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 2019.05

VOL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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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보다 출판콘텐츠 활용 잠재력 높게 본다

김보경(출판사 지와인 대표) 출판인. 현 지와인 대표. 전 웅진지식하우스 대표, 인플루엔셜 출판사업 본부장으로 일했다.

<2019 출판계 이슈와 전망> 설문조사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지금 출판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해법과 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출판N>이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다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마침 올해 6월 한국출판학회 50주년을 맞아 학회 회원 등 연구자를 비롯해 출판인과 서점인 등 3개 그룹을 대상으로 출판산업의 주요 이슈와 전망에 관한 공통 질문과 그룹별 질문을 제시했다. 조사는 모바일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자 수는 379명으로, 출판인 154명, 서점인 143명, 연구자 82명이었다. 전체 종사자들에 비하면 응답자의 절대수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산업 전반의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답변들이 일정한 경향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설문조사였다고 하겠다.

이번 조사의 설문 문항에서는 도서정가제와 기업형 중고서점, 불법 복제 근절, 전자책 월정액 대여 서비스 경쟁 등과 같은 예민한 이슈에서부터 유통체계 개선, 독서 진흥정책 개발 등과 같은 업계의 근간이 되는 문제까지 다양하게 다루었다. 답변을 통해 출판계의 여론이라고 생각했던 경향이 그대로 확인된 부분도 있고, 예상에서 벗어난 의견들도 있었다. 또한 사이사이에 오늘날 출판이 과연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표출되기도 했다. 모든 일의 뒤에는 사람의 생각이 있다. 2019년 출판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도서정가제 강화, 기업형 중고서점 규제

출판계가 걱정하는 최대 파도는 독서 인구의 감소였다.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만들고 잘 파느냐는 고민 이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근본적인 사태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출판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독서 인구의 감소’(64.6%)를 1순위에 꼽았다. 최근 출판계가 출판뿐만 아니라 독서 진흥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와도 맥이 통한다. 그 뒤로 ‘불안정한 도서정가제’(45.4%)와 ‘기업형 중고서점의 확산’(35.6%)이 시급한 현안으로 꼽혔다. 이 중 도서정가제와 기업형 중고서점, 이 두 현안은 구체적인 법제 변화나 정책 대응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출판인은 기업형 중고서점의 폐해를, 서점인들은 도서정가제에 더 강조점을 두었다. 해당 현안과 관련되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서정가제의 경우 대체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으나, 강조의 정도는 서점인> 출판인> 연구자 순으로 나타났다. 현행 도서정가제 아래에서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과 경품과 마일리지 적립, 무료배송이 있다면,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일관되게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다. 서점 경험이 줄어들면, 독서문화가 확산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도 꾸준히 이야기되고 있다. 최근 지역마다 작은 동네 서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에 도서정가제 완전 시행에 대한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점인들은 도서정가제와 함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요구가 높았는데, 이는 서점들의 생존 자체가 법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상대적으로 연구자 집단에서는 도서정가제 강화에 대한 의견이 약한 편이었는데, 이에 대해 여러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제품의 가격 자체를 고정할 때 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통제되는 측면이 있다는 고전적인 의견이 여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형 중고서점 문제에 대해서는 서점인보다 출판인들이 더 민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간을 동시에 판매하는 온라인 서점이 기업형 중고서점 사업을 주도하고, 이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출판계 내부의 갈등도 계속 커져 왔다. 그러나 아직은 온건한 규제안 정도에 의견이 몰린다는 것은, 이 현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는지에 대한 출판계에 일정한 의견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외에 다른 질문들을 통해 보이는 출판계의 현안으로, 고질적인 ‘유통체계의 개선’과 함께 ‘불법 복제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 ‘공공대출권 도입을 필두로 한 판면권 및 사적복제보상금제’와 같이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된 문제들도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출판콘텐츠 잠재력 알지만 투자 한계

이번 조사에서 ‘출판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을 묻는 질문에 ‘종이책’(34.0%)보다 ‘출판콘텐츠 활용 사업’(39.8%)이 더 높게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적재산권 파생 사업’(22.7%) 답변까지 합치면, 이제는 출판을 특정 매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무형의 콘텐츠로 보고 잠재 가치를 확장하는 데 관심을 돌리는 출판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출판산업이 단순히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런 전향적 움직임은 이제 두 갈래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유료 콘텐츠 사업으로서 출판이 갖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행사하는 행위에 적극성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전자책, 오디오북과 같은 상품 다변화만이 아니라, 교육, 인터넷 강의 등 출판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에 대한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종이책 판매가 주요 사업인 서점은 제외하더라도, 다른 집단에서는 출판이 도서 사업만이 아니라 ‘출판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이 강한 연구자들에게서 출판 콘텐츠 활용 사업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향후 연구자들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연구 분야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연구자들이 ‘출판 경영과 비즈니스 연구’를 가장 우선으로 뽑았다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이책 시장이 줄고 있고,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기존 출판인들이 출판 콘텐츠 활용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출판인들은 현재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데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기에 1)출판 유통 체계의 합리적 개선 2)독자 개발 및 독서 교육 3)정부의 출판 지원 정책 강화 등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독서 인구 감소는 ‘넘사벽’인가

디지털 시대, 동영상의 시대, 독서 인구의 감소라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집단들이 학교> 가정> 정부 순으로 독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제까지 독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생각해보면 동시대를 사는 어른들을 비롯, 사회 전반이 이미 책을 읽지 않는데, 아이들에게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하여 독서 문화가 재생산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술형 답변 중 “독서 정책은 단지 책과 출판만 강조하지 말고, 문화 전반의 차원에서 개발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이와 같은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독서 인구의 감소에 대한 이유를 내부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보인다. 특히 서점인들이 꼽은 문제 중에 ‘후진적 출판 마케팅의 개선’, ‘수준 높은 출판물의 생산 필요’, ‘중복 도서의 출간 자제’와 같은 답변들을 보면, 과연 오늘의 위기가 외부에서 주어지기만 한 것이었냐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위기가 닥치면 자기만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텍스트의 중요성, 독서라는 행위가 주는 순기능에 대한 강조가 서술형 답안에서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책보다 더 재미있는 읽기와 보기가 많다’라는 많은 답변에서 보듯이 출판계 전반이 자기를 긍정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도리어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출판인들에게 한 “귀사가 가장 역점에 두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기획, 편집 역량의 강화’와 ‘저자 발굴과 관리’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던 것은, 결국 출판의 본질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출판이 위기인 것은 좋은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도 함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데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좋지 않은 것인지. 그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게 더 재미있다’, ‘이게 더 유용하다’를 증명해내는 것이 결국 출판이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출판계 종사자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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