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글자크기작게 글자크기크게

‘과학 책방 갈다’ 이명현 대표 인터뷰

조은희 (서점 탐험가)

‘갈다 콘텐츠 그룹’의 첫 번째 프로젝트 ‘과학 책방 갈다’이름도 콘셉트도 특별한 ‘과학 책방 갈다’가 올해 5월 말에 문을 열었다. 2016년이 끝나갈 무렵 어떤 신문 기사에서 과학 책방 갈다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1년 6개월 가까이 지나고서야 문을 열었다.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는 증거다. 책방 이름인 ‘갈다’는 갈릴레이의 ‘갈’과 다윈의 ‘다’를 합친 말로서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아이디어였다. 

‘과학 책방 갈다’는 이명현 대표의 아버님인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예전에 이명현 대표도 10년 정도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이근후 교수가 이사 가고 비폭력문화센터가 사용했는데, 이 비폭력문화센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공간이 비게 되자 이근후 교수가 공간을 쓰라고 내어주어 과학 책방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과학 책방 갈다로 찾아가 이명현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그림 1> 이명현 대표

<그림 2> 과학책방 갈다 1층 전경

Q. 과학 책방 갈다가 문을 연 지 백일이 지났다. 백일 동안의 결산은?

어떤 사람들이 올지 몰라서 의외로 어려운 것 같다. 과학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와서 볼 책이 없다고 한다. 이미 과학책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건물과 서점을 둘러보러 호기심으로 오는 사람들한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책만 보러 오는 게 아니라 독서 모임과 강좌도 참여하러 오기 때문에 기존에 과학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어떻게 맞춰야 될까 딜레마가 생겼다. 


Q. 강좌 운영은 어떤지?

강좌 운영에도 딜레마가 있다. 강좌도 편차가 있다. 책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비교적 독서 모임은 잘 된다. 책을 함께 읽기는 잘 된다. 특히 <코스모스> 읽기는 모객이 잘 되었다. 저자가 하는 강연도 잘 된다. 하지만 과학의 기본에 대한 강좌는 모객이 잘 안 된다. 과학의 문턱을 넘는 법 등 시리즈 강연을 해보려 했는데 모객이 안 되었다. 몇 달 지나니까 패턴이 생겼다. 기본적인 과학 강의는 앞으로 개설하기 어려울 것 같다. 독서 모임, 책 읽기 쪽으로 방향을 더 모아가려고 한다.


Q. 아버님이 사셨던 집에서 책방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버님이 공간을 쓰라고 하셔서 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서점을 하겠다고 계획을 해서 건물을 매입한 것이 아니다. 다들 생각은 갖고 있더라도 각자의 일이 있어서 추진하기 어려운데 공간이 생기는 바람에 갈다 서점을 준비하게 되었다. 공간이 비게 되었는데 뜻있게 사용이 되니까 아버님도 좋아하신다.


Q. 서점에 책이 많지 않은데 큐레이션의 기준이 무엇인지?

처음에 큐레이션 할 때 모든 책을 다 갖추려고 하지 않았다. 분야별로 하지 않고 두 가지 점에 중점을 두었다. 해외 저자 책보다는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국내 저자 책 중심으로 구비했다. 또 한 작가의 것을 집중 모아보려고 했다. 고전적인 책보다는 가독성 있는 책들을 모았다. 여성, SF, 페미니즘을 강조한 코너도 두었다. 초기 큐레이션 이후 매니저들의 관점에서 확장하고 있다. 책방 대표는 기초 교양적인 책으로 소개하고 매니저들의 관점을 반영해서 젊은 층들의 시각에서 잘 읽히는 책으로 넓히고 메이커나 블록체인으로도 확장하려 한다. 10월과 11월에는 블록체인 문화사 강좌를 연다. 작가 중심으로 큐레이션을 계속할 것이다. 사람 중심으로 가려 한다.

<그림 3> 책 낱장으로 만들어진 방명록

<그림 4> 칼 세이건 살롱


Q. 입구에 이명현 대표의 책을 집중적으로 진열해놓고 있다. 책의 내지를 뜯어서 벽에 붙여 놓기도 하고 책갈피로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데?

새 책을 내는 저자들을 한 달 정도씩 집중적으로 소개하려는 코너다. 책을 뜯어서 벽에 붙여 놓는 것은 매니저의 아이디어였다. 거기에 서점에 온 사람들이 사인펜으로 방명록을 써놓을 수 있다. 저자와 가깝게 느끼도록 했다. 


Q. 매니저도 두 명이나 있고 고정적인 비용이 많이 나갈 텐데 운영비 충당은 어떻게 할 건지?

공간도 크고 매니저들도 있어서 기본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중형 규모의 서점들이 운영되기 힘들다. 책이 잘 안 팔린다. 더구나 문학에 비해 과학은 10분의 1이다. 과학책은 한정된다. 새로운 과학책 독자를 끌어들이기가 어렵다. 책 팔고 강좌 하는, 서점의 고유한 운영 방식으로는 운영비를 충당하기가 어렵다. 110명의 주주 중에 과학자들이 대부분이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궁극적으로는 과학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지향한다. 콘텐츠 기획, 생산, 유통으로 유지해가는 회사가 될 것이다. 주식회사이지만 대외적으로는 갈다 콘텐츠 그룹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출판은 직접 안 하고 출판사와 함께 큰 기획물을 만들어 갈 것이다. 출판사가 저자 섭외, 행정 등의 문제로 하지 못했던 시리즈물을 할 수 있다. 저자 섭외와 기간이 문제였는데 갈다는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다음은 작가 매니지먼트다. 도서관 등에서 저자를 초청할 때도 다양한 저자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퍼뜨리면서 돈을 벌고 서점의 운영비를 메우려 한다. 서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콘텐츠 기획과 작가 매니지먼트로 충당할 것이다. 


Q. 과학 하는 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그분들 책과 그분들이 얘기하는 책만 팔린다는 비판도 있다. 

균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학도 문화다. 조금 더 세속화되어야 한다.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일반인들의 언어로 얘기해야 한다. 예능에 나가는 게 지금은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다. 과학을 일반인들이 문화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떠한 언어로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능의 언어로도 아이들의 언어로도 얘기해야 한다. 예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은 좋지만 선악의 구도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Q. 어린이 책이 일부 진열되어 있다. 햑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는지?

여름 방학 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모객이 안 되어 폐강되었다. 더운 탓도 있고 준비가 덜 된 탓도 있겠지만 교육 커리큘럼에 가까운 강좌는 모객이 잘 안 되었다. 지금은 성인 중심으로 되어 있다. 학생들 대상의 교육적인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 운영은 서점의 일은 아닌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 나갈 건지?

서점을 만들기로 하고 도쿄에 다녀왔다. 삼사 년 전에 나왔던 도쿄 서점을 소개한 책에 나온 서점을 방문했는데 그중의 반이 문을 닫아서 충격이었다. 우리도 책방이 많이 생기지만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 갈다는 처음부터 책방 자체만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책에 빚을 지고 살아온 사람들이고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도 있어서 ‘갈다 콘텐츠 그룹’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과학 책방 갈다를 열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출판사와의 기획물 진행이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저자 매니지먼트이다.

서점이니까 책 중심으로 가려고 한다. 책과 작가 중심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가을부터 북클럽도 운영할 계획이다. 아주 많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굿즈도 의외로 나간다. 그러나 책과 굿즈를 함께 사지는 않는다. 굿즈 사는 사람은 굿즈만 산다. 책을 사는 사람은 책만 산다. 어떤 분들이 오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추석 지나고 주주총회를 한다. 방향 수정을 할 것이다. 수정된 방향으로 연말까지 운영해보고 연말에 다시 또 방향을 잡을 것이다. 지속 가능하게 방향을 잡으려 한다.

‘갈다 콘텐츠 그룹’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과학 책방 갈다. 서점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과학의 문턱을 낮추고 과학을 문화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

facebook twitter print top

인터뷰/에세이

관련 키워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