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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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 분권, 지역 출판이 답이다

신중현(한국지역 출판연대 회장,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학이사는 대구에 있다. 식구 여섯 명의 작은 출판사다. 지역에서 전국을 영업권으로 하기에는 모든 게 수월치 않다. 대구에는 출판사가 많지 않다. 그것도 영업 출판사가 아직은 몇 곳 되지 않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니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도 다른 업종과 차별 없는, 오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사업체로 볼 뿐이다. 이런 현상은 어느 지역이나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차라리 대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출판환경일 수도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는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쉽지 않다. 하물며 다른 지역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지역 출판의 소중한 특징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기록해서 보존하는 일을 한다는 데 있다. 지역의 콘텐츠가 산업화로 인해 사라지는 것을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 그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 지역 출판사다. 세계 대부분 나라의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출판 분야는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나라의 모든 출판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된다. 산업의 수치로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지 모른다. 서울과 파주 일원의 출판사를 제외하면 지역 출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5%, 출판물의 발행종수로 따지면 훨씬 더 미약한 전체의 5%에 그친다고 한다. 그러니 많은 출판사가 출판 인력의 부족과 유통 및 홍보의 어려움으로 위축되고 사멸의 수순을 밟는다.

이런 통계를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출판이 지니는 순기능을 경제적 수치로만 환산할 수 있을까?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고 남기는 일, 이 일을 지역 출판사가 아니면 누가 해낼 수 있겠는가? 이것은 절대 시장 논리라는 단순한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흔히들 이제는 지방화시대라고 말한다. 그렇다. 지방 없는 수도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수도권의 문화만으로 역사가 되겠는가? 지역 문화를 기록하고, 그 기록으로 지역민과 더불어 후손을 교육하고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그래서 “지역의 좋은 출판사가 하나 있는 것은 그 지역에 좋은 대학이나 언론사가 있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지역 출판사이고, 그 결과물이 지역 출판물이다.

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지역 출판물을 생산하는 지역 출판사가 자긍심을 가지고 신나게 일할 수 있을까? 결론은 하나다. 출판사 스스로의 노력에 중앙정부나 지방차치단체의 지원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민들이 지역 문화의 바다에서 즐겁게 어울려 놀 수 있고, 경제적으로 지역 사회에 더불어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지역 출판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할까? 무엇보다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지역에서는 출판 교육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을 예로 들면 대학에 출판 관련 학과가 한 곳도 없다. 큰 출판사도 없어 전문 인력의 유동도 없다. 출판진흥원에서 전국으로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는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하면 다행이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서 진흥원 위탁으로 1년 동안 전, 후반기에 걸쳐 교육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이 교육에 참가하는 이들을 보면 얼마나 교육이 시급한지 알 수 있다. 부산과 울산을 비롯해 멀리서 새벽차를 타고 교육을 받으러 온다. 무엇 때문이겠는가? 이런 기회를 놓치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각 지역의 거점 도시를 지정해서 찾아가는 출판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대구와 경북의 교육 거점이라고 한다면, 부산이나 울산에서 경남 지역의 교육을, 광주를 중심으로 전남 지역을, 전북은 진흥원 본원이 있는 전주에서, 충청권은 대전이나 충주, 강원권은 원주나 춘천 등을 거점으로 찾아가는 출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덧붙여 지역 출판사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찾아가는 출판 컨설팅이 필요하다. 일 년에 한두 차례만이라도 좋다. 지역 출판사들이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시라. 대부분의 지역 출판사들은 소수의 인원으로 모든 일을 처리한다. 한 사람이 기획자와 편집자, 마케터의 역할을 모두 겸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받으러 가려면 먼 거리만큼이나 힘든 요인이 된다. 이런 연후에 지역 출판물이 해외라는 넓은 시장에까지 선보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역은 세계 어디든 있다. 그래서 지역의 출판물은 세계 어딜 가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 욕심을 낸다면 출판교육을 위해 지역 출판사 종사자들에게 지역 출판 선진국으로의 해외 연수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지역 출판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는지 직접 보고 배운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나름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모든 출판의 정책 지원에서 지역 출판사를 위한 쿼터제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이든 자본의 논리로만 시행해서는 곤란하다. 거대한 출판사는 더 비대해지고, 지역 출판사처럼 모든 게 열악한 출판사는 더 힘들어진다. 우수 콘텐츠나 우수 도서 선정에서도 지역 출판사에 일정 부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편애가 아니다. 모든 국민의 선호를 대상으로 우수 콘텐츠를 선정하고 지원한다면, 지역의 콘텐츠는 누가 정리하고 누가 보존할 수 있겠는가? 이는 지역 출판사를 배려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던 지역의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지은 밥을 먹지 않는다면,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가겠는가? 먹거리는 이미 오래전에 로컬의 시대로 들어섰다. 이제 문화도 마찬가지로 로컬이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대전 등 대규모의 정부지원 책 행사에서 출판사 선정을 규모나 매출로만 따질 게 아니라, 일정 부분을 할애해 지역 출판물을 선보이고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올해 김해에서 열린 독서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 50개 출판사 선정에는 지역 출판사가 한 곳도 없었다. 추가 3개 업체를 선정하는 지역 출판사와 1인 출판사 선정에 겨우 학이사가 선정되어 지역 출판사가 참가했다는 구색을 갖추었다. 독서대전 참가를 원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한두 곳이라도 분명히 그 지역 출판사에 기회를 주어야 했다. 그래야만 지역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 출판사에 관심을 보이고, 개최지에서도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1 _ 제1회 한국지역도서전(2017, 제주)

사진 2 _ 제2회 한국지역도서전(2018, 수원)


우리나라에는 지역 출판사들이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모인 한국지역출판연대가 있다. 많은 지역 출판인들이 한뜻으로 모인 단체다. 그래서 2017년 봄에 제주에서 ‘제1회 한국지역도서전’을, 올해에는 수원에서 ‘제2회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했다. 물론 지자체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우리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회원사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제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전국의 도시나 산골에서 지역 출판사의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열정은 실로 뜨거웠다. 제주 지역 도서전을 계기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출판진흥조례가 제정되었다. 이 얼마나 크고 반가운 일인가. 올해 수원 도서전에서는 그 열기가 더 대단했다. 수많은 수원 시민들이 보여준,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전국의 지역 책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마웠다. 거기서 우리는 기운을 얻어 내년에 전북 고창에서 열릴 지역 도서전을 또 준비한다.

이제는 전국에서 수없이 많은 도서전이 열린다. 다 똑같은 도서전이 아니라, 이렇게 특색 있는 도서전은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독특한 지역 도서전이 대한민국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 일을 우리 지역 출판사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거창한 일을 경제적인 논리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한국지역도서전은 대한민국의 출판을 대변하는 수도권 중심의 사고로는 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이런 자생의 노력을 이제는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정부기관에서 도와줘야 한다. 작은 단체라고 할지라도 법인으로 등록하는 등 그들이 활동할 수 있게 손을 잡아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는 우선 그 지역에서 생성된 기록물이나 출판물을 담당하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행정기관의 담당자를 출판이나 독서 전문가로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출판사, 도서관, 작가, 독자가 지역에서 어울려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 독서 인구는 덩달아 늘어난다. 내 이웃에 있는 작가를 지역의 서점에서 만나고, 내 고장에서 출간되는 책을 매개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책은 당연히 개인의 삶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이런 신나는 일을 하려면 출판사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출판사를 경영할 수 있는 재정이다. 그 해결 방법은 지역의 책을 지역민들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도서관과 서점에 비치하는 것이다. 그것을 입법화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역에서 애써 만든 책이, 지역 문화의 정수인 콘텐츠를 독자에게, 그것도 지역 독자에게조차 전달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지역 도서관에서는 전체 도서 구입 예산에서 지역 책 구매에 일정 부분을 할애해주고, 지역 서점에서 지역 책을 구매하는 독자에게는 독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서점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지역 도서관과 서점이 지역민에게 끼치는 문화적 영향 또한 절대적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서점이 사라져서 책의 실물을 보고 만지는 기쁨이 없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일상은 팍팍해진다. 그렇다. 지역에서 작가와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가 어울려 제각기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비로소 지역사회와 삶이 풍요롭게 되지 않겠는가.

책의 해는 지나갔지만 2019년을 맞으며 꿈꾼다. 원하면 전국 여러 지역에서 출판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기고, 지역 출판사와 지역 서점의 상생 방안이 마련되고, 지역의 소재를 기반으로 한 우수 콘텐츠를 선정하고, 지역 출판물 유통센터와 공동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생겨서 맘껏 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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