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글자크기작게 글자크기크게

여럿이 함께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이재필(협동조합서점, 복합문화서점 마샘 대표)

2017년 7월 15일 창립총회를 거쳐 2개월 만인 9월 9일, 인천 소래포구역 앞에 오픈한 복합문화서점 마샘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여러 사람이 뜻과 의지 그리고 돈을 모아서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마샘은 마중물 문화광장 샘,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마법의 샘, 마중물의 샘(선생님) 등의 의미로 불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또 마샘은 2009년에 창립된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으로 학습, 교육, 정책 제안 등을 해오던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사단법인 마중물(이하 마중물)이 주축이 되어 협동조합으로 문화광장을 제안하였다는 뜻을 담아 만든 이름입니다.

사진 1 _ 복합문화서점 마샘

마중물의 책 읽기, 세상 읽기

사단법인 마중물은 2018년 올해 상반기까지 18번째의 세미나를 운영하였습니다. 마중물 세미나는 학기제로 운영해왔고, 참가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격주 토요일 오후에 여덟 번에 걸쳐 정해진 주제를 놓고 책을 읽고 두 시간에 걸쳐 발제와 토론을 하고 또 두 시간의 정리 강의를 들은 후 뒤풀이를 통해 나눔의 시간을 갖습니다. 마중물 세미나에서 책은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위한 매개체입니다. 마중물 세미나에서는 책에 담긴 지식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참가자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책의 텍스트 자체에 구애받지 않으며, 책을 읽어오지 않아도 세미나에 참여하는 데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세미나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깨달은 삶의 통찰이 담긴 지식은 살아 숨 쉬는 역동성이 있습니다. 마중물 세미나에서 책은 그 안의 주장이나 내용을 계기로 생각을 촉발하는 훌륭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고, 책을 매개로 나와 우리 그리고 이웃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함께 지식을 정리해갑니다.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어우러져서 공부하지만 ‘전도’가 아니라 ‘전파’가 되도록, ‘소유’가 아니라 ‘소통’이 되도록 노력하는 마중물의 세미나 정신은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나는 풍성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내가 생각한다’라는 독단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생각한다’는 공동 사유를 발전시켜왔던 마중물의 정신으로 마샘이라는 문화광장을 협동조합으로 만든 것입니다. 마샘은 상품의 공동구매를 통한 이익 실현이 목적인 소비자 협동조합이라기보다 책을 매개로 표현되는 다양한 문화와 공간의 경험을 소비하는 문화소비자 협동조합입니다. 그리고 문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 때, 문화생산자 협동조합으로도 갈 수 있다는 꿈을 함께 꾸고 있습니다.

사진 2 _ ‘북레터 상상상’ 진행 모습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함께 읽고 상상하라 <북레터 상상상>

지난 9년 동안 마중물 세미나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모여서 책을 읽으며 세상 문제를 토론하는 독서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마중물과 연결되는 전국의 독서 모임이 50개가 넘습니다. 책을 친구 삼아 세상을 깊게 읽고, 나와 내 이웃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정치를 고민하는 ‘학습 동아리 민주주의’의 또 다른 형태인 ‘함께 읽기’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북레터 상상상>이 출발하였습니다. 마중물에게 책은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고, 더 나은 삶과 세상에 대해 상상하는 매개입니다. 좋은 질문은 근본적인 성찰과 상상을 이끌기 때문에 특히 중요합니다. 쉽고 짧으면서도 깊은 울림과 여운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으로 추천하여 ‘함께 읽기’를 통해 함께 꿈꾸며, 같이 대화하면서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려는 시도가 <북레터 상상상>입니다.

마샘 추천도서 연간 정기구독 서비스 <북레터 상상상>은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함께 읽고 상상하라! 책을 매개로 토론하는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즐거운 소풍 길에 복합문화서점 마샘이 함께합니다”를 표방하며, 2018년 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 달에 한 권, 이웃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책으로 추천하여 일 년 동안 보내며, 출간 2개월 이내의 신간으로 선정하여 매달 10일 내에 북 리뷰가 들어 있는 북레터와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북 리뷰가 들어 있는 북레터는 협동조합 마중물 문화광장의 이사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과장 유범상 교수가 집필하고 있습니다.

북 리뷰에는 책 소개와 해설뿐 아니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영화, 영상 등도 담고 있고, 독서 동아리의 토론 주제에 대한 제안도 있습니다. 책을 읽은 다음 달 첫째 주 목요일에는 마샘 <목요 광장, 책 읽기> 시간에 책을 매개로 세상에 대해 여럿이 함께 토론하고 있으며, 매월 마샘 추천도서를 가지고 3인 이상이 모여서 토론을 계획하면, 독서 동아리 형성과 운영을 지원하는 마중물 선생님을 파견하기도 합니다.

일 년에 두 번(3월과 9월), 북페스티벌을 통하여 <북레터 상상상> 추천도서로 토론하는 전국의 독서 모임 동료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북레터 상상상>이 선정하는 책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비판적으로 둘러보면서도 지적인 자극을 주는 책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적인 자극은 고급 정보나 깊은 교양이라기보다 본질에 대한 통찰과 더 친화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북레터 상상상>의 첫 선정도서가 김동식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였다는 것은 지난 9년 동안 지속되어온 마중물의 세미나가 추구하던 책 읽기 정신이 반영된 우연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였습니다.

살아오면서 읽은 책이 세 권도 되지 않았다는 주물 노동자 출신 김동식 작가가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인간 세상에 대한 통찰이 담긴 단편집은 책을 매개로 세상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는 <북레터 상상상>의 첫 책으로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지식과 현장이 만나 형성되는 ‘실천 지혜’를 추구하는 마중물의 책 읽기는 삶의 현장에서 단련되면서 얻어진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터득한 지혜를 서로 나누는 책 읽기이기 때문입니다. <북레터 상상상>은 함께하는 학습 동아리에 항상 책을 매개로 한 세상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공유하면 좋을 책과 영화 등을 소개하면서 학습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려고 합니다.

사진 3 _ ‘동시 시음회’ 진행 모습

시와 음악이 흐르는 밤 ‘시음회(詩音會)’, 지역 문화 네트워크의 축이 되다

마샘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행사로는 ‘시음회’를 꼽습니다. 시를 매개로 해서 낭송과 음악 연주 그리고 그림 전시까지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행사로서 조합원과 지역 주민 그리고 전문 문화예술인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행사입니다. 현재까지 세 차례 진행이 되었으며(윤동주의 「별 헤는 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그리고 공감 0416 세월호 시음회에 이어서 지역의 어린이들과 동시 시음회)습니다. 마샘 시음회는 기획 시집과 함께 진열, 판매하기도 하고, ‘시집 + 입장권’의 묶음 형태로 판매한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거나 소외 계층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시음회를 통하여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하며, 나눔과 소통이라는 책의 정신을 나누고 있습니다.


마샘 서포터즈 톡톡, ‘동화책 읽어주기’로 마법의 샘을 만들다

단순 모니터 역할로 시작되었던 마샘 서포터즈가 마샘의 주요 고객층인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동화책 읽어주기’를 매주 토요일 오후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면서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자녀를 데리고 왔던 지역 주민이 자기도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제는 동화책 읽어주기 동화 마법사 선생님들이 늘어나 각자가 한 달에 한 번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화책 읽어주기뿐만 아니라 동화책 서가 꾸미기, 독후 활동 프로그램 진행하기, 동화책 행사 매대 꾸미기, 동화 인형극 등을 마샘 서포터즈 톡톡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서 하고 있습니다. 마샘 서포터즈 톡톡은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마을 공동체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사진 4 _ 플리마켓 진행 모습


지역 생활문화예술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다

매주 주말에 열리는 플리마켓을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예술인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경력 단절 여성들이 참여하는 그마켓과 공방 작가들이 참여하는 소래길 공방마켓이 열리는 주말에는 문화 체험을 하려는 어린이들로 붐빕니다. 평일에는 마샘의 세미나실에서 생활문화예술 체험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마샘의 판매 공간에서 상시적으로 진열, 판매되기도 합니다. 또한 생활문화예술 교양 강좌의 수강생들이 마샘 갤러리 미래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작품 판매 수익금을 지역의 소외 계층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역 네트워크 서점으로 지속 가능한 서점을 꿈꾸다

현재 마샘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샘을 통해 사람이 있는 문화를 체험한 지역 주민들이 마을의 공동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공론의 장까지 열어가기를 꿈꿉니다. 마샘은 마을의 자부심으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책을 매개로 소통과 나눔의 철학을 공유하는 협동조합서점 마샘은 지역 네트워크의 거점으로서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facebook twitter print top

정책줌인

관련 키워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