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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4  202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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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독서정책과 시민사회의 역할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 이야기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2024. 7+8.


 

급속히 하락한 국민 독서율 제고를 위한 정부 독서진흥정책 강화 요구

 

지난 10년 사이에 성인의 연간 독서율이 29.2%p나 하락하여 10명 중 4명만 책을 읽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독서정책의 혁신적 강화를 요구하는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이 ‘정부 독서정책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말한다’를 주제로 5월 9일(목)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일석기념관(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분들의 발언과 주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 포스터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 포스터

 

 

이날 포럼에는 정부, 지자체, 출판, 서점, 도서관, 독서, 교육계 등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18일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와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며 열띤 논의와 제안을 펼쳤다. 포럼의 토론자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 김성은 과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박찬수 사무처장을 대리하여 이창민 문화진흥본부 독서인문팀장, 서울시 금천구청 유은경 독서문화팀장, 한국도서관협회 이정수 사무총장, 사당중학교 송경영 교사, 조형근 사회학자, 한국출판인회의 임선희 독서진흥위원장,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채웅준 연구위원,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정병규 회장,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 어린이도서연구회 신민경 사무총장,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가 참여했다.

 

포럼의 참여자들은 급속히 하락한 국민 독서율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독서진흥정책 강화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올해 사라진 국민 독서 지원 예산의 복원과 강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독서정책 추진을 요구하였고,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과 좌표가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2024년 4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중·고 학생의 종합독서율(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연간 종이책/웹소설/전자책/오디오북 이용률)은 95.8%, 종합독서량은 36.0권으로 2년 전에 비해 독서율은 4.4%p 오르고, 독서량은 1.6권 증가했다. 반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2년 전 대비 독서율은 4.5%p 하락하고, 독서량은 0.6권 감소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선명해진다.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2023년 43.0%로 29.2%p나 하락했다. 성인 10명 중 3명이 독자에서 비독자로 바뀐 것이다.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성인‧학생 독서율 추이

(Base: 전체 응답자, 단위: %)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성인‧학생 독서율 추이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독서인구의 충격적인 감소 사례는 다른 나라의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와 관련하여 백원근 대표는 ① 추락하는 성인 독서율을 제고하기 위해 획기적인 독서정책의 혁신이 필요하고 ②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독자 개발 정책 못지않게 독서 선호도(책 읽기를 좋아하는 비율)를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③ 20대 독서율에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앞서기 시작했다는 지표를 주목했다.

 

이정수 사무총장은 ① 국민독서실태조사가 성인의 경우 전국의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2023년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추계인구 4407만여 명을 감안하면 표본 수가 0.0113%에 해당하고, 조사보고서 제2장의 구체적인 조사 결과에서 성별, 연령별, 학력, 소득에 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나 지역별 결과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해당 지역의 독서실태조사를 면밀하게 조사할 것을 제안했으며 ② ‘문자·활자진흥법’을 제정하여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 이탈을 막고, 독서진흥은 물론 출판산업 쇠퇴, 문해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하여야 하며 ③ 독서습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스타트와 같은 독서진흥운동이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선희 위원장은 ① 독서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지적하며 ② 독서를 좋아한다고 답한 국민은 성인의 18.3%에 불과한 것을 언급하면서, 독서 선호도에서 적신호가 켜졌음을 지적하였다. ③ 또한 월 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의 독서율은 9.8%로 월 평균 소득 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독서율인 54.7%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주목하며, 소득에 따른 독서율 차이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과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는 독서문화진흥법 규정에 따라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이하 ‘기본계획’)을 4월 18일 발표했다. 이 계획의 4대 추진전략은 ① ‘독서 가치 공유 및 독자 확대’ ② ‘독서습관 형성 지원’ ③ ‘독서환경 개선’ ④ ‘독서문화진흥 기반 고도화’이다. 계획의 시행을 통해 성인 독서율을 2023년 43.0%에서 2028년 50.0%로 끌어올리고, 독서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 비율도 2023년 67.3%에서 2028년 75.0%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서환경 개선’ 정책 예시

‘독서환경 개선’ 정책 예시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

 

 

포럼 참여자들은 ‘기본계획’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책사업과 아이디어가 망라하여 열거되어 있지만 핵심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정책의 노른자위가 없다.”(백원근), “4차 계획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관이 주도하고 민간은 수동적이며 주체가 아닌 대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민간위원이라는 애매한 표현보다 시민사회단체, 민간단체와 시민 등 주체가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명시되어야 한다.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과정에서 민관 거버넌스를 강화하여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신민경), “계획의 내용을 보면, 3차 계획은 물론이고, 심지어 2009년부터 시행된 〈제1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의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이정수), “독서율 신장을 위해서는 비독자들을 독자로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비독자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책과 예산의 엇박자를 지적하고 싶다. 지난 몇 년 동안 민관협력을 통해 독서문화 증진사업을 펼쳤던 ‘책의 해’ 추진단은 예산 미편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임선희) 무엇보다도 포럼 참여자들은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 대안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한 입 모아 토로했다.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의 비전 및 추진 전략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의 비전 및 추진전략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독서문화 형성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

 

이날 포럼은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라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이지만, 시민사회의 대응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반성의 자리이기도 하였다. 독서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뿐만 아니라 독서문화 정책의 신뢰성, 연속성, 지속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현재의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 과정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공통된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 사회의 독서정책과 독서문화를 만드는 일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에 더해 민간의 시스템과 자원, 독서 관련 단체, 기업, 지역사회 등 시민사회의 역할이 그에 못지않게 크고도 중요하다. 시민사회의 창발적인 사업 추진과 정부의 지원 체계 강화 및 고도화가 필요하다. 민관협력의 양쪽 바퀴와 거버넌스가 원활히 작동되어야 책맹사회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백원근)

 

필자는 독서문화 형성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로 10가지 과제를 추려서 발언했다. ①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공통의 인식 ② 독서의 개념과 가치 재정립 ③ 독서진흥을 위한 소통을 넓혀나가는 것 ④ 독서지표의 적극적 개선 ⑤ 독서격차의 해소와 독서에 대한 평등한 접근 보장 ⑥ 독서에 권위를 부여 ⑦ 도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⑧ 독서가 혁신의 엔진이라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 ⑨ 독서와 관련된 새로운 아젠다를 적극 개발하는 것 ⑩ 한국 독서문화의 국제화가 그것이다.

 

포럼에 참여했던 사회학자 조형근은 칼럼 ‘같이 읽으면 즐겁지 아니한가’(〈한겨레신문〉, 2024년 5월 14일 자)를 발표했는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유할수록 책을 많이 읽고, 가난할수록 책에서 멀어진다. 공공도서관, 서점이 부족한 지방도 책에서 소외되기는 마찬가지다. 독서를 순전히 개인적 행위로 간주하고 책을 시장에 맡기면 이런 불평등을 교정할 길이 없다. 공공도서관과 지역 서점을 포함한 독서 생태계 형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독서정책과 독서문화의 공공적·공익적 가치를 강조한 발언이었다.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은 독서문화의 공공적·공익적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이러한 가치 확산을 위해 정부정책과 함께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가 적지 않음이 논의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포럼이 계속 이어져 독서정책과 독서의 가치 정립, 독서와 관련된 새로운 아젠다 형성과 실천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2024년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transpo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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