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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9  202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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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코로나]
코로나19는 편집자 일상을 어떻게 바꿨나?

 

 

 

 

최준란(길벗출판사 편집부장)

 

2021. 3.

 

장소가 달라도 회의는 가능하다

 

“벌써 시간이… 우리 9시 반 주간 회의죠? 501호 회의실로 곧 들어갈게요.”
“어랏, 저까지 3명이네요. 회의 다 들어온 건가요? 황 과장님은요?”
“황 과장님은 오늘 재택입니다.”
“그럼 승모 씨, 황 과장님은 구글미트로 불러주세요.”

 

어느 화요일 아침 아홉 시 삼십 분. 회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회의 주제는 다음 주에 나올 책의 마케팅 방안이다. 이번 책 저자는 지금까지 도서관 강연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도서관이 코로나19로 임시 휴관이라 강연을 할 수가 없어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편집부-영업부-웹마케팅 부서가 모두 모여 긴급회의를 연 까닭이다.

 

재택으로 근무하는 직원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회의실에 노트가 아닌 개인 노트북을 들고 와서 회의를 한다. 회의 중에 황 과장의 딸이 엄마 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황 과장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딸을 유치원에 보낼 수 없게 되자 남편이랑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오늘은 황 과장이 딸과 함께 집에 있는 날이다. 이제 다음 주면 초등학교 입학인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전체 주간 회의를 마친 후 황 과장의 딸과 “안녕?~” 하며 짧게 인사를 나누고 곧이어 화상으로 둘만 남아 책 기획 건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검토한 외서가 괜찮아서 오퍼를 냈는데 베스트오퍼(*에이전시에 책 계약을 할 때 선인세도 함께 제시하는데, 여러 출판사가 오퍼를 넣었을 때 에이전시에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최종 오퍼 의사를 묻는다. 이때 여러 조건을 다시 점검하며 넣는 오퍼를 베스트오퍼라고 한다)를 내야 할 것 같다면서 우리가 이 책을 꼭 해야 하는지 아닌지 의견을 나눈다. 나는 사무실에서, 황 과장은 집에서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회의를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초반부터 이렇게 회의를 한 것은 아니다. 화상회의라니? 화상은 생각지도 못했다. 재택근무는 그나마 빨리 시행했지만(사실 처음에는 회사도 업무상 불편함이 없는지 자주 의견을 물었다) 업무는 주로 메일로 처리하고 급한 건 전화로 해결했다. 이도 아니면 담당자와 서로 회사 나오는 날을 맞춰서 대면으로 물어보거나 상의를 하며 처리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고 어느새 우리 일상이 되었다. 회사도 직원들이 집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했다. 집에 노트북이 없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대여할 수 있도록 했고, 여름이 지난 후에는 전 직원에게 노트북을 한 대씩 나눠줬다. 그래서 나도 처음으로 듀얼(?) 컴퓨터 사용자가 되었다. 모니터와 본체로 구성된 컴퓨터 외에 노트북을 공유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저자와의 미팅은 줌(ZOOM)으로 하다

 

화상회의는 열한 시가 다 돼서 끝났다. 바로 이어서 열한 시부터는 저자와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저자께 전화를 드렸더니 지금 강남에 있는 학원에 도착했다고 한다. 같은 시간에 저자는 강남에, 나는 홍대 사무실에 있는데 둘이 어떻게 만나느냐고 생각하겠지만 다름 아닌 화상회의로 만나니 가능한 일이었다. 원고 관련 회의라 메일로 의견을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만나지 않을 수는 없어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화상회의였다. 혹자는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얼굴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것과 메일만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또한 처음부터 화상회의를 한 것은 아니다. 이 저자는 2019년 12월 대치동에 학원을 개원했다. 축하 인사를 주고받은 지 얼마 안 되어 2월에 통화해보니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심이 가득했다. 학원 개원에 투자를 많이 하고 겨울방학 때 열심히 강의하면서 보낼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뭐라 위로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 아마 못다 쓴 원고 마무리하라는 것 같아요. 시간 있을 때 원고에 집중하는 걸로 해요” 하고 말았다. 저자도 그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 3월 초에 다시 연락이 닿았는데 저자의 목소리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활기가 넘쳤다. 코로나19로 오픈하자마자 학원을 닫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누구보다 바쁘단다. 그 이유는, 원래 유튜브로 학습법을 알려온 덕에 이제는 원격 ‘줌(ZOOM)’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대치동뿐 아니라 타 지역의 학생들도 강의 요청이 와서 주말도 바쁘다고 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강남의 유명한 학원 강사의 수업을 들으려면 그 지역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달라져 유튜브나 줌 등을 활용한 원격 수업이 가능해졌으니 먼 지역의 학생들도 강의를 신청하는 것이다. 저자는 해외에 있는 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친다고도 했다.

 

몇 달 후, 여름방학 문턱에서 학부모 공개 강의로 300명을 모집해 줌으로 특강을 열었는데 모집 인원이 금세 다 찼다. 나도 그때 신청해서 들었는데 화상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라 링크 주소 따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어찌어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줌(ZOOM)과 같은 화상 모임에 익숙해져 있지만 말이다. 줌으로 특강을 듣고 나서 갑자기 든 생각이 회의를 화상으로 하면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생님, 그럼 저희 원고 회의도 줌으로 해요. 줌 사용법 알려주시면 하겠습니다”라고 제안했고, 난생처음 저자와 화상으로 원고 회의를 주고받으며 책 제작을 진행하게 되었다. 현재 이 저자의 책은 출간되었다. 코로나19 시대에 화상회의를 하며 나온 책이다.

 

사실 편집자들은 디지털과 익숙한 편이다. 저자의 원고는 파일 형태로(예전에는 원고지에 직접 쓴 원고를 받을 때도 있었다) 메일이나 카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다. 데이터를 인쇄소에 올리고 확인하는 것도 PC로 하니 출판 대부분의 과정이 책상 앞에서 가능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출근해서 옆자리에 있는 동료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일만 하다가 퇴근한 적도 많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업무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이 반드시 한 공간에 모여야 가능한 줄 알았던 강의와 강연, 회의를 각자의 집에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원격 화상이라는 기술을 통해 제주도에 있는 저자도 서울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평상시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코로나19, 편집자의 일상을 바꾸다

 

퇴근길에 인쇄소에서 전화가 왔다. 신간 데이터 파일을 지금 올렸으니 확인해보라는 내용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퇴근하고 있으니 “네, 대리님. 내일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라고 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한 시간 뒤에 확인하고 문자 드릴게요”라고 대답했다. 다음 날이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어서 회사 노트북을 들고 퇴근했고, 집에 가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내 생활은 출퇴근 시간이 없는, 24시간 근무하는 프리랜서같이 변했다. 물론 24시간 동안 일한다는 말은 아니다. 집에는 회사 노트북이 있고, 스마트폰에는 회사 메신저가 있어 집에서 하다못해 점심을 먹을 때도 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직원들과 거래처, 외주 작업자들과 소통한다. 그러다 보니 아홉 시 출근 여섯 시 퇴근이 칼 같던 직장인의 삶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이다.

 

코로나19는 나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출판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첫째, 코로나19로 일상어가 된 ‘재택근무’와 새롭게 떠오른 단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불필요한 외출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2.5단계를 거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스토어의 주 고객층이 2030세대에서 4050세대로 연령대가 확대되면서 책 관련 매출액이 증가했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책과의 거리도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둘째, 2020년 서점 판매 현황을 보면 경제, 특히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사례로 길벗에서 출간한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의 2020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여섯 배 이상 늘었다. 교보문고 담당자는 “대체로 재테크와 투자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거나 기존 투자자가 아닌 신규 독자 유입으로 주식 투자 입문서 판매가 많아지는 현상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경제경영 분야의 주 독자층이 직장 다니는 30~40대였다면 코로나19 이후 20대를 비롯한 신규 독자층이 늘어났다고 한다.

 

셋째, 2020년 교보문고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처음으로 온라인 서점 매출이 오프라인 서점을 넘어섰다고 한다. 오프라인 서점은 판매가 줄었지만 온라인 판매는 늘었고,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웹소설 같은 웹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의 비대면 독자들이 늘었다. 이 중 2020년 가장 주목받은 디지털콘텐츠는 단연 오디오북일 것이다. 출퇴근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전화로 대화할 수도 없고, 재택근무를 하면 귀로 무언가를 들으면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 역시 오디오북과 친해졌다.

 

한편 저자들의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줌으로 강연을 한다든지, 인스타그램으로 라이브 방송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시간은 평일 밤 시간(대략 밤 열한 시)과 주말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저자 강연이 있는 도서관을 찾아가진 않지만,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 등 늘 뭔가를 보고 듣고 있다. 다음 날이 출근하는 날이면 부담스러워 듣지 못할 텐데 재택근무를 하니 가능한 일이다.

 

2020년은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시대’를 경험한 한 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바꾸었고, 그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회사는 재택근무와 화상으로 모든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점차 달라진 일상을 보면서 출판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편집자로서 최근 나의 일상을 떠올려봤다. 그러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만으로는 절대(는 아니지만 어쨌든)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인쇄물 확인과 제본 확인이다. 종이책은 디지털이 아니어서 화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편집자가 직접 해야 한다.

 

또한 화상으로 소통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음은 실제 있었던 내 이야기다.
최근 나온 책인데 마감하면서 화들짝 놀란 일이 생각난다. 본문 오케이 교정을 하면서 마지막에 디자인을 수정했다. 웬만하면 그냥 끝내려고 했으나 ‘전문가의 조언’이라는 부분이 이 책의 중요 요소인데 본문 디자인이 너무 심플했다. 그래서 막판에 ‘전문가의 조언’에 얼굴 이미지가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디자이너와 상의한 뒤 수정해서 책을 마감했다. 그런데 인쇄소에 데이터를 올리려고 보니까 전문가 얼굴 이미지가 여자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남자인데 말이다. 아차 싶었다. 결국 다시 전문가 얼굴 이미지를 남자로 수정해 다음 날 마감했다. 그때 든 생각은 ‘일러스트를 왜 확인 못 했지? 확인을 안 한 게 아닌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왜 그랬을까?’였다. 원인은 데이터가 화면으로 오고 가서이다. 실은 꼼꼼히 보면 확인할 수 있었던 건데 마감이 임박하다 보니 못 보고 지나간 것이다. 사무실에 있었다면 출력해서 봤을 텐데…. 화면으로 오고 가다 보니 이런 변이 생겼다. 어쨌든 책은 무사히 잘 나왔다.

 

이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진화·발전된 단계가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현재는 한계가 있다. 출판에는 종이책의 물성 때문에 아날로그적 업무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편집자가 존재해야 한다. 앞서 말한 저자와의 회의도 마찬가지다. 메일로 진행하는 일도 있지만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최근 〈싱어게인〉에 출연한 이승윤 가수가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자신은 애매한 경계에 있는 가수라고 했던 말이다. 그때 심사위원이 이승윤에게 말한다. 그 애매함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지금 나도 이승윤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 없는 시공간 속에서 편집자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준란(길벗출판사 편집부장)

문화콘텐츠학 박사. ‘홍대앞’ 출판사에 다니고 있다. 출판 일을 하면서 출판문화에도 폭넓게 관심을 갖게 되어 출판과 출판문화를 엮는 융합 기획자로 살고자 한다. 현재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에 기반을 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이 주요 관심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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