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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0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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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민독서실태조사가 말해주는 것]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조사 결과와 함의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2. 3.


 

‘독서율 하락’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뉴스다. 그만큼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가 만성화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독서율 하락이 곧바로 출판시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독서’의 범위는 출판시장 비중이 큰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만을 포함한다. 또한 무료 웹소설을 읽는 것은 독서지만 출판시장 기여도는 낮다. 열성적으로 책을 많이 구매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무료로 빌린 책만 읽는 독자도 있다. 이처럼 독서율과 출판시장이 등가의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책 읽는 독서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독서 생태계의 일부인 출판시장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독서율 하락을 출판시장의 기반 축소로 해석하는 이유다.

 

추락하는 독서실태와 출판문화의 위기

 

한국출판연구소의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2년 주기 조사)에 따르면, 종이책과 전자책(웹소설 포함), 오디오북의 연간 이용률을 모두 합한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2019년 55.7%에서 2021년 47.5%로 지난 2년 사이에 8.2%p 하락했다. 매체별 독서율(복수 응답률)은 종이책 40.7%, 전자책 19.0%, 오디오북 4.5%로, 직전 조사인 2019년에 비해 종이책이 11.4%p 감소하며 추락한 반면, 전자책은 2.5%p 증가하고 오디오북도 1.0%p 증가했다. 종이책 독서율 감소는 크지만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증가는 더디다.

 

참고로 전자책은 2013년 조사부터, 오디오북은 2019년 조사부터 독서의 범위에 포함되었다. 매체 환경 변화를 반영한 2013년 이후의 변화 추이를 보면 종이책 독서율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2013년에는 성인 10명 중 7명(71.4%)이 적어도 1년에 한 권 이상 종이책을 읽었지만 2021년에는 10명 중 4명(40.7%) 수준으로 무려 3명이 증발했다. 지난 8년 사이 전자책과 오디오북까지 합한 ‘종합 독서율’은 72.2%(2013년)에서 47.5%(2021년)로 24.7%p 하락했고, 비종이책만 읽거나 듣는 독서율의 비중은 0.8%(2013년)에서 6.8%(2021년)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종이책 중심인 독서 생태계의 좌표를 보여준다.

 

‘독서율’ 변화 추이(성인·학생)

‘독서율’ 변화 추이(성인·학생)

 

그간 독서율 하락은 주로 성인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독서율 하락 현상도 부각됐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종합 독서율’은 2013년에 96.8%이던 것이 2019년 92.1%, 2021년 91.4%로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종이책 독서율은 2013년의 96.0%에서 하락을 거듭하며 87.4%까지 떨어졌다. 교과서, 학습참고서 이외의 일반도서를 전혀 읽지 않는 학생의 비율이 종이책 기준으로 평균 13%(초등학생 7%, 중학생 13%, 고등학생 18%)까지 증가한 것이다. 초등학생 시기부터 이미 비독자(非讀者)가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하며, 고등학생 10명 중 2명은 이미 비독자다.

 

종이책 독서율과 ‘종합 독서율’이 모두 50% 이하로 하락한 충격은 다른 독서 지표들에도 연동되어 나타났다. 읽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 연간 평균 독서량은 성인이 4.5권으로 2년 전보다 3.0권 감소했고,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34.4권(초등학생 66.6권, 중학생 23.5권, 고등학생 12.6권)으로 2년 전보다 6.6권(초등학생 20.3권, 중학생 2.0권) 감소했다. 종이책만 놓고 보면 성인은 2019년 6.1권에서 2021년 2.7권으로 불과 2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32.4권에서 2021년 24.8권으로 약 23%가 줄었다. 반면 전자책은 성인이 1.2권에서 1.5권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5.6권에서 8.2권으로 약간 증가하였지만 종이책 독서량 감소분을 채우기에는 미흡했다. 비독자를 제외한 성인 독서자의 연평균 종이책 독서량은 6.6권으로 2019년(11.8권)에 비해 44% 감소했고, 전자책과 오디오북까지 합한 ‘종합 독서량’도 9.5권으로 2년 전(13.5권)에 비해 약 30% 줄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숫자도 읽는 양도 대폭 줄어든 것이다.

 

또한 성인의 독서 선호도는 ‘좋아한다’ 22.7%, ‘보통’ 36.6%, ‘싫어한다’ 40.7%로 2년 전 대비 ‘좋아한다’가 3.2%p 줄고 ‘싫어한다’가 11.4%p 증가하여 종이책 독서율 감소 비율과 일치했다. 연간 종이책 구입량은 전체 평균 1.9권, 구입자 기준 5.2권으로 2년 전 대비(전체 2.5권, 구입자 4.9권) 전체 평균은 줄었지만 구입자 기준으로는 증가했고, 전자책은 전체 평균(1.1권) 및 구입자 평균(6.6권)이 모두 증가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성인 16.9%, 초·중·고등학교 학생 46.0%로 2년 전보다 성인은 7.0%p, 학생은 14.8%p 감소했고, 학교도서관 이용률도 67.5%로 2년 전보다 15.3%p 하락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아침독서를 시행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 아침독서가 독서 습관에 도움이 된다”(60.2%)고 답했지만, 2021년 기준 시행률은 30.3%로(초등학교 72.1%, 중학교 11.1%, 고등학교 7.1%) 2013년의 69.6%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전자책, 웹소설, 오디오북 이용 실태

 

이처럼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전체 독서율이 줄어든 가운데, 독서에서 종이책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이용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알 수 있다.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기구독 등을 통해 더 많은 책을 읽는 ‘독서 양극화’의 심화도 코로나19와 겹친 지난 2년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번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는 성인 응답자를 대상으로 특별 문항 조사를 병행했다. 매체 환경 변화를 반영해 전자책, 웹소설, 오디오북 이용 실태를 상세히 물은 것이다.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방식의 독서인 만큼,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고 연령이 높을수록 이용률은 하락했다. 전자책, 웹소설,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기기는 역시 스마트폰이 60.5%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태블릿PC 20.9%, 노트북 11.4%, 데스크톱PC 5.4%, 이북리더기(전자책 전용 단말기) 1.7%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비종이책 독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유는 ‘보관과 휴대가 편리해서’,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공통적으로 높았고, 오디오북의 경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서’라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이들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은 무료 이용과 유료 이용(구매, 대여, 정기구독)이 각각 절반 정도씩이었다.

 

최근 수년간 업체들의 활발한 광고마케팅에 힘입어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유료 정기구독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 그렇지만 전자책, 웹소설, 오디오북 이용자 중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40.2%로 가장 많았고, 1개월 무료 서비스만 이용한 경우가 25.1%, 현재 이용 중인 경우가 24.9%, 유료 구독 이용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9.8%였다. 성인 전체로 보면 현재 유료 전자책/오디오북 정기구독 이용자는 약 5% 정도로 추정된다.

 

성인 전자책/웹소설/오디오북 이용자 중에서 ‘각색/극화/요약한 오디오북’을 이용한 경험자는 15.9%였는데, 해당 콘텐츠 이용 이후 책 전체 내용을 담은 원작을 이용한 경험은 ‘오디오북 청취’(42.2%), ‘종이책 독서’(26.4%), ‘전자책 독서’(14.7%), ‘원작을 읽지 않음’(16.8%) 순으로 나타나 각색/극화/요약 오디오북이 원작 독서 체험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자책/웹소설/오디오북의 개선 사항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 서비스’(37.5%), ‘종이책 콘텐츠의 전자책/오디오북 제공 확대’(17.7%), ‘콘텐츠 품질 개선’(15.5%) 순으로 나타나 출판계의 시장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판시장 관련 문항의 결과

 

독서 분야 선호도에서는 매체 형태를 가리지 않고 ‘소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성인은 종이책 26.5%, 전자책 45.4%, 오디오북 32.4%, 학생은 중·고등학생 34.0%, 초등학생[동화/소설] 22.9%). 무엇보다도 도드라진 특징은 ‘재테크, 부동산’의 약진이다. 이 분야는 종이책에서 소설과 수필에 이어 7.8%로 3위를 차지하여 ‘경제/경영’(6.2%) 분야를 앞지를 정도였고, 전자책에서 8위(3.8%), 오디오북에서도 8위(4.9%)에 올라 각각 15개씩인 독서 분야에서 크게 약진하며 출판시장에서의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성인의 도서 구입처는 종이책의 경우 시내 대형서점(34.7%), 인터넷서점(32.9%), 동네 소형서점(12.3%), 대형 할인마트(5.7%), 중고책 서점(4.4%) 순으로 나타나, 2년 전보다 대형서점 이용자는 4.7%p 감소한 반면 인터넷서점과 소형서점은 각각 2.9%p와 3.3%p가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독서 생활 변화를 묻는 문항에서 ‘인터넷서점 이용 증가’가 성인 13.1%, 초·중·고등학교 학생 35.0%로 크게 나타난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전자책 구입처는 인터넷 포털(35.0%), 인터넷서점(27.4%), 전자책 종합 사이트(13.9%) 순이었고, 오디오북은 오디오북 플랫폼(51.0%), 인터넷 포털(13.0%)의 비중이 컸다.

 

시사점과 과제

 

지난 2년 사이에 성인 독서율이 대폭 하락한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선진국들은 독서율에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조사한 2020년 기준 미국 성인의 독서율은 77%로 2019년의 72%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조사한 2021년 일본인의 월평균 독서율은 47%로 전년도의 45%보다 증가했다(2021년 한국인의 월간 독서율은 40.8%로 추정).

 

그럼 외국과 달리 한국 성인의 독서율이 추락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성인은 ‘일 때문에’(26.5%)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공부 때문에’(21.2%)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책 이외의 다양한 매체(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를 이용하느라’(성인 26.2%, 학생 23.7%), ‘책 읽는 습관이 없어서’(성인 9.7%, 학생 19.1%) 책을 멀리한다. 독서는 능동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매체 이용 방식인 데 비해 동영상 매체는 그 반대다. 이래저래 피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고스러운 읽기 대신 오락적인 즐거움이나 당장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매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연하다.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주중 여가활동(복수응답) 중에서 동영상 콘텐츠 시청은 2017년 81.1%에서 2021년 88.9%로 증가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20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스마트폰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2018년 96분에서 2020년에 115분으로 약 20% 증가했다. 텔레비전 수상기 이외의 매체(스마트폰 등)를 이용한 동영상 시청 시간도 2년 사이에 20분 증가했다.

 

독서율은 감소 추세이지만 성인 대다수는 독서의 유용성에 대해 동의한다. 책 읽기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률이 10명 중 7명(67.8%) 정도였다. 구체적으로는 전문 지식의 습득, 세상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 향상, 마음의 평안과 심리적 치유, 풍부한 정서와 감성 발달, 논리적·비판적 사고 기르기, 다른 사람과의 교감·공감 능력 향상, 창의력과 표현력 향상 등의 항목에서 모두 70%대의 유용성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비독자를 독자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운동이 좋은 것을 알지만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생활체육 운동기구를 주거지 인근에 만든 정책이 성공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관건은 사회적인 독서 환경 조성 여하에 달려 있다. 독서 활동은 학력, 소득, 연령 수준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며, 이와 더불어 독서의 계기를 만드는 사회적 환경이 모두 직·간접적인 배경 요인으로 작용한다. 매스컴의 책 소개, 소셜미디어(SNS)와 셀럽(유명인)의 책에 대한 화제 등 독서 정보의 자극, 직장과 학교에서의 권장 도서, 대학의 독서인증제, 가족과 친구의 책 선물, 부모님과 선생님의 독서 권유나 책 소개, 독후감 공모 행사, 읽기 모임, 기업의 독서경영, 지자체의 지역화폐를 이용한 도서 구매 지원, 도서관에서 영유아에게 그림책 선물을 하는 북스타트 활동 등 다양한 층위의 활동들이 모이고 모여서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재미를 느끼거나 감동하는 경험을 모두가 누리도록 보다 적극적인 계기를 마련할 때 독서율 제고는 물론이고 독서 환경이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백원근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 〈2021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 책임연구자이며, 현재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2 청년 책의 해 추진단, 고양특례시 독서문화진흥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실행이사,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한다. 〈한겨레〉에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를, 일본 주간신문 〈문화통신〉에 ‘서울통신’을 연재한다.
bookclub2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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