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5 2024. 9+10.
금융 플랫폼 토스가 『더 머니북』을 출판한 이유
주소은(토스 콘텐츠 매니저)
2024. 9+10.
정보의 파편이 책으로 묶였을 때
토스(toss)의 콘텐츠 매니저로 합류할 때 면접관도 지인들도 공통적으로 내게 물은 것은 “왜 갑자기 금융 콘텐츠를, 그것도 금융사에서 만들려고 하는지”였다. 이유는 다양했기 때문에 그때그때 질문의 의도에 따라 적절한 답을 했지만 딱 한 가지 이유만 남긴다면 “선한 의도만 가져도 될 것 같아서”였다. 출판사와 같이 글이나 책을 팔아 매출을 내야 하는 회사가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신뢰와 호감을 얻으면 되니까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 심심한 답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입사 후 만난 팀원들은 실제로 선한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돈을 시스템 바깥에서, 가정이나 직장과 같은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배운다. 경제와 금융에 대한 교육이 공적 시스템에서 외면받을수록 개인의 경제·금융 역량은 철저히 ‘주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된다. 어릴수록 더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의 배경에 따른 격차는 생애 전반에 차곡차곡 누적된다. 격차를 더 벌린다.”
이런 사람들을 향해 “앗, 지금 바뀐 정보를 모르시면 손해입니다.”라며 정보 활용법까지 손에 쥐어주는 마음, “돈 생각 별로 안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셔야 합니다.”라며 필수 상식을 선별하는 마음, “당장 일상과 멀게 느껴져도 곧 필요할 거예요.”라며 보험부터 세금, 연금 등을 함께 대비하는 마음들이 곧 업무 계획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토스는 수년째 금융·경제 콘텐츠 제작에 힘쓰며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사람들이 생존에 필수인 금융 이해력을 갖추고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누구나 앱 하나로 편리한 금융생활을 누리게 만든다.’는 토스의 미션도 진짜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은 ‘토스피드(toss feed)’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쌓였는데, 어느새 70여 명의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86개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재하고, 지난 5월에 누적 5천만 뷰를 돌파했으며, 매월 100만 명 이상이 찾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이르자 다음 단계를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책으로 내볼까?” 지금까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파편화해서 적당한 용량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이를 엮었을 때 갖게 되는 파급력이 필요한 때였다. 중요한 정보를 곁에 두게 하는 데 ‘책’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 내가 관심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콘텐츠가 손가락만 스쳐도 끝없이 흘러가는 매체들과 달리, 책은 내가 선택한 페이지를 펼쳐 행간까지 소화해야 한다. 이 필수적인 주체성이 금융생활과도 닮았다.
출판사까지 만든 이유
책을 만들자는 결심은 빨랐지만 ‘어떤 책이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선 책의 주요 타깃은 경제생활의 출발선에 선 사람들, 2030세대였다. 이들은 직접 돈을 벌고 쓰면서 돈벌이에 대한 관심은 커졌으나 인생의 경험도 시드 머니(Seed Money)도 부족해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정확한 정보나 분석 없이 마구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 같은 실수를 가장 많이 하고, 전세 사기 등 금융 범죄에도 자주 노출되는 시기로 금융 이해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설득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 연령대는 책을 안 읽는다던데’라는 고민이 있었다. 수차례 기획회의를 거치면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신뢰도 높은 누군가가 큐레이션 해주는 것’, ‘궁금한 분야의 기초 지식을 집대성하는 것’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고 판단하였고, 500쪽에 가까운 책의 구성을 잡아 나갔다. 수많은 사용자로부터 어떤 금융 정보가 필요한지, 어떤 때는 흥미가 떨어져 이탈하는지 등의 반응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에 오로지 실용성과 쉬운 설명에 초점을 맞췄다.
구성은 일상에서 반드시 맞닥뜨리는 금융 분야인 저축, 소비, 투자, 부동산, 대출, 세금, 보험, 연금으로 장을 나눴다. 소재별로 사람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을 선별했더니 약 130개 정도가 추려졌다. 그 가운데 유효한 답변을 드릴 수 있는 100개의 질문을 남겼다. 이에 대한 답이 되어줄 원고는 토스피드에 있었다. 그간 함께해온 수십 명의 경제 전문가 중 17명의 원고에서 답을 뽑아내고, 기획한 톤에 맞게 재구성하거나 정보를 최신의 것으로 업데이트했다. 답변을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단어 풀이를 덧붙였고, 각 장이 끝날 때는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가로세로 퍼즐을 수록했다. 한 권으로 돈에 관한 고민을 해결해드리겠다는 야심을 담아 커다란 이름을 붙였다. 읽고 나면 단단한 미래가 펼쳐질 테니 이 책을 손에 넣으라는 부추김은 부제에 담았다. 그렇게 『THE MONEY BOOK: 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비바리퍼블리카, 2024)(이하 『더 머니북』)가 탄생했다.
『더 머니북』
왜 출판사를 통해 내지 않고 출판업 신고를 했냐는 질문에 “‘5년 안에 다주택자 되는 법’처럼 후킹(Hooking)하는 카피를 표지에 올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출판사와의 협업을 고민했으나 책 판매량보다 기획 의도를 분명하게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 세련된 브랜드 굿즈처럼 보이기 위해 높은 제작비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직접 출판사가 되기로 했다.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각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팀원들이 있었고, 판매 경로를 선택하거나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까지 내부에서 컨트롤했을 때 더 큰 임팩트를 낼 거라는 자신도 있었다. 더불어 출간 이후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넓게 아울러 계획하는 것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진행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판매 페이지를 오픈할 때는 두껍고 무거운 『더 머니북』이 왜 그리 가냘프게 보이던지. 과연 사회초년생을 타깃으로 했을 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오래 준비한 작은 뜰채가 퐁당, 던져졌다.
책 한 권을 경험하는 흥미로운 방법
가슴앓이가 무색하게 반응은 출렁, 하고 몰려왔다. 초판 5천 부는 빠르게 동이 나 2쇄, 3쇄, 4쇄 제작을 서둘렀고, 서점 3사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랭크되었다. 정성스러운 구매 인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원들은 백조가 물밑에서 발길질하듯 『더 머니북』을 매력적으로 노출시키고 경험하는 자리를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내가 소비하는 브랜드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한정판이나 소장 가치 있는 것을 좋아하고, 팝업 스토어나 문화 행사를 자주 찾는 타깃 독자가 있는 곳을 찾아 만나는 것까지가 『더 머니북』 프로젝트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토스 앱에서 가장 먼저 살 수 있게 했다.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토스페이(toss pay) 탭에는 그때까지 도서 카테고리가 없었고, 책을 구매하는 일반적인 경로는 아니었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책이 팔릴까 걱정했으나 한 달간 4천 권이 넘게 팔렸다. 서점에는 일주일 시차를 두고 입점했다.
다음은 『더 머니북』이 필요할 사람이 있는 곳에 다양한 경로로 찾아갈 차례였다. 2023 서울아트북페어를 주최한 독립서점 유어마인드(YOUR-MIND)와 함께 굿즈 300개를 한정 제작해 온라인 셀렉트샵 29CM에서만 판매했다. 그리고 금융 콘텐츠 크리에이터 슈카, 디자인 브랜드 모베러웍스(Mobetterworks)의 모춘 대표, 이슬아 작가, 이주미 변호사 등 이름이 알려진 인플루언서부터 더 작은 계정을 운영하는 릴스, 인스타툰 크리에이터들까지 최대한 다양한 보이스로 『더 머니북』을 소개했다. 독자들에게 자신과 결이 맞는 가까운 사람의 추천으로 여겨지길 바라서였다.
성수동 팝업 스토어 ‘더 머니북 카페’(출처: 토스)
마지막 단계는 오프라인에서 독자들에게 『더 머니북』을 경험하는 유쾌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더 머니북 카페’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던 성수동과 ‘더 머니북 스토어’를 선보였던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트렌디한 젊은 층이 모이는 곳과 애서가들이 모이는 곳으로 각각의 분위기는 달랐지만, 방문객들이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금융 상식을 떠올려보게 되는 주체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더 머니북 스토어’(출처: 토스)
『더 머니북』 출간 후 한 달 반의 여정이 끝났을 때는 처음에 세운 목표를 모두 초과 달성하는 결과를 마주했다. 딱 1만 부만 팔아보자고 생각했지만 5만 부가 넘게 팔렸고, 교보문고에서는 월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화제가 되자 추가적인 광고나 『더 머니북』에 관한 인터뷰, 세미나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직접 출간과 판매라는 과감한 시도 덕분에 선순환하는 구조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더 머니북』이 잘 팔릴수록 사람들의 금융 이해력이 높아지고, 토스가 함께 잘 사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전달할 수 있다. 동시에 물류비·제작비가 상쇄되고, 수익금은 전액 소외계층에 기부한다. 프로젝트가 잘될수록 마지막 단계인 기부금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프로젝트 팀원들의 협업도 선순환이었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입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팀원들은 모두 그간 다채로운 커리어를 거치며 쌓은 능력치를 몽땅 끌어다 썼다. 글을 잘 쓰고, 책임편집과 출판사 운영이 가능한 콘텐츠 매니저, 북디자인과 오프라인 공간 구성에 이해도가 높은 브랜드 디자이너, 영상부터 팝업 스토어까지 다양한 도구로 확산 활동을 전개할 줄 아는 콘텐츠 마케터와 브랜드 마케터가 있었던 덕분에 의도한 대로 『더 머니북』을 선보일 수 있었다. 모두가 처음 해보는 형태의 프로젝트였지만 같이 난관을 지나면서 성공 경험을 나눈 것 또한 큰 소득이었다.
고객, 독자가 원하는 것들을 채운 『더 머니북』
책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마다 프로젝트 여정을 쭉 돌이켜본다. 단행본으로서는 “내 삶에 돈이 너무 중요해.”, “그런데 사실 금융·경제 잘 몰라.”라는 사람들이 가진 간극, 그리고 2030세대의 경제 상식 수준과 재테크 관련 도서들 사이의 간극, 이렇게 두 가지 빈 영역을 채우는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금융생활을 편리하게 변화시킨 토스가 가진 신뢰 자산이 뒷받침되어 높은 구매 전환을 달성했다.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 안과 밖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더 머니북』이었던 덕분이라고도 덧붙이고 싶다.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마음산책, 2014) 중에서
『더 머니북』(출처: 토스)
『더 머니북』의 엔딩은 열린 결말이다. 읽는 이가 필요한 정보를 체득하고 각자의 금융생활로 연결해 다른 여정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책을 탄생시킨 토스 팀은 오늘도 수만 명의 독자가 남기는 돈에 관한 고민들을 살피면서, 『더 머니북』을 읽고 나면 더 궁금해지는 금융의 세계를 위한 다음 지도를 그리고 있다. 앞으로 『더 머니북』이 콘텐츠에 진심인 기업이 고객을 독자로 만든 좋은 선례로 남길 바란다.
주소은 토스 콘텐츠 매니저 금융생활 안내서 『THE MONEY BOOK(더 머니북)』 출간 프로젝트의 PM을 맡았다. 『더 머니북』에 담긴 메시지를 널리 퍼뜨리고자 온라인 셀렉트샵 29CM,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금융 콘텐츠 크리에이터 슈카 등과 협업하였고, 성수동에서 ‘더 머니북 카페’ 팝업 스토어와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더 머니북 스토어'를 운영했다. 『더 머니북』은 출간 한 달여 만에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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