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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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도시협의회' 신임회장 김승수 전주시장

지승호(작가) 20년 가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먹고 살고자 하지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점점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인터뷰 단행본으로 <신해철의 쾌변독설 / 부엔리브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푸른숲> 등 50여 권의 책을 냈으며, 나름의 인터뷰론을 정리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 오픈하우스>을 내기도 했다.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 전주 시장 김승수 (사진촬영: 김원)

전주와 책의 조합은 이제 낯설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5월 전주를 ‘대한민국 책의 도시’로 선포했다. 그해 9월에는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전주에서 성공적으로 열렸고, 이후 매년 ‘전주독서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물론 절로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이면에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다양한 노력과 실험이 있었다.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선진국인 이유는 국민의 80% 이상이 100년에 걸쳐 독서를 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화나 정보를 접하는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9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은 거의 모든 정보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첫 질문도 그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하 호칭 생략)에게 독서진흥정책을 펴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시대의 흐름이죠. 대부분 책을 읽지 않고 관심도 없지요. 전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대한민국도 그렇고,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 쪽으로 가 있기 때문에요.”

김 시장은 ‘전주시는 지속 가능할까?’ ‘전주 시민들은 행복할까?’ 이 두 가지가 전주시의 가장 큰 물음이라면서 “서울보다 부유할 순 없지만, 서울보다 행복한 도시, 전주를 지향한다”고 했다.

“자연, 사람, 책, 이 세 가지가 인간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 중에서도 책이 인간의 감성을 가장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전주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큰 공립도서관만 11개, 작은 도서관은 12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김 시장은 “지금 도서관은 내가 직접 활자를 읽어서 지식을 얻는 일, 시험 공부하는 일, 이 두 가지가 역할의 전부”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올해 네 곳을 시작해서 11개 도서관을 전부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전주의 청년 건축가들하고 놀이 전문가들하고, 학부모들이든지 이런 분들을 다 모아서 도서관을 놀이공간으로 바꾸자고 해서 열람실 이런 것을 과감하게 바꿔가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도서관이 책 빌려주고 반납하고 이런 정책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디자인과 공간이 주는 감성이나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건물만 있고, 건축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해외 도서관을 돌아보던 중에 가장 감명을 받았던 데가 스웨덴 말뫼라는 곳인데요. 폐허가 됐던 공업도시가 완전히 생태도시로 바뀌었는데, 거기 시립도서관을 가보고 아주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져서 독서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습니다.”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 전주 시장 김승수 (사진촬영: 김원)

우리는 하드웨어 투자에 비해 소프트웨어에는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 가치조차 몰라볼 때도 많다. 지금 전주는 영화의 거리가 뜨고 있지만 처음엔 몰랐던 숨은 계기가 있었다. 김 시장은 이곳 건물 높이를 최대 6층으로 제한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때만 해도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데가 있었네’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독특한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구상은 진행형이다.

“이곳을 독립문화지구로 선언을 하려고 합니다. 다양성이 살아있는 곳이죠. 모든 도시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굉장히 획일화되어 있는데요.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한은 책이라는 것도 획일화에 묻혀 되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전주의 도시 공간을 보다 큰 다양성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도시 재생 사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주시는 아이들 생태놀이터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의 영혼에서 제일 중요할 때가 영유아기인데요. 인생 전체를 준비하는 시기가 그 시기거든요. 이 시기에 감성을 다루는 영혼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데요. 생태 놀이터, 도서관 책 놀이터, 예술 놀이터, 이런 겁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할 수 있는 DNA를 심어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는 시장으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정책으로는 4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엄마의 밥상’을 꼽았다. 아침밥을 굶을 수밖에 없는 환경의 아이들에게 365일 매일 아침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일이다. 그 중 한 아이가 어느날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책을 읽고 싶어요. 헌 책 말고 우리가 읽고 싶은 새 책을 선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지혜의 반찬’이다.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서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지역 서점에서 사서 1년에 4권씩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집이 무척 가난한 아이들인데요. 어느 날 새 책이, 읽은 책이 쌓이고, 또 하나 쌓이고 하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많아질 거라는 거죠. 그게 아이들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 전주 시장 김승수 (사진촬영: 김원)

그는 최근에 흥미롭게 읽은 책으로 찰스 랜드리가 쓴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이라는 책을 꼽았다. ‘창조적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책인데 그 책을 시정에 적용시키기 위해 다섯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물리적 공간도 도시지만, 그 안에 있는 도시의 기억과 역사와 또 다양한 콘텐츠 그런 것과 더불어 시민들의 상상력, 또 그 상상력을 가지고 뭔가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 이런 것들이 다 합쳐진 총합이 도시죠. 그런 도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책이 이 책입니다.”

김 시장은 도시의 기억과 역사를 되살리고, 다양한 콘텐츠로 채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모든 도시가 겪는 도전인데요. 도시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중에도 일정 부분 개발해야 되는 것도 있고, 지켜가야 될 것도 있는데, 어떻게 잘 구분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어쨌든 도시가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그는 도시의 자기다움을 구성하는 세 가지 주 요소로 ‘사람, 생태, 문화’를 꼽았다. 이 원리를 쫓아가다보면 도시는 자기다워지고, 도시별로 자기다움이 늘어나면 대한민국 전체가 다양성으로 채워지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생태와 예술을 통한 도시 변화의 사례를 들려줬다. “시청 뒤쪽에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거든요. 거기서 도시 재생 사업을 벌이는데 예술인들과 서점이 들어가면서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성매매 여성 15명이 사회로 완전히 복귀했습니다. 도시 재생 과정에서 주민들이 모이고, 시청 직원과 전문가들이 가고, 여성들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하면서 놀라운 변화를 낳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 중에는 책 읽는 문화 확산도 포함된다. 전주는 2017년 9월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한 후 3년째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전주라는 도시가 예술가적 DNA가 다분한 도시입니다. 그리고 어떤 도시보다 도서관 직원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일을 하고 있고요. 또 도서관 직원들과 함께하는 민간 거버넌스도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도서관과 작가와 지역 아동센터와 사립, 공립 도서관 모임이 권역별로 나누어져 있지요. 권역별로 계속 소통을 하다 보니 그 근간의 힘으로 독서대전을 잘 치러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 전주 시장 김승수 (사진촬영: 김원)

전주는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3년 전부터는 전주를 365일 인문학 강의를 듣는 도시로 만들자고 해서 인문학 365라는 것을 해왔습니다. 굉장히 많은 강연이 있지요. 또 평생 교육원, 평생 학습관도 그 어느 도시보다 잘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씩은 인문주간도 선포합니다. 그런 것들이 인문학 도시로 가는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전주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출판을 제일 많이 했던 도시이구요. 완판본이라는 목판도 있었습니다. 한지가 많이 생산되었던 곳이기도 하지요. 조선왕조실록을 끝까지 지켰던 정통성도 있구요. 여기에 책을 쓰는 작가, 책을 펴내는 출판사, 책을 읽는 독자가 있고, 파는 서점과 빌려주는 도서관, 책 읽는 동아리가 꽤 많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 전주시가 공동체를 움직이는 하나의 원리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시립도서관을 책 중심 도시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문화재생 용역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8년 11월부터 제1대 ‘전국 책 읽는 도시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는 30여 개의 자치단체장이 ‘다른 시가 잘하는 것은 본받고, 우리가 부족한 것은 배워서 채워보자’는 취지에서 모였다. 준비 단계를 거쳐 4월 25일 두 번째 정기총회를 치르고 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될 거라고 했다.

“책 읽는 도시는 도서관 정책만 잘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 작가들을 어떻게 활동하게 할 것인지, 지역 출판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책 읽는 동아리들과 책 파는 서점과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이런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궁극의 지향점입니다. 지금까지는 늘 파편적이었거든요. 앞으로는 책 중심의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단어는 용기였다.

“도시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용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용기가 모든 일의 시작이잖아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들지만 매 상황 상황마다 용기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 전주 시장 김승수 (사진촬영: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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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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