, 변화하는 교과 과정에 맞춰 유아부터 중등까지 전 과목의 월별 교재를 제작·기획하는 R&D 부서,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사의 무수한 IP(Intellectual Property)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시키는 플랫폼 부서, 그리고 이 모든 부서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경영관리 부서까지. 변화하는 금성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교육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진심일 것이고, 그 진심을 향한 기업의 존중과 감사가 바로 4.5일제라는 하나의 제도를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4.5일제 도입 하나로 완벽한 회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성출판사가 지향하는 고유한 가치가 존재하고, 금성인들이 그 가치를 소중히 지키고 선명하게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앞으로도 금성출판사는 점점 더 좋은, 건강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어느덧 금성인에게 문화로 정착된 ‘주 4.5일제’로 가능해진 많은 것들로 인해 모든 금성인이 행복하게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내일도 ‘한 땀 한 땀’ 즐겁게 일한 후 금요일 오후 1시에는 퇴근하면서 말이다. 언젠가는 주 4일제 도입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와 함께 글을 마친다.

 

김지희

김지희 금성출판사 플랫폼사업본부 마케팅팀 선임(팀장)

2013년부터 다섯 개의 회사에서 마케팅, 영업, 홍보, 브랜딩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일해 왔다. 2021년 봄, 금성출판사에 플랫폼사업본부에 합류하여 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 중이다.
jihee.kim@ku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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