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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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독서 위한 큰글자책 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박찬수(책문화콘텐츠연구소/책이 있는 공간 대표)

책읽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중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런 공감과 당위만으로 부족하다. 지금처럼 스마트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연령별, 세대별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독서가 제안돼야 한다.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도 그중 하나다. 학교에서 아침 10분 독서운동이 시행되고, ‘개인적 독서에서 사회적 독서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독서동아리 지원에 국가가 앞장선다. 기업들 역시 독서경영을 도입해 직원들에게 독서를 권장한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 도서관종합발전계획 등 생애주기별 독서 활성화 정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는 체계적 독서의 중요성이 제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독서 그룹의 독서 환경과 서비스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노인세대, 시니어층이다. 2002년 정부는 시니어층을 ‘독서 장애인’으로 정의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대체자료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음성도서와 큰글자책을 제시했다.

2003년에는 대통령령으로 저작권법을 개정해, 음성도서의 제작과 서비스 수혜 대상을 종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서 ‘독서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2007년 독서문화진흥법에서는 ‘시각 장애, 노령화 등 신체적 장애로 독서 자료를 이용할 수 없는 자’를 독서 장애인으로 정의하고, 2008년에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발표)에 공공도서관에서 시니어의 독서를 돕기 위한 큰글자책 제공 내용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도서관협회를 통해 <큰글자책 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활자본 제작 및 보급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대활자본’이 국민 정서상 친숙하지 않은 단어라는 판단에 따라 ‘큰글자책’으로 변경해 지금은 시니어층에게 인기 있는 도서를 큰글자책으로 제작 또는 구입해 공공도서관에 보급하고 있다.

<큰글자책 보급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큰글자책 출판을 위한 적정 문화 연구와 시니어층의 기본 특성 이해를 기반으로 그들이 선호하는 문자 형태와 크기, 책의 형태와 적정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검토와 제안 등을 거친 제도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관여 분야의 참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 글은 그런 참여와 논의를 위한 마중물에 해당한다.

 

고령화 시대 중요해지는 시니어 독서

2017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인구주택 총 조사 전수집계 결과’를 보면, 2016년 11월 기준으로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77만5천 명으로, 0∼14세 유소년 인구 676만 8천명을 넘어섰다.

[그림 1] OECD 국가들의 2030년도 고령화 지수

[그림 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노령화 지수는 2030년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스페인 등 OECD 국가 대부분이 사정은 비슷하다. 이는 이전의 경제활동, 자녀 양육, 가사활동 등 의무적인 활동이 줄면서 스스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여가시간은 늘어나는 시니어 층의 증가를 의미한다. 최근 교육 수준의 향상, 의학기술 발전에 의한 수명연장, 사회적 분위기로서의 지적ㆍ문화적 욕구의 증가는 시니어층에게도 주요 환경으로 작용한다. 즉 시니어층의 삶의 질 결정에서 여가시간의 활용 방식은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시니어층의 여가시간을 독서로 돌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성인 8.3권이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독서율이다. 대부분의 조사결과에서 시니어층의 여가시간 활용은 일관되게 TV 시청에 집중되어 있다. 시니어층의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은 무엇일까?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눈의 노화’ 즉, 작은 글씨를 읽지 못하는 것이 제일 큰 장애로 꼽힌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 또한 ‘글씨가 작아서’가 20.7%로 첫 번째 요인이며, ‘눈이 잘 안 보여서’가 3.9%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24.6%가 시각적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시니어층의 도서 구매방해 요인으로는 ‘독서에 대한 무관심’ 69.4%, ‘노안’ 54.2%를 기록했다.

실제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의 60%(93명)가 ‘활자가 작아서’였다. 노인교실에 다니는 60세 이상 건강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독서 장애요인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눈이 안보이거나 몸이 불편하다’가 45.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공도서관 비이용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이용 요인에 대한 인식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도 ‘큰활자본의 부족’이 3.31로 나타나(평균은 3.18), 대체로 큰글자책의 부족을 실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부분의 시니어층이 노안 때문에 표준적인 인쇄자료 읽기에 제한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시니어 독서 왜 필요한가

독서는 시니어층에게 배움과 학습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며 회상을 촉진시킨다. 시니어층은 책을 통해 과거 자신의 삶을 좀 더 쉽게 기억하고 떠올리며,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자연스럽고 어렵지 않게 표출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드러내고 다시 수용하는 과정 속에서 시니어층은 자아를 통합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곧 배움이며, 학습이다.

배움은 인간의 본성이다. 배운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은 지식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내면화해 삶의 자연스런 태도를 발현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노년을 이야기하는 이론들은 시니어층에게 독서와 같은 사회적·지적 자극 활동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책 속에는 그 시대의 다양한 문화와 시대적 상황이 내포되어 있다. 시니어층은 다른 세대의 가치관이나 문화를 보여주는 책을 통해 다른 세대의 내면을 살펴보고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독서 활동을 통해 시니어층은 새로운 사회,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다른 세대와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독서와 함께하는 노년기는 노화가 진행되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발전가능성의 시기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노년을 위해서라도 시니어층의 삶 속에서 독서 활동은 지속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이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큰글자책의 특성과 현주소

현재 국내에도 시니어층의 효율적 독서를 위한 대체자료로 큰글자책이 제공되고 있다. 실제 공공도서관 시니어층 이용자들은 음성도서보다 큰글자책(large-print books)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도서(전자 자료)는 인간이 낭독하는 것보다 억양과 변조의 다양성이 떨어져 부자연스럽게 여기는 답이 많은 반면, 큰글자본이 제작된다면 읽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이 81%에 달했다.

큰글자책의 대표적 특성은 일반도서가 10-11포인트의 활자를 사용하는 데 비해 16포인트 이상으로 인쇄된다는 것이다. 실제 시니어층에 적합한 한글 서체와 형태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시니어층은 글자 크기가 읽기 속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54%가 16포인트 이상 활자체를, 78%가 국배판(A4)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층을 위한 활자 크기는 18포인트, 글자체는 맑은고딕체, 행간은 130%, 판형은 B5가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50대 이상의 67%에서 13포인트 이상의 크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남). IFLA국제도서관협회연구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 and Institutions)에서도 16포인트 이상의 활자를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도서에 비해 구매 수요가 적고 제작비가 커서 상업적 출판사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큰글자책 출판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다. 2000년대 초 실버북 분야가 잠깐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부 출판사들이 글자를 키우고 행간을 넓히는 몇 가지 시도가 있었다. 2001년에는 평민사 ‘실버문고’ 시리즈, 웅진닷컴, 나무생각 등에서 큰글자책이 출판되었고, 2002년에는 세종서적과 민음사이 시도했으나 대체로 판매가 부진했다.

본격적으로 큰글자책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말이다. 2008년 도서출판 ‘점자’에서 큰글자책 14종을 제작했으며, 2010년에는 세계한국문학전집 50권이 큰글자책으로 나왔다. 2009년에는 민음사가 ‘책 같이 좀 봅시다’ 캠페인을 시작해 자사 도서 중 11종을 큰글자책으로 만들었다. 2012년 살림출판사가 살림지식총서 중 선호도가 높은 도서를 엄선해 문고판 최초로 ‘큰글자살림지식총서’ 50종을 15포인트로 제작했다.

2014년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는 기존 출판물의 활자를 17포인트로 하고 A4 크기의 판형으로 확대해 4개 브랜드를 통해 큰글자책을 대대적으로 생산했는데 ‘커뮤니케이션북스’ 1,100종, ‘지식공작소’ 41종, ‘지식을만드는지식’ 400종, ‘학이시습’ 14종에 달했다. 2014년부터 창비는 ‘한국대표소설선집’, ‘우리고전’, ‘한국문학’, ‘인문교양’, ‘세계문학’, ‘삼국지’ 등 350여종을 출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제작 및 보급의 체계화를 위해 2016년까지 글자크기를 13포인트 기준으로 제작했던 것을 2017년부터 15포인트로 키웠으며, 판형 역시 2016년까지는 출판사의 재량에 맡겼으나, 2017년부터 크라운판으로 권장해 제작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한 권의 무게와 부피를 감안해 단행본 도서를 분책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또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가급적 분책을 하지 않고 가벼운 종이를 활용해 단권으로 제작하고 있다.

 

관련 데이터 기반 구축 중요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시니어층이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대활자본을 활용한 노인 독서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2016년까지 ‘대활자본 제작 및 보급’ 사업의 주요 대상을 시니어층 중심으로 벌여오다가 2017년부터는 50대 이상으로 그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보급 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이제는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이용자도 다수 큰글자책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선정된 큰글자책의 종수, 배포된 책 수, 공급 도서관수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2009년 ~ 2018년 큰글자책 제작 현황

한국도서관협회는 이 사업을 통해 2009년-2018년까지 201종 212책의 큰글자책 102,000부를 3,385개처에(중복 지원처도 있음)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에 참여한 공공도서관들이 공급받은 선정 도서의 주제 분야는 문학 분야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공도서관별로 큰글자책이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는지, 주제별 구성은 어떠한지 찾아볼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큰글자책 사업>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수집,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 데이터의 출처는 서비스 제공 현장인 도서관의 종사자 또는 직접 서비스를 누리는 당사자일 것이므로 이는 서비스의 내용 개선은 물론, 향후 시니어층 독서활성화의 또 다른 방안 모색에도 중요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 위해, 1차적으로 전국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분야별, 저자별, 도서별 등 시니어층의 선호도 및 요구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큰글자책 제작 및 배포 사업 예산과 관련하여, 현재 책정되어 있는 예산 이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협조해 세종도서 등 일부 예산을 재편성해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각도에서 예산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배포 및 활용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하는 것이다. 시니어층이 많은 지역을 선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역별 관심 분야가 많은 도서를 선별해 제작·보급하는 것이다.

넷째, 출판사가 독자적으로 큰글자책을 제작해서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섯째, 제작비 등의 절감을 통한 공급가 조정이 필요하다.

여섯째, 베스트셀러 중심의 인기 있는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큰글자책이 제작되어야 하고, 다양한 주제들이 담긴 도서들이 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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