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9 2025. 5+6.
서점과 도서관 모두 살리는 ‘책값반환제’
엄혜정(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 주무관)
2025. 5+6.
책값반환제의 시행 배경
청주시의 책값반환제는 시민이 원하는 책을 청주시 내 지역서점에서 먼저 구매한 후 일정 기간 내에 반납하면 책값을 환급해 주는 제도이다. 반납된 도서는 청주시 권역별 도서관의 장서로 등록돼 다른 시민들이 대출할 수 있다. 청주시민은 2월부터 9월까지 매월 신청 기간 내 청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서점과 도서를 신청한 뒤 신청 도서를 구매할 수 있다. 환급은 구매한 다음 날부터 21일 이내에 해당 도서를 구매한 서점에서만 가능하며 1인당 월 최대 신청 권수는 2권이다.
청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 내 책값반환제 신청 경로
책값반환제는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독서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청주시가 2021년부터 시행한 사업이다. 충북시민재단과 청주시의회 ‘독서를 사랑하는 위원 모임’의 제안으로 여러 논의와 시범 운영을 거쳤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의 영향으로 지역서점의 이용률이 점점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서관이 협력하여 지역서점을 살리면서도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서점에는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고 독자들은 부담 없이 신간 도서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지역사회 내 독서 문화가 확산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이미 희망도서 신청 서비스를 통해 시민이 원하는 책을 구입하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신간을 찾는 시민들에 비해 도서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희망도서를 대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시민들이 도서관에 없는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과 ‘더 나은 시민 중심의 독서 지원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책값반환제를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2025년 책값반환제 홍보 포스터
책값반환제의 운영 방식 및 참여 현황
현재 책값반환제 사업에는 청주시 상당구, 서원구, 흥덕구, 청원구에 분포한 13개의 공공도서관과 21개의 지역서점이 참여하고 있다. 각 도서관은 개별 예산 내에서 권역별 지역서점과 협약을 진행한다. ‘책값반환제 서점 및 담당자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서점은 반환된 도서와 카드 결제 취소 내역을 기록하고, 도서관은 해당 도서를 구입 및 납품하여 도서관의 장서로 등록한다. 이렇게 지역서점에서 구입된 책이 반환되어 도서관의 다른 이용자들이 대출할 수 있도록 제공됨으로써 지역 독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도서관과 서점 간 정산은 온라인 시스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도서는 카드 결제만 가능하고 현금 결제는 불가하다.
2021년 책값반환제 시행 이후, 3년 동안 약 15,000명이 참여하여 25,000권 이상의 도서가 지역서점을 통해 판매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서점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도서관은 최신 도서를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두었다. 참여한 시민들 또한 원하는 책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책값반환제에 대한 우려와 해결 방안
책값반환제 초기 시행 당시 몇 가지 우려가 있었다. 가장 큰 우려는 독서를 위한 목적보다는 책을 단순 구매한 후 반환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반납하지 않으면 책값을 환급받을 수 없도록 운영하였으며, 반복적으로 특정 유형의 책만 구매하는 경우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또한, 젖은 도서나 지워지지 않는 메모, 얼룩 등 오염된 페이지가 3쪽 이상인 경우, 페이지가 누락되었거나 찢어진 경우 등 훼·오손된 도서는 환급이 불가하다는 기준을 명시하였다.
예산 부담 문제도 논의되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1인당 신청 도서 수를 제한하고 선착순 마감으로 예산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3만 원 이상의 고가의 도서나 중복 도서는 신청할 수 없으며, 도서관 소장 및 지역서점에 접수된 동일한 도서가 24권 이상인 경우 등 신청 제외 도서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 밖에도 문제집, 대학 교재, 논문, 만화류, 게임서, 사진집, 전집 도서, 해외 원서, 정서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자료 등은 신청할 수 없도록 하였다.
초반부터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2021년 시범 운영 후 각 도서관의 수서 담당자와 서점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스템을 계속해서 개선했다. 예를 들어, 복본 도서의 대량 입고 문제나 신청 제외 도서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지만, 운영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보완되었다. 지역서점과 시민의 참여는 초반부터 높았고, 특히 시민들의 높은 재신청률로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책값반환제가 단순한 도서 구매 지원이 아니라, 도서관의 장서 확충과 지역서점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책값반환제의 장점과 한계점
책값반환제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먼저, 지역서점의 방문율과 매출이 증가하였다. 서점을 방문한 시민들은 책값반환제 이용을 목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도서를 살펴보며 다른 책을 구매하는 경향도 보였다. 또한, 도서관은 시민들이 원하는 도서의 수요를 쉽고 빠르게 파악함과 동시에 최신 도서를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에게도 다양한 혜택이 있었다. 신간 도서를 경제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해당 책이 도서관에 기증됨으로써 다른 시민들에게도 도서 선택권이 확장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또한, 책값반환제를 계기로 평소 책을 많이 사지 않던 사람들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서점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도서를 접하고 독서 취향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호응이 매우 높아, 매월 책값반환제 신청은 최소 3일에서 일주일 내에 마감되고 있으며, 매년 책값반환제를 계속 운영해 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역 언론에서도 책값반환제를 소개하는 다수의 보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시민과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과 책값반환제의 긍정적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책값반환제 시행 3년 차인 2024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책값반환제에 대한 시민들의 사업 만족도는 매우 만족 61%, 만족 26%로 총 87%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절차상 만족도 역시 매우 만족 54%, 만족 28%로 총 82%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세부 의견으로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다른 지역에서도 운영하면 좋겠다.”, “매달 참여하고 싶다.” 등이 있었다.
2024년 책값반환제 ‘사업 만족도’와 ‘절차상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그러나 몇 가지 한계점도 존재한다. 신청 도서가 베스트셀러나 특정 장르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인기 도서의 경우 수요가 집중되어 특정 시기에는 서점에서 원활한 공급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이 책값반환제를 단기 대출 개념으로만 활용하면서 도서 구매보다는 대출 중심의 사용이 증가하는 점 등은 궁극적으로 독서 다양화와 도서 구매 증진을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2024년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불만족 의견으로 “방식이 불편한 것 같다.”. “도서관의 책 대출로도 충분하다.”, “다시 돌려줘야 하는 부담감에 마음 편히 읽기 힘들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이 좋아할지 확신이 없다.” 등이 있었다.
향후 책값반환제의 발전 방향
청주시는 책값반환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제도 개선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시민들의 높은 만족도와 참여율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값반환제를 점차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책값반환제는 단순히 책값을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독서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납된 도서를 활용해 독서 모임이나 지역 독서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독서 문화 활성화를 더욱 촉진시킬 수도 있다.
책값반환제는 공공도서관과 지역서점이 협력하여 독서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운영과 보완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값반환제와 같이 지역사회와 연계한 독서 문화 모델이 꾸준히 개발되어 국내 독서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엄혜정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 주무관 청주시립도서관에서 다년간 근무한 사서로, 지역 독서 문화 활성화와 시민 참여형 도서관 서비스를 기획·운영해 왔다. 더 많은 시민이 책을 가까이하고, 지역서점과 독서 문화를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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