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5 2024. 9+10.
조직을 성장시키는 독서경영
안계환(독서경영포럼 대표)
2024. 9+10.
독서경영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독서를 통해 직무 능력을 키우고 사업 전략을 세워 성과를 높이는 경영 방법이다. 최근 독서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공동체 안에서 책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보며 독서경영을 도입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독서경영은 독서를 통해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창의력, 통찰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키울 수 있고, 이를 업무에 적용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동반 성장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많은 조직에서 독서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 실천 방법은 조직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조직문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책을 활용한다. 책을 구입해 사무실에 비치하고 임직원이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접견실을 도서 대여실로 꾸며 임직원에게 자유로운 독서생활을 보장하면서 외부인에게는 해당 조직의 특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는 개인에게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조직은 임직원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직접 신청받아 지원하며 성장을 돕는다. 학습조직(Community of Practice, COP)의 중요한 방법론으로써 독서경영이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임직원의 성장과 리더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독서경영의 특징과 이를 실천한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리더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
경영학 용어 중에 ‘피터의 원리(The Peter’s Principle)’가 있다. 이는 미국의 대학 교수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피터의 원리: 승진할수록 사람들이 무능해지는 이유(The Peter Principle: Why Things Always Go Wrong)』(21세기북스, 2019)라는 자신의 책에서 주장한 이론이다. 그는 “조직 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직무 능력이 아닌 경력을 중시하여 직급에 따라 단계별로 승진하고, 직무 능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직책까지 올라갈 경우 무능한 상태로 고위직에 머무르게 된다는 원리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이렇다. 일반적 조직에서는 과장 직급에서의 성과를 평가해 부장으로 승진시키고 부장급 중에서 실적이 높은 사람을 임원으로 뽑는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각 직급에는 과거의 실적을 기준으로 임명된 사람들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승진 후 해당 직책에 필요한 직무 능력을 평가해 적합한 사람을 임명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리나 과장급 등 실무자인 경우라면 이런 방법에도 큰 무리는 없다. 일의 난도가 그리 높지 않고 필요시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임원 이상의 경영자에게서 발생한다. 그들에게는 실무자로서 능력뿐만 아니라 리더십 등 조직 관리 능력이 필수다. 회사의 기술 경영자인 CTO(Chief Technology Officer)나 재무 경영자인 CFO(Chief Financial Officer) 레벨이 되면 각 부문에 대한 전문가로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최고경영자를 보좌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과 기획력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바라보는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피터의 원리처럼 실무자의 실적만을 바탕으로 경영자가 되면 준비되지 않은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날 갑자기 경영을 맡게 되었는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창업에 큰 꿈을 갖고 뛰어들었는데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 위기에 봉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리더가 되기 위한 주요 역량을 갖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독서를 꼽을 수 있다.
북독일 평원의 변방 국가 프로이센(Preussen)을 독일제국의 기틀로 만든 프리드리히 2세(Friedrich Ⅱ)에게 작전참모가 “대왕께서는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십니까? 전쟁이란 이론보다는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프리드리히 2세는 “공부하지 않고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저기 문밖에 전투 경험만 60회를 치른 노련한 노새가 있다네. 하지만 노새는 여전히 노새가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아무리 전쟁을 많이 치렀어도 노새 역할만 하면 영원히 노새라는 이야기다. 리더의 자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진정한 리더이며, 공부를 하지 않고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없다. 독서는 공부의 첫걸음이다. 실무자는 성장하면서 리더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실무 전문성은 기본이고 이론 학습과 현장 경험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직무의 일과 현장을 경험해 볼 수는 없는 일.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간접 경험을 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이다. 이론 학습은 물론 여러 사례들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더라도 조직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게 리더이다.
조직을 성장시키는 독서경영
만약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적당한 리더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기업에서는 적절한 역량을 가진 이들을 외부에서 채용해 수혈한다. 내부에서 리더를 성장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약하고 다른 곳에서 검증되어 자격을 갖춘 외부 인력을 데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기업 및 중소기업은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채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함께 창업한 인력 또는 내부에 있는 이들을 적합한 인재로 키워내야만 한다. 여기에 맞는 사례는 삼국시대의 오나라 손권과 대화를 나눈 여몽의 이야기다.
여몽은 현장에서 싸움을 잘하기로 유명했지만 공부가 부족해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느 날 손권은 여몽을 불러 대화를 나누며 광무제가 전쟁터에서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수불석권(手不釋卷)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날부터 여몽은 열심히 공부해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됐을 만큼 성장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위대한 장수가 되려면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널리 볼 줄 알고 승리 전략도 세울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리더는 스스로 성장하든지 조직 내에서 키워져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이 커가면서 필요한 인력들을 찾아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적합한 해법이 바로 독서경영이다. 학습조직과 연계한 독서 활동을 통해 리더를 키워내고 그를 통해 조직이 성장하는 선순환을 일궈내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의 사례, 경영 노하우를 담은 경영 관련 책을 읽고, 임직원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의 기업에도 적용 가능한지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직 결속력을 키우는 것 역시 독서경영의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는 활동 자체가 시간 관리 측면에서 자기 계발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구성원이 많은 대기업의 특성상 공동체가 분산될 수밖에 없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작아 조직적인 독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추진력이 있다면 독서경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독서경영은 사내에 역량을 갖춘 리더가 부족하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창업기업 및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적합한 경영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독서경영 실천 사례
독서경영을 잘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설립부터 독서에 대한 철학이 담긴다.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 한국콜마의 윤동한 전 회장 등은 소문난 독서가이며 창업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종훈 회장이 독서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렇다. 기업이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의 수준이 회사 제품의 품질과 수준을 결정한다. 따라서 수준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독서를 통한 자기 계발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고객과의 관계를 수준 높게 만든다. 독서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완해 준다. 리더가 되기 위해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 오나라 손권이나 프리드리히 2세의 강조가 여기서도 발견되지 않는가?
독서경영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4년부터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사업에서 대상을 받은 바텍이우홀딩스의 노창준 회장도 열혈 독서가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1만 명 이상 면접을 봤는데 창의적 인재의 공통적 특징은 유연한 정신과 학습 능력이었고, 이 능력은 결정적으로 책 읽기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바텍이우홀딩스는 3천여 권을 보유한 사내 도서관을 운영하며 ‘시간 제한, 공간 제한, 비용 제한 무(無)’라는 ‘3무’ 원칙을 갖고 직원들의 꾸준한 독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비용을 회사가 제공해 임직원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유연한 정신과 학습 능력을 가진 이들을 찾아내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이 책을 가까이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2023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대상을 수상한 바텍이우홀딩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임직원의 학습에 관한 최고경영자의 열정은 경상남도 김해에 있는 기업 큐라이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임직원이 약 180명 정도의 중소 제조기업인데도 불구하고 본사와 공장, 연수원에 걸쳐 2만 3천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책만 많은 게 아니다. 임직원 전원이 매주 독서경영 활동에 참여하는데 그 모습도 북토크, 독서토론, 독서세미나 등 다양하다. 회사는 이러한 독서경영 활동을 통해 미래의 리더를 양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으며 임직원의 생산성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큐라이트는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지난 38년 동안 성장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 글로벌 5위 기업까지 도달한 강소기업이 되었다.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의 독서경영 사례는 독특하다. 이론보다 기술적 실무가 대부분인 미용사들에게 독서를 통해 교육하기 때문이다. 청담동에 있는 준오헤어의 8층 건물에는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준오아카데미’가 있다. 여기서는 미용 교육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하는 독서세미나도 열린다. 가끔은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읽은 책의 좋은 내용을 공유한다. 준오아카데미 여기저기에는 “넘어지는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의 잘못이다.”, “항상 목표를 생각하라.”, “겨누지 않고 쏜 화살은 절대 빗나간다.”와 같은 메시지들이 적혀있다. 누군가에게 이 메시지를 알려주고 어떤 회사인지 맞혀보라고 했을 때 미용실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책을 통해 임직원을 성장시키고 회사를 키우고자 하는 리더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개인과 리더의 동반 성장이 곧 독서경영
독서는 정보와 지식, 경험과 노하우, 집중력과 추진력, 통찰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가장 빠르고 쉽고 효율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도구이다. 개인의 성장과 전문성을 키우는 독서는 결국 더 전문성 있는 조직을 만드는 시너지를 낳는다. 개인의 독서에서 그치지 않고 조직 안에서 공유하고 토론하며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본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이 역량을 넓히고 주도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독서 환경을 만들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꾸준히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고 조직에 맞게 정보를 활용하여 성장하는 독서경영 기업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안계환 독서경영포럼 대표 경영과 인문을 접목한 책을 쓰는 작가이며 직장인 독서모임인 독서경영포럼의 대표다. 저서로 『독서경영의 힘: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직장독서 방법론』(카모마일북스, 2018), 『세계사를 바꾼 돈』(클라우드나인, 2020), 『최소한의 서양 고전』(나무발전소, 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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