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9 2023. 11.
에듀테크 시대, 교육 저작권 침해 공방
김명희(〈전자신문〉 기자)
2023. 11.
최근 몇몇 에듀테크 기업들이 기존 교재에 기반한 ‘쌍둥이 문제’ 제공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교육 콘텐츠 저작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교육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에듀테크 기업과 교재 출판 기업 간 저작권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에듀테크의 개념 그리고 디지털 기술과 저작권 갈등 양상에 대해 알아보며, 에듀테크 기업과 교재 출판 기업 간의 갈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교육 대전환 시대, 에듀테크 서비스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에듀테크 기업 창업이 크게 늘어났다. 에듀테크(Edutech)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총칭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종이 학습지 형태로 제공되던 가정 방문 교육 서비스가 태블릿PC를 기반으로 영상 및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러한 스마트러닝(Smart Learning) 서비스는 현재 에듀테크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 서비스 형태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실시간 화상 서비스를 통해 일대일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문제집의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문제풀이 과정을 제공하는 서비스,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 학생의 영어나 수학 실력을 판단해 맞춤형 문제와 개인화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두 에듀테크에 해당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학생에게 효율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에듀테크는 비단 학생 교육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교육 서비스의 불필요한 행정 업무나 반복적 업무를 자동화하는 식으로 교사와 강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기술도 에듀테크에 해당한다.
에듀테크 기업의 시중 교재 기반 유사·쌍둥이 문제 제공
일부 에듀테크 기업들이 시중의 교재에 기반한 ‘쌍둥이 문제’ 혹은 ‘유사 문제’ 제공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교재 출판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학원용 교수 학습 운영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수업 자료와 문제은행, 기출 예상 쌍둥이 족보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교재의 표지와 원본 페이지 안내는 물론이고 해당 문제은행과 유사한 자사 문제은행 서비스를 제공해 학원이나 강사 등이 이용하기 쉽도록 했다. 이들은 해당 문제집을 참고해 유사 문제를 제공하고 있지만, 원본 콘텐츠를 그대로 제공하지는 않아 저작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집 참고 안내가 시중의 교재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한 교재 출판업체 측에서는 시중 교재를 연계 개발했다는 점이 원본 없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많은 비용을 투자해 만든 타사의 교재 신뢰도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학 문제의 경우 쌍둥이 문제들이 기존 문제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숫자만 조금 고쳐서 내놓았을 뿐이라며, 애초에 기업이 가진 수학 문제의 고유한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작년 말부터 다수의 교육 출판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에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증명을 여러 에듀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보냈고, 일부 기업은 서비스에서 교재의 표지를 내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또 일부 업체와는 콘텐츠와 교재 저작권 사용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갈등을 일단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해당 법무법인 측에서는 원본 문제와 유사 문제를 표기하는 것 자체가 우연적으로 비슷한 문제가 아니라 대놓고 베꼈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반면 시중 교재와의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 측에서는 원본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교육 출판업계에서는 당장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 따른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국어나 영어 과목에서의 지문 콘텐츠 직접 도용이 아닌, 수학 과목에서의 유사 문제 저작권 침해 건에 대해 원천 콘텐츠 증명 등을 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실제 법 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닝 시대 저작권 갈등, 법정 소송까지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로 인해 교육 콘텐츠를 촬영해 카페나 유튜브 등에 영상물로 올려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저작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확산과 함께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서비스의 대중화 이후 이러한 갈등과 논란은 계속됐다. 에듀테크 이전에는 전자적 수단, 정보통신 및 전파, 방송 기술을 활용해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학습을 이러닝(e-Learning)이라고 불렀다. 이러닝 시대를 대표하는 서비스는 인강이다.
대학 입시 대비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강업체들은 국정 및 검정 교과서와 시중 문제집 등의 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때 사용료는 천차만별이다. 교재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유명 교재일수록 비싸다. 규모가 큰 대형 인강업체들은 교재 저작권 사용료로만 최대 수십억 원을 내기도 한다. 이러한 대형 인강업체들의 교재 활용 사례 및 사용료 지불 사례와 비교해 현재 에듀테크 기업과 교재 출판업체 간 갈등을 유사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저작권 갈등 양상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일부 에듀테크업체는 대형 인강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거액의 교재 사용료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직접적으로 교재를 수업 등에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인강업체와 아직 창업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의 상황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강업체들도 처음부터 교재 사용료를 순순히 지불한 것은 아니었다. 갈등 당시 오프라인 학원의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온라인 강의 영상에서 강사가 교재를 독창적으로 일부 활용하는 만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법정 싸움 끝에 인강에서 교재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강업체들도 때로는 디지털 기술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영상물로 제공되는 특성상 인강 녹화물이 불법 복제돼 온라인으로 재공유되고, 이를 업체들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 출판 저작권 제대로 대응하려면
2000년대 초반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음원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음악이나 영화 관련 불법 다운로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소송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산업계는 물론이고 사회 일반의 인식 개선과 합의, 디지털 기술 등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교재업체와 저작권 침해 갈등을 겪는 에듀테크업체도 저작권 콘텐츠 보호 활동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러닝 시대를 거치면서 출판, 방송, 교육, 전시 등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는 다양하게 보고되고 또 대응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다. 교재 출판물을 온라인에 그대로 복제, 공유하거나 영상물에 노출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비교적 인식이 높아졌다. 여전히 일부 개인이나 온라인 카페, 학원 등에서 불법적으로 교재 PDF 파일을 공유하거나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출판사나 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을 통한 신고와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듀테크업체 중에서는 일대일 과외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교재 저작권 관련 사용 계약 체결로 문제 해결에 나선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학원이나 교습소, 과외 학습 활동에서 기존 교재나 문제집, 참고서 등을 복사하거나 짜깁기하여 배포, 공유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분명하다. 이때 강사와 학생이 오프라인 교재를 구매, 보유하고 있더라도 디지털 복제, 전송을 했을 경우에 저작권 침해 요소가 된다. 유튜브나 온라인 카페에서 문제은행 서비스 등을 무단으로 이용해 저작권 침해 관련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중·고 내신 기출 문제를 활용한 2차 저작물의 제작, 배포를 영리적으로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학원이나 과외 강사 등이 이러한 디지털 교재를 저작권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에듀테크 서비스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나 강사들이 합법적으로 교재를 사용하고 싶어도 일일이 출판사와 연락해 사용 계약을 맺기 어려운 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중요한 것은 교육 출판 기업이나 에듀테크는 서로 대립하는 업계나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에듀테크는 전통적인 교재 출판 기업과 대척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재의 활용과 영향력 확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법적 사용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대응을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업계 공통의 대응 모색이나 정책 지원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AI 교육 시대, 상생할 수 있는 저작권 논의 필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나라 교육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초·중·고 학교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다. 대학에서도 팬데믹 종식 전까지 약 2년간 비대면과 대면을 오가며 수업이 이뤄졌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비대면 온라인 교육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오는 2025년에는 학교 현장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본격 도입된다. 수학, 영어, 정보 교과를 시작으로 초등 3·4학년, 중등 1학년, 고등 공통·일반 선택 과목에 우선 적용된다. 2026년은 초등 5·6학년, 중등 2학년, 2027년에는 중등 3학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발전된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학생 개개인 맞춤형 학습이 제공될 예정이다.
현재 교과서, 교재 교육 출판업체와 에듀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계획에 맞춰 관련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그동안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AI 맞춤형 교육 서비스가 공교육에 전면 적용되는 것이다. 디지털 교육 서비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교육 출판업계와 에듀테크업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저작권 사용료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AI 기반 2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갈등 사례가 늘어날수록 이에 대한 침해를 특정하거나 별도의 사용료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취재 과정 중에 만났던 AI업체는 자사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시중 교재나 출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 때문에 이를 막대한 비용으로 인식하고 결국 포기했다고 전한 경우도 있었다. 교육 출판업계와 에듀테크 기업 사이에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저작권에 관한 라이센싱(licensing)과 협약이다. 교육 출판업계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과 대응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용 허락, 금지 차원이 아닌 교육 콘텐츠 가치가 플랫폼에서 보다 활발해질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듀테크 기업도 기업 이익 추구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업계와 상생하고 교육 콘텐츠 개발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속적 교육 콘텐츠 개발과 발전에 기여하는 생태계 구성원 중 하나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때 저작권 보호는 단순히 권리를 보호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저작권 활성화를 위한 사용료 책정과 활용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적 관점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디지털 교육 플랫폼 내에서 저작권을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술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교육 출판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명희 〈전자신문〉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산업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전자신문〉에서 교육, 에듀테크, 대학,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 분야 디지털 전환 사례를 취재하고 있다. 2000년대 게임, 인터넷 산업을 시작으로 중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이러닝, 교육 정보화 사업 등을 주로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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