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39  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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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의 추천과 베스트셀러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강창래(인문학 작가)

 

2022. 12.


 

출판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모든 제조업의 이익은 ‘대량 판매’를 통해 실현된다. 우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 형태가 작고 다양한 흐름들이 있을 뿐 큰 흐름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흐름이다. 소비자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출판 역시 제조업이라 그런 점에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책 읽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이하게도 ‘더 많은 책’을 읽는 사람들은 조금 늘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크지 않고 그들의 독서량이나 독서 취향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책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읽지 않던 사람을 읽게 만들어야 한다. 말하자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하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도 적고 있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요즘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해도 별 효과가 없다. ‘웬만한 셀럽’의 추천이나 추천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는 판매 효과가 적다. 혹시라도 관심을 가진 독자가 생긴다면 구매를 결정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다. 아무리 노력해도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아예 말라붙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출판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라도 작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제조업이다. 타이틀(상품) 하나에 대한 개발 비용이나 제작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본의 간섭을 적게 받는다. 이러한 점이 다른 문화상품과 달리 출판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일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며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출판사도 기업이다.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정도는 판매되어야 하고, 가끔 준(準) 베스트셀러라도 나와야 재투자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 있다. 독자들에게 신간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다. 독자들도 알아야 그 책을 사든 말든 할 테니까. 그러니까 ‘좋은 내용’은 필요 조건일 뿐이다. 잘 표현된 진실만이 통하듯이 잘 알려진 좋은 책이라야 독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하루에 얼마나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있는지 아는가. 일 년에 6만에서 8만 종 사이라고 하니, 7만 종으로 계산해도 하루에 280종가량 출간되는 셈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고 해도 다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간의 존재를 알리는 일부터 어렵다.

 

주요 언론에서는 대개 일주일에 한 번 책을 골라서 소개한다. 그렇다면 대략 1,400종 가운데 몇 권이다. 그나마 책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다행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제는 주요 언론에서 다뤄진다고 해도 책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독자들의 관심 레이더에 포착 가능한 목록에 올라간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2차적으로, 인터넷 인플루언서와 SNS를 통한 홍보가 가능하지만 역시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출판물은 타깃 마케팅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과 성격을 아무리 잘 파악한다고 해도 바로 그 책을 원하는 독자 집단을 규정하기도, 찾아내기도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독자들 ‘내면’의 문제이다. 게다가 마케팅 예산도 적다. 평균적인 판매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아예 마케팅 예산 책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조금 무리하게라도 최대치를 잡아 본들 총액이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이게 현실이다. 당신이 출판사를 운영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필자가 보기에 세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작가의 ‘팬덤’에 기대는 것이다. 팬덤의 숫자가 많은 작가는 신간 판매량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두 번째로는 ‘이슈 파이팅’이다. 시의 적절한 이슈와 잘 맞아떨어지면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한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책의 내용은 언제나 그 사회와 시대의 산물이지만 주류 이슈를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설사 예상 가능한 대박 이슈를 주제로 쓴 것이라 해도 원고 제작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책은 원고의 질이 웬만큼이라도 좋아야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잘 맞아떨어진 경우는 우연일 때가 많다. 세 번째는 이번 글의 주제인 ‘셀럽’의 추천이다. 당장은 도움이 된다. 길게 봐도 그럴까? 단정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셀럽의 추천은 책의 판매에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충격’은 큰 효과를 보장하지만 점점 더 강해지지 않으면 충격의 효과가 적거나 없어진다. 충격에 익숙해지면 충격은 충격이 아니게 된다. 이미 웬만한 셀럽의 추천으로는 내용의 질에 대한 보증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추천사 역시 광고 카피에 버금가는 정도라야 조금 효과가 생긴다. 최근의 결과를 보면 BTS처럼 세계적인 연예인이나 전 대통령처럼 극단적인 최상위 셀럽이 아니면 효과가 대단치 않다. 필자가 보기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정도 셀럽의 추천도 효과가 적을 것이다. 출판을 지속가능하게 할 정도의 애독자들이라면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들에게는 외부의 추천이 선택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셀럽의 추천은 출판사에게 지독한 가뭄에 잠깐 목을 축이는 소나기 정도일 뿐이다.

 

 

 

서점 입장에서 보자면

 

대형 서점들은 거의 모두 인터넷 서점도 겸하고 있다. 물리적인 장소이자 동호인의 만남의 장이라는 특성을 가진 동네서점 역시 인터넷을 통한 판매를 무시할 수 없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소통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가 다른 만큼 ‘같은 서점’이라고 해도 ‘다른 서점’이다.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출간되는 거의 모든 출판물을 보유하고 아무리 적은 수요라고 해도 판매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니 극단적인 최상위 셀럽의 효과는 플러스 알파가 된다. 사실 어떤 식의 마케팅이든 효과가 있기만 하다면 언제나 플러스 알파다. 말 그대로 자본주의적인 작동 방식에 충실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아무리 영향력이 대단한 셀럽이라고 해도 ‘없던 수요’를 크게 창출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책은 라면이나 화장품 같은 일용품이 아니다. 아예 책을 보지 않던 사람을 보게 만들지는 못 한다.

 

작은 서점, 동네서점 입장은 다르다. 동네서점에서는 대형 인터넷 서점과 달리 10% 할인 제도도 없고 정가대로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책을 주문하면 대형 인터넷 서점보다 빨리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격도 비싸고 속도도 느리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서점에 비치되어 있는 책의 종수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이 많아지고 있고, 잘 유지하고 조금씩 이익을 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효율성만 강조되는 자본주의 시장의 작동 방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가치 중심’의 소비가 실현되는 공간인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동호인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한 느슨한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그곳에서는 전국적인 베스트셀러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최상위 셀럽의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다.

 

필자가 자주 다니는 동네서점이 몇 군데 있는데 거기에는 셀럽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끼리의 가치관과 관심사가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결정한다. 동네서점 주인들은 대개 책 덕후들이다. 고객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기를 즐긴다.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를 자극하고 그 자극이 새로운 책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도 최상위 셀럽의 추천에 관심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독서는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한 종류의 책을 읽으면 다른 종류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더욱이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공동 관심사에 빠져들면 읽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거기에 속하지 않는 다른 책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선택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동네서점에서 많이 판매되는 책의 종류는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 다양한 가치와 관심의 존재가 한 사회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생각하면 이런 동네서점이 많아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녹색평론사와 권정생 선생의 경우

 

작가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뭉뚱그려 보자. 조금 특별한 예가 하나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극단적 최상위 셀럽의 추천과 비슷한 경우다. 아마 2003년이었을 것이다. MBC TV에서 〈느낌표〉라는 책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던 때였다. 여기에 책이 소개되면 수십만 부가 금방 판매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작가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도 그런 단비가 없다.

 

당시 녹색평론사 김종철 대표는 권정생 선생의 수필집 『우리들의 하느님』이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면서 20만 권을 준비하라고 하더란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김종철 대표는 거절했다. 그러면서 저자의 의도도 중요하니 여쭤보라며 연락처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방송사 진행자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작가인 권정생 선생에게 연락해 보았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경험할 가장 큰 행복 가운데 하나가 책방에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는 일인데 그런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지 못 하게 만드는 일’이라 거절한다는 것이었다.

 

출판사 대표인 김종철은 훗날 지인에게 이 일에 대해 질문 같은 타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도 받아들이지 그랬느냐, 우선 큰돈이 들어올 것이고, 마음 편하게 내고 싶은 책을 다 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었다. 대표의 대답은 이랬다. ‘출판사가 당장은 돈을 벌겠지만 그러려면 무엇보다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한다.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날 게 뻔하니까. 문제는 그 이후이다. 책 판매량이 확 줄 것이 뻔한데, 그러면 그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느냐. 그렇지만 그러지 않으려면 출판사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고 타협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녹색평론사의 초심을 지키기 어렵다. 그래서 거절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권 선생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절대로 쉬운 결정은 아니고 평범한 경우도 아니다. 원래 규모가 큰 출판사라면 앞에서 소개한 출판사와는 입장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갑자기 일의 양이 늘어나면 누군가가 처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래 전부터 출판계에서 떠도는 말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낸 뒤 출판사가 망하는 경우가 많다.’

 

 

 

덕후 독자의 입장이라면

 

마무리를 하자. 필자는 평생 책과 더불어 살았다. 어린 시절에는 순수한 독자로서 독서광이었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작가로서, 출판사 편집자로, 강연자로 살았다. 주로 독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작가의 시작은 현상금이 걸린 논문을 쓰면서였다. 당시 심사위원에 맞춘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 하고 썼지만 상금을 받았다. 출판사 편집자로서도 성공적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의 책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베스트셀러를 만든 편집자였을 뿐 아니라 직접 쓴 베스트셀러도 있다. 이런 일들을 해낸 힘은 아마 광범위한 독서에서 얻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구하기 힘들고 읽어내기 어려운 책’들에게 진 빚이 가장 크다.

 

예를 들면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기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인문학의 실용성이나 구조 그리고 언어학에 대해서 조금은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칠지만 단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잘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 알아 두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주제로 쓴 책은 없다. 유일하다.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하면 거의 대부분은 처음 듣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1995년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30년 가까운 동안 세 번이나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절판된 적이 없다. 적은 숫자지만 절판되지 않을 정도로 찾아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읽어내려면 좀 더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면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조금씩 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일’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종류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모든 음식에 쓰일 간장을 담그는 일이다.

 

그러나 이건 운이 아주 좋은 경우다. 아무리 중요한 책이라 해도 오래지 않아 절판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종류의 책이라면 일단 사 둔다. 그게 무엇이든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책을 그런 셀럽들이 추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대개 새로 출시된 라면 같은 책들을 소개한다.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필자는 셀럽들의 추천 그 자체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 일을 막을 수는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가 깊어갈수록 정보는 다양해지고 많아진다. 덕후들도 많아진다. 그들은 잘 아는 것만큼 모르는 것도 아주 많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추천을 받고 싶을 것이다. 신뢰할 만한 셀럽의 추천이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게 무엇이든 가치 중심으로 작동하기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른다.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급이 있을 것이다.

 

강창래

강창래 인문학 작가

인문학 전문 작가로 건국대학교와 중앙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책의 정신』(2013)으로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했다. 대학과 도서관에서 특강 형식으로, 20년 넘게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베스트셀러로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9), 본격적인 인문학 저작물로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2022)이 있다. 수필집으로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2018)가 있다. 이 수필집은 한석규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왓챠에서 12월부터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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