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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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말레이시아 도서전 체험기

이화정(거북북스 편집장)

작년 11월 출판계에 첫 걸음을 내디딘 느린 거북으로서는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1년도 안 된 신생 출판사가 번듯한 중견 출판사들과 나란히 해외 도서전에 참가할 수도 있다니.

행운의 주인공이 된 우리 거북북스(Turtle Books)는 아이들을 위한 미술 교육 자료와 책을 주로 내는 출판사다. 30년간 미술 교육에 종사하며 배우고 느낀 점을 잘 정리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교육 시장에도 진출할 꿈을 갖고 시작했다. 여러 길을 모색하던 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찾아가는 도서전 사업을 알게 되었고 올해 4월 말레이시아 도서전 지원 출판사로 선정됐다.

사실 처음 이 지원 사업에 도전할 때만 해도 우리가 선정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신생 출판사이기도 하고 해외에 진출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흥원에서는 출판사 규모나 이름과는 상관없이, 각 나라의 시장과 잘 맞는 콘텐츠가 있는 출판사를 우선 지원한다고 했다. 더구나 올해 방문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현재 아동 교육에 관한 콘텐츠에 매우 관심이 많다고 했다. 덕분에 거북북스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중견 회사들과 함께 도서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참가에만 그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 성과까지 올렸다. 쿠알라룸푸르 현지 출판사와 라이센스 수출 형태로 가계약을 맺은 것이다. 지금은 후속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세이폴 국제학교에서도 완제품 주문을 요청받았다.

사진1. 세이폴 국제학교 방문 (미리 개인적으로 접촉해 방문)

심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 참가사 명단에서 우리 회사 이름을 발견했을 때에는 너무나 놀라웠고 가슴까지 두근두근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걱정이 몰려왔다. 출발하기 전 준비부터 현장에 필요한 물품까지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현장 미팅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십 가지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찾아가는 도서전은 일반적인 국제 도서전과 달리 모든 일정이 1대1 비즈 매칭으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만날 업체의 명단과 미팅 시간을 말레이시아에 도착하기 전에 모두 진흥원에서 미리 정해주었기 때문에 일반 도서전처럼 현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업체를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여느 도서전처럼 규모가 크고 화려하진 않다. 서울 국제도서전이나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비하면 ‘아담한 도서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2-1. 1대1 비즈매칭 (현지 출판사의 테이블 방문)

사진2-2. 1대1 비즈매칭 (현지 출판사의 테이블 방문)

두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책상과 10권의 책을 알차게 전시할 수 있는 개별 부스가 주어진다. 외관을 꾸미는 홍보 방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부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오히려 내실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내가 만날 업체가 어떤 곳인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배당된 통역사들과 미리 미팅 내용에 대한 협의가 가능했다. 그래서 단순히 우리가 하는 말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미리 전달 내용을 의논해 브리핑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30분 단위의 짧은 미팅 시간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통역사는 각 업체마다 한 명씩 전담으로 배정되며 전시회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한다.)

사진3. 도서전이 시작되기 전, 통역사에게 우리 책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도서전이 열리는 사흘간 우리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업체를 만났다. 쿠알라룸푸르는 여러 나라의 사람과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종류와 형태도 매우 다양했다. 그중에서 그들이 우리나라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유아, 아동 그리고 교육이었다. 그들도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콘텐츠가 말레이시아에 비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발달된 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물론 이미 그 방면의 선진국들로부터 다양한 책과 교육용 콘텐츠를 수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와 동화책의 수요 비중이 높았다.

모든 현지 출판사가 주목한 점은 우리나라의 인쇄 기술이었다. 단 한 군데의 업체도 빼놓지 않고 우리 출판사의 종이 품질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는 220g의 스케치북형 미술 교재를 선보였다.) 물론 우리와의 물가 차이 때문에 고품질의 서적을 말레이시아 시장에 맞게 책정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책의 가격만 해도 말레이시아에서는 비교적 비싼 편이기 때문에 현지의 작은 출판사들은 주로 라이센스 계약 위주로 접근해 왔다.

그러나 대형 출판사나 에이전시, 국제 학교 같은 기관에서는 완제품 수입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었다. 이미 쿠알라룸푸르의 대형 서점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서적을 수입해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한국의 미술 교육 관련 워크북이나 교육용 서적은 품질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현지 말레이시아 서적보다는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들 수 있었다.

또한 19세 이하 청소년 인구가 한국보다 많고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국제 학교 수가 많기 때문에 이미 선진화된 한국형 영어, 유아, 아동교육 관련 서적이 진출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 할만하다. 다만 말레이시아는 계층 간 격차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소비자 타깃을 좁게 설정하고 콘텐츠별로 수출의 방향을 다르게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말레이시아 찾아가는 도서전은 한국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라, 쿠알라룸푸르 무역&저작권센터에서 주관하고 우리나라가 게스트로 참여한 행사였다. 부지런한 한국인에 비해 마냥 느긋한 성향의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업무 방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 이런 행사를 참여하게 된 출판사로서는 매우 만족스럽고 뜻 깊은 기회였다. 만약 단 한 번의 기회로 빛나는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참여했다면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를 계기로 출판 수출산업의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새로운 시장을 공부하는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개인적으로는 얻은 것이 많았던 도전이었다.

사진4. 현지 스태프들과 한 컷

이번 도전을 시작으로 우리 거북북스는 올 여름 베트남의 찾아가는 도서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는 좀 더 현지 시장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다녀올 생각이다. 첫 도전의 설렘이 머지않은 미래에 풍성한 열매의 기쁨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하면서 7월의 도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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