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6 2024. 11+12.
[출판 한류(2022~2024)]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2024. 11+12.
1. 출판 한류 현황
글로벌 출판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K-출판의 위상과 그에 따른 영향력이 가파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출판이 해외 출판시장 진출에 활기를 띠기 시작한 시점부터 세계 출판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하기까지 2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특히,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 수상은 이러한 성과의 정점을 보여준다. 한강 작가는 2016년 맨부커상(Man Booker Prize)1)에 이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함으로써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K-출판의 국제적 위상이 더 이상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문학적으로 깊이 있는 영향력을 가진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출판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출판시장의 중심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출판저작물의 확산이 가능해지면서 K-출판의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는 K-출판 브랜드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가 갖는 브랜드와 이미지 또한 기업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테면, 한 작품에 대한 판권 수출과 현지에서의 번역·출간 후 성공도 중요하지만, 현지 출판시장은 물론 독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의 대중적인 관심과 세대를 넘나드는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뿐만 아니라 작가(창작자)가 브랜드화 되어야 한다.
일례로 일본에서 『아몬드』(일본판: 『ア-モンド』, 쇼덴샤, 2019)의 손원평 작가가 가져온 꾸준한 성공 사례는 한 명의 작가, 그리고 그것을 넘어 출판 브랜드 구축과 출판 브랜딩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어 준다. 물론 여기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작가나 출판사는 하나의 타이틀을 수출하는 전략과 성과가 우선 필요하지만, 이제 한국 출판계나 정부는 한국 출판과 출판문화의 브랜드 구축 및 확대에 관심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전략을 펼칠 시기이다.
한편, 하나의 ‘신조어’처럼 2023년 국내외 출판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며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힐링 소설’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코리안’이 더해져 ‘코리안 힐링 소설(Korean Healing Novel)’이라는 말이 국제도서전을 중심으로 국내외 출판 현장에서 자주 들려왔고, 이것은 2024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황 속에 지쳐 위로와 휴식을 고대하는 독자들에게 힐링 소설은 ‘쉼터’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코리안 힐링 소설이 세계 출판시장에서 더욱 확대되면서 다양한 언어권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 중심에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2021)과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2022) 등이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영·미·유럽의 출판시장으로 폭넓은 반경을 그리며 번역·출간되었다.
2. 출판 한류 관련 이슈
① 2022년, 정보라 『저주 토끼』 &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부커상 후보
『저주 토끼』, 『대도시의 사랑법』 미국판 표지
2022년, 세계 출판시장에 한국 문학의 가능성과 잠재력,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확신을 각인시키는 또 하나의 역사적 토대가 세워졌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영미판: 『Cursed Bunny』, 앨곤퀸북스, 2022)와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the Big City』, 그로브프레스, 2022) 두 작품이 모두 부커상(International Booker Prize) 후보에 올랐던 것이다. 수상은 불발되었지만, 한 작가의 작품이 오르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두 명의 한국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후보작에 올랐다는 것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예술적으로 산업적으로 큰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② 2023년, 천명관 『고래』, 부커상 후보
정보라, 박상영 작가에 이어 이듬해에는 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영미판: 『Whalem』, 아키펠라고북스, 2023)가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에는 최종 경쟁 후보작까지 올라 영미권을 중심으로 세계 출판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탄탄한 저력을 이어갔다.
『고래』, 『철도원 삼대』, 『채식주의자』 영미판 표지
③ 2024년, 황석영 『철도원 삼대』, 부커상 후보
한국 문학의 위상과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다. 2022년에 정보라, 박상영 작가, 2023년에 천명관 작가에 이어 2024년에는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영미판: 『Mater 2-10』, 스크라이브UK, 2023)로 3년 연속 한국 작가가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그중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황석영 작가가 천명관 작가에 이어 두 번째이다. 해외 서점가에서도 이번 수상 결과에 따라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크노프더블데이, 2011)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포토벨로북스, 2017)에 이어 어떤 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를지 기대된다.
④ 2024년,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본 서점대상 수상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른의 반격』 일본판 표지
일본에서는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일본판: 『ようこそ、ヒュナム洞書店へ』, 슈에이샤, 2023)이 2024년 일본 ‘서점대상(本屋大賞)’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 작가로서 1위에 오른 것은 손원평 작가에 이어 두 번째이고, 한국 작품으로는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三十の反撃』, 손원평, 쇼덴샤, 2021)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이로써 한국 문학이 일본 서점의 관심과 추천을 넘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는 향후 또 다른 한국 작가들의 책이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청신호로 해석된다.
⑤ 2024, 김혜순 『날개 환상통』, 한국 최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영미판: 『Phantom Pain Wings』)이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의 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2023년 미국 출판사 뉴디렉션스(New Directions)에서 출간된 이후 현지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미국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지난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되며 주목받았다.
『날개 환상통』 영미판,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판 표지
⑥ 2024,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Prix Médicis)을 수상한 작품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프랑스판: 『Impossibles Adieux』, 그라세, 2023)가 올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Émile Guimet Prize for Asian Literature)을 수상하였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은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국립동양미술관)에서 프랑스 내 아시아 문학을 활성화하고자 2017년에 제정한 상으로, 직전 1년 내에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된 아시아 현대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작품으로는 2018년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Au Soleil Couchant』, 피키에, 2017)이 수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⑦ 2024,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역사
2024년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국제 문학계에 이름을 알렸고,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확고히 했다. 『채식주의자』에서 보여준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과 문학적 성취가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이 현대 문학에 기여한 독창성과 감정의 진정성을 인정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문학이 되기를 희망한다.”라며 한국 문학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이로써 한강 작가의 수상은 한국 문학의 국제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으며, 한국 출판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3. 출판 한류의 주요 진출국과 진출 경로
① 영미권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영미판: 『The Second Chance Convenience Store』)이 2023년에 미국의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와 영국의 맥밀란(Macmillan) 출판사로 수출되었다. ‘코리안 힐링 소설’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영미권을 대표하는 출판사에 팔렸고, 2025년 1/4분기에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한국에서 150만 부(전 2권 합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이며, 대만에서는 『대장금』(대만판: 『大長今』, 김상헌, 일린, 2005)의 뒤를 이어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번역소설 부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출판시장에서 인증된 이 작품이 향후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어떤 피드백을 이끌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도가니』 영미판 표지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영미판: 『Togani』, 하와이대학교출판부)는 2023년 4월에 영미권에서 출간됐다. 『도가니』는 중국 출판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개정판을 내며 꾸준한 반응을 유지해 오고 있는 타이틀로서, 이 열기는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공지영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미국의 아키펠라고북스(Archipelago Books)를 통해 2023년 4월에 나온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② 일본
손원평 작가는 일본 서점대상을 세 번 수상하며, 일본 출판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수상작인 『서른의 반격』, 『프리즘』(일본판: 『プリズム』, 2022) 외에도 단편 소설집 『타인의 집』(『他人の家』, 2023)과 『튜브』(『TUBE』, 2024) 모두 쇼덴샤(祥伝社)에서 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 『뜨거운 피』 일본판 표지
일본에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不便なコンビニ』)의 판권은 2022년에 쇼가쿠칸(小学館)으로 팔렸으며, 2023년 6월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82년생 김지영』(『82年生まれ,キム.ジヨン』, 조남주, 쓰쿠마서방, 2018)과 『아몬드』에 이어 일본 서점가에서 한국 문학을 이끄는 새로운 주자로서 바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불편한 편의점 2』도 제1권과 같은 출판사를 통해 2025년 2월 말경에 출간될 예정이다. 2022년에 영화로 제작·개봉되어 화제가 됐던 김언수 작가의 『뜨거운 피』(문학동네, 2016)의 판권은 2023년에 일본의 후소사(扶桑社)에 팔렸고, 같은 해에 문고본 『야수의 피』(『野獣の血』) 포맷으로 번역·출간되었다.
③ 중화권(대만·중국)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2』 중국어판 표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중국어판: 『不便的便利店』) 중국어 번체 판권이 2022년 상반기에 대만으로 팔렸다. K-문학 한류를 이끄는 타이틀로 부상한 『불편한 편의점』 대만판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의 파워를 과시하며 또 다른 한국 작가와 작품에 대한 현지 출판관계자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에 이어 『망원동 브라더스』(『望遠洞兄弟』, 2014), 『연적』(『情敵』, 2015) 등 그의 출간작들 대부분이 『불편한 편의점』을 낸 같은 출판사인 솔로프레스(寂寞出版社)로 판권이 수출되어 순차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올렸다. 『불편한 편의점』은 2024년 상반기 현재,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대만에서의 이와 같은 K-문학의 흐름은 한국 출판저작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반응이 또 다른 작가의 타이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신뢰의 무게를 더한다.
『망원동브라더스』, 『연적』 중국어판 표지
싱숑 작가의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全知读者视角』, 국제문화출판사, 2022)이 제1권에 이어 2023년에 제2권이 출간되었고, 꾸준한 관심으로 2024년 하반기에 제3권이 나올 예정이다. ‘페미니즘 연애소설’로 불리고 있는 민지형 작가의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她厭男,她是我女友』, 크라운, 2023)도 개성 있는 작품으로 중국 현지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중국어판 표지
김애란 작가의 문학도 중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행운』(『你的夏天还好吗?』, 인민문학출판사, 2016)을 중심으로 『바깥은 여름』(『外面是夏天』, 인민문학출판사, 2019)과 『침이 고인다』(『噙满口水』, 상하이문학예술출판사, 2014) 등 단편집이 다른 언어권에 비해 선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4년 8월에 출간된 김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은 오랜 기간 그의 책을 기대하며 기다려온 중국의 유력 출판사 간의 판권 확보 경쟁을 거쳐 최종적으로 항저우 모티에(磨铁) 출판사에게 돌아갔다. 이 책이 중국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게 될 경우, 향후 중국 출판시장에서의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침이 고인다』 중국어판 표지
④ 태국
동남아시아 출판시장에서 K-문학 한류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태국은 아세안 출판시장에서의 ‘맹주’답게 꾸준히 유의미한 성과를 내오고 있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태국판: 『ร้านไม่สะดวกซื้อของคุณทกโก』, 2022)이 한층 더 부각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사 아마린(Amarin Corporations Public Company Limited)은 2023년에 김호연 작가를 초대해 현지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불편한 편의점』은 2023년에 태국에서 10쇄를 훌쩍 넘겼고, 『불편한 편의점 2』를 2024년 상반기에 번역·출간했으며, 이어 김호연 작가의 신작 『나의 돈키호테』(나무옆의자, 2024)의 판권도 확보하여 현재 번역 작업 중이다.
『불편한 편의점』, 『시간을 파는 상점』 태국어판 표지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ร้านขายเวลา』, 피콜로, 2020)도 현재 10쇄 이상을 발행했으며, 김호연 작가의 타이틀과 함께 K-문학 한류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당 출판사는 『시간을 파는 상점 2』도 번역·출간하였고 제1권과 함께 적극 홍보·판매 중이다.
4. 출판 한류의 전망
세계가 한국 출판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해외 에이전트와 편집자들이 한국 작가와 책에 보이는 관심도가 높다. 예전에 한국 출판저작물 수출을 위해 한국 책을 해외에 소개하던 초창기 시절, 책을 추천하고 검토용 자료를 제공해도 해외 출판관계자들 대다수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조금 지나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휘할 잠재력을 지닌 책을 소개할 때는 다소 소극적이긴 했으나 한국에서 제공한 자료를 검토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 후 점차 그들은 한국으로부터 책을 추천·소개받기를 원하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자발적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 출판사, 에이전트, 그리고 작가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출판저작물 교류 변화에 대한 개략(槪略)이다.
수많은 해외 출판사는 한국 출판저작물에 대한 번역 출판이 각 현지 출판시장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경험해왔다. 그것을 가장 잘 아는 그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좋은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와 출판 유관기관에서 전개한 출판 정책과 전략, 그리고 한국 출판시장에서의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져온 중간 결실이다. 한국 출판은 이제 본격적인 세계 중심 궤도로 진입하였다. 더욱 넓은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수출 전략과 경쟁력 있는 타이틀 기획·확보 그리고 세일즈 마케팅이라는 ‘투 트랙(Two-Track)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한국 문학을 원작으로 하는 또 다른 형태의 문화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문화산업 현장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드라마·영화 등 문화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언어권 간 혹은 국가 간 경계 없이 상호 긴밀한 협력 체제 속에 진행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일일이 그 규모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양의 한국 출판저작물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 포맷으로 제작되어 세계 문화산업 시장에서 유통될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소설, 만화뿐만 아니라 비소설 영역의 출판 콘텐츠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에 대한 전략적 비즈니스 모색과 전개가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예를 들어,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한국의 역사, 철학, 종교, 의상, 음식, 의료, 예술 등의 다양한 한국 문화를 담은 출판저작물이 제작 및 유통되어 전 세계인이 즐기게 된다면, 출판산업 활성화는 물론 한국의 가치와 정수가 공유되고 이것이 관광산업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협업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문학 중심의 번역가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문화 콘텐츠 분야를 아우르는 번역자 풀이 마련되었는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세계 각국은 안정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출판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의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꾸준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홍보 방식과 출판 포맷의 다양성을 시도하고 해외 출판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며 나름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바라는 기대치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출판시장도 있지만, 같은 타이틀이더라도 언어권이나 국가에 따라 각 출판시장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정서와 취향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은 전략을 구사하며 모든 시장을 공략한다면 실패하는 영역 또한 많이 나올 것이다. 따라서 각 시장에 맞는 홍보와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단발적인 세일즈 및 해외 진출 전략을 넘어 저자, 출판사 등 한국 출판계는 각자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해외 출판시장과의 관계를 유지 및 확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권을 넘어 과거 ‘철옹성’ 같던 영·미·유럽의 출판시장이 열렸다. 이미 다양한 한국 도서가 영·미·유럽 시장에서 번역·출간되고 있다.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는 단기간에 구축되기 어렵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에서 제공되는 요소가 각 언어권 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게 되고, 그것이 지속성을 유지하게 될 때 모두가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생성될 것이다. 한국 출판 콘텐츠의 흥행이 각국에서 저자의 브랜드, 출판사의 브랜드 그리고 한국 출판의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1)
‘부커상(Booker Prize)’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이었다가 2020년부터 현재까지 ‘부커상’으로 불리고 있다. 2004년에 국적에 상관없이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맨부커 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이 신설되었다가 2020년 이후 부커상의 명칭이 변경되면서 ‘부커상(International Booker Prize)’으로 불리고 있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1995년부터 출판에이전트에서 일해오고 있으며, 그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창비, 2007),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2000),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다즐링(개정판), 2017) 등을 포함한 수많은 한국 문학을 수출했다. 저서로는 『소설 파는 남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1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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