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7 2023. 09.
[출판과 ESG]
지용승(우석대학교 교수)
2023. 09.
우리의 아이디어와 이야기는 무한하지만 지구의 자원은 그렇지 않다. 지구는 전례 없는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서식지 손실과 삼림 벌채로 인한 기후 변화는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사회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만 약 8,500만 톤의 엄청난 종이가 소비되며, 삼림 벌채, 화석 연료의 엄청난 탄소 배출, 위험한 수준의 대기 오염 등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이 우리의 생명과 지구 환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국제지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종이 사용량은 189.2kg으로, 국내에서만 한 해 종이 소비량이 약 1,000만 톤을 넘는다. 이는 전 세계 1인당 연평균 종이 사용량 56.2kg과 비교해도 3배가 넘는 양이다. 2000년 말 산림청 임업연구원(현 국립산림과학원)의 통계수치로 환산하면 국민 1인당 매년 30년생 원목 약 3.2그루, 국민 전체가 한 해 동안 1억 6,500만 그루의 나무를 넘어뜨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벌목되는 나무 중 42%가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책을 출판할 때 지속가능한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필에서 인쇄,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전 과정은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또한 독자, 작가 그리고 발행인 등 출판생태계의 모든 일원은 자신이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무엇이든 가능한 한 지속가능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
출판산업의 지속가능한 ESG 경영 전략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관리는 환경, 사회 및 지배 구조 요소를 비즈니스 전략 및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데 중점을 둔 프레임워크(framework)다. ESG 요소는 일반적으로 에너지, 제조 및 금융과 같은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출판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2년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2023년 5월 2일 기준)〉를 보면 출판사는 10만 2,503개사, 인쇄사는 1만 8,855개사이다. 전국 서점은 1994년 5,683개에서 2021년 2,528개로 줄어들고 있지만, 매년 출판사와 독립서점, 도서관 등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저자, 출판사와 인쇄사, 유통사와 도서관 그리고 독자에 이르는 출판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ESG 요소에 부합하는 노력에 동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출판산업에서 ESG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과 진화하는 독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독자, 스토리텔러, 창작자, 교육자, 출판 등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서 요구되는 고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 영향력을 줄이고 작업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집단의 목소리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책임이 있다. 이렇듯 출판산업이 ESG 원칙을 통합하고 산업계의 미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환경(environment)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이다. 출판업계에서는 도서 제작에 친환경 재료 사용, 폐기물 최소화, 인쇄 및 유통과 관련된 탄소 배출 감소와 같은 가치 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관행을 채택해야 한다. 생산자는 친환경적 제작 공정을 공개하고 개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행인은 재생 용지, 콩기름 잉크 사용, 인쇄 및 유통 과정에서 폐기물 최소화와 같은 친환경 인쇄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전자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을 장려하면 장기적으로 책의 물리적 생산, 운송 및 폐기와 관련된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도 있다. 또한 강력한 환경 정책, 윤리적 자재 소싱(sourcing) 및 책임 있는 폐기물 관리를 입증하는 공급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경영이 필요하다. ESG 관리는 책임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관행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자는 공급업체가 공정한 노동, 책임 있는 자재 조달, 환경에 유해한 작업 방지와 같은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표준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공급업체에 대한 실사 수행, 행동 강령 구현, 공급망 전반에 걸친 투명성과 책임 증진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ESG 관리는 다양성, 포용성 및 커뮤니티 참여(Diversity, Openness and Inclusion)를 포함한 사회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출판사는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대표할 수 있도록 출판생태계 내에서 인적 다양성을 촉진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문해력 프로그램 등을 장려하며, 그들의 가치와 일치하는 자선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 측면에서 출판인은 자신이 발행하는 콘텐츠의 포용성과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저자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홍보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노동을 위해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 출판 과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에게 합당한 임금과 안전한 작업 조건 그리고 윤리적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지역사회 내 단체, 도서관, 교육 기관과 협력하여 문맹 퇴치 프로그램, 도서 기증,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한 투명(governance) 경영이 필요하다. ESG 관리는 강력한 지배 구조와 윤리적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도서 출판 생산자는 운영에서 높은 수준의 투명성, 책임 및 무결성을 유지해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공정한 비즈니스, 책임 있는 재무 관리, 부패 방지 및 이해 상충 방지가 포함된다. 좋은 거버넌스 또는 투명 경영은 저자, 독자, 직원 및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출판인은 산업계 이해관계자가 성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ESG 경영과 진행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윤리적 기준을 유지하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적 재산권, 저자 계약 및 콘텐츠 조정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침 및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마케팅 및 광고 참여를 통해 책임 있는 소비를 장려하고 유해하거나 공격적인 콘텐츠를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수용하여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 나가야 한다. 특히 출판인들은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 전자 상거래 및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탐색하여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에 적응하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전자책 및 오디오북과 같은 다양한 형식에 대한 표준을 준수하여 장애인 또는 디지털 문해력이 필요한 독자들이 디지털 출판물을 쉽게 접하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출판산업 가치 사슬의 각 측면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강화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지속가능한 독자 확보를 위한 ESG 관리
최근 모바일 환경이 발전하고 웹툰 등 웹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미디어와 결합된 형태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 빅 플레이어(big player)들도 작가 관리와 콘텐츠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책은 연령과 계층을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교육의 중요한 원천이다. 이에 따라 출판산업의 ESG 요소 고려 사항은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ESG를 장기적인 지속가능성과 위험 관리의 지표로 여기기 때문에 강력한 ESG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들을 점점 더 찾고 있다. 소비자, 특히 젊은 세대는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여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는 브랜드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ESG 관리를 우선시하는 출판사는 투자를 유치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며 사회적 의식이 있는 충성 독자를 확보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이처럼 ESG 원칙을 비즈니스에 통합함으로써 출판산업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의식이 있는 독자를 유치하며 미래에 대비한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출판사는 ESG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여 개선하고, 산업계 동료 및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출판산업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독자들의 진화하는 기대와 요구에 적응해야 한다.
최근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문화창조산업에 50억 파운드(한화 약 8조 3천억 원)를 추가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창의 혁신을 주도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창의적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루시 프레이저(Lucy Frazer) 문화부 장관은 “영국 정부는 문화창조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의적인 사람들을 지원할 것이며, 학교에서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정부는 지속적인 성공에 필요한 재능을 활용하기 위해 창의적 인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육성할 것이다”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영국출판협회(Publishers Association, PA)는 “정부의 선도적인 출판산업 지원이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문화창조산업 지원은 강력하고 다양한 재능과 기술의 파이프라인(pipeline)을 구축하는 지속가능한 성공의 열쇠다.
2022년 우리 정부는 ‘출판으로 성장하는 문화 매력 국가’를 목표로 향후 5년간 출판문화산업에 대한 지원 방향을 담은 ‘출판문화산업 진흥계획(2022~2026)’을 발표했다. 국내 독서 인구 감소와 온라인 유통 영향력 확대 등 출판산업의 환경 변화를 고려해 지원 방향을 담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전반적인 경기 불황에 정부의 출판 지원 예산까지 삭감되면서 출판산업계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정부는 출판산업의 ESG 경영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 관행,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사회적 책임, 우수한 지배구조를 장려하고 투자자 및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킴으로써 출판문화 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출판사는 ESG 원칙을 출판 비즈니스 운영에 통합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 역학에 적응하고, 위험을 완화하고, 점점 더 환경 및 사회적 의식이 높아지는 세상에서 출판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출판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목표는 창의성을 키우고 도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며, 번성하는 출판 부문의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판산업 진흥과 출판인들의 ESG 경영 관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은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몫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크게 다가오고 있다. 한편 우리의 아이디어와 이야기는 미래 세대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출판산업의 지속가능한 ESG 경영에 달려있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수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적 경제와 ESG가 어떻게 작동되며 어떻게 지역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지역이 묻고 사회적 경제가 답하다』(좋은땅, 2021)가 있다. 최근 연구 “The Evaluation Model on an Application of SROI for Sustainable Social Enterprise”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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