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58  2025.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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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현장 스케치

 

 

 

박소영(KPIPA 대만 수출 코디네이터)

 

2025. 3+4.


 

해외 문학상 수상작을 주목한 202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동북아시아의 최대 국제도서전 중 하나인 타이베이 국제도서전(TIBE, Taipei International Book Exhibition, 이하 ‘도서전’)이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Taipei World Trade Centre)에서 지난 2월 4일부터 2월 9일까지 6일간 개최되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책을 통한 이세계(閱讀異世界, Follow Your Fancy in Reading)’였다. 도서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부침을 이겨낸 후, 지난 몇 년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 행사를 준비했는지 행사장으로 가 보았다.

 

202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포스터

202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포스터

 

 

2024년은 동북아시아 도서들이 해외 문학상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한 해였다. 한국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대만의 양솽쯔(楊双子) 작가가 쓴 『대만 여행기』(영문판: 『Taiwan Travelogue』, 그레이울프프레스, 2024)는 미국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의 번역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동북아시아 작품에 세계의 이목이 몰렸다. 해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이번 도서전까지 이어졌다.

 

올해 도서전은 작년보다 『채식주의자』(중국어판: 『素食者』, 만유자문화, 2016), 『소년이 온다』(중국어판: 『少年來了』, 만유자출판사, 2018), 『희랍어 시간』(중국어판: 『失语者』, 구주출판사, 2023) 등 한강 작가의 대표작들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외 출판시장에 이름을 알린 양솽쯔 작가의 소설은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란 수식어를 달고 프로모션이 진행되었다. 대만을 대표하는 오프라인 서점 성품서점(誠品書店)은 그의 소설을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성품서점 부스

성품서점 부스

 

 

특색 있는 대만 콘텐츠

 

도서전은 해외 도서를 대만 독자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외국인 관람객들에게는 대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대만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도서와 행사가 가득했는데, 그중 대만 타니아(Tania Hsu) 작가의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어와 영어로 함께 쓴 『행복한 가족 식사(天倫食樂, Happy Family Meals)』(쉬충마오스튜디오, 2024)는 대만의 명절 풍경을 생생히 그려냈다. 타니아 작가는 부스에서 자신의 도서를 소개하며, “이 책을 통해 대만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대만 음식을 통해 중국어를 배우는 학습 도서도 있었다. 출판사 아트지바이트(Artzy Bytes)는 관광객들에게도 친근한 대만 야시장의 음식들을 통해 중국어를 배우는 학습지를 내놓았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학습지는 구운 소시지, 중화식 햄버거 등을 중국어 단어로 쓰고 연습하며 번체자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대만 야시장 편 이외에도, 과일을 소재로 한 학습 도서나 간체자를 연습할 수 있는 책, 대만 현지 문화를 소개하는 책 등 다양했다.

 

대만 정부 기관들의 참여

 

대만 타이난(Tainan)에 위치한 국립대만문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Taiwan Literature, 이하 ‘박물관’)은 “페이지에서 스크린으로(From page to Screen)”라는 주제를 통해, 대만 문학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들을 소개하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영화는 20세기 초 대만에 유입된 이후 일상적인 오락이 되었고, 문학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문학의 시각적 이미지를 향상시켜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더 많은 관객의 공감을 일으키고, 문학은 영화에 서사와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부여하여 예술적 지평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대만 영화와 문학의 상호작용이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졌으며 이를 통해 미적으로 아름다운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만 영화의 황금기와 뉴웨이브(New wave) 시대를 지나 스트리밍 플랫폼이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각색하여 영상화하려는 시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박물관은 대만 문학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한 LiFT(The Literature From Taiwan)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했다.

 

국립대만문화박물관 부스

국립대만문화박물관 부스

 

 

한편, 매년 도서전에 참여하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National Palace Museum of the Republic of China)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Louvre Museum),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등과 함께 세계 5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만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인 이곳은 다양한 소장품 이외에도 도서 출판 및 굿즈 제작으로도 유명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립고궁박물관의 책과 굿즈는 물론 과월호 잡지나 주요 도서들을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 부스

국립고궁박물관 부스

 

 

대만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대만 문화부의 노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 문화부의 펀딩을 통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대만에서 온 책(Books from Taiwan)’ 부스는 픽션과 논픽션, 어린이책과 만화책까지 다양한 대만 출판물들을 해외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알렸다. ‘대만에서 온 책’의 웹사이트와 주기적으로 발간되는 출판물을 통해 신간과 작가, 번역 라이선스 판매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대만 문학 작품의 해외 번역 출판을 지원하고자 대만 문화부가 설립한 ‘GPT(Grant for the Publication of Taiwanese Works in Translation)’의 최신 정보도 제공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실제로 GPT 지원금을 통해 출판된 도서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한국어 도서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만 문화부 부스 내 ‘대만에서 온 책’ 사업 설명

대만 문화부 부스 내 ‘대만에서 온 책’ 사업 설명

 

 

대만 문화부 산하 콘텐츠산업진흥기관인 TAICCA(Taiwan Creative Content Agency) 부스에는 다양한 대만 만화책들이 전시되었다. TAICCA는 수많은 만화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부스 중 하나였는데, 한국보다 개방적인 대만의 문화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TAICCA 부스에는 남성 간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BL(Boys Love) 만화가 판매되었고, 대형으로 인쇄된 BL 화보가 부스 벽을 한가득 메웠다. 이 또한 대만 문화의 특색 중의 하나로 느껴졌다.

 

TAICCA 부스

 

TAICCA 부스

TAICCA 부스

 

 

대만 출판계도 주목하는 인공지능(AI)

 

대만 출판계에서도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단연 AI일 것이다. 이번 도서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확인하듯 AI 관련 도서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AI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주식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엔비디아(NVIDIA) 관련 도서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미국 경제지 〈배런스(Barron’s)〉의 선임 작가 태 김(Tae Kim)이 엔비디아에 대해 분석한 『더 엔비디아 웨이』의 영문판(『The Nvidia Way』, 노튼앤컴퍼니, 2024)과 중국어판(『英伟达 之道』, 시틱프레스, 2024)이 여러 부스에서 판매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한 대만 독자들의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전 부스에 진열된 영문판 『더 엔비디아 웨이』(상), AI 관련 도서들(하)

 

도서전 부스에 진열된 영문판 『더 엔비디아 웨이』(상), AI 관련 도서들(하)

도서전 부스에 진열된 영문판 『더 엔비디아 웨이』(상), AI 관련 도서들(하)

 

 

AI를 홍보에 활용한 부스도 있었다. 특히, 대만의 객가(客家) 문화를 홍보하는 객가 부스의 AI 활용이 인상 깊었다. 객가는 중국 한족의 한 갈래로,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중국 남부 및 대만, 동남아 등지에 널리 분포한 민족 집단을 의미한다. 객가 부스는 이번 도서전을 위해 객가 홍보대사인 AI 케빈(Kevin)을 준비했다. 3D로 구현된 캐릭터 케빈은 이탈리아인의 외형을 하고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객가 문화를 소개했다. 객가 부스 담당자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AI를 서양인의 모습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객가 홍보대사 AI 케빈

객가 홍보대사 AI 케빈

 

 

관람객들은 부스 내 마이크 버튼을 누른 후 발화를 통해 케빈과 소통할 수 있었으며, 중국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총 3개 언어로 객가 작가와 문학, 그리고 문화를 알렸다. 케빈의 음성 인식률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지만, 케빈에 대한 관심 덕분에 많은 방문객들이 해당 부스를 방문하였으며, 일부 방문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객가 작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객가 부스는 AI 케빈을 도입하는 것 외에도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의 자료를 준비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소개된 한국 도서들

 

한국 도서는 대만 출판시장에서 출간되는 번역서 중 상위 5위권에 있을 만큼 인기가 있다. 한국 웹소설 및 웹툰에 대한 발굴과 번역이 전례 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매달 새로운 한국 도서들이 대만에서 출간되고 있다. 이번 도서전에서도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영문판: 『Your Neighbour’s Table』, 와일드파이어, 2024), 김지윤 작가의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영문판: 『Yeonnam-dong’s Smiley Laundromat』, 맥레호즈, 2024),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영문판: 『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 블룸즈버리, 2024) 등 한국 도서가 전시되었다.

 

도서전에 진열된 영문판 『채식주의자』(상),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하)

 

도서전에 진열된 영문판 『채식주의자』(상),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하)

도서전에 진열된 영문판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상),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네 이웃의 식탁』(하)

 

 

이미 대만에 중국어로 번역·출간된 지 오래되어 좋은 성적을 얻은 한국 도서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중국어판: 『82年生的金智英』, 만유자문화, 2018), 홍승희 작가의 『붉은 선: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중국어판: 『紅線: 我的性紀錄』, 게릴라컬처, 2022)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되었다. 『82년생 김지영』이 중화권에서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만큼, 『우리가 쓴 것』(영문판: 『Miss Kim Knows: And Other Stories』, 리버라이트, 2024)를 비롯한 조남주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최근 대만에 번역·출간된 한수인 작가의 『마녀빵집』(중국어판: 『魔女麵包店』, 원유, 2025)도 볼 수 있었다.

 

중국어로 번역·출간된 『붉은 선: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상), 『마녀빵집』(하)

 

중국어로 번역·출간된 『붉은 선: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상), 『마녀빵집』(하)

중국어로 번역·출간된 『붉은 선: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상), 『마녀빵집』(하)

 

 

이 밖에도 순수 문학부터 인문학, IT 실용서, 웹소설까지 다양한 범위의 한국 도서들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학과 온라인 기반의 콘텐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했지만, 다양한 한국 도서들이 현재 대만에 출판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도서전을 통해 다양한 해외 출판사와 라이선스 업체들이 한국 도서의 수출을 위한 미팅을 진행한 것은 한국 문학의 더 넓은 확장을 기대하게 했다.

 

다양한 해외 국가들의 참여

 

해외 출판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국제 존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일본, 인도, 태국 등 아시아권부터, 프랑스, 독일, 체코 등 유럽권까지 여러 국가에서 자국의 도서를 홍보하기 위해 참여했다. 최근 대만과 체코는 다양한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진행했는데, 대만의 작가들이 체코를 방문해 현지 독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고 체코의 문화재를 대만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양국의 친교가 두터워지고 있는 가운데, 체코는 자국 도서를 대만에 소개하려는 활동 또한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설립한 타이베이 체코센터(Czech Centre Taipei)는 체코의 문화를 대만에 소개하기 위해 이번 도서전에 참여했다. 첫 도서전 참가인 만큼, 체코는 도서전의 주빈국인 이탈리아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체코의 문학을 대만 독자들에게 소개했고, 체코 현지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도서들을 도서전에 전시했다. 또한, 유명한 체코 작가 두 명을 초빙해 그들의 도서에 관해 이야기하는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체코 작가와 현대 체코 문학의 전반을 소개하는 등 여느 때보다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올해 도서전의 특징 중 하나는 출판계 종사자들 이외에도 일반인의 참여와 방문이 대단히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남녀노소 다 함께 책을 구매하고 현장에서 독서를 즐기는 모습과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가득했다. 불교 도서를 판매하는 한 출판사는 행사장 한 가운데에 매트를 깔고, 명상 수업을 진행하며 일상에서 명상과 독서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 세션을 열었다. 참여자들 또한 진지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소리의 파장을 만드는 싱잉볼(Singing Bowl)에 귀 기울이며 명상했다. 또 다른 출판사는 기부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수동 인쇄기의 발판을 굴려 기념엽서를 인쇄하는 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도서전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대만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책을 전달하고 있었다.

 

지난 2월 11일 대만의 언론사 〈타이베이 타임스(Taipei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2025 도서전에는 지난해 방문객 약 55만 명을 뛰어넘은 약 57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만 정부의 문화 관련 지원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으며 도서에 대한 대만 독자들의 줄지 않는 관심을 보여주었다. 올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도서전은 바로 2026년을 예고하였다. 내년 도서전의 주빈국은 태국으로 확정되었는데, 또 어떤 특별한 콘텐츠와 다양한 이벤트로 독자들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박소영

박소영 KPIPA 대만 수출 코디네이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대만 수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만 정치대학교에서 경영정보처리시스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10356508@nccu.edu.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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