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59  2025.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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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러스 파산을 통해 본 한국 출판도매

 

 

 

도진호(지노출판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

 

2025. 5+6.


 

출판도매 업체 북플러스가 2025년 2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지 5주 만인 3월 28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뜩이나 얼어붙은 출판시장에 더 차가운 눈보라를 불러왔다. 예전 사례로 1997년 보문당의 부도 사태부터 얘기할 수 있지만, 필자가 직접 경험한 2017년 송인서적부터 최근 북플러스의 파산을 통해 출판시장에서 도매의 역할과 필요성 그리고 향후 출판유통에 대해 조심스럽게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북플러스의 파산은 왜 일어났을까?

 

북플러스의 파산은 북플러스의 1대 주주가 집행문1)을 부여받아 당사의 통장을 가압류하고, 4.8억 원의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인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1대 주주는 어떻게 통장을 가압류하고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법원의 판결을 받았을까? 이는 1대 주주와 북플러스 경영진 간의 분쟁에서, 1대 주주가 요구한 자료를 북플러스 측이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결국 북플러스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왜, 무엇 때문에 북플러스 경영진이 1대 주주에게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는지는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진의는 알 수 없다.

 

물론 북플러스의 경영 상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북플러스는 마트사업팀과 3자 물류에서 흑자를 내며 만성 적자인 도매사업팀을 메꾸는 방식으로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 출판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한때 연 매출 500억 원을 넘기던 출판도매 업체가 결국 주주와 경영진 간의 분쟁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역대 출판도매 업체들의 파산 과정은?

 

2017년 새해 첫날, 송인서적이 부도가 났다. 송인서적은 2015년 연 매출 524억 원을 기록하던 업계 2위 도매 업체였다. 거래하던 출판사가 1,700여 곳에 달했고, 피해액만 약 242억 원에 이르렀으며, 특히 송인서적이 발행한 어음은 약 103억 원에 달해 출판계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송인서적 부도의 원인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위기 당시 송림서적의 부도 이후 1998년 송인서적으로 재창업했을 때부터 있었던 부채와 만수문고, 통하라 서점의 부도로 불어난 부채가 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였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매달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상당했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부도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 송인서적이 발행한 어음은 규모가 커 관련 출판사뿐만 아니라, 송인서적으로부터 어음으로 결제받은 제작사까지 피해가 이중, 삼중으로 확대되었다. 결국 채권자 간 협약(특히 금융채권단)과 법원을 통한 기업 회생으로 방향이 잡혔고, 출판계의 노력을 통해 인터파크도서가 송인서적을 인수하였다. 인터파크송인서적으로 바뀐 뒤에는 채권 감액, 주식 전환 등 출판계에서 시도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경영을 시도했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벗어나 시스템 경영을 지향했고, 거래하는 서점과의 장부 확정, 출판사와의 장부 정리, 재고 시스템의 변화, 어음 미발행 등을 통해 정상화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당시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인터파크송인서적의 주세훈 대표가 해임되고, 인터파크 기업도 구조 개편을 시작하면서 인터파크송인서적의 매각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지속적인 매각 시도가 실패하자, 인터파크송인서적은 2021년 6월 8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다. 경영이 정상화되어 가던 중에 들려온 회생 신청 소식은 출판계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은 회생 신청 후 일부 공익채권 변제를 진행했고 새로운 인수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 무산되어 파산 신청으로 이어졌다.

 

파산 당시 인터파크송인서적의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채권 약 63억 원(정상 채권 약 42억, 악성 채권 약 14억, 출판사 과불 약 7억 원), 채무 약 116.7억 원(출판사 채무 약 90억, 인터파크 채무 약 25억, 기타 채무 약 1.7억 원), 재고 약 54억 원, 보유 현금 약 10억 원이 있었다. 결국 인터파크송인서적에 파산 선고가 내려졌다.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책은 출판사와 유통사가 연합하여 상당량을 매입해 피해를 줄였고, 나머지는 파지 업체에 넘겨 분쇄하였다. 파지 대금은 재고 도서를 매입한 출판사별로 매입 금액에 따라 분배하였다. 이후 파산관재인2)이 채권 추심 등 채권 회수에 힘써왔고 아직도 남은 채권을 처리하고 있기에 현재 인터파크송인서적의 파산 절차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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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플러스는 송인서적과는 달리 금융채권이 없으며, 인터파크송인서적의 채권자는 출판사와 인터파크였던 것과 달리 북플러스의 채권자는 출판사와 1대 주주뿐인 상황이다. 북플러스는 가장 큰 채권자가 1대 주주인 점에서, 인터파크송인서적과 파산 과정이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플러스의 금융채무가 없다는 점은 출판사의 채권자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대 주주의 채권이 파산채권으로 확정되었고 법원에서 위탁판매를 인정하여 생각보다 수월하게 파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파산 절차가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파산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특히 출판업의 특성상 관계된 업체가 많아 파산 절차가 2~3년 이내에 끝나기 어렵다. 악성 채무자에 대한 채권 추심도 필요하고, 남은 채권을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기업이 파산을 신청하는 이유는 법원을 통해 채권과 채무를 확정 짓고, 채권을 회수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함이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경우, 현금 시재가 10억 원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파산관재인의 수수료를 제하긴 해야겠지만, 파산이 종료되면 채권을 가진 출판사에 어느 정도 현금이 배분될 것이다. 물론 필자도 파산이 종료되길 기다리며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지만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다.

 

출판사와 서점 사이, 출판도매는 무엇일까?

 

필자가 처음 출판계에 입문했을 당시, 전국의 소매 서점은 5,000개가 넘었기 때문에 출판도매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출판사가 그 많은 서점과 일일이 직거래할 수는 없었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도매 업체를 통해 배본하는 물량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이 출판시장에서 일정 지배력을 갖게 되면서, 지역서점은 늦가을 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졌고, 서점 수는 2,00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 이후, 2023년 기준으로 다시 2,484개까지 증가하며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혹자는 “카페형 서점이 무슨 서점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업자등록증에 ‘서점’으로 등록되어 있고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 또 책을 판매한다면 모두 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서점 수가 줄었더라도, 출판도매 업체는 여전히 2,000개가 넘는 서점에 책을 원활히 공급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출판도매는 출판사가 만든 책의 ‘저수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여러 골짜기에서 흘러들어온 책이라는 시냇물을 출판도매라는 저수지에 모아두고, 이 저수지에서 다시 서점이라는 농지로 책을 보내어 독자인 농부와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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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신간을 도매 업체에 배본하고, 도매 업체는 그 신간을 서점에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기능이다.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책뿐만 아니라, 서점과 독자가 아직 알지 못하는 신간을 서점에 공급하는 것이 출판사가 출판도매 업체에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출판유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매로 반품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도매의 기능 자체가 책을 서점에 공급하고, 판매되지 않은 책을 다시 반품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출판사가 만든 책들을 더 많은 서점으로 보내 독자와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국내 출판도매 업체 2위였던 송인서적이 파산하고, 3위였던 북플러스마저 파산 선고를 받은 현재, 신간을 배본할 수 있는 곳이 이제는 정말 없다는 생각 때문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출판도매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필자가 생각하는 출판도매는 신간 배본을 필수로 한다. 신간 배본은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올 때 서점에서 주문하기 전에 출판도매 회사에서 일정량의 책을 서점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신간을 배본하는 출판도매 회사는 웅진북센만 남은 것 같다. 교보문고는 모든 신간을 배본하지 않고 서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분만 배송하는 구조인 기업 간 거래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부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출판협동조합도 서점에 신간 배본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기타 얼마 남지 않은 지역의 도매 서점들 또한 지역서점에서 납품을 요청하면 그 목록에 맞춰 보내는 역할로 축소된 것 같아 아쉽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의 파산 이후, 교보문고는 일반 소매 서점과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확대했고, 그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 한국서점연합회의 회장은 교보문고와의 거래가 이익이 된다며 거래를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출판도매 유통은 거의 웅진북센이 아니면 교보문고로 통일된 느낌이다. 다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관련 도서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도매 유통이 서점에 책을 보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출판도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출판도매의 미래를 누가 예견할 수 있을까. 그러나 현재 출판계 상황에서 출판도매는 꼭 필요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아직도 전국에는 2,000여 개의 서점이 존재하고,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오래된 지역서점들이 폐업하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중형 이상급의 서점은 줄기만 할 뿐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일본과 대만으로 출장을 갔을 때, 출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과거 일본의 출판유통 시스템을 많이 따랐기 때문에, 서로 비교해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일본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토한(TOHAN)과 닛판(日販)이라는 양대 도매 업체를 중심으로 서점과 거래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기노쿠니야(Kinokuniya) 서점, 츠타야(Tsutaya) 서점, 닛판이 공동 출자한 북셀러즈앤컴퍼니(BOOKSELLERS & CO.)라는 회사를 설립해 서점이 주도해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 예전에는 도매가 있었지만, 현재는 대형 서점과 몇몇 참고서, 잡지 등을 취급하는 총판만 있을 뿐 도매가 사라졌다고 한다. 일본은 안정된 도매 구조 안에서 점차 새로운 변화가 진행 중이며, 대만은 대형 서점의 독점화로 도매가 사라지고 출판사는 거래처의 다양성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그 중간에 있는 걸까? 출판도매가 더 이상 제 기능을 못 하게 된다면? 대형 서점이 오프라인 유통의 독과점이 된다면 2,000개가 넘는 서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출판사의 거래처가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 몇몇 총판만 있다면 안정적인 유통 구조라고 볼 수 있을까? 오프라인은 대형 서점이, 온라인은 대형 이커머스(E-Commerce)가 독점한다면? 모두 나의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출판계는 필자가 입문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변화해 왔다. 결론적으로, 현재 출판도매는 출판계에 꼭 필요하며 출판유통 시장에서도 출판사와 소매 서점 모두에게 유리한 존재다. 출판도매 업체는 출판사에서 막 나온 신간을 서점에 배본하고, 서점은 필요한 책을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는 건강한 출판도매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궁극적으로 출판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출판사, 서점은 물론 출판도매도 안정될 수 있기에 출판업계 모두가 상생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집행문(執行文): 채무 명의의 집행력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법원의 사무관 또는 공증인이 작성하여 채무 명의의 정본 끝에 덧붙이는 공증 문서를 말한다.
2)
파산관재인(破産管財人): 채권을 회수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행위 능력자인 자연인 가운데서 법원이 선임하며 법원의 감독 아래 파산 재단의 점유·관리·환가(換價) 및 배당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도진호

도진호 지노출판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

지노출판 대표로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과 인터파크송인서적 및 북플러스 ‘채권단 대표자 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jinopress@gmail.com
https://www.instagram.com/jinho_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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