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글자크기작게 글자크기크게

‘GKL문학번역상’이 문학 한류 마중물 되길 바란다

한정림(전문 인터뷰어)

박찬오 GKL사회공헌재단 사무국장 인터뷰

사진 1 _ 박찬오 GKL사회공헌재단 사무국장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번역상, 총 상금 1억 원으로 번역가뿐만 아니라 원작자에게도 수여

2014년에 설립된 GKL사회공헌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관광공기업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주식회사)이 출연기관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익법인 중 하나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GKL문학번역상’이다.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작년에 처음 시도된 ‘GKL문학번역상’은 GKL사회공헌재단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첫해였던 작년에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의 수상작이 나왔다. 대상에는 박민규 작가의 「근처」를 번역한 아그넬 조셉(Agnel Joseph)이 선정되었고, 최우수상은 김애란 작가의 「영원한 화자」를 번역한 성은지가, 배수아 작가의 「도둑 자매」를 번역한 자넷 홍이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비롯한 국제도서전과 해외에서 발행되는 한국문학 잡지에 실려 해외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

두 번째를 맞이한 올해 ‘GKL문학번역상’은 규모가 더욱 커졌다. 총상금이 1억 원으로 확대되었고 번역가뿐만 아니라 수상작의 원작자, 기존 번역가에도 상이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 ‘GKL문학번역상’은 현재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GKL문학번역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GKL사회공헌재단의 박찬오 사무국장을 만나 공익과 문학 번역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GKL사회공헌재단에서 진행 중인 공익사업을 보면 관광이나 레저를 통한 프로젝트가 대부분인데 ‘GKL문학번역상’을 제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이 모티브가 됐습니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려면 좋은 번역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게 되었죠. 반면에 한국문학의 번역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사실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것이 ‘GKL문학번역상’입니다. 우수한 문학 번역가를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 같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일조한다는 취지였죠. 무엇보다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재단의 의지가 컸어요.


Q. ‘GKL문학번역상’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GKL문학번역상’은 사회공헌사업으로 문학 번역가를 발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시와 소설을 번역한 작품으로 출판 및 수상 이력이 없어야 응모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영어 번역만 대상으로 하며, 올해부터는 특별상 부문을 신설해 해외에서 이미 출판된 작품에도 상을 수여하기로 했어요.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대상의 경우 원작자에게도 상금을 수여합니다.

‘GKL문학번역상’은 국내에서 시행되는 번역상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총 상금이 1억 원입니다. 대상은 상금이 3천만 원이고 수상작의 원작자에게는 1천만 원이 수여됩니다. 나머지 최우수상과 우수상의 상금도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최우수상은 1천만 원, 우수상은 5백만 원이에요. 수상자의 수도 각각 두 명과 네 명으로 늘었습니다. 기성 번역가에게 수여되는 특별상의 상금은 2천만 원입니다. 심사위원은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요. 대여섯 명의 심사위원이 1차, 2차 심사를 하게 되는데 본심인 2차 심사에서는 외국인 전문가 중심으로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지금 현재 올해 번역상의 1차 심사가 한창입니다. 결과는 12월경에 나올 것 같아요.

시상식도 단순히 상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와 번역가와의 만남, 번역가와 독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만남의 자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심사위원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하려고 하는데 해외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어떤지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자신이 평가한 작품의 나라에 와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다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Q. ‘GKL문학번역상’이 처음 시행된 작년과 다르게 올해 상금 규모나 여러 면에서 변화가 있나요?

작년에 처음으로 ‘GKL문학번역상’을 진행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시행착오도 겪었고 파일럿 테스트 성격이 짙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어요. 수상작 중 두 편은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한국문학 잡지인 <아젤리아(Azalea)>에 소개됐어요. 대상을 비롯한 수상작을 엮은 단편집을 제작해 ‘GKL문학번역상’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참가했는데 현지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해외 독자의 관심이 높았어요.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참가했습니다. 해외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좋은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번역이 나오기 위해서는 훌륭한 원작이 필수적이죠. 작년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보면 수상자 모두 좋은 작품을 써준 원작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대상 수상작의 원작자에게도 상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애초에는 신인 번역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특별상 부문을 신설해서 기성 번역가에게도 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훌륭한 번역가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니까요.

사진 2 _ 2018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내 ‘GKL문학번역상’ 홍보 사진(출처 : GKL사회공헌재단 제공)

사진 3 _ 2018 서울국제도서전 내 ‘GKL문학번역상’ 부스 사진(출처 : GKL사회공헌재단 제공)



Q. 기존의 사업과는 다른 문학 번역 사업이었고 첫 시도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새로운 시도라서 힘들었어요. 어떤 분야에서 프런티어가 되어 나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우리 재단에서 문학번역상을 하겠다고 했을 때 문학이나 번역에 대해 모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해드렸죠. 다행히 대산문화재단과 코리아타임스 등에서 번역상을 주고 있어 참고가 됐어요. 사업을 수행하는 수행기관을 선정할 때 이런 문학번역상을 전문적으로 해온 곳을 찾아보기 힘든 점도 있었어요.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일이니까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수행기관 선정이나 진행 면에서 문제가 있었죠. 하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는 이 사업을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지 않거든요. 장기적으로 가야 할 사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Q. 올해 응모 상황은 어떤가요?

작년과 크게 다른 것은 중·장편 응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거예요. 세계무대에 나가보니 단편보다는 중편, 장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는 단편보다는 중·장편이 유리해보입니다. 심사의 공정성 때문에 구체적인 작품명을 언급할 순 없지만 전체적인 작품 편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작년에는 44명의 작가가 138편의 작품을 응모했는데 올해는 37명의 작가가 총 337편의 작품을 응모했습니다. 번역가 데뷔를 앞둔 지망생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고 들었어요.


Q. 수상자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기본적으로 상금이 수여되는데 무엇보다도 ‘GKL문학번역상’ 수상이 다음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해외 출판의 기회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죠. 그 밖에도 번역가의 해외 활동 지원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예를 들어 해외 도서전이나 행사에 초청될 경우 체류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항을 마련해놓았어요. 씨앗 단계의 신인 번역가가 싹을 틔울 수 있는 토양을 우리가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Q. ‘GKL문학번역상’은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진행해갈 계획인가요?

우리 재단에서 운용하는 기금이 출연기관의 상황에 따라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합니다. 처음에 100억 원 수준에서 기금을 운용하다가 80억 원으로 줄었어요. 재원이 줄더라도 문학번역상은 규모를 줄일 예정이 없어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0년이든 20년이든 이대로 끌고 갈 겁니다. 당장 눈앞에 놀랄 만한 성과가 나오긴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10년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재단이 올해 한국문학번역원과 MOU 체결을 맺고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수학하는 학생 한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에 유학 오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어요. 방탄소년단 같은 K-pop 그룹의 활약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한국문화가 처한 현 상황이 좋은 편이라 한국문학이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문학작품 한 편이 한국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GKL문학번역상’이 마중물이 되어 문학 한류가 시작될 그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facebook twitter print top

인터뷰/에세이

관련 키워드 기사