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6 2024. 11+12.
[재고 없는 출판]
류영호(교보문고 IP사업기획팀 팀장)
2024. 11+12.
주문형 출판(Publish on Demand, POD)의 등장
198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인쇄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문형 출판으로 불리는 POD가 출판산업에 등장했다. 디지털 인쇄는 기존의 오프셋 인쇄(Offset Printing)1)와 다르게 판을 만들 필요 없이 출판 데이터 파일을 직접 인쇄해서 소량의 책을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이에 도서 품절에 따라 수백 부 이상 제작해야 하는 오프셋 인쇄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1990년대 중반에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POD 출판은 상업적으로 본격화되었다. 1997년 미국의 대형 도서 유통사인 잉그램(Ingram)에서 라이트닝 소스(Lightning Source)라는 POD 전문 브랜드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POD는 소규모 출판사와 독립 작가들이 필요한 수량만큼 책을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대량 인쇄에 따른 재고 관리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Amazon)도 POD 출판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POD 출판은 디지털 출판과 인쇄 기술의 발전,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책을 만들고 유통하고 싶어 하는 사용자의 니즈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 POD 출판은 종이책 출판의 대안으로 점점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POD 출판 기반의 전자책(eBook) 제작과 유통 연계가 활발해지면서 POD 출판은 독립출판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POD 플랫폼의 완결판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Kindle Direct Publishing, 이하 KDP)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대규모의 사용자, 우수한 제작 역량(종이책/전자책), 글로벌 유통 지원 등 아마존 KDP는 20여 년간 아마존의 작가 지원과 POD 출판의 고도화를 실행하면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아마존 KDP 홈페이지
아마존 KDP의 시작과 성장
아마존의 POD 출판 사업은 2005년 북서지(BookSurge)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북서지는 2000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설립된 ‘인기 있는 재고 없는’ 출판 솔루션을 갖추고 전 세계의 작가, 출판사, 유통업체, 소매업체, 도매업체에 주문형 인쇄 서비스를 제공했다. 북서지는 주문형 인쇄에 사용할 수 있는 수천 개의 다양한 제목의 카탈로그를 관리했는데,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의 책이나 희귀한 논픽션 작품 및 소설과 같은 차별화된 타이틀을 보유할 수 있었다.
아마존은 북서지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주문형 인쇄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아마존의 고객들은 무제한의 다양한 옵션에서 주문형 인쇄가 가능한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수요가 낮거나 불확실한 책도 북서지를 통해 수익성 높은 제작을 할 수 있었다. 2009년에 아마존은 북서지를 크리에이트 스페이스(CreateSpace)에 합병했다. 원래 크리에이트 스페이스는 자가 출판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도구를 지원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아마존은 크리에이트 스페이스가 북서지의 주문형 인쇄 기능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합병을 통해 북서지의 모든 계정이 크리에이트 스페이스로 이전되었고, 북서지라는 브랜드는 아마존에서 사라졌다.
이후 아마존의 POD 사업은 2007년 전자책 브랜드 킨들(Kindle)의 출시와 함께 전자책 제작과 유통 방향으로 크게 전환되었다. KDP는 작가와 출판사가 아마존 킨들 스토어(Kindle Store)에서 전자책을 직접 출판하고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10개국 이상, 45개 이상의 언어로 인쇄본과 디지털 서적을 자체 출판할 수 있다.
아마존 KDP 홈페이지
아마존 KDP가 제공하는 서비스
작가는 KDP를 통해 출간을 원하는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고, 원고 형식을 지정하고, 가격을 정하고,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KDP에서 선택할 수 있는 로열티 구조는 다양하다. 전자책의 로열티는 35% 또는 70%, KDP를 통해 판매되는 페이퍼백(Paperback)과 하드커버(Hardcover) 책의 로열티는 최대 60%, 웹소설 서비스인 킨들 벨라(Kindle Vella)의 경우, 독자가 토큰에 지출한 금액의 50%를 로열티로 지급한다. 참고로, 아마존은 킨들 벨라를 2025년 2월까지 단계별로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KDP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회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완성된 책은 아마존 북스(Amazon Books)를 통해 배포하여 광범위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72시간 이내에 전 세계 아마존 매장에 책이 등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 모든 과정을 지원하기 때문에 책을 처음 내고자 하는 작가에는 이상적인 솔루션이다.
아마존이 작가에게 제공하는 수익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KDP 셀렉트(Select)가 있다. KDP 셀렉트는 작가가 킨들 프로모션을 통해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능을 무료로 90일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작가가 KDP 셀렉트 프로그램에 전자책을 등록하면 월 정액제 전자책 무제한 서비스인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에서 최대 70%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월 이용료를 내고 무제한의 책을 빌릴 수 있으며, 작가는 독자들이 대여한 책마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KDP 이전에는 전자책을 자체 출판하는 것이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었다. 작가는 전자책 판독기에 맞게 작업을 포맷하고 변환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런 다음 독자에게 배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KDP는 작가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을 업로드하고, 킨들의 전자책 포맷인 AZW2) 구조로 자동 변환하는 것을 쉽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출간 경험이 없는 작가들도 전 세계의 킨들 디바이스와 전자책 스토어 사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KDP 초창기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자책으로만 출판할 수 있었고, 아마존의 킨들 스토어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년에 걸쳐 아마존은 작가가 인쇄본과 오디오북을 출판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했다. 2016년에 페이퍼백 옵션을, 2021년에는 하드커버 옵션을 추가했다. 두 개의 옵션 모두 주문형 인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책의 경우, KDP 작가는 애플 북스(Apple Books), 라쿠텐 코보(Rakuten Kobo)와 같은 다른 전자책 스토어에도 배포할 수 있다.
또한 KDP는 작가가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도구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책을 프로모션하고 출간 예정인 책을 사전 주문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KDP는 전 세계 작가들이 수백만 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자가 출판 플랫폼 중 하나가 되었다. 이를 통해 스토리가 있는 모든 사람이 글로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출판과 유통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KDP의 사용자 프로세스와 특징
① KDP 계정 생성
책을 출판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KDP 계정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 KDP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Join KDP’ 버튼을 클릭한다. 이어서 신청자의 성명, 이메일 주소, 인세 정산을 위한 은행 계좌 설정,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KDP에 로그인하면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② 원고 형식 지정
계정을 만들고 로그인하면 워드 프로세서에서 원고를 작성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icrosoft Word) 프로그램 사용을 권장하지만, 킨들 크리에이트(Kindle Create)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원고 서식 지정에는 문단 들여쓰기와 줄 간격 설정, 장 제목 서식 지정, 목차 만들기, 앞면 내용(제목, 헌정 페이지, 저작권) 및 뒷면 내용(작가 소개 페이지 또는 참고 문헌) 추가, 이미지 삽입 및 서식 지정, 페이지 나누기 추가, 각주 추가 등이 포함된다.
킨들 크리에이트 캡처 화면
③ 책 표지 디자인하기
원고가 준비되었으면 책 표지를 만드는 차례로 넘어간다. KDP에서는 자신이 직접 준비한 표지 이미지를 업로드하거나 아마존의 무료 커버 크리에이터(Cover Creator)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템플릿은 JPG, PNG, TIF/TIFF 등 다양한 포맷의 이미지를 허용하기 때문에 편리한 옵션이다. 이어서 책의 ISBN을 뒤표지의 바코드 영역에 자동으로 추가할 수 있다.
④ 책 업로드
원고와 표지 디자인을 완성한 후에는 책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다. 책을 포맷하고 교정한 후 DOC/DOCX 형식으로 저장하고 KDP 북셸프(Bookshelf)로 가서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다. 그러면 아마존에서 해당 원고를 검토하는데, 이 작업은 영업일 기준으로 3~10일 정도 걸린다.
⑤ 가격과 로열티 설정
KDP 셀렉트에 책을 등록하면 킨들 언리미티드에서 읽은 페이지마다 로열티를 설정할 수 있다. 전자책 콘텐츠와 판매 국가에 따라 두 가지 로열티 옵션(35% 또는 70%) 중에서 설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70%가 더 수익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수료와 같은 추가 비용이 있으며, 책의 상당 부분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해야 한다. 거주 국가, 대출 허용, 프로모션 참여와 같은 다른 요소도 포함되는 조건이다. KDP를 통해 판매되는 페이퍼백과 하드커버 책은 최대 60%의 로열티를 설정할 수 있다. 페이퍼백과 하드커버 책의 경우, 기본 판매처를 선택하고 해당 판매처의 목록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해당 타이틀의 가격을 입력하면 예상 로열티 금액을 볼 수 있다.
KDP로 책을 출판하는 것은 무료이며,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사전 비용이 없다. 그러나 배송 및 인쇄 비용을 포함한 특정 비용은 로열티에서 공제된다. 하드커버와 페이퍼백 인쇄 비용에 대한 기본 공식은 고정 비용+(페이지 수×페이지당 비용)=인쇄 비용이다.3) 킨들 벨라의 경우, 독자들이 스토리 에피소드 잠금 해제에 사용되는 토큰에 지출한 금액의 50%를 로열티로 설정할 수 있다. 고객 활동 및 참여에 따라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단, 영어를 사용하고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에게만 제공한다.
KDP를 사용하는 POD 작가를 위한 가이드라인
출판을 위한 글쓰기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얻는 방법은 글쓰기 목적, 글쓰기 장르, 타깃 독자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실제 읽을 만한 책을 쓰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들여 원고를 개발하고 검토하여 부족한 점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문 편집자에게 비용을 지불하여 자신의 작품을 검토하게 하고 그래머리(Grammarly)4)나 퀼봇(QuillBot)5)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작품을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좋은 책 표지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도 가치가 있는데, 이는 자신의 책을 다른 도서 목록들 사이에서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만약 책 표지를 직접 디자인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와 협력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홍보하는 데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와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자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활동이다. 이제는 책을 준비하는 것만큼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시대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도달 범위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당 책과 관련된 분야의 다른 계정과 교류하는 것은 작가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다른 작성자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타깃 독자층의 관심사와 문제에 맞는 게시물을 만드는 것만큼 간단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사용하여 가격 프로모션을 실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Stuff Your Kindle Day(당신의 킨들 데이를 채우세요.)’와 같은 프로모션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이에 동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책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친구와 가족에게 작가의 게시물을 그들의 더 넓은 네트워크와 공유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친구와 가족에게 작가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그들의 리뷰를 받으면 귀중한 초기 추진력과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독자층을 확대할 수 있다.
KDP는 기성 출판 시스템을 벗어나 독립적인 지위로, 보다 자유로운 출판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최적화된 퍼블리싱 플랫폼(Publishing Platform)이다. 출판 시장에서 시선을 끌고 싶다면, 책은 잘 써야 하고 타깃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출간 전후에 독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육성하며 작가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아마존은 KDP 작가들에게 빠른 피드백을 제공한다. KDP 공식지원센터(KDP Help Center) 코너에는 아마존에서 자가 출판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가 많이 있으므로 프로세스의 어느 부분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로는 지원 포럼과 교육 포럼이 있다. 지원 포럼에는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타이틀을 가진 신인 작가와 유명 작가, 출판사를 통해 여러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교육 포럼에서는 출판 준비, 출판하기, 프로모션 및 발견 가능성에 대한 질문과 구체적인 답변이 제공된다.
아마존 KDP의 높은 시장 지위는 사용 편의성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는 스토리가 있는 작가들에게 출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독자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아마존 KDP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1)
인쇄판과 고무 롤러를 사용해서 종이에 인쇄하는 인쇄법으로 금속 인쇄판에 칠해진 잉크가 고무 롤러를 통해서 종이에 묻게 하는 방식이다.
2)
아마존에서 킨들 장치용으로 개발한 디지털 전자책 파일 형식이다.
3)
하드커버 인쇄 비용(110~550페이지, 검정 잉크 기준)은 책 1권당 5.65달러(4.15파운드, 4.65유로)이고, 페이퍼백 인쇄 비용(110~828페이지, 검정 잉크 기준)은 책 1권당 1달러(0.85파운드, 0.75유로)이다.
4)
크로스 플랫폼 클라우드 기반 글쓰기 비서이며 철자, 문법, 구두점, 명확성, 계약, 전달 실수를 검토하는 소프트웨어다.
5)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텍스트를 다시 쓰고 바꿔 쓰는 소프트웨어다.
류영호 교보문고 IP사업기획팀 팀장 교보문고에서 전략기획과 신규사업 관련 실무를 했으며, 현재 스토리 IP 중심의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아마존닷컴 경제학』(에이콘출판, 2013), 『출판혁신전략』(민음사, 2013),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14), 『출판혁명』(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19), 『서점의 미래』(얼룩소, 2024) 등이 있으며,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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